오늘 감동적인 글을 읽었다. 아틀랜틱 몬슬리 9월호에 나온 “Fear of a Black President"라는 제목의 글이다. 미국에서 백인 주류 사회에 대한 흑인의 분노와, 흑인에 대한 백인의 공포는 동전의 양면이다. 노예제에 뿌리를 둔 흑인에 대한 백인의 비인간적인 차별은 미국 사회의 곳곳에서 여전히 감지된다. 흑인은 근본적으로 열등하다는 인종주의는 많은 백인의 머릿속에 또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흑인들은 좌절과 분노로 자신을 파괴하는 한편, 범죄로서 주류의 질서에 저항한다. 백인은 흑인을 두려워하며 가급적 멀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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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종주의 사회에서 2008년 흑인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그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인데다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쳐서 다른 선택을 어렵게 했기 때문이다. 전임 대통령인 아들 부시의 오랜 실정과 경제 위기가 공화당의 계속된 집권을 어렵게 했으며, 민주당의 예비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역시 여성인데다 전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점이 사람들을 머뭇거리게 했다. 인종주의 사회에서 소수 인종인 흑인이 다수의 지지를 얻어 지도자로 선출된 것은 정말 닥치기 전까지는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미국 사회는 초유의 사태에 한동안 어리둥절하였다. 흑인을 자신의 지도자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많은 미국인들은 오바마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거나 혹은 이슬람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그를 부정하려고 하였다. 공화당은 오바마 정부의 정책에 대해 무조건 반대로 일관하여 그의 정부가 실패로 끝나기를 바랐다.
흑인은 백인에 대해 가슴속 깊이 분노를 품고 산다. 오바마는 흑인이다. 오바마는 이러한 분노를 어떻게 삭혔을까? 오바마는 영민한 사람이다. 백인에 대한 흑인의 분노의 감정을 절대 밖으로 표출해서는 안된다는 것, 존재 자체를 백인 주류사회에 눈치 채게 해서도 안된다는 것을 잘 안다. 흑인의 분노의 감정이 담긴 것으로 해석되게 오해되는 발언이나 행동을 조금이라도 한다면 엄청난 비난과 반발이 퍼부어질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른 어느 대통령보다 인종에 대한 언급을 가장 적게 한 대통령이다. 백인이라면 특별히 인종적인 함의가 있는 것으로 오해되지 않을 발언도 흑인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된다. 미국의 보통 사람들에게 오바마는 대통령이기에 앞서 흑인이다. 백인에게 오바마의 발언과 행동은 흑인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고 의심받기 쉽다. 그러한 의심은 여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어 그러한 발언을 한 취지 자체를 무력화시킨다. 오바마는 이러한 오해가 발생할 소지가 있을 때에는 자존심을 굽히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한가지 예를 들면, 일전에 하바드 대학교의 흑인 교수가 자신의 집 앞에서 백인 경찰에게 가택 침입죄로 체포되었다. 열쇠를 집에 놓고 나와 문을 억지로 따려고 씨름하고 있을 때 지나치던 경관이 다가왔다. 그가 자신의 교수 신분증을 보이고 이곳에 오래 산 사람임을 거듭 말했으나 경찰이 이를 무시하고 그들 연행하여 경찰서에서 하루 밤을 재우고 풀어준 것이다. 그가 백인이었다면 아마도 경찰이 그의 학교나 이웃에 확인하여 웃고 지나갔을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한 경찰의 행동이 지나친 치안 행위라고 언급했다. 정부의 책임자로서 그의 발언은 지극히 온당한 것이다. 그러나 그 백인 경관은 기자들을 향하여 자신은 조금도 잘 못한 것이 없다고 발언하여 사실상 오바마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 여론이 시끄러워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그 경관이 자신의 말을 오해했다고 굽히고 들어갔고, 백악관에 경찰과 교수를 초청하여 맥주잔을 건네면서 화해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 당시 의료보험 개혁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던 상황에서 여론이 인종 문제로 들끓어 올랐을 때 기꺼이 자신을 굽힘으로서 논란이 사그라들기를 바랐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책에서 인종주의로 인하여 얼마나 마음의 상처를 받고 좌절과 분노의 나날을 보냈던가를 솔직히 썼다. 대통령이 된 지금도 흑인으로서의 쓰라린 기억을 가끔씩 노출한다. 예컨대 최근에 플로리다에서 후드티를 입은 트레이본 마틴이란 순진한 청년이 경관의 추격을 받아 총 맞아 죽은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의 손에는 스키틀이라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탕과 아이스티만 들려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만일 아들이 있었다면 그도 트레이본처럼 보였을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흑인으로서 쓰라린 감정의 정곡을 찌르는 발언아닌가?
