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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해당되는 글 4건
2024. 3. 19. 18:31

Ezra Klein. 2020. Why We're Polarized. Avid Reader Press. 282 pages.

저자는 저널리스트이며, 근래 미국 정치가 심하게 양극화된 원인을 다양한 기존 연구를 인용하여 검토한다.

현재 미국의 정치 지형은 민주당 지지자와 공화당 지지자들이 서로 극단적으로 양극화되어 있으며, 중간층 혹은 부동층이 매우 엷다. 미국의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자신이 동일시하는 집단 정체성에 따라 이 두 진영 중 하나에 속한다. 미국인에게 중요한 집단 정체성은 다양한 범주에 걸쳐 있는데, 대체로 다음과 같다. 백인 대 유색인, 남성 대 여성, 복음주의 개신교도 대 이들 이외의 사람, 보수주의자 대 자유주의자, 교외/ 농촌지역 주민 대 대도시 주민, 고등학교 졸업자 대 대학교 졸업 이상 학력을 가진자, 등이다. 각각의 집단 구분에서, 전자에 속하는 사람은 공화당을 지지하고, 후자에 속하는 사람은 민주당을 지지한다. 이렇게 다양한 정체성 범주가 공화당과 민주당이라는 두 개의 집단으로 일관되게 정렬해 있다. 이 다양한 정체성 기준간에는 역사적 혹은 사회문화 및 경제적으로 서로간 약간의 연관성은 있지만 필연성은 없다. 예컨대 백인과 남성이 아니라 백인과 여성이 한 집단으로 묶인 정체성을 형성할 수도 있다.

미국인의 정치적 지지는, 논리적 혹은 실용적으로 일관된 이유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집단이 상대의 집단과의 다툼에서 이기는 것 자체를 목표로 한다. 예컨대 오바마가 제안한 의료 개혁은, 예전에 미트 롬니를 비롯한 공화당 의원들이 제안한 정책과 유사한 것인데, 오바마의 집권에 반대하는 공화당 지지자들은 오바마가 제안했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정책을 극렬하게 반대한다. 정체성 정치의 또 다른 예로, 최근 선거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은 도날드 트럼프가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신뢰할 수 없는 사람임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상대인 힐러리 클린턴이 승리하는 것을 더 참을 수 없어 했기 때문에 트럼프를 지지했다. 요컨대 근래의 미국 정치는 실용적인 정책 대결이 아니라, "우리 대 그들" (us versus them) 이라는 정체성에 토대를 둔 진영 싸움이다. 미국인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편이 이기고 상대편이 지기를 원하기 때문에, 혹은 설사 나에게 실제적으로 불이익이 돌아간다고 해도, 상대편이 이기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기 때문에, 정치가 심하게 양극화되어 있다. 집단 정체성을 중심으로 한 진영 싸움이 정치판을 지배하면, 상대를 합리적으로 설득하면서 실용적인 접근으로 타협을 도출하는 정치가 가능하지 않다. 이유를 불문하고 상대를 미워하고, 상대와 어울리고 싶어하지 않고, 상대가 이기는 상황을 두려워하는, 요컨대, 양자간 접근과 타협이 불가능한 정치만이 남았다.

미국의 정치 지형이 과거에도 이렇게 극단적으로 양분되었던 것은 아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 정당 내에 다양한 이념과 의견을 가진 정치인들이 섞여 있어서, 정책 사안에 따라 소속 정당의 경계선을 넘어 지지하고 서로간에 타협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서로 정반대의 이념을 가진 두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즉 남부의 민주당원은 흑인을 억압하는 인종주의를 극렬하게 옹호하는 반면, 북부의 민주당원은 진보적인 자유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당시 민주당은 남부 흑인의 인권에 눈을 감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서만, 민주당의 정강을 추진할 수 있었다. 그당시 공화당에 보수주의자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며, 인종 문제와 관련해서는 남부의 민주당원보다 훨씬 더 진보적인 의견을 가진 공화당원이 적지 않았다. 요컨대 과거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립이 심하지 않았던 때는, 흑인의 희생을 토대로 하여 타협의 정치가 전개되었다. 따라서 흑인을 포함한 미국인 전체로 볼 때, 과거 양극화되지 않았던 정치가 지금의 양극화된 정치보다 더 건강하다고 볼 수 없다.

