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369)
미국 사정 (22)
세계의 창 (25)
잡동사니 (26)
과일나무 (285)
배나무 (10)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자서전'에 해당되는 글 3건
2024. 3. 20. 18:02

구마겐고 (이정환 옮김). 2020. 구마 겐고, 건축을 말하다. 나무생각. 291쪽.

저자는 일본의 건축가이며, 이 책은 자신이 어떻게 건축가로 성장했으며, 무슨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서술한다. 

저자는 도꾜 외곽에 농촌과 도시의 변경 지역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 이웃에 숲으로 둘러쌓인 전통적인 농가 주택에서 자주 놀았으며, 나무 블록을 쌓아서 만드는 놀이를 즐겼으며, 아버지와 함께 밭에 딸린 조그만 집을 조금씩 고쳐짓는 경험 속에서 자연과 인간에 친근한 거주 공간를 선호하는 성향이 만들어졌다. 그는 고등학교 때 오사카 만국 박람회에 가서 건축물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으며, 이를 계기로 건축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었다.

서구에서는 19세기 중후반 고도의 산업 성장과 과학기술의 진보 속에서 모더니즘 Modernism이 지배하였다. 모더니즘은 근면과 계획, 효율, 기계화, 대규모, 진보를 숭앙하는 가치관이다. 그러나 19세기말 20세기초에 물질문명에 반발하는 반모더니즘의 세계관이 등장하였다. 일본은 1970년대에 전후 고도 성장이 끝나고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미래에 대한 낙관이 퇴조하였다. 저자는 이러한 시점에 성인기에 진입하면서 반모더니즘의 세계관을 내재화하였다. 저자는 대학교 학생 시절부터 기존 건축계의 주류였던 모더니즘 사조에 반대하는 태도를 취했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 그는 일본의 전통과 서구의 현대를 접목하는 새로운 양식의 건축을 지향해왔다.

유토피아란 존재하지 않으며, 사람들은 현실에 두발을 딛고, 일상에서 수시로 닥치는 일들을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추어 살아간다. 그는 거창하고 화려한 것을 추구하기 보다, 작고 실질적인 것을 추구한다. 콘크리트와 강철로 지어진 집은 인간 친화적이지 않다. 나무를 많이 사용하며, 자연에 인접해 지어진 집을 선호한다. 직선보다는 곡선을 선호하며, 부드러운 질감의 소재를 선호한다.

본인은 그의 건축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가 능숙한 작가라는 인상을 받았다. 자신의 성장과정, 자신이 만든 작품, 건축학의 역사, 서구 문화사, 자신의 평소 생각, 등을 잘 버무려서 흥미롭게 서술한다. 두세쪽의 짧은 에세이들을 모아놓아서 가볍고 자유분방한 느낌을 준다.

 

 

2022. 1. 18. 21:13

Sam Walton. 1992. Sam Walton: Made in America, My story. Doubleday. 260 pages.

이 책은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의 자서전이며, 그가 어떻게 오늘날의 월마트를 만들었는지 연대기적으로 서술한다. 그는 하는 일에 열정적이고, 부지런하고, 절약하며,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화를 쉼없이 추구하며, 경쟁을 통해 향상된다는 철저한 믿음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2차대전 중 군복무를 끝내고 잠시 JC Penny 등에서 일하다가, 아칸소주의 소도시에서 잡화점을 여는 것으로 본격적인 상인의 길에 들어선다. 경쟁 업체의 보다 효율적인 운영 방식을 모방하여 자신의 사업을 개선하는 노력을 일생동안 기울이면서, 궁극적으로 업계에서 최고로 효율적인 소매업체로 올라서게 되었다. 그는 어느 곳에 가던 항시 남의 점포를  방문하여 면밀히 살피고 배울점을 찾았다. 세계에서 자신보다 소매 점포를 더 많이 방문한 사람은 없다고 장담한다. 