오바마 대통령은 백인의 인종주의에 대해 직접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미국의 어려운 사람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데 전력을 다하는 우회 전략을 취한다. 미국의 어려운 사람 중에 흑인이 상대적으로 더 많으므로 이는 결국 흑인에게 혜택이 더 돌아간다. 이러한 인종 중립적인 정책을 추진함으로서 자신이 흑인이기 때문에 흑인을 특별히 우대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있다. 그가 추진한 의료개혁의 주요 내용인, 모든 미국인이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은 의료보험을 누리고 있는 중류층 백인보다는 지금까지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가난한 흑인들에게 더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정책이다. 미국의 백인들이 오바마의 의료보험 개혁을 적극적으로 저지하려고 하는 데에는 인종주의적 의도도 바탕에 깔려있다.
흑인은 근본적으로 열악하다는 인종주의를 깨는 효과적인 전략은 그렇지 않은 사례를 제시하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가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음으로서 인종주의를 부정하는 증인이 될 수 있다. 그가 미국사회의 인종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음에도 그의 존재 자체가 인종주의를 무너뜨리는 증거로 작용하고 있음을 잘 알기에 그는 누구보다 인종주의적 갈등이 촉발되어 일을 망쳐버리지 않도록 조심한다. 인종주의적 백인 또한 이를 잘 알기에, 그의 발언이나 행동이나 그의 정책에서 꼬투리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그가 실패한 대통령이 되면 오랫 옛날 노예제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인종주의가 옮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백인 인종주의자들은 흑인은 선천적으로 열등하기 때문에 지도자가 될 수없으며, 설사 잘못되어 지도자로 선출되었더라도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없음을 증명하고 싶어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인종 문제에 직접 간여하면 그들의 계책에 말려들어 일이 잘 못될 가능성이 높다. 바로 그것을 오바마 대통령은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과거에 오바마 대통령의 자서전 “Dreams from my father"을 읽을 때의 감동이 몰려왔다. 오바마는 지혜로우며 용감한 사람이다. 진실로 위대한 사람을 찾기 힘든 오늘날 그는 나에게 정말 존경스러운 사람으로 새삼 우러러 보인다. 역사도 그를 그렇게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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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는 우리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어 모든 사람들이 주시하고 있다. 아직 몇 달 더 남아 있어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아마도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의 공화당은 미국의 민족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어 합리적인 논리보다는 감정으로 미국인의 정체성에 호소하는 부분이 있으며, 공화당과 미국의 기득권층과의 결합은 매우 공고하기에 선거때 큰 힘을 발휘한다. 돌발 사태가 발생할 때 미국인의 감정에 호소하고 기득권층의 여론조작과 돈의 힘이 작용하여 짧은 시일내에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이라 찜찜해 하는 미국인이 많이 있기에 오바마 대통령의 권력 기반은 합리적으로 설명하기보다 훨씬 취약하다. 2000년과 2004년에 부시 대통령이 당선과 재선될 때 외부인의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따지면 그가 그렇게 지지를 획득하리라 예상하기 어려우나 그의 스타일과 지지 배경은 미국인에게 상당한 힘으로 작용하였다. 결국 그 반작용으로 흑인인 바락 오바마가 2008년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부시에게 주었던 비합리적인 애정과 그가 망쳐 놓은 경제 때문에 다수의 미국인은 정말 하기 힘든 선택을 했던 것이다.
오늘 경향신문에 "미국 대선, 공화당의 한계"라는 제목으로 임원혁(KDI 국제대학원교수) 교수가 쓴 글이 경제적 측면에서 현재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기에 다음에 전문을 소개한다. 그러나 그가 '공화당의 근본적인 한계'라고 지적한 부분은 미국 정치에서 작용하는 '공화당의 괴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기에 약간은 한계가 있다.