근래 미국 정치의 극단적 양극화의 시발점은, 1960년대 중반 민주당이 집권하던 시절에 흑인에게 실질적으로 투표권을 주는 개혁을 실시한 후에, 1970년대에 들어 남부의 민주당원들이 공화당으로 갈아타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공화당은 백인을 중심으로 한 정당, 즉 백인의 집단 정체성을 최우선에 두는 정당으로 변모하였다. 공화당원에게 백인의 인종 정체성이 그렇게 크게 부상한 원인은, 1970년대 이래 미국인의 인종 구성이 변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중반 이민법 개정 이래, 미국인의 인종 구성에서 아시아인과 중남미인의 비중은 갈수록 커진 반면, 유럽계 백인의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2040년경이 되면 백인이 미국 인구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 확실하다. 미국은 과거 노예제에 뿌리를 두고 오랫동안 유색인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사회였으며, 백인들은 백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삶의 모든 분야에서 유색인보다 우월한 특권을 누렸다. 백인은 숫적으로 자신들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을 일상에서 체감하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반발하는 행태, 즉 정치적으로 자신들의 집단 정체성을 강화하면서, 사사건건 반대 진영과 대립하는 태도를 취한다. 공화당은 백인의 인종 정체성을 중심에 두고, 역사 문화 사회적으로 백인 인종과 연관된 특성인, 남성, 복음주의 기독교 신앙, 도덕적 보수주의,  교외/농촌지역 거주자, 교육수준이 높지 않음, 등이 일관되게 결합된 모습을 띤다.

미국의 정치가 심하게 양극화된데는 미디어의 역할도 한 몫 한다. 케이블 티브와 인터넷이 출현하기 이전인 1970년대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자신과 의견이 다른, 혹은 자신이 속하지 않은 정치 집단의 의견도 일상적으로 접해야 했다. 자신의 구미에 맞게 미디어를 취사선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제한된 숫자의 신문 방송은 가급적 넓은 범위의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회사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심하게 편파적인 의견을 피했으며, 가급적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케이블 티브가 보급되고, 1990년대 중반 인터넷이 출현하면서, 사람들의 미디어 선택의 폭은 엄청나게 넓어졌다. 미디어 회사들은 모든 범위의 고객을 고루 상대하는 것보다, 편파적인 생각을 가진 충성스런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회사의 이익에 부합했다. 그결과 FOX 채널과 같이 지극히 편파적인 미디어가 공화당 지지자를 파고 들었으며, 그보다는 덜 편파적이지만, CNN, MSNBC 등의 채널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선호를 따르는 미디어로 자리매김하였다. 인터넷은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이용자의 성향에 맞는 내용만을 편향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미디어의 편파성 효과가 케이블 티브이보다 훨씬 심하다. 사람들은 이렇게 편파적인 미디어만을 접하면서 상대편의 의견을 들을 기회가 없어지며,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의견을 내재화하고 더욱 더 굳건하게 사실이라고 믿게 되었다. 