최소한의 이문을 붙여 대량으로 판매하는 대형 할인점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적용하여, 미국의 중부지역 소도시 전역에 월마트를 입점시켰다. 그당시 전국적 판매망을 구축한 선도적인 대형 할인점 K-Mart 는 중부지역의 소도시에는 진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샘 월튼은 1960~70년대에 매우 빠른 속도로 월마트 체인을 확장하면서 대형 소매회사로서 본격적으로 체제를 다질 수 있었다. 

그는 철저하게 경쟁의 우수성을 신봉하는 사람이다. 경쟁을 통해 참여자 모두가 최선의 것을 만들어낸다. 상황은 계속 변화하므로,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최선의 방식을 찾아 변화하지 않으면, 경쟁에 뒤지게 되고, 결국 망하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하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효율과 생산성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것이다. 대형 할인점이 생기기 이전 잡화점 시절 판매가는 도매가격에다 35~40%를 더하는 수준이었는데, 월마트는 이 마크업을 22%로 떨어뜨렸다.  소매점 업계는 일반적으로 매출의 6%이상을 운영경비로 지출했는데, 월마트는 이를 2~3%로 낮추었다. 이렇게 향상된 효율성은 순전히 경쟁 덕분에 만들어 질 수 있었다.

그는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였다. 월마트가 입점하는 도시에서 기존의 소매 점포들이 문을 닫는 현상을 둘러싸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고객의 이익에 최고로 기여하는 점포는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점포는 문을 닫는 것이 당연하다고 반박한다. 대형 할인점이 제공할 수 없는 전문 서비스나 특화된 상품을 취급하는 점포가 아니라면 월마트와의 경쟁에 패하여 사라지는 것이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바람직하다. 월마트 덕분에 지역 주민들은 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 다양한 구색을 갖춘 상점에서 좋은 품질의 제품을 싸게 많이 살 수 있게 되어 삶의 질이 높아졌다. 월마트는 지역에 입점하면서 그 지역의 사람들을 종업원으로 고용하였는데, 미국 전체적으로 백만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였다. 지역의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상점이 문닫는 대신,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고용을 창출한 것이다.

월마트는 경쟁 업체와 비교하여 철저하게 운영비를 절약함으로서 가장 싼 가격을 제공할 수 있었다. 월마트 종원원의 보수가 동종 업체와 비교하여 결코 후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월마트는 종업원에게 점포의 경영 정보를 완전히 공개하였으며, 종업원 주식 참여제도나 이익 분배제도를 통해 회사에 대한 참여와 애사심을 높이려 했다. 샘월튼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점포의 종업원들의 의견에 항시 귀기울이고 현장의 건의와 문제에 성실하게 대응함으로서 노사가 소원해지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 샘 월튼이, 경쟁을 통한 향상을 얼마나 신봉하고, 현장과 소통하는데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감동하게 된다. 비록 그는 경쟁자를 철저히 짓밟아버리고, 성과를 올리도록 종업원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 냉혹한 경영자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러한 경쟁을 거치면서, 다른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한,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소매점 왕국을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상생이라는 명목으로 대형 점포의 진출을 법으로 금하고 있는데, 그 때문에 한국의 유통업의 생산성은 매우 낮다.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대형 점포가 없는 지역에서 지역 주민은 낮은 품질의 제품을 비싼 가격에 구입하여야 함으로 소비자의 삶의 질은 그만큼 낮을 수 밖에 없다. 비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자영업자를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회사의 종업원으로 바꾸는 과정을 언제까지고 회피한다면, 결코 풍요로운 선진국이 될 수 없다.

2019. 12. 22. 20:28

Sonia Sotomayor. 2013. My Beloved World. Vintage Books. 385 pages.

미국의 연방 대법관인 저자가 자신의 성장과정을 이야기 한 자서전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 때 히스패닉으로는 최초로 연방 대법관에 임명된 저자가 자신이 어떻게 성장하여 오늘의 자리에 이르게 됬는지 이야기한다. 뒤에 오는 사람에게 꿈을 주기 위한 목적에서, 어떻게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지고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솔직히 기술한다고 서문에서 쓴다.