<미국 대선, 공화당의 한계>, 임원혁, 경향신문 2012년 8월 23일.
오는 11월6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설 후보를 공식 선출하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다음 주와 그 다음 주에 열린다. 주 단위로 실시되는 미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270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주별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웹사이트(www.electoral-vote.com)에 따르면, 8월21일 현재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는 284표,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는 241표, 무승부는 13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업률이 8%를 상회하여 사회적 불만이 쌓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임자인 오바마 후보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롬니 후보의 개인적인 문제와 미국 공화당의 근본적인 한계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전략을 구상할 당시 롬니 후보는 본인이 민간 CEO와 매사추세츠 주지사로서 올린 성과를 내세우면서, 경제·사회·외교 부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저지른 실정을 부각시키려고 했다. 이와 같은 대선 전략에 따라 롬니 후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4년이 넘고 대규모 부양책이 시행되었음에도 경기 회복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이 보편적 의료보험을 확립한다는 명분하에 의료보험 매입을 의무화함으로써 개인의 자유를 침해했고, 대외적으로는 외국의 눈치를 보면서 저자세 외교를 구사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대선 전략은 사실관계에 배치될 뿐 아니라 롬니 후보와 공화당의 행적을 부정적으로 부각시키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우선 롬니 후보가 내세웠던 민간 CEO 경험은 주로 기업 인수·매각에 관한 것으로, 향후 미국 경제를 재건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의문을 불러 일으켰다. 즉, 사모투자회사에는 좋을지 몰라도 국민경제에 과연 도움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롬니 후보가 현재까지 공개한 납세신고 기록에 따르면, 2009년과 2010년 근로실적이 없는데도 소득이 4200만달러에 달하고, 스위스 은행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며, 실효 세율이 13.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월가 점령 운동 등을 통해 금융계에 대한 일반 대중의 불만이 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롬니 후보의 CEO 경력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사실관계 차원에서 보더라도 글로벌 금융위기는 공화당 부시 행정부 당시의 잘못된 정책에 기인한 바 컸고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공화당은 재정 정책과 관련하여 딴죽을 걸었기 때문에 현재의 경기 부진을 오바마 행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또한, 미 대법원에서 판결한 바와 같이 의료보험 매입 의무 조항은 세금과 마찬가지로 공공정책 차원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으로, 특히 롬니 후보는 매사추세츠 주지사로 재임할 당시 이와 유사한 보편적 의료보험 제도를 선구적으로 도입한 장본인이기 때문에 더욱 할 말이 없다. 외교·안보분야를 봐도 오바마 행정부가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에서 벗어나 외국의 입장을 존중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사마 빈 라덴 사살까지 감행한 행정부를 허약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처럼 원래 구상한 대선전략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롬니 후보는 하원 예산위원장으로서 작은 정부를 주창하여 보수층의 총애를 받고 있는 폴 라이언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여 지지층을 결집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폴 라이언 의원이 제시한 감세와 재정지출 개혁안은 고소득층에게는 큰 혜택을 주지만 중산층과 서민에게는 상당한 타격을 주는 방향으로 되어 있어 그 세부 내용이 알려지면 일반 유권자의 반발을 초래할 것이다. 즉, 롬니 후보가 본인의 선명성을 입증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잠재적 자충수인 것이다. 이처럼 롬니 후보와 공화당의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에 유로존 위기의 심화 등 돌발변수가 없는 한 2012년 미 대선은 오바마 후보의 승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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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은 여러 가지로 특이한 경력의 정치인이다. 인종주의가 만연한 미국에서 흑인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기적적인 일이지만, 빈곤 운동가 출신으로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도 특이하다. 미국의 대통령은 대체로 중상류 출신으로 고상한 경력을 통해서 성장하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시카고의 빈곤지역에서 빈민을 상대로 빈곤퇴치를 위한 조직 활동을 하였다. 그는 현장 활동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를 느껴 정치적인 힘을 키워서 빈곤 문제를 퇴치하겠다는 꿈을 품고 하버드 법학대학원에 진학하였다. 그의 성장 배경을 볼 때, 그의 정치적 태도는 겉보기에 온건하지만 그의 속내는 매우 진보적일 것이다.