민주당과 공화당을 비교해 보면,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훨씬 더 편파적이며, 극단적인 벼랑끝 전략까지 구사하면서 자신의 진영의 우위를 지키려 한다. 민주당은 이념 지형에서 진보에서 중도보수까지를 넓은 범위를 포괄하며,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 공화당은 이념 지형에서 보수쪽에 훨씬 치우쳐 있으며, 백인이라는 인종 정체성이 다른 모든 정체성을 압도한다. 이러한 차이는, 백인이 자신들의 인구 수가 줄어 들고 인종적 특권이 축소되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다.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나 상하원 의원 선거에서 표면적으로는 거의 대등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미국의 정치 제도가 심하게 외곡되어 있어서 유권자의 대표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전국민의 60% 이상의 표를 획득하지만, 각 주 당 2명의 상원의원이 할당된 제도 때문에, 주들 사이에 인구 규모의 차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하원 역시 선거구를 공화당의 득표에 유리하도록 일방적으로 조정하여 (gerrymandering), 실제로는 민주당이 훨씬 더 많은 표를 획득하지만, 하원의원 수에서는 절반밖에 획득하지 못한다. 대통령 선거에서 역시 2000년 앨고어와 부시의 선거나, 최근의 클린턴과 트럼프의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가 국민의 다수의 표를 획득하였지만, 선거인단이라는 외곡된 제도 때문에 국민의 소수의 표를 획득한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백인의 인구 비율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외곡 현상은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공화당은 자신의 지지자가 상대적으로 소수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극단적인 주장과 벼랑끝 전략을 구사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또한 가급적 투표하기 어렵게 만들어 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를 방해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저자는 현재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미국 정치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 뾰족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양극화된 정치 지형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념적으로 정당이 양극화되어 있으면 유권자들은 자신의 의견에 근접한 정당을 더 잘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념적으로 구분되지 않는 모호한 정강의 정당이 난립하는 정치 지형보다는, 이념적으로 양극화된 정당 구도가 더 낫다고 본다. 양극화 그 자체보다는, 현재 미국의 정치가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즉 국민 주권이 제대로 정치 과정에 반영되지 않는 외곡된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공화당이 저렇게 극단적인 전략을 쓰는 것은, 소수의 지지를 받으면서 정권을 장악하고 있어서, 상대와 합리적인 타협이 불가능한 형국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화당이 기존 제도가 제공하는 기득권을 포기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는 매우 어렵다. 저자는 대신, 미국인들이 중앙 정치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정치에 더 관심을 쏟을 것을 제안한다. 사실 지역의 정치가 주민의 이익에 더 가까이 있고, 극단적인 진영 싸움보다는 실용적 타협점을 찾기에 더 용이하다. 사람들이 지역 정치를 통해 실용적인 접근을 하는 습관이 든다면, 중앙 정치도 실용적이 되도록 사람들의 행동 패턴이 바뀔 것이다.

이 책은 저널리스트가 쓴 정치 분석서로는 드물게, 많은 학술 연구를 참고하여 주제를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미국 정치의 양극화와 관련된 논의를 폭넓게 섭렵하는 기회를 얻는다. 다만, 저자가 민주당 지지자이기 때문에, 공화당 지지자라면 혹시 미국 정치의 양극화를 다른 시각에서 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그렇게 양극단으로 쪼개져 있다면, 분명 저자와 반대편에 서있는 공화당 지지자는 민주당 지지자와는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미국 정치를 볼 것이다. 문제는 학계와 미디어는 대부분 민주당 지지자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데 있다. 체계적인 분석은 지식인의 소관인데, 미국에서 지식인은 거의 대부분이 민주당 지지자이므로, 공화당 지지자이면서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이 책을 다 읽으면서, 저자의 분석 역시 편파적인 접근의 산물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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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Dahl. 2005(1961). Who Governs? Democracy and Power in an American City. 2nd ed. Yale Univ. Press. 325 pages.

저자는 다원주의 정치이론의 대가이며, 이 책은 정치학의 고전으로 지칭되는 책이다. 저자는 예일 대학교가 있는 미국의 뉴헤이븐이란 인구 십만 정도의 작은 도시에서 1950년대에 벌어진 정치 활동을 통해서 권력의 작동 메카니즘을 살핀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치적 자원은 여러 집단에 흩어져 있고, 다양한 영역에 존재하는 위계의 상위를 특정인이 독점하지 않는다. 통치 영역에 따라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이 서로 다르다. 정치적 의사결정은 여러 세력간 타협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다원주의 (pluralism) 이론은, 소수의 내적으로 통일된 집단에 의해  권력이 독점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파워엘리트 (power elite) 이론과 대치된다.

