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369)
미국 사정 (22)
세계의 창 (25)
잡동사니 (26)
과일나무 (285)
배나무 (10)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생명체'에 해당되는 글 3건
2022. 10. 29. 21:27

Addy Pross. 2012. What is Life? : How Chemistry becomes biology. Oxford University Press. 199 pages.

저자는 화학자이며, 이 책은 생명체의 특성과 근원을 설명한다. 생명체는 화학적 반응의 집합으로, 에너지를 소비하여 자기복제를 통해 영속성을 유지한다. 다윈이 주장하는 진화의 과정은, 물질이 자기복제 반응의 성공율을 높이기위한 복잡화(complexification)과정의 일부로 이해되어야 한다.

생명체는 목적지향적인 활동을 함에 비해, 무생명체 즉 물질에게 '목적'이란 의미가 없다. 어떻게 목적이 없는 물질이, 목적지향적인 존재로 바꾸어질 수 있었을까? 생명체의 목적은 자기복제이다. 자기와 닮은 또 다른 존재를 만드는 것이 생명체의 궁극적 목적이다. 

생명체란 불안정한 존재이다. 열역학제2법칙에 따르면 모든 물질은 에너지가 낮은 수준을 향하여, 질서가 흩뜨러지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생명체란 무질서의 세계에서 고유의 패턴, 즉 질서를 유지하는 존재이며, 주위의 에너지 수준과 격차를 계속 유지하는 존재이다. 이는 마치 새가 계속 날개짓을 하면서 중력을 거스르고 있는 것과 같은 상태이다. 생명체는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받아들여 소비하는 대사작용(metabolism)을 통해 자기복제를 계속함으로서 이러한 불안정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 개별 생명체는 열역학제2법칙에 따라 질서가 흩뜨러지고 주위와의 에너지 격차가 사라지는 과정, 즉 죽는 과정(decay and die)을 밟지만 자기복제를 통해 집단으로서의 생명체의 존재를 유지한다.

개체로서는 죽지만, 집단(population)으로서는 계속 유지되는 것이다. 이를 저자는 '동적인 안정성' (dynamic kinetic stability)이라고 지칭하면서, 샘물의 비유를 든다. 샘물을 구성하는 물은 계속 바뀌지만 샘물의 존재는 계속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세포, 기관, 개체의 각 단위에서 개체로서는 죽지만 집단으로서는 존재를 유지한다. 예컨대 우리의 피부는 계속 죽고 동시에 새로 생성되는 과정을 지속하면서 피부의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다. 생명체의 동적인 안정성이 유지되는 이유는, 생명체의 자기복제가 지수적으로 증식(exponential growth)하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많은 수가 복제되기 때문에, 개체들은 계속 사멸함에도 불구하고, 생명체의 존재는 유지된다.

과학자들은 유기물질로부터 자기복제를 하는 존재(RNA)를 합성해내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자기 복제를 하는 개별적인 존재가 자기복제를 계속한다는 것은 열역학제2 법칙, 즉 질서는 무질서의 방향으로 진행한다는 원리에 어긋나는 것인데, 어떻게 자기복제를 계속 할 수 있게 되었을까?  과학자들은 자기복제를 하는 서로 다른 두개의 존재가 합쳐져 서로의 복제를 촉진하는 존재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자기 복제를 하는 물질 간에도 더 잘 자기복제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 간에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자기 복제를 하는 과정에서 변이(mutation)가 나타나고, 변이된 것 중에는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받아들여 자기복제를 더 잘 하는 존재가 나타나게 됬으며, 이후에는 진화적인 경쟁과 선택의 과정이 반복되면서 점점 더 자기복제를 잘하는 복잡한 존재 (complexification)로 발전하게 되었다. 복잡화는 자기복제의 수월성을 향하여, 즉 다른 자기복제 존재보다 더 복제를 잘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외부 환경의 다양한 틈새(nitche)를 자기복제의 효율을 높이는데 이용하면서 자기복제 종의 다양화가 이루어졌다. 