미국은 일인당 5만불을 넘는 고소득 국가이지만, 추악한 빈곤 문제를 안고 있다. 중위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극빈층이 전체 인구의 6.7%에 달하며, 특히 아동 빈곤 비율은 20%를 넘고 있다. 어린이 다섯 명 중 한명은 빈곤한 가정에서 생활한다. 미국 대도시의 도심에는 대낮에도 돌아다니는 것이 위험한 극빈지역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빈곤과 항시 함께 따라오는 범죄는 선진국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렇게 심각한 빈곤 현실이 근래로 오면서 미국 사회와 정치권에서 심각하게 인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도 그렇지만 빈곤은 정치권에서 진지하게 다루고 싶어 하지 않는 문제이다. 빈곤은 뿌리가 깊기 때문에 해결하기가 어려우며, 어설프게 접근해서는 빛도 나지 않고 공격의 대상이 되기 쉽기에 정치인들은 빈곤문제에 피상적인 립서비스 수준으로만 접근한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선거 유세 때 노점상에서 오뎅을 먹는 사진을 찍고는 그만인 식이다. 또한 중상류층의 정치적 관심은 높은 반면 빈곤층은 투표에 참가하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관심은 빈곤층보다 중상류층의 삶에 더 집중된다.
빈곤은 대물림된다. 어떤 사람이 빈곤한 이유는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 돈벌이 할 수 있는 직장을 가질 수 없으며, 영양상태가 좋지 않으므로 저항력이 낮아 쉽게 병에 걸리며, 먹고살기 위해 아파도 무리를 하기 때문에 계속 참고 일을 하다보면 더 심각하게 병에 걸려 돈을 벌지 못하고 약값과 병원비로 지출만 늘게 된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교육을 제대로 못 받는 이유는 집안이 공부할 환경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난한 집 아이들은 중류층 가정의 아이들과 경쟁에서 밀리고 학교와 사회에서 소외되어 좌절하면서 학업을 소홀히 하고 결국 일찍 중단한다. 가난한 가정은 부부간에 불화가 심하고 한부모 가족인 경우가 많으며, 부모도 하루하루 먹고 살기 어려우므로 자녀에게 규칙적인 삶의 방식을 가르치거나 공부를 봐주거나 학교를 잘 다니도록 뒷바라지할 여력이 없다.
어려서부터 집안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학교와 사회에서도 소외된 아이들은 공부를 착실히 해야 할 동기가 생기기 어렵다. 그러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자신의 충동적 감정을 조절하면서 미래의 성취를 위해 계획적으로 생활하고 현재의 어려움을 참아야 될 이유가 없다. 그 결과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지 못하고 그때그때 충동에 따라 제멋대로 행동하며 자란 아이들은 성장하여서도 직장에서 진득이 어려움을 이겨낼 능력이 없다. 엄청난 현실의 스트레스에 접해, 손쉬운 돈벌이나 범죄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술이나 도박에 의지해 당장의 어려움에서 도피하려고 하며, 불규칙한 생활로 인하여 질병에 고생하고, 배우자나 자녀에게 스트레스를 가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책임 있게 행동하지 않기에 항시 갈등에 휩싸이게 된다. 가난한 사람들이 허덕이며 일생을 살아가는 전체의 그림이 보이는가? 가난한 사람들은 사고를 훨씬 자주 당하며 단명한 삶을 산다.
