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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1. 22. 13:58

Bobbi S. Low. 2015. Why Sex Matters: A Darwinian look at human behavior. Princeton University Press. 252 pages.

저자는 행동 생태학자(Behavioral Biologist)이며, 이 책은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남녀차이와 짝짓기 행위에 대해 설명한다. 동물이 처한 생태적 환경에 따라 각 동물은 진화의 최적의 전략, 즉 후손에게 유전자를 퍼트리는 데 fitness 에 최적의 전략을 선택한다. '모든 생물체는 후손에게 유전자를 퍼트리는 이익 fitness 을 높이는 방향으로 행동한다'라는 진화론의 프레임을 가지고 인간 남녀의 행위를 관찰하면, 과거는 물론 현대 사회의 인간의 행위에 대해서도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으로는 일부일처제 social monogamy 를 유지하지만, 유전적이 면에서 보면 일부다처 genetic polygyny 동물이다. 남성이 만드는 후손의 수의 변이 variation는 여성의 후손의 수의 변이보다 더 크다. 이는 혼외의 자식을 갖는 것, 이혼후 재혼 비율 등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빈도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경쟁적이고 모험적으로 행동하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더 많은 자식을 얻을 가능성이 큰 반면, 여성은 모험적으로 행동해도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더 많은 자식을 낳을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과거 전통사회에서 여성의 가치는 '아이를 생산하는 가치' reproductive value 가 중심이었는데, 근래에 여성의 경제활동참여가 늘면서 '자원을 늘리는 가치' resource value 의 비중이 커졌다. 근래에 선진 산업국에서 남성은 여성 배우자을 구할 때 미모와 같은 육체적 가치 만이 아니라 경제적 가득능력을 함께 고려하는 성향이 뚜렷해졌다.

현대 사회로 오면서 자식을 많이 낳는 전략보다는 소수의 자식에 대해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는데 더 효과적인 전략이 되었다. 현대 사회에서도 소득이 높을수록 자식을 많이 가지는 경향이 존재하는데, 소득이 높으려면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하고, 그러려면 교육을 많이 받아야 하고, 이는 부모의 높은 투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의 수를 줄이는 대신 각각의 자식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전략을 선택한다. 인구밀도가 높아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능력이 낮으면 자신의 자손을 만들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므로, 부모는 소수의 자녀에 더 많이 투자하려 한다.

인간 사회의 도덕률은 협동을 통해 구성원의 진화적 이익 fitness 을 높이는 것을 목적한다. 모두가 협동한다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집단 전체에 돌아가는 이익이 훨씬 크다. 문제는 이탈자가 있으면 협동이 붕괴되기 때문에, 모든 사회는 이탈자를 막기 위해 엄격하게 감시하고 규제한다. 과거 소규모의 지역 사회에서는 모두가 모두의 행위를 감시할 수 있으므로 협동을 해치는 이탈자를 막기 위해 추상적인 도덕율을 크게 필요치 않았다. 현대 도시의 대규모 익명 사회에서는 서로간 직접적인 감시가 불가능하므로 공식적인 법 제도를 필요로 한다.

남성들 사이에 연대 coalition 는 경쟁 사회에서 자원을 더 많이 획득하고 지위를 높이는 목적에 맞추어져 있다. 남성들에게 더 많은 자원과 높은 지위는 자신의 자식을 더 많이 만들 수 있게 한다. 남성들은 혈연 관계를 넘어 외래인까지 포함하는 큰 규모의 연대를 구축한다. 반면 진화적 이익 fitness 의 측면에서 여성들간 연대의 이익은 남성들간 연대의 이익만큼 크지 않다. 여성들간 연대는 주로 혈연관계에 치중하며, 외래인을 포함한다고 해도 규모가 작다.여성들 사이의 연대는 자식을 양육하는 것과 관련된 편익과 정보를 얻는 데 한정된다. 따라서 치열한 갈등이나 전쟁은 주로 남성들 사이에 벌어지며, 여성들은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은 진화적 이익 fitness 를 높이는 것인데, 이러한 이익과 어긋나게 행동하도록 부추기는 정책은 성공하기 힘들다. 개인보다 집단의 이익을 우선하라는 구호는, 자신의 이익 self-interest 를 최우선 하는 인간의 본성과 어긋난다. 그보다는 개인에게 어떤 이익과 해를 가져오는지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현재 자신의 지위에 만족하라는 조언은, 남과 비교하여 자신의 지위를 높이려 하는 인간의 본성과 어긋난다. 그보다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여를 경쟁적으로 하도록 하고, 기여를 한 사람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여 지위를 높이는데 도움을 주는 정책이 효과적이다. 미래 세대의 이익을 현재 살고있는 사람의 이익만큼 소중히 해야 한다는 주장은, 미래의 가치를 현재의 가치보다 훨씬 깍아서 평가하는 인간의 본성과 어긋난다. 그보다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행위가 미래 세대가 아닌 현재 세대에게 어떤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는지 강조해야 한다.  추상적인 통계 수치를 제시하면서 환경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보고 느끼는 것이 아니면 무시하는 인간의 본성과 어긋난다. 그보다는 어떤 행위가 그가 사는 지역의 구체적인 환경과 어떻게 연관되고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지적해야 한다.