첫번째 장면은 8살에 당뇨병 진단을 받고 인슐린 주사를 스스로에게 놓는 소동에서부터 시작한다. 선천성 소아 당뇨라는 드문 병으로 몸 속에서 인슐린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녀는 일생동안 매일 그날분의 인슐린 주사를 스스로에게 놓는 행위를  하루를 시작하는 첫번째 일로 한다. 이는 그녀의 일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찍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항시 함께 하기에, 인생의 순간들을 최대한 살아야 한다는 강박적 의식을 갖게 되며, 주위의 영향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를 챙기는 독립성을 일찍부터 체득한다.

그녀는 뉴욕 브롱스의 푸에르토리코 이민자의 대가족 환경에서 성장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어릴 때 알콜중독으로 죽고, 어머니와 할머니가 그녀의 삶의 기둥이며 일생 정신적 지주가 된다. 할머니의 사랑 속에서 인간의 온정을 배우며, 독립적인 어머니에게서 강인함을 물려받는다. 그녀의 어머니는 푸에르토리코에서 어릴 때 부모를 여의고 언니의 보호로 성장했다. 이차대전 때 여성 군사활동단에 자원하여 뉴욕에 발을 디디고, 이후 간호조무사로 취직하여 홀로 두자녀를 키우며 일생 일을 놓지 않았다. 저자가 초등학교 때인가 남편이 죽은 후 뒤늦게 대학을 다니며 간호사 자격을 땄다. 홀로 자녀를 키우며 먹고 살기 위해서는 간호조무사의 수입으로 안된다는 것을 깨닫고 간호사가 되기로 결심하여 이를 실현한 강인한 여성이다.

저자가 법조인이 되겠다는 꿈의 시작은 어릴 때 티브이에서 페리메이슨 변호사가 나오는 탐정 드라마에 혹해서였다. 미래에 정의를 구현하는 법조인을 꿈꾸었다. 고등학교 때 교내 탐정 동아리 활동으로 한 논쟁적 토론 연습에서 두각을 보였다. 대학에 입학해서는 푸에르토리코인의 법적 권리를 옹호하는 단체에 열성 멤버로 참여하며, 법학 대학원을 졸업하고는 모두들 돈 잘버는 법률회사에 들어갈 때, 그녀는 특이하게도 검사로 법의 최전선에서 좌충우돌하는 경력을 택했다. 판사가 되기 위한 자질을 갖추기 위해 상행위 분야와 민사 사건에 대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뉴욕의 조그만 법률회사에 들어갔고, 마침내 뉴욕주 상원의원 모이니핸의 지명을 받아 뉴욕의 연방 판사가 되었다. 그녀는 의식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일생 꿈인 판사가 되는 길을 어렸을 때부터 치밀하게 준비하며 한걸음씩 다져간 것이다. 중간에 만난 사람들을 모두 그녀의 판사로 가는 길을 응원하는 우군으로 만들어서, 연방 판사로, 이후 대법관으로 지명되는데 힘이 되어주었다.