물론 이러한 일반적인 유형에서 벗어나는 예외적인 경우도 드물게는 있지만 대체로는 이러한 빈곤의 대물림 사이클을 반복한다. 오바마는 시카고의 빈민 지역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사회 운동가로서 이러한 수렁에 빠진 사람들을 단편적으로 돕는데 한계가 있음을 절감한다. 미래에 정치인이 되어 국가의 재정과 힘을 동원하여 가난한 사람들의 삶 전체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빈곤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결심한다. 문제는 그가 대통령이 된 다음에 빈곤층에게 집중적으로 자원을 투입하는 정책이 정치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중상류층은 자신의 돈이 빈곤층에게 돌아가는 데 반대하기에 빈곤 정책을 입법화하고 예산을 따는 것이 어렵다. 또한 정치인 오바마가 빈곤층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재선을 목표로 하는 그에게 정치적으로 인기를 얻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오바마는 1960년대의 빈곤과 전쟁을 선포한 존슨 대통령 이후 실질적으로 빈곤층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준 대통령이라고 한다. 겉으로는 별로 드러나지 않지만 말이다. 그가 빈곤 문제의 해결로 내세운 전략은 ‘교육’이다. 빈곤의 대물림을 끊는 고리로 교육 특히 어린 나이부터 가난한 아이들의 교육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전략이다. 가정환경의 차이가 아이들의 성취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어린 시절에 가정환경의 불리함을 보완할 장치를 제공하는 것은 빈곤 퇴치에서 가장 핵심적인 전략이어야 한다.
어린이의 빈곤 문제는 사회정의의 문제이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것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나, 이로 인한 결과는 인생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에서 중류층 부모의 교육열은 대단하다. 이것은 한편은 좋은 일이지만 이것의 뒷면은, 능력이 되지 못하는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매우 어린나이부터 교육과정이 끝나는 20대까지 일관되게 심각하게 불리한 처지에서 게임을 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잔인한 사회이다. 우리는 모두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매우 각박한 현실을 자각하면서 긴장해서 살고 있다. 일단 중류층 가정에서 태어났다고 하여도 경쟁에서 탈락하면 빈곤층과 흡사한 수준으로 떨어질 수있고, 그러면 자신은 물론 자식 세대에서 다시 올라서기 힘들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말이다.
우리사회가 진실로 풍요로운 사회가 되려고 한다면 이러한 잔인함을 솔직하게 대면하고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잔인한 사회에서는 아무리 내가 지금 잘 먹고 잘 살아도 위험이 상존하고 있기에 정말로 편안하고 풍요로운 사회가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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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월 말이면 미국 대통령이 상하 양원 합동 의회에서 연설을 한다. 이것은 일년에 한번 있는 의례적인 행사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관심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올해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을 노리므로 대통령의 연설은 그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는 데 맞추어져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한 지난 삼년간 미국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웠다. 대외적으로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수렁에 빠져 많은 인명 피해와 함께 엄청난 재정 부담을 안아야 했다. 이 두 개의 전쟁에서 미군이 철수한다는 공약을 완전히 실현하지는 못했지만 여하간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거의 근접한 조치를 취했다. 대외적 성과와는 달리 대내적으로 미국 경제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2008년에 터진 금융위기로 많은 회사가 파산하고 많은 가구가 빛 더미에 올라앉고 실업자가 넘쳐났다. 이러한 위기를 초래한 원인은 과거 공화당 정권의 무절제한 금융규제 완화에 있지만 미국인의 고통에 따른 원성을 오바마 대통령이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했다. 그러한 경제위기 덕분에 흑인이면서도 대통령에 당선되는 미국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말이다.
그의 연설의 대부분은 미국의 경제적 어려움 특히 경제적 양극화와 엄청난 실업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 바쳐졌다. 마치 대통령이 회사의 세일즈맨인 것처럼 미국에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미국 경제의 양극화와 중류층 일자리의 감소는 구조적인 변화의 산물이므로 대통령이 기업의 팔을 비튼다고 해서 해결될 것 같지 않다. 다국적 기업은 미국인만이 아니라 세계인을 상대로 사업을 하므로 반드시 미국인의 이익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미국 대통령이 이들에게 미국에 더 유리하도록 경영하라고 하는 것이 왠지 구시대적 발상에서 나온 말처럼 들린다. 과연 미국의 대기업 경영자들이 대통령의 말을 귀담아 들을까?