이 책은 엄청나게 많은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인간의 성과 관련된 거의 모든 문제를 건드린다. 본문이 250쪽인데 주석과 참고문헌만 150쪽이 넘는다. 포괄적이라는 점에서는 가치가 있지만, 워낙 많은 연구를 구체적으로 인용하며 요약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책을 읽다보면 인간의 성에 대한 특별한 의미나 감정은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생물계의 일원으로 인간의 성에 대해 큰 그림을 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얻는 바가 있다.

2022. 7. 4. 21:11

Frans De Waal. 2005. Our Inner Ape: A leading primatologist explains why we are who we are. Riverhead Books. 250 pages.

저자는 유인원을 연구하는 학자이며, 이 책은 유인원 연구를 통해 발견한 사실을 인간의 특성과 비교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한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유인원은 침팬지와 보노보인데, 둘은 서로 매우 다른 특성을 보인다. 침팬지는 엄격한 위계사회를 이루며, 힘이 세고 폭력적이며, 수컷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반면 보노보는 위계가 엄격하지 않으며, 폭력을 거의 행사하지 않고 평화적이며, 암컷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침팬지는 하위자가 상위자와 마주칠 때 반드시 존경을 표시해야 하는데, 상위자는 자신의 지위를 확인하기 위하여 하위자들을 순회하면서 매일 위계를 확인시킨다.  침팬지들은 엄격한 위계 사회에서 살아가느라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반면, 보노보는 스트레스 수준이 낮은 삶을 살기에 침팬지보다 오래 산다. 침팬지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지위를 쟁취하는 사회이기에 침팬지 수컷들 사이에 지위 다툼이 빈번하며 지위변동이 심하다. 반면, 보노보는 엄마의 지위에 따라 자식의 지위가 좌우되기에 보노보 수컷들 사이에 지위 다툼이 적고 지위 변동이 심하지 않다.

침팬지들은 연대를 통해 권력을 유지한다. 최강자에 대항해 다음 강자들은 서로 연대하여 최강자의 권력을 견제한다. 가장 강한 놈이 홀로 힘을 행사하면서 오랫동안 지배자로 군림하기는 어렵다. 연대를 통해 뒷받침된 권력이 아니면, 다른 수컷들이 서로 연대하여 지배자를 힘으로 누르기 때문이다. 최고 지위에 오른 침팬지는 많은 암컷과 교미하면서 자신의 후손을 많이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최고 권력자는 수년이상 그 자리를 유지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다른 침팬지들이 호시탐탐 도전하지 때문이다. 권력의 교체기에는 침팬지 사회에 긴장이 흐르며, 새로운 권력자가 완전히 평정하고 나면 다시 평화가  찾아오고 긴장이 사라진다. 침팬지 암컷은 침팬지 수컷과 달리 서로 힘을 합하여 수컷의 폭력에 대항한다. 수컷 침팬지들 사이에서는 가장 힘센자가 최고의 지위에 오르나, 암컷 침팬지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연장자가 최고의 지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암컷들 사이에서는 수컷의 경우와 달리 권력의 행사가 두드러지지 않다.