생명체가 목적지향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열역학 제2법칙을 거슬러 동적인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모든 물질은 안정성(stability)를 향하여 진행한다. 무생물체는 열역학 제2법칙의 원리에 따라 에너지 수위가 낮고 무질서한 안정성으로 진행한다. 반면 생명체는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아 열역학 제2법칙을 거스르는 동적인 안정성을 유지한다. 왜 생명체는 자기복제를 하려고 하는가? 자기복제를 하지 않으면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무생명의 물질로 돌아가게 된다. 더 잘 자기복제를 하는 존재가 그렇지 않은 존재를 압도하는 물리적인 상황을 두고, 우리는 생명체가 목적을 가지고 움직인다고 표현하는 것일 뿐이다.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박테리아의 세계에서도 더 잘 자기복제하는 존재가 그렇지 않은 존재를 압도하는데, 이러한 객관적 현상을 두고 우리는 박테리아는 복제를 더 잘하기 위해 활동한다, 즉 목적 지향적으로 움직인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저자는 '무생명체, 즉 물질에서 생명체가 어떻게 출현하였는가' 라는 근본적이 문제에 대한 지금까지의 과학적 탐구 과정을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게 잘 설명한다. 생명체는 화학 반응의 집합이며, 생명체의 출현과 이후 발전 과정 역시 화학 반응의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명체란 자기복제 반응의 집합이며, 집합으로서 자기복제할 때 자기복제가 더 잘 되는 것, 즉 복잡화(complexification)의 과정은  화학 실험으로 증명되었음으로, 생물학과 화학을 잇는, 즉 생명체와 비생명체를 잇는 연결 고리가 해결되었다고 주장한다.  불분명한 점은, 복잡화의 과정 중에,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받아들여 자기복제를 더 잘하는 존재가 나타나게 됬다고 하는데, 이점에 대한 설명이 미흡하다.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받아들여 자기복제를 한다는 것은, 즉 생명활동의 핵심인 대사작용을 의미하는데, 어떻게 비생명체인 물질이 대사작용을 하는 존재로 바뀌게 되었는가하는 문제가 생명체 출현의 핵심이 아닌가?  자기복제를 하는 존재는 화학적으로 합성할 수 있었지만, 대사작용을 하는 존재는 아직까지 화학적으로 합성해내지 못했다.  여하간 대단한 책이다. 읽으면서 어려운 주제를 쉽게 설명하는 저자의 능력에 감탄을 거듭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찬찬히 읽었다. 훗날 다시한번 읽어보아야겠다.

'과일나무 > 살구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분이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0) 2022.11.13
플랫폼 경영  (0) 2022.11.11
바이러스의 세계  (0) 2022.10.19
화학의 신기한 세계  (0) 2022.10.07
경제 발전의 핵심 요인을 찾아서  (0) 2022.08.31
2022. 10. 19. 21:48

Carl Zimmer. 2021. A Planet of Virus. 3rd ed.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32 pages.

저자는 과학 저널리스트이며, 이 책은 바이러스에 관한 다채로운 짧은 글들을 모아 놓았다. 바이러스는 유전자만을 가지고 있을 뿐, 대사활동을 할 수 없다. 혼자서는 에너지를 소모해 일을 하지도, 외부 환경에 반응하지도, 번식하지도 못한다. 숙주의 세포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는 방식으로 증식한다. 숙주의 세포 밖에 나와 있는 상태에서는 생명체라기보다는 단순히 유기물에 가깝다. 최초로 바이러스의 존재를 확인한 담배모자이크 바이러스에서부터 시작하여, 인플루엔자, 라이노바이러스, 파필로마 바이러스, HIV,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인 SARS, MERS, COVID-19 등과 Small pox 가 논의된다. 

바이러스는 워낙 크기가 작기 때문에 19세기 후반까지 존재가 밝혀지지 않았다. 20세기 들어 정밀한 현미경이 발명된 이후에야 바이러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바이러스의 유전자 개 수는 수십개에 불과하며, 유전자 복제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제어하는 기제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복제과정에서 많은 돌연변이를 만들어 낸다. 지구상 바이러스의 종류는 수백만개에 달하며, 지상은 물론 바다 속에도 매우 많이 존재한다. 바이러스의 대부분은 박테리아에 기생한다. 바이러스가 박테리아의 세포에 침투하여 증식한 후, 세포를 파괴하고 나와 다른 박테리아에 침투하는 방식으로 확산한다. 바이러스는 지구상 박테리아의 폭발적 증식을 제어하는 유용한 역할을 한다.

바이러스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되었으며 가장 단순한 준생명체이다. 바이러스가 유전자를 서로 섞거나, 혹은 숙주의 유전자와 자신의 것을 섞어 숙주의 유전자의 일부로 되기도 한다. 인간의 유전자 중 일부는 과거에 인간의 몸속에 침투한 바이러스의 유전자이다. 바이러스는 동물세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며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때때로 동물세계에 기생하는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인간의 몸속에서 살 수있게 되고, 인간에게 해를끼치기도 한다. 바이러스는 종류가 많고 돌연변이를 많이 일으키기 때문에, 20세기초에 인플루앤자 바이러스나 근래에 HIV나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앞으로도 인간의 몸속에 침투하여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 언제냐가 문제일 뿐.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모기와 같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동물의 활동이 늘어나기 때문에, 앞으로 새로운 바이러스 질병이 창궐할 가능성은 과거 어느때보다 크다.

