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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에 해당되는 글 14건
2019. 9. 28. 22:57

Matthew O. Jackson. 2019. The Human Network: How your social position determines your power, beliefs, and behaviros. Pantheon Books. 240 pages.

저자는 인간의 관계망이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스탠포드 대학의 경제학자로 자신의 연구 분야와 관련된 학술 성과를 그래프와 함께 개괄적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항시 관계망 속에서 살아가며, 이 관계망은 인간의 모든 활동 영역에 큰 영향을 미침을 다양한 사례와 연구결과로 보여준다.

먼저 관계망을 어떻게 측정하고 유형화할지에서 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 유형은 다양한데, 중심적인 인물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퍼지는 망이 있는가 하면, 고리 모양으로 사람들이 서로 연결된 망이 있다. 큰 집단 내에서도 분절된 망이 여럿 나타나는가 있는가 하면, 집단의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망으로 연결된 경우도 있다. 큰 집단 내에서 하부적인 작은 망이 여럿 존재한다.

관계망의 영향과 관련해 몇가지 주요 사례에 촛점을 맞추어 설명한다. 첫째는 질병이 퍼지는 양상이다. 질병은 망의 연결점을 타고 관계망 전체에 빠르게 퍼진다. 중심 인물이 존재하지 않아도 수평적인 관계망을 통해 사람들 사이에 감염되는 속도는 무척 빠르다. 둘째 사례는 금융 시장의 메카니즘이다. 인도의 소액 대출 은행은 가난한 사람들이 아무런 담보가 없어도 관계망이라는 신뢰 보장 장치가 탄탄한 신용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성공하였다. 반면 2008년의 금융위기나 1930년의 대공황은 사람들과 금융 기관들간의 관계망을 통해 신용 붕괴의 두려움이 확산되면서 전체 금융 시스템을 마비시켰다. 금융 거래가 지나치게 소수의 대형 기관에 집중될 경우 위험의 분산이 이루어지지 않아 한 곳에서의 충격이 금방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된다. 금융 위기를 겪으면 위험이 분산되도록 집중을 규제하는 조치가 내려지나, 시간이 지나며 이러한 규제는 무력화되고 다시 금융이 집중되면서 큰 공황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을 반복해왔다.

세번째는 관계망은 불평등을 고착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관계망 형성의 기반은 homophily 즉 류류상종의 선호이다. 진화의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과 유사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이것이 관계망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기제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교육을 받는 것이 장래에 좋으리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며 어떻게 해야 학교에서 성취하고 대학을 가게 되는지 길을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주위에 없기 때문에 빈곤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반면, 중류층은 부모와 주변 사람들로 부터 이러한 유용한 정보를 꾸준히 얻고 이러한 정보에 따라 행동하여 성공한다. 빈부의 격차가 세대간에 이어지는 것은 부를 직접적으로 물려주는 요인보다는 바로 이렇게 정보의 격차에서 발생하는 요인이 훨씬 크다. 류류 상종은 거주, 일자리, 교육, 소비 등 인간의 모든 활동 영역에서 성, 인종, 연령, 종교, 교육, 소득, 직업 등 중요 차원에 걸쳐 사람들의 교류 관계를 나누어 놓는데, 바로 이것이 불평등을 고착 시키고 확대하는 중요 원인이다.

네번째 사례는 친구나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가 유통되는 과정이다. 사람들간에 관계망의 밀도가 높을 수록, 특히 공통의 친구가 있을 수록 서로 간 신뢰의 정도가 높고 안정된 거래가 이루어진다. 사람들은 류류상종하기 때문에 자신과 유사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며, 이것은 사람들의 의견을 양극화하는 경향을 낳는다. 특히 sns와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성향은 더욱 강화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세계화는 사람들간의 소통을 높이고 나라들간에 경제 의존도를 높임으로서 전쟁의 가능성을 낮추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지적한다. 근래에 보호무역주의가 높아지면서 나라들간에 경제 의존도가 낮아지면 평화를 깨는 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에 우려할 일이다.

이 책은 전문 학자가 자신의 연구 분야를 일반인에게 비교적 쉬운 용어로 설명하는 성격의 책이다. 저자가 일반인이 이해할수 있는 수준으로 전문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일반 교양서이기는 하지만 저자는 240쪽의 본문을 쓰는데 주석과 참고문헌이 90쪽에 달하는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관계망이라는 주제는 흥미있고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흥미있는 예를이 많이 등장한다. 이러한 다양한 사례를 학술 연구 성과를 인용하면서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이책의 장점이지만, 많은 주제를 주마간산식으로 다루었다는 비판의 여지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관계망이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이해를 높이는 흥미있는 책임은 분명하다.

2019. 9. 24. 14:43

Naomi Klein. 2009. No Logo. 10th anniversary edition. Picador. 458 pages.