민주주의의 국민 주권의 원칙은 다수가 자신을 스스로 통치한다고 하지만, 이러한 원칙이 문자 그대로 실현되기는 어렵다. 실제로는 위계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사람들이 의사결정에 주로 참여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반면, 다수의 시민들은  정치에 관심이 적으며 투표하는 행위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자원을 정치에 거의 투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다수의 견해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작동방식은, 소수의 지배집단이 다수의 지지를 얻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결정하고 움직이는 독재체제와 대비된다. 

뉴헤이븐 사회는 18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영국계 초기 정착자들의 후손인 소수의 귀족들에게 모든 지위와 영향력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들은 고등교육을 받고, 많은 재산을 소유했으며, 사회적 상위 지위를 독점했다. 정치 권력 또한 그들의 손에 있었다. 그러나 1830년대에 세금 납부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백인 남성들에게 투표권이 확대되고, 상공업을 통해 재산을 축적한 신흥 계급이 등장하면서 정치적 자원이 상이한 집단들에 흩어졌다. 이 신흥계급은 다수의 지지를 바탕으로 하여, 과거에 권력을 장악했던 소수의 귀족 세력을 주변으로 밀어냈다. 19세기 중반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이 밀려오고, 19세기말 20세기 초반에는 이탈리아인과 유태인들이 대거 이주해 오면서 민족집단의 세력이 주요 정치 자원이 되었다. 20세기 중반 들어 먼저 아일랜드계가 다음으로 이탈리아계와 유태인이 사회경제적으로 성공하면서, 정치 자원으로서 민족집단의 중요성은 줄어들었다. 반면 정치 영역에 따라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이 서로 상이한 권력의 다원화 현상이 나타났다.

저자는 그당시 뉴헤이븐 시 정치에서 핵심적인 세가지 영역에서 전개된 의사결정과 영향력의 행사 과정을 면밀히 분석하였다. 첫번째는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이 각각 시장 선거에서 당을 대표하는 후보자를 선출하는 과정이다. 둘째는 뉴헤이븐 시의 재개발 사업과 관련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이다. 셋째는 뉴헤이븐 시의 교육 분야의 의사결정 과정, 구체적으로는 시의 공립 고등학교 두개를 폐쇄하고 한개의 새로운 학교를 설립하는 과정이다.

시장 선거에서 후보자 공천을 하는 과정에는 중간 계층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 중간 계층 출신의 하급 지도자들의 목소리가 주요 의사결정에 반영된다. 이들 하급 지도자들은 고등교육을 받지 않았고, 대부분 전문직이 아닌 일반 사무직에 종사하며, 소득도 높지 않지만,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의 의견을 대변하기에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이다. 민족집단의 세력은 과거만큼은 아니지면 여전히 큰 영향력을 쥐고 있다. 선거의 영역에서는 다수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 따라서 소수에 불과한 과거의 귀족 집단은 이 영역에서 거의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 반면, 시간이 흘러 이민자 집단의 다수가 아일랜드계로부터 이탈리아계로 이동하면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이탈리아계의 영향력이 커졌다. 그러나 20세기 중반에 들어 이탈리아계가 사회경제적으로 성공하면서 이탈리아계의 응집된 세력은 분열되었으며, 그와 함께 민족 집단의 영향력은 약화되었다. 