과거에 인플루엔자나 사스와 같은 바이러스 질병이 한동안 창궐하다 사라졌는데, 어디에서 바이러스 병원균이 유래했는지 알기도 어렵지만, 왜 사라졌는지도 알지 못한다.  바이러스가 증식하기 적합치 않은 환경이 조성되면서 사라졌으리라고 추측할 뿐이다. 바이러스는 박테리아와 같은 생명체가 아니기 때문에 항생제로는 치료할 수 없다. 다만 바이러스를 죽이는 바이러스가 존재하고, 이를 통해 바이러스 질병을 치료하는 방식이 유망해 보인다. 바이러스가 우리몸에 침투하여 증식하려 하면 우리몸이 항체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만들어 대응할 수 있다. 천연두 백신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바이러스의 종류가 많고 돌연변이를 자주하기 때문에, 특정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백신을 통해 우리몸에 항체를 형성하게 한다고 해도, 돌연변이한 다른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듣지 않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대해 근본적인 방어는 불가능하다.

바이러스의 유전자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근래에 과학자들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천연두 바이러스를 유기물에서부터 합성해낸 사례나, 유전자 조작 방식으로  COVID-19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개발해 낸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과거에 병원균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어낸 백신과 달리 유전자 조작 방식으로 만든 백신은 바이러스 병원균의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합성해 내어 우리 몸에 주입시켜서 항체를 형성하도록 하는 새로운 기술이다. 인류가 바이러스라는 유전자 정보를 가진 준생명체를 합성해내는데 성공하므로서 신의 영역에 들어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전문적인 지식을 일반 독자가 알기 쉽게 풀어서 쓰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글이 읽기 편하게 쓰여졌고 독자의 흥미를 계속 붙잡아 두는 긴장이 유지되기 때문에, 읽는 내내 재밌었다. 책이 너무 얇고, 각 주제에 대해 논의가 깊어지려고 하는 지점에서 글을 멈추고 다른 주제로 옮아가는 것이 성에 차지 않지만, 저자가 전문 연구자가 아니라는 한계 때문에 더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구별하게 된 것만으로도 시간을 쏟은 보람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구상 생명체의 세계에서 주역은 인간이 아니라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저자의 다른 책도 찾아서 읽어보아야 겠다.

'과일나무 > 살구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플랫폼 경영  (0) 2022.11.11
생명체란 무엇인가?  (0) 2022.10.29
화학의 신기한 세계  (0) 2022.10.07
경제 발전의 핵심 요인을 찾아서  (0) 2022.08.31
음악적 취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0) 2022.08.30
2020. 1. 16. 21:10

Richard Dawkins. 2015(1986). The Blind Watchmaker: Why the evidence of evolution reveals a universe without design. W.W.Norton. 451 pages.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 다음으로 이 분야에서 유명한 저자가 진화의 원리를 이론과 예로 설명하며, 진화론에 비판적인 입장을 체계적으로 반박한 책. 저자의 대표작인 The Selfish Gene 과 함께 이 분야의 고전이다.

정교한 디자인의 생물체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저자는 두가지 예를 가지고 생물체의 디자인의 정교함을 설명한다. 하나는 인간의 눈이며, 다른 하나는 박쥐와 같이 소리의 반향으로 주위를 인지하는 지각장치이다. 창조론자는 이렇게 정교한 장치는 우연히 생겨날 수 없으므로 신이 창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진화의 원리는 오랜 기간 미세하게 작은 변화가 축적되어 정교한 디자인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돌연변이는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내고 이러한 변화들 중 생존에 유리한 형질만 경쟁에서 살아남아 후손에 전해진다. 돌연변이 자체는 랜덤한 방향으로 이루어지지만, 랜덤한 변화들 중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것은 결국 생존에 유리하게 복잡성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이다. 저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랜덤하지만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복잡성이 높아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진화의 길은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랜덤한 돌연변이가 일어날때마다 선택이 이루어지는데, 변이 자체는 랜덤하므로 어떤 변이가 일어나서 후손에 전해질지는 미리 알 수없다. 복잡성이 높은 생물이 단번에 만들어질 확률은 제로에 가까우며, 미세한 변화의 점진적 축적만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이다.