보노보는 관계를 원활히 하는 수단으로 섹스를 활용한다. 수컷과 수컷간, 암컷과 수컷간, 암컷과 암컷간 성적 자극을 교환하면서 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한다. 화해의 수단으로, 긴장을 풀 목적으로, 화합의 목적에서 서로 성적 자극활동을 자주 한다. 성별 구분 없이, 연령의 차이에 관계 없이 사회활동의 일부로 성적 교환을 한다. 다만 성인이 된 자녀와 부모간, 형제간에는 상호간 성적 자극활동을 하지 않는다. 침팬지 사회에서 수컷과 암컷 사이의 섹스는 교환관계이다. 암컷은 수컷에게 섹스를 허락하는 대신 수컷으로부터 물질적 보상을 받는다.

침팬지와 보노보 모두 암컷과 수컷이 여러 상대와 섹스 하기 때문에,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이는 일반적으로 동물의 세계에서 보이는, 수컷이 새로이 암컷을 차지하면 이전에 태어난 아이를 모두 죽이는 영아살해 관행을 예방하는 기능을 한다. 인간 세계에서 의붓아버지가 의붓 아들을 학대하는 것과 유사하다. 인간은 일부일처 제도를 통해 이러한 영아살해 관행를 예방할 수 있었다.

침팬지들은 자신의 영역을 집단적으로 지키고, 이웃한 타집단을 공격하여 영토를 빼앗는 행위를 일삼는다. 타집단의 구성원을 비하하고 적대시하는 '부족주의'는 침팬지와 인간 모두에게 공통이다. 침팬지 집단의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이 자주 발생하지만, 집단 전체의 안정을 위해 구성원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제어하고 타협하는 관행이 잘 발달되어 있다. 상위의 암컷이 수컷들 사이에 갈등을 중간에서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침팬지들에게 상호주의(reciprocity)의 개념은 잘 각인되어 있다. 침팬지들도 서로 공감(empathy)한다. 상호주의와 공감 능력은 도덕적 감정의 바탕이다. 침팬지와 인간이 상대에게 친절을 배푸는 것은 상대로부터 나중에 보상을 받으리라는 막연한 기대, 및 막연한 미래의 상황에 상대로부터 해를 입지 않으려는 의도로부터 비롯되었다. 상대가 특정 상황에서 어떤 느낌을 느끼는지, 상대가 어떤 의도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등 '상대의 마음을 읽는' (theory of mind) 능력을 침팬지는 인간 못지 않게 가지고 있다. 상대의 생각을 짐작하고, 상대의 체험을 간접적으로 자신도 함께 하는 능력은 집단 생활에서 필수적이다. 집단생활을 하는 침팬지와 인간은 이러한 능력을 놀랄만큼 공유한다. 침팬지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공정성(fairness)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다. 공정하지 않은 분배에는 분노하고 참여를 거부한다.

인간은 폭력적인 동물이라고 말하지만, 보노보를 보면 평화를 사랑하는 것 역시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 폭력적이거나 화합을 추구한다. 자신에게 가까운 사람은 포용하고 서로 화합하는 반면, 타집단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비하하며 잔인한 폭력 행사를 주저하지 않는다. 인간은 양극 모두를 자신의 본성으로 가지고 있다.

저자는 수십년 동안 네덜란드의 동물원에서 침팬지를 관찰하며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여 유명해졌다. 구체적인 사례를 적절히 언급하면서 유려하게 글을 쓰며, 인간에 대한 통찰력 또한 뛰어나다. 인간에게는 가식으로 가려져 있는 것을 침팬지는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에, 침팬지 연구는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를 깊이한다고 주장한다. 두번 읽을 만한 흥미로운 책이다.

2020. 1. 10. 21:44

Matt Ridley. 1993. The Red Queen: Sex and the evolution of human nature. Harper. 349 pages.

생물학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인간의 성(sexuality)의 진화를 설명한 대중 과학서. 동화에 나오는 Red Queen의 비유를 사용하여 진화의 과정을 설명하는데, 이는 창과 방패의 비유와 유사하다. 종의 경쟁에서 한쪽이 앞서려고 변화하면 그에 맞추어 상대도 변화하여 따라맞추는 과정이 계속이어지는 과정이 진화이다.