정당의 소수 지도자들이 사실상 공천을 결정하는데, 왜 그 과정에서 다수의 하위지도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그들의 의견을 듣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는가 하는 질문을 제기한다. 그는 다음 네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첫째, 민주적 절차는 소수 지도자들의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둘째, 민주적 절차는 하위 지도자들의 충성을 불러 일으킨다. 셋째, 민주적 절차는 갈등을 질서있게 조정하도록 해준다. 넷째, 새로운 사회적 세력들이 부상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사실상 소수가 의사결정을 하지만, 다수의 참여를 유도하는 민주적 절차들이 단순히 겉치장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뉴헤이븐 시의 재개발의 의사결정에는 재력가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재개발은 이들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며, 재개발이라는 경제 사업에서 이들의 전문성이 발휘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1930년대 이래 중상층이 점차 교외로 이전하고 뉴헤이븐 시가  쇠락하면서 재개발의 필요성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였지만, 주민 간 이해 조정의 어려움 때문에 오랫동안 재개발이 미루어졌다. 1950년대 후반에 선출된 시장이 주요 이해 관계자들을 모두 위원회로 끌어들여 이해를 조정하고 반발을 무마하면서 재개발 사업이 실현될 수 있었다. 시장이 재개발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심에 있지만, 다양한 경제 분야의 구성원들이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거나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뉴헤이븐 시의 교육 분야의 의사결정에는 교육감, 교사 노조, 예일대 교수 등 교육 분야의 전문가들이 주로 참여하였다. 뉴헤이븐 시의 상류층은 그들의 자제를 사립학교에 보내기 때문에 공교육의 개혁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어렵다. 폐쇄하는 공립학교 부지를 예일대에 매각하고 그 자금으로 새로운 공립학교를 건립하는 사업에 대해 비판이 적지 않았으나, 학부모들이 새로운 공립학교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으며, 시장의 주도로 만들어진 위원회를 통해 교육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함으로서 그들의 반말을 무마할 수 있었다.

위의 세 영역의 어디에서도 일반 대중은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의견은 정당의 중간지도자들, 재개발 위원회의 대표들, 교육분야의 전문가들을 통해 반영되었다. 이 사람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이유는 물론 자신의 이익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을 통해 다수의 의견이 여과되어 반영된다. 만일 이들이 다수의 의견에 배치되는 의사결정을 한다면 다가오는 선거에서 패하고 직책을 잃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생업이 바쁘기 때문에 정치에 관심이 없으며 정치활동에 참여할 자원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들의 의견이 무시되지는 않는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대중의 주권은 선거를 통해 실현된다. 다수의 시민들의 정치 참여도는 매우 낮지만 이들은 숫자가 많기 때문에 이들의 적은 참여라도 많이 모이면, 높은 수준의 정치 참여를 하는 소수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즉 다수의 의견은 소수의 의사결정에 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왜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정치 활동을 더 열심히 할까. 그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자신의 이익과 관련될 때 정치 활동에 참여하며, 교육, 소득, 직업 등 사회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사람들이 주로 정치에 관심이 있다. 그러나 같은 사회경제적 수준에서도 일부 사람 다른 사람보다 정치 활동에 더 열심히 참여하는데, 이는 성격의 차이 때문인 것 같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기본적으로 힘든데(abrasive and exhausting), 일부 사람들은 많은 사람을 만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소질이 있으며, 이런 사람들이 정치 활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으며, 그럴 심리적, 물질적, 시간적 여유가 없다.

저자는 다원주의 정치 이론이 실제 정치의 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는 3년 동안의 조사와 가용한 모든 자료를 동원하여, 주요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파헤친다. 구체적인 사례를 설명하기에 많은 사람이 등장하며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실제 정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 드문 연구이다. 70년 전에 미국의 조그만 도시에서 벌어진 일임에도 여전히 흥미있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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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s de Waal. 2007(1982). Chimpanzee politics: Power and Sex among Apes. John Hopkins University Press. 215 pages.

저자는 동물행동학자(ethologist)이며, 이 책은 네덜란드의 침팬지 동물원에서 3년간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를 서술한 것이다. 저자는 침팬지 집단의 구성원들 사이에 전개되는 사회 활동을 권력 갈등이라는 주제에 촛점을 맞추어 서술한다. 침팬지들 사이에 벌어지는 행위를 연구자는 전지적 관점에서 관찰하고 서술한다. 침팬지들 사이의 권력 추구 행위는 인간의 가식이 벗겨진 상태에서 전개됨으로 훨씬 적나라하게 벌어진다.