생명의 핵심은 DNA 즉 정보이다. 이 정보는 세대를 거듭하며 자기 복제되며, 복제 과정에서 약간의 오류 즉 돌연변이가 발생하고, 이러한 변이가 축적되는 과정이 진화이다. 생물체의 몸은 정보를 담고 다음 세대로 복제하기 위한 도구이다. 그렇다면 맨 처음 생명체, 즉 최초의 자기복제 물질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저자는 원시 상태의 유기물 영양 성분 스프에 번개가 치면서 자기복제 물질이 생겨났다는 기존의 이론에 추가하여, 무기물 결정체를 통한 자기복제 물질의 생성 이론을 소개한다. 실리콘이나 진흙 등은 결정체를 만드는 성질이 있는데, 특정 결정체를 더 잘 생성시키는 정보가 우연히 추가되어 이후에 지속적으로 그러한 정보를 가진 결정체가 더 많이 생성되게 된다면, 이는 자기복제 유기물이 출현하기 전단계에 출현한 것일 수있다. 자기 복제 유기물이 정보를 훨씬 효과적으로 복제하므로, 자기복제 무기물은 점차 자기 복제 유기물로 대체되었을 것이다. 

진화는 생존 경쟁에서 패배한 형질과 그 유전자을 도태시키는 부정적인 선택도 있지만, 서로 함께할 때 생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긍정적인 선택도 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세포가 결합하여 전체의 생존 가능성을 높인면 결합체가 형성될 것이다. 이 결합체의 구성 세포와 세포들의 뭉치는 서로 함께 결합하여 서로 다른 기능을 하면서 전체의 생존을 높인다. 기능이 서로 다른 세포로 구성된 다세포 생물은 긍정적인 진화적 선택이 만들어 낸 것이다. 예컨대 인간의 세포내에서 미토콘드리아는 세포핵의 DNA와는 별도의 DNA를 가지고 있으며 난자를 통해 후손에 유전되는데, 이는 오랜 옛날에 서로 다른 세포가 결합한 것임을 말해준다.

변화의 과정은 매우 더디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빠른 속도로 전개되기도 한다. 숫공작의 화려한 날개는 암공작의 화려한 날개에 대한 선호와 결합하면서, 화려함이 더하는 방향으로 폭발적으로 진화되었다. 이러한 공작의 날개의 변화는 기능적인 불이익을 가중시킴으로 결국에는 언젠가 실용성의 제약과 타협하여 변화가 중단된 안정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생물의 분류학은 진화의 계보를 따라 생물을 구분하는 작업이다. 진화의 나무는 일단 가지가 갈라지면 다시 합치지 않는다. DNA 정보의 유사한 정도에 따라 생물체의 근소관계를 판별해낼 수있게 되면서, 과거에 형상이나 기능의 유사성에 따라 구분하던 분류 체계에 큰 변화가 왔다.  생물체의 분류 결과는 위계 관계를 보여준다. 현대의 생물체간에 상하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원초에 하나의 생명체로부터 가지치기를 계속하여 현대의 생물체들이 모두 생겨난 것이다. 현대의 생물체들간에 유전적인 근소관계를 가릴 수있지만, 어느 생물이 어느 생물의 조상이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복잡한 생명체가 신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면, 그렇게 복잡한 일을 한 존재인 신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밝혀야 한다. 진화의 원리를 신이 만들었다고 주장한다면, 그러한 원리를 만든 신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밝혀야 한다. 진화론은 단순한 것으로부터 진화의 과정을 통해 복잡성이 더하게 되는 과정을 밝힌 것에 요점이 있다. 처음에 가장 단순한 것, 즉 최초에 자기복제 물질이 생성된 것은 우연한 과정이지만, 이후에 복잡성이 더해지는 과정은 모두 설명이 가능하다. 진화론을 제외한 다른 모든 이론들은 복잡한 것이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복잡한 것이 우연에 의해 만들어질 확률은, 단순한 것이 우연에 의해 만들어질 확률보다 훨씬 작다. 복잡성이 더해질 수록 우연에 의해 만들어질 확률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단한 이론서이며 논쟁서이다. 진화론을 반박하는 입장을 논리적으로 그야말로 여지없이 몰아세우며 반박한다. 이 책을 읽으면 창조론을 철저히 부정할 수밖에 없다. 진화론에 대한 저자의 열정, 사명감, 철저함에 설득당하게 된다.  진화의 원리는 단순하면서도 경외를 느끼게 하는 무엇이 있다.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