생물계에서 암컷과 수컷간 선택하고 선택되기 위한 경쟁은 양쪽 모두를 변화시킨다. 성적인 선택(sexual selection) 경쟁에서 같은 성의 경쟁자들보다 조금이라도 우위에 올라서게 하는 형질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반면 불리한 형질은 후손을 남기지 못하기 때문에 후손에게 이어지지 못한다. 생물의 많은 형질은 오랜 세월 동안 성적인 선택이 중첩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같은 종의 상대 성에게 선택되기 위한 경쟁은 물리적인 생존을 위한 경쟁(natural selection)과 일치하지 않는다. 예컨대 숫공작의 아름다운 날개는 암공작에게 선택되기 위한 경쟁이 낳은 산물이지만, 이것은 수컷의 물리적 생존 확율을 낮추는 요소이다.

대부분의 생물은 왜 무성생식이 아니라 암컷과 수컷으로 구분된 유성생식을 하여 후손을 만들까? 유성생식이 가져오는 유전자의 다양성 덕분에 병원균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때문이다. 무성생식은 후손을 빠르게 증식시키는 이점은 있지만 부모와 자손의 유전자가 동일하다는 약점이 있다. 반면 유성생식은 암컷과 수컷이 교배를 해야만 후손을 만들기 때문에, 적절한 섹스 상대를 찾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단점은 있지만 후손에게 유전자의 다양성이 확보된다.무성 생식으로 부모와 그 후손이 모두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면, 만일 이 생물체의 면역력을 뚫는 병원균 유전자가 나타날때 피해를 면할 수없다. 반면 유성생식으로 후손에게 유전자의 다양성이 확보되면, 병원균의 돌연변이로 후손 모두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적다.

 어떤 생물체가 일부일처에서 난교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짝짓기 행태 중 어느 것을 택하는가는, 군집해 사는지 혹은 각자 떨어져 사는지, 후손의 양육에 수컷이 간여하는지 혹은 암컷이 전적으로 혼자 담당하는지에 달려 있다. 모든 생물체는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였다. 군집해 살면 엄격한 일부일처는 어려우며 여러 상대와 섹스를 하여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행태가 자리잡는다. 후손을 양육하는 일을 암컷이 전적으로 담당하면, 암컷은 여러 수컷과 섹스를 하는 것보다 적은 수의 강한 수컷을 골라 섹스를 하는 것이 유리한 반면, 수컷은 가능한한 여러 암컷과 섹스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인간은 일부일처를 기본으로 하며, 보조적으로 결혼 관계 밖의 상대와 바람을 핀다. 인간의 오랜 양육기간 때문에 여성은 자신과 자녀의 부양을 책임질 남자가 필요하며, 남성 역시 상대 여성이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지 않고 오랫 동안 자신과 함께 하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남기는데 유리하다. 남자는 기본적으로 일처 다부의 성향을 지니며, 여자는 일부일처의 성향을 지닌다.

남성은 여성에게서 육체적인 아름다움을 찾고, 여성은 남성에게서 부와 지위를 찾는다. 여성의 육체적 미는 건강한 후손을 만드는데 중요하기 때문이며, 남성의 부와 지위는 오랜 기간 동안 자녀를 양육해야 하기 때문에 여성에게 중요하다. 남성과 여성의 역할의 차이는 남성과 여성의 심리적 특성의 차이를 낳는다. 남성은 공격적이고 공간감각이나 수리력이 높은 반면, 여성은 남을 잘 이해하고 교류하는 사회성과 언어능력이 앞선다. 남성은 낯선 여자와도 섹스를 쉽게 할 수있지만, 여성은 다양한 남성과 섹스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인간이 생물계에서 독보적으로 두뇌가 크고 지력이 발달한 이유는 무엇보다 배우자를 선택하고 선택받는 게임에서 인간관계를 읽는 기술이 고도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생물의 생존의 목적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 퍼뜨리는 것이므로, 인간의 가장 대표적인 형질인 지력은 가장 우수한 배우자를 차지하는 게임에서 승리자가 되려는 노력이 만들어낸 것이다.