이야기는 침팬지 집단의 최고 연장자 수컷인 예로인(Yeroen)이 위계서열의 정상을 차지한 상태에서부터 시작하여, 부상하는 도전자인 류이트(Luit)에게 권좌를 빼앗긴다.  그러나 류이트의 권력은 몇 달 지나지 않아 혈기 왕성한 젊은 도전자인 니키(Nikki)에게 권좌를 내주게 된다. 니키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에 예로인의 협력이 필수적이었으므로, 그의 권력은 불안정하다. 예로인은 니키와 류이트 간의 갈등을 교묘히 이용하여, 자신이 니키보다 명예와 섹스를 더 많이 차지하는 노회한 정치를 구사한다. 침팬지들은 평소에 서로 마주칠 때마다 지위 위계에 따라 굴종과 과시를 교환하는 의례를 수행하는데, 권력 관계에 변화의 조짐은 이러한 굴종의 의례의 변화에서부터 서서히 나타난다. 예로인의 권력이 류이트에게 넘어가서, 굴종 인사를 하는 측이 류이트로부터 예로인으로 완전히 바뀌는데 거의 반년이 소요되었다. 

침팬지 집단은 성인 수컷 4명, 성인 암컷 10여명, 청소년과 아이들 여러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집단 구성원들 사이의 지위는 연령, 권력의 연합 관계(coalition), 물리적인 힘, 지혜와 성격, 등에 의해 결정된다. 힘이 가장 센 침팬지가 반드시 위계 서열에 가장 위에 서는 것은 아니다. 수컷은 권력과 지위를 추구하는 성향을 보이는 반면, 암컷은 집단의 화목을 추구하고 자신과 자신의 아이의 이익을 우선하는 행동을 한다. 예컨대 권좌를 차지한 수컷은 자신의 개인적 선호나 사소한 이익을 넘어 권력 유지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행동하는 반면, 암컷은 개인적 선호와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 암컷들 사이에도 지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수컷들 만큼 지위 추구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며, 지위 갈등의 빈도가 훨씬 덜하다.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것은 개인의 물리적 힘과 함께 집단의 다른 구성원의 지지에 의존한다. 암컷들은 특정 수컷이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데 중요한 지지 세력이다. 권력의 찬탈을 도모하는 수컷은, 암컷들을 더 많이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데 공을 많이 들인다. 권좌에 있는 수컷은 항시 다수의 암컷의 지지를 유지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예로인은 니키의 권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존재인데, 젊고 거칠어서 암컷의 지지를 획득하지 못한 니키보다 암컷들로 부터 더 많은 지지를 획득한다. 

약자들 사이에 연합을 통해 강자의 권력을 견제하는 행위는 항시 관찰된다. 예로인이 권좌에 있을 때, 류이트와 니키가 연합했으며, 류이트가 권좌를 차지했을 때 예로인이 니키와 연합했으며, 니키가 권좌에 있을 때 예로인은 공식적으로는 니키와 연합하고 때때로는 류이트와 연합하는 방식으로 양 쪽을 번갈아 이용함으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최대로 했다. 또한 니키와 류이트는 예로인에게 이용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섹스를 할 때만은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고 중립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함으로서, 예로인을 견제하였다.   