그녀는 여장부의 기질을 타고 났다. 어렸을 때부터 여성스럽게 꾸미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대신 사람들과 어울리고 함께 일을 도모하는 것을 좋아했다. 책의 여러곳에서 몇번이나, 그녀는 자신이 주위의 사람으로부터, 또 새로운 환경으로부터 배우는 것을 쉬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자신보다 더 똑똑한 사람을 만나기도 했고, 자신의 배경을 넘어서는 새로운 환경과 도전에 여러번 처하였지만, 그녀는 한번 마음먹은 것은 끝까지 파고들어 이해하려고 하는 강인함을 보였다. 새로운 도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무언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새로 만나는 사람과 환경으로부터 배움으로서 자신을 한단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말을 귀기울여 듣고 상대의 입장에 서볼 수있는 능력은 그녀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녀는 이러한 자질을 한편으로는 할머니가 주변 사람들에게 보인 포용력과 이해심으로부터 물려받았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고등학교 시절 동아리의 토론 활동에서 익혔다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이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다. 한단계씩 성공의 계단을 올라가면서 잘사는 사람들의 삶을 엿볼 기회를 가졌을 때, 한편은 자신의 성장 배경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세련된 생활에 흥미있어 했지만, 다른 한편 그녀는 자신이 중류층의 물질적 안락함에 인생의 목표를 두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명감과 남에 대한 깊은 이해는 그녀가 자신의 삶을 성실성(integrity), 공정성(fairness), 남의 인격을 존중하는 자세라는 기본 가치에 따라 살도록 하는 바탕이 되었다. 그녀는 원칙주의자이기 보다는 상황에 맞게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 실용주의자이다. 

그녀는 브롱스의 가난한 동네의 고등학교에서 프린스턴 대학의 입학 통지서를 받았다. 예일대 법학대학원에 들어가고 이후 공직으로 진출하는데에서, 히스패닉계 소수자로서 선구자의 길을 걷는다. 그녀는 민권운동의 성과로 만들어진 소수자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 program)의 수혜자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여 자신의 자질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았으며, 이는 그녀가 한단계 올라가서 좀 지나면 두각을 보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녀는 학부를 최우수 학생의 영예를 안고 졸업하며, 검사로 빠른 시일에 두각을 보이며, 삼십대에 연방법원판사가 되고, 마침내 미국의 권력 서열의 정점인 연방대법권으로 지명되는 놀라운 성과로 나타난다.

그녀는 고등학교 때 만난 아일랜드계 남학생과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한다. 그녀의 남편은 뉴욕대를 졸업하고 프린스턴대 대학원에 들어와 함께 지냈으며 의사가 되었다. 소토마이어가 검사로 일하며 일에 전적으로 몰두하고, 주말부부 생활을 하면서 감정이 소원해져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가 누구의 도움도 필요로 하지 않는 독립성의 소유자라는 것에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녀가 자신보다 잘나가고 강인한 것에 위축된 것이다. 소토마이어는 서로에게 의지하는 존재이기보다 각자 자신의 길을 꾿꾿이 가면서 함께 사는 부부관계를 기대한다고 말하며 그녀의 남편과 생각을 달리한다. 그녀가 당뇨병 때문에 아이를 낳기 힘들다는 것도 부부관계에 틈을 만들었을 것이다. 자신의 삶의 유한성에 대한 의식이 그녀를 남에게 감정적 틈을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녀는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을 즐기지만, 책의 후반부에서 자신은 자신의 감정을 자신이 오로지 보듬고 남에게 드러내지 않는 성질을 고쳐야 한다고 고백하며, 이를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녀의 성공 요인은 강인성, 끊임없는 노력, 주위로부터 항시 배우려고 하는 겸허함이다. 그녀의 할머니의 사랑이 일생 그녀에게 보이지 않는 보호막으로 작용한다. 자신의 성장과정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면서 독자에게 어떻게 오늘날의 내가 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 남의 일생을 엿본다는 호기심과, 사람은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는다. 사회적 신체적 약자가 엄청난 장애를 극복하고 승리한다는 인간승리의 이야기이다. 일생동안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선천적 장애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든 사람이다.

전문 작가의 도움을 받아서 그런지, 문장이 좋고 적절한 어휘를 구사하여 읽는 것 자체가 즐겁다. 이야기가 다음에 어떻게 전개되는지 궁금하여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마력이 있는 책이다. 

'과일나무 > 사과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모퉁이 남자들  (0) 2019.12.30
성과주의의 함정  (0) 2019.12.27
자본주의의 미래  (0) 2019.12.17
우주의 기원  (0) 2019.12.14
미국의 미래  (0) 2019.12.07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