동물계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인간의 성질을 유추해내는 작업은 복잡하다. 실험을 통해 입증하기보다는 논리적으로 유추한 가설에 대해 반박에 반박을 거듭하기에 논리를 쫒아가기가 버겁다. 이 작가의 스타일은 많은 사례와 논쟁을 계속하여 소개하고, 서술을 맛깔나게 하기 위해 이중부정과 이중 비교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과학적 사실을 직설적으로 명쾌하게 설명하기보다는 재미있게 서술하려고 이야기를 굴곡지게 하는 약점은 있지만, 흥미로운 주제와 관련된 상반된 논쟁을 모두 검토하는 부지런함은 살만하다. 인간의 성과 관련되 생각할 수있는 모든 주제를 건드린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동물의 행태에 관한 것이지만, 이를 통해 인간의 성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2019. 6. 16. 10:42

Kwame Anthony Appiah. 2018. The Lies Than Bind: Rethinking Identity, creed, country, color, class, culture. Liveright publishing co. 219 pages.

저자는 영국 출신의 철학자로 미국의 뉴욕대 교수로 있다. 이 책은 그가 BBC 라디오 강좌를 위해 쓴 원고를 보완한 것이다. 일반 독자를 상대하므로 전문용어나 이론적 논의를 최소화 하면서 정체성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가나 출신의 아버지와 영국의 전통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하여 영국에서 성장하면서 정체성의 어려움을 겪었다. 사람들의 정체성, 즉 '그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그리 간단히 답할 수없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사람들은 정체성을 본질적 특성의 반영으로 생각하지만 실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성, 종교, 민족, 인종, 계급, 문화 등 이 모든 정체성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다. 이 책의 제목  '사람들을 묶어주는 거짓말' 은 바로 이러한 사람들이 정체성에 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잘 못된 것일뿐 아니라 해악적인 요소를 포함한다는 그의 주장을 반영한다. 

첫번째 장에서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 정체성을 예로 하여 이것이 본질적(essential) 특성의 반영인지 사회에 의해 만들어진(construct) 것인지에 관한 이론적 논의를 소개한다. 사람들은 구분되는 범주에 대해 이름을 붙이며 이 이름은 본질적인 무엇을 지칭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남성은 여성과 본질적으로 구분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적인 성(gender)을 구분해야 한다.  사람들이 남성 여성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의 대부분은 '성 역할'이라 지칭하는 사회적 성에 해당한다. 사회적 성 정체성은 인간의 생물학적 본질을 지칭하기보다 사회가 만들어 낸 것으로 사회에 따라 다양하다. 인종 또한 사회가 만들어 낸 것이다. 백인과 흑인의 구분은 생물학적 측면에서 피부색의 차이를 반영하지만, 그 핵심은 서구의 세계 지배의 산물이다.  흑인을 백인보다 열등한 종으로 인식하고 흑인을 노예로 지배한 역사를 통해 인종은 서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정체성 항목이 되었다.  

종교적 정체성은 인종과 엮여 있다. 역사적으로 기독교도라는 정체성은 백인이라는 정체성과 함께 하며 서구 문명의 핵심이다. 민족 구분은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지 여부가 핵심이지만, 서구에서도 19세기에야 비로서 형성된 구분이다. 그 전에는 한 나라에 다양한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함께 살았으며, 언어의 구분 또한 애매하다. 따라서 민족은 매우 자의적인 구분이다. 가족이나 소규모의 부족 혹은 마을을 넘어선 큰 집단, 즉 서로 대면할 일이 없는 큰 집단을 하나의 민족이라는 단일 정체성 집단으로 만든 것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정치적 과정의 소산이다. 계급은 경제적 자산의 다과에 따라 만들어진 범주인데 과거에는 귀족, 지주, 평민 이라는 신분으로 구분되었으며, 근대로 오면서는 교육 수준, 소득, 직업 으로 구성되는 사회경제적 지위로 대표된다. 사회경제적 지위는 지위 집단간 뚜렷이 구분되는 경계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중시하는 경계 구분은 여전히 존재한다. 예컨대 대학을 졸업했는지, 몸을 쓰지 않는 사무직에 종사하는지, 등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나 사고방식이 구분된다.  아무리 개인의 성취를 중시하는 업적주의 사회가 도래한다고 해도 능력이나 업적 자체가 세대간에 세습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특정 계급 집단의 정체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책은 교과서적 사실을 다양한 예를 들어 알기 쉽게 풀어 쓴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정체성에 대해 일반적인 지식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하게 된다. 대립되는 논쟁을 소개하거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므로 평이하게 읽을 수 있다. 그것이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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