섹스의 권리는 권력 위계와 동전의 양면이다. 수컷 사이에 권력 위계에 따라 섹스의 빈도가 비례적으로 분포한다. 니키보다 예로인이 섹스를 많이 한다는 것은, 공식적 지위와는 별개로 실질적 영향력에서 예로인이 니키를 앞섬을 의미한다. 아이러니는, 예로인이 세명의 수컷 중 섹스빈도가 가장 높지만 그는 성불구이므로 자녀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예로인을 포함한 침팬지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므로 본능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수컷에게 섹스를 허용할 것인가 여부는 암컷이 결정한다. 암컷은 수컷보다 체구가 작고 약하지만 수컷이 암컷을 섹스하도록 강제하지는 않는다. 암컷의 의지를 거슬러 수컷이 강제로 섹스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매우 드물다. 수컷은 그들 사이에 권력 갈등 때문에 암컷의 감정에 거슬리는 행위를 꺼려한다. 수컷이 암컷과 아이들을 심하게 공격하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수컷은 그들 사이에서와 달리 암컷을 심하게 공격하지 않으며, 공격하더라도 송곳니가 아닌 앞니만을 사용하므로 상처가 깊지 않다.

침팬지들 사이에는 행위 규범이 존재한다. 수컷은 암컷이나 아이를 괴롭히지 않는다. 수컷들 사이의 싸움에서도 다리나 팔을 공격하는 정도이지, 머리나 어깨와 같이 치명적 해를 입히는 공격은 하지 않는다. 침팬지들은 행위의 결과를 예상하여 전략을 짜고, 자신의 의도를 감추는 기만 행위를 구사하는데 능하다. 평소에 도움을 주고받는 계산적 행위를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한 뒤, 필요할 때에 도움을 요청한다. 침팬지들은 수컷은 물론 암컷도 개개인의 성격에 차이가 크다. 섹스를 거부하고 동료 암컷보다 수컷과 주로 어울리는 수컷같은 암컷이 있는가 하면, 영향력이 크고 지혜를 발휘하는 노련한 암컷이 있다. 일생동안 한결같은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유대가 있는가 하면, 상황에 따라 수시로 편을 바꾸는 약한 유대도 있으며, 외톨이 암컷도 있다. 수컷들 사이의 관계는 항시 긴장이 바닥에 깔려 있다. 언제건 수컷들 사이에 연합이 바뀌면서 권력의 위계가 바뀔 위험이 있다. 저자는 후기에서, 이 책이 포괄하는 관찰 기간 이후에 침팬지 집단에 새로운 권력 교체가 발생했다고 간단히 언급한다. 그 동안 거의 무시당했던 젊은 수컷인 댄디가 예로인의 도움으로 니키로부터 권좌를 찬탈한 것이다. 그 결과의 충격으로 니키는 물에 뛰어 들었고 심장마비로 죽었다. 예로인으로부터 권좌를 찬탈했던 류이트는 니키와 예로인의 공격으로 잔인하게 살해당했었다. 예로인은 노회한 정치가 답게, 시일이 흐른뒤 늙어서 자연사했다.

저자는 침팬지의 사회활동을 서술하면서, 인간들 사이의 행위와 대비하여 흥미롭게 설명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이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일부를 인용하기도 한다. 침팬지들의 사회를 들여다보면서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얻게 된다. 저자의 촛점이 뚜렷한 서술 능력이 설득력을 높인다. 저자는 이 책으로 일약 스타가 되었으며, 심지어 미국의 국회의원들 사이에 필독서로 추천되었다. 책이 처음 나온지 40년이나 되었는데, 수십 판을 거듭하면서 유명세를 지속하고 있다. 다시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2012. 10. 11. 10:11

   우리나라의 안철수, 일본의 토루 하시모토,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파키스탄의 임란 칸,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기성 정치권에 속하지 않은 아웃사이더로서 각 나라의 정치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과거에 정치를 하지 않았으므로 기성 정치권의 나쁜 관행에 물들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권자에게 매력적인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http://www.economist.com/node/21563719