1980년 공화당이 집권한 이래 미국 정치에서 공화당과 민주당간에 분열은 갈수록 심해졌다. 두 정당은 상대방을 반대하기 위해 무모하리만치 완고한 태도를 취함으로서 미국의 정치는 파행을 지속하고 국민의 원성이 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시절 그의 화합을 강조하는 연설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고 마침내 대통령에까지 당선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예산 삭감을 둘러싼 의회의 대치에서 보듯이 벼랑 끝 전술을 동원하여서 까지 오바마 행정부를 곤경에 몰아넣으려는 공화당의 전략을 보면 미국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연설에서도 공화당과 민주당간의 화합을 거듭 강조하기는 했지만 마치 허공에다 대고 소리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그래도 우리나라와 달리 대통령이 집권당을 일방적으로 휘둘러서 날치기로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몸싸움을 벌이며 반대하는 풍경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서 반대 정당을 설득하려는 열성과 함께, 결국 국민의 여론을 통해 반대 당의 힘을 꺽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대한 신뢰를 읽는다. 확실히 우리나라보다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미국의 대통령이나 국민 모두가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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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신자도 미국인이 될 수 있을까? (0) | 2010.08.15 |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이슬람 사원을 짓는 것을 지지하는 취지로 말한 것이 아니라, 미국은 여러 인종과 민족이 모인 다문화 사회이며 종교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된 나라이므로 개인 소유지에 이슬람 문화센터를 짓는 것은 미국의 국시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의미였을 뿐,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해명했다.
두가지 측면에서 오바마 발언에 대한 미국인들의 비판을 생각해 볼 수있다. 하나는 미국이 다인종 다문화 국가로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미국인이 제법 많다는 사실이다. 많은 보수주의 백인들은 미국이 유럽을 뿌리로 하는 기독교 백인의 국가이어야 하며, 다른 피나 문화가 섞여이는 것은 미국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명한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톤도 이런 사람 중 하나이다.
두번째는 오바마는 흑인이라는 사실이다. 그의 이름 속에 후세인이 있는 것을 두고
선거때 많은 미국 사람들은 오바마가 이슬람교도라고 생각했었다. 그가 기독교도라는 증거가 엄청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믿을 수없다고 말했다. 사실 그들에게 오바마가 기독교도인지 여부가 마음에 걸린 것이 아니라, 그가 흑인이면서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없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이 누리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성향은 정말 끈질기며 음험하기까지 하다. 정의, 형평, 사랑, 인권, 등 어떤 가치를 앞세워도 사람들은 자신의 기득권에 위협이 되는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말로는 다른 구실을 내세우면서 반대하지만 마음의 밑바닥에는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고집이 자리잡고 있다.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되었지만 그를 아무래도 자신의 지도자로 인정하는 것을 내켜하지 않는 사람이 미국 백인중에는 참 많다. 형편없는 흑인들이 주위에 득실 거리고 이들을 내려다보고 살면서 자존심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똑 같은 피부색의 흑인을 존경할 수있겠는가? 경제위기 때문에 마지못해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용인하기는 했지만, 그가 크게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실패한 별볼일이 없는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하는 백인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이 오바마를 바라보는 마음속은 착잡하며 이율배반적이다. 그가 대통령으로 정치를 잘하고 경제를 일으켜 세운다면 자신도 좀더 잘 살게 될 것이나, 그의 성공은 흑인이 백인보다 더 잘 할 수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므로 그다지 기쁘지 않다.
이슬람 교도를 자신과 같은 미국인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도 같은 심리이다. 이들은 이슬람교도를 이등 시민으로 간주하며, 자유 평등이라는 미국의 국시가 그들에게는 적용될 수없다고 생각한다. 마치 과거 흑인 노예나 인디안에게는 미국의 헌법을 적용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은 자유 평등을 실현한 나라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처럼 말이다.
그런데 역사는 순환하는 것이라서, 이들 보수주의 백인들도 결국 소수자가 되는 날이 올 것이다. 백인들은 애를 많이 낳지 않으므로 아무리 이민을 막는다고 해도 유색인의 비율이 증가하는 것이며, 유색인이면서 성공한 사람이 늘면서 인종주의적 생각을 포기하는 백인들이 늘 것이기 때문이다. 백인이 아니고 기독교도가 아닌 사람이 동등한 미국인으로 대접받는 날은 빠른 시일내에 오지는 않겠지만, 미국에서 보수주의 백인의 위세가 갈수록 약해질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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