이책은 1990년대 중후반에 걸쳐 공정무역 fair trade를 구호로 선진국 사회 전반에 퍼졌던 다국적 기업과 세계화를 반대하는 사회운동의 배경과 전개 양상을 잘 서술한다. 책의 내용은 크게 두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전반부에서는 다국적 기업들이 선진국에서 물건을 생산하는 일을 개발도상국의 하청공장에 넘겨버리고, 대신 브랜드와 같이 상징과 이미지를 다루는 일에 집중하는 경향을 서술한다. 어떻게 브랜드를 관리하는 일이 다국적 소비재 기업 활동의 핵심이 되는지 다양한 예를 동원하여 상세히 설명한다. 후반부에서는 다국적 기업의 제품을 생산하는 개발도상국의 하청 공장에서 벌어지는 노동착취 행위에 대해 선진국 소비자들이 가두 데모나 불매운동 등으로 압박하여 그들을 굴복시키는 과정을 서술한다. 

저자는 나이키 스포츠 용구 회사를 대표적인 사례로 하여 상세히 설명한다.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는 운동화를 생산하는 일을 개발도상국의 하청공장에 넘기는 대신, 그의 회사는 나이키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사업에 전적으로 몰입하여 크게 성공하였다. 1990년대 중반 동남아에서 이들의 제품을 만드는 하청 공장에서 아동 노동, 억압적인 고용관행, 착취적인 저임금이 서구 매스컴에 보도되었다. 이는 1980년대 이래 선진국 회사들이 개발도상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실업이 늘어나고 불평등이 확대되는 등 서구에서 탈산업화가 동반한 문제와 짝을 이룬다. 세계화는 개발도상국 사람들에게 전에 없던 많은 일자리를 가져다 주었지만 선진국 사람들의 눈에 그러한 일자리가 착취적 노동으로 비춘 것은 당연하다.

다국적 기업의 제품을 생산하는 개발도상국 공장의 착취적인 노동 상황에 대한 반발이 서구 사회에서 크게 탄력을 받은 것은, 기업의 윤리를 요구하는 소비자 운동의 측면과 함께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어려움에 처한 선진국 노동자들의 노동운동도 함께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공정무역 운동은 표면적으로는 개발도상국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운동이지만, 내면은 개발도상국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뺏긴데 대한 반발이다. 개발도상국의 경제수준으로 보면, 착취적 노동이 일자리가 없는 것보다 낫다. 공정무역을 주장하며 세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1999년 시애틀에서 열린 WTO 국제회의장에서 대규모 데모를 벌이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소비재를 취급하는 다국적 기업은 선진국 전반으로 퍼진 시민단체, 노동단체, 학생들의 불매 운동에 굴복하여 윤리 헌장을 도입하였으며, 개발도상국 공장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저자는 다국적 기업들이 브랜드 구축에 기업의 역량을 집중한 것이 바로 그들의 비윤리적 기업 행위에 대한 비판에 취약해진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한다. 1990년대 이전에도 기업은 비윤리적인 활동을 했으나 일반 시민들은 이를 응징할 수단이 제한되 있었다. 정치권은 대기업의 돈을 받고 그들의 편이었으므로 정부가 나서서 기업의 비윤리적 행위를 규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소비재를 취급하는 대기업이 제조 부문을 떨어버리고 브랜드를 가장 큰 기업의 가치로 만드는 순간, 그들은 소비자들의 비판에 취약해 진 것이다.

저자는 책의 끝부분에서 이러한 일반 시민의 저항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라면 비윤리적인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 다국적 기업의 행태에 얼마나 변화를 가져왔는가 하고 질문한다. 그러한 착취적 일자리가 지속되는 이유는 개발도상국의 빈곤에 있다. 착취적인 일자리를 마다하지 않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 이상 그러한 일자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선진국에서 1990년대에 뜨겁게 전개됬던 공정무역 운동의 열기를 이제 선진국 사회에서 찾아볼수없다. 뒤돌아보면 1980년대 이래 세계화 과정에서 많은 저임금 일자리가 개발도상국으로 넘어온 덕분에 중국을 비롯한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빈곤이 현저히 줄었고, 그것이 그 나라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를 하였다. 한국이 대표적인 예이며, 중국이 뒤를 잇고 있다. 공정무역 운동이 선진국 시민들에게 개발도상국의 비참한 삶의 현장에 관심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기는 했지만, 사실 그들이 반대한 세계화가 바로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비참한 삶을 개선시키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하였다. 물론 그 와중에 다국적 기업과 선진국의 엘리트들이 크게 돈을 벌면서 부의 집중이 더 가속화되기는 했지만.

2000년에 이 책이 출간되고 크게 관심을 모았으며,  출간 10년을 기념하여 길게 쓴 후기를 덧붙였다. 그 후기에서 저자는 이 운동이 얼마나 실제적인 변화를 이끌었는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고백하면서, 다국적 기업의 비윤리적 활동의 배경인 자본주의와 신보수주의 정책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저항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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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8. 24. 15:00

Rodrik, Dani. 2011. Globalization Paradox: Democracy and the Future of the World Economy. New York: W.W.Norton. 284 page.