Fighting monsters: Political outsiders are challenging Asia’s traditional elites


   일본을 제외하고 민주주의의 역사가 깊지 않은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는 부패와 무능으로 점철되어 있다. 정치인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사욕을 취하고, 반칙을 일삼고, 기업가와 결탁하여 자신들만의 특권 집단을 만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나랏돈으로 자식에게 집을 사준 일이나, 부유층이 국적을 바꾸면서까지 자식을 외국인 학교에 보내는 행태를 보면 한심한 생각이 든다. 정치인과 고위 관료가 혼인과 직장 이동을 통해 재벌과 이익을 함께 하는 것, 국회의원이 되면 엄청난 특권을 누리는 것, 판사와 검사는 재벌의 반칙 행위에 대해 관대한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것, 정치인들은 서로 싸우면서 국민의 복리보다는 권력 획득에만 관심을 두고 자신들만의 리그를 형성한 한 통속이라는 느낌. 이게 바로 우리나라의 지도급 인사들이라니, 하는 탄식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보통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선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들 사이에도 조금이라도 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려 한다. 사람들은 남으로부터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고 긴장하며,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반칙을 저지른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를 운전하면 뻔뻔하게 끼어들고 규칙을 어기는 사람을 흔히 본다. 기업들은 속임수를 써서 고객의 돈을 빼앗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면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이런 사회에서 곧이곧대로 규칙을 지키면 손해 본다는 생각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기에 기회만 닿으면 반칙을 저지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전혀 반칙을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성인이거나 아니면 아예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부패와 무능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문제이다. 모두들 반칙을 저지르면 시스템 전체의 효율은 약화되는데, 바로 이것이 후진국인 이유이다.  

   우리는 새로운 지도자를 갈망한다. 능력이 있고, 떳떳하고 정당한 방법을 사용하여, 자신의 노력으로 무엇인가 의미 있는 것을 성취한 사람을 찾는다. 안철수 현상은 바로 그러한 갈망의 표현이다. 그러나 사람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므로 사회의 관행과 완전히 동떨어져 행동할 수는 없다. 한국의 중상류층이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기에, 안철수도 그러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남들이 하는 반칙의 행위에 손을 적셨을 것이다. 한국의 기업 문화가 술 접대를 하지 않고는 일을 성사시킬 수 없는 관행이기에, 안철수도 룸살롱에서 여자를 끼고 술을 마시면서 거래처를 접대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한국의 군대가 상관이 부하를 부당하게 억압하는 행위를 용인하는 문화이기에, 안철수도 그러한 군대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정치는 혼자 할 수없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정치를 하려면 세력이 필요하다. 기성 정치권과의 타협과 연대 없이 정치 아마추어들만 모여서 선거라는 게임에서 이기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선거가 그렇게 간단한 게임이었다면, 기성 정치인들이 이전투구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안철수 또한 어떻게든 기성 정치권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이 과정에서 기성 정치권의 요구에 일정부분 양보할 것이다.

   기성 정치권을 그렇게 만든 것은 우리들 유권자이다. 유권자들이 그런 정치 관행을 용인하고 표를 통해 지지했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그런 정치판을 벌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유권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안철수는 기존 유권자들의 관행과 타협을 모색할 것이다. 자신들의 좁은 집단 이익을 우선시 하는 다수의 유권자들에게 전체의 대의를 생각하라는 구호는 별반 설득력이 없다. 사람들은 겉으로 말은 어떻게 하든 자신의 좁은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 유권자가 변해야 정치가 변한다는 말은 진리이다. 그 반대로, 정치가 변해야 유권자가 변한다는 말은 맞지 않다. 이렇게 볼 때 안철수가 우리나라의 정치판에 등장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유권자의 정치의식이 과거보다 성숙했음을 의미한다.  

   기성 정치권에 충격을 가져오는 신인 정치인의 등장은 성공하던 실패하던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유권자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듯이 정치권도 한 번에 바뀔 수 없다. 여하간 새로운 정치인의 등장은 기성 정치권의 관행에 조금이나마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정치가 민주화 된지 30년이 안되었는데, 이렇게 정치가 역동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분명 좋은 징조이다. 흥미있는 사실은 이러한 변화가 우리나라만 아니라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바퀴는 일단 굴러가면 좀처럼 되돌려 후퇴하지 않는 속성을 지니니,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라 기대하며 마음 편히 정치판의 돌아가는 사정을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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