 

무척 잘 쓴 책이다. 요점을 정리하자면,

제이차대전후 세계는 브레튼우즈 체제라 불리는 유연한 금융시스템에 의해 움직였다. 이와 함께 하는 GATT 무역 체제 역시 유연한 체제였다. 여기서 유연함이란, 큰 틀에서 세계 금융과 무역의 질서를 규정해 주면서, 동시에 각 나라들이 자신의 국내 사정에 맞추어 세계 질서에서 벗어난 규정을 만드는 것을 허용하는 여유를 말한다. 이러한 유연한 체제 덕분에 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이 보호주의적인 정책 노선을 취하면서 세계 무역의 이익에 편승해 발전할 수 있었다. 문제는 GATT를 이은 WTO 체제가 완전한 세계화, 즉 세계 모든 나라들이 일관되게 따라야 하는 질서를 추구 하고 강요하면서 발생한다.

세계화는 이익과 비용을 동시에 수반한다. 국내 시장이 열리면 산업 재편이 발생하고 이러한 변화에서 손해를 보는 측과 이익을 보는 측으로 갈린다. 분배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이러한 비용이 시장통합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는 이익과 균형을 이룰 수 있는가는 각국의 사정에 따라 다르다. 가난한 나라의 경우 무조건적으로 보호 장벽을 여는 것은 손해가 더 크다. 세계 시장에 그대로 편입되면 영원히 가난한 나라의 지위에 고착될 수 있다. 유치산업의 발전을 위한 보호 장벽은 필요하다. 자국의 산업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면서 시장을 열어왔던 것이 선진국의 발전 과정이었고, 한국이나 중국이 밟아온 길이다. 그런데 WTO 체제는 이러한 사실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장벽을 허물 것을 요구하는데, 이는 개발도상국에게 발전의 기회를 앗아가는 것이다.

각 나라는 자신들의 경제 주권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는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해야 하는데, 경제통합의 이익은 국민 전체의 요구와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자나 엘리트나 다국적 기업의 이익은 경제통합 쪽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세계화의 손해가 더 크기에 세계화를 제한할 것을 요구한다. 근래에 브렉시트나 트럼프의 부상은 이러한 요구가 표출된 결과이다. 세계화를 무리하게 강요하면 이러한 반발 속에서 세계 질서가 붕괴되어 1930년대와 같은 상황에 처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각 나라는 경제 주권을 유지하면서 세계 경제의 질서를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 이럴 때 세계화의 이익은 극대화될 수 있고, 세계 통합을 향해 현실적으로 진전할 것이다. 완전한 세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을 도외시하고 이상론에 흐르는 것이다. 사정이 되는 나라들이 자신에게 맞는 정도의 세계화를 허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금융의 세계 통합은 매우 앞서있는데, 이는 한 나라의 금융 위험, 특히 투기자본의 위험을 전세계로 퍼트리는 역할을 하였다. 2008년의 금융위기는 금융 세계화의 해악을 보여준 사건이다. 국제적인 질서를 주관할 권력이 없는 상태에서 지나친 금융 세계화는 위험하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거의 완전한 금융통합은 각 나라의 사정에 맞게 각자의 규제를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무역의 세계시장 통합 역시 더 통합을 진전시킨다고 하여 추가적인 이익이 얻어질 부분이 적다. 각 나라의 사정에 맞게 적절한 시장 개방이 이루어지도록 허용하는 쪽이 좋다. 그는 GATT 체제가 WTO 체제보다 낫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의 세계화는 더 진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국가 간 노동의 이동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이를 조금 더 열어 놓는다면 모든 관계자에게 이익이 크리라고 주장한다. 특히 빈곤 국가에게 빈곤을 탈피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그는 체계적인 외국인 노동자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5년의 기한을 두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순환하는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들이 돌아가서 자신의 나라에 제도 개선의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이고, 선진국에도 노동효율을 높이기 때문에 모든 나라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 특히 선진국 비숙련 노동자에게 피해가 갈 것을 주장하지만, 그는 이러한 피해는 크지 않으며, 어차피 이들은 변해야 할 운명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정책이 정치적으로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한다그의 진단과 주장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현실을 인정하면서 세계화의 이익을 모두가 거두는 방향으로 현실적인 제안을 하고 있다. 문제는 그의 제안이 현재 선진국, 대기업, 엘리트 중심으로 진행되는 일방적인 세계화 흐름에 반대하기에, 얼마나 실제 적용될 수 있는가이다. 그러나 현재의 세계화가 정치적으로 반발을 사고 있는 현실에서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을 따라가면서 마음 한 구석에서 의구심이 든다. 각 나라가 각자의 사정에 맞추어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개방의 정도를 결정하도록 했다면, 현재 세계가 누리고 있는 정도의 세계화에 도달할 수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이다. 현재의 세계화에 대해 반발이나 비판이 많지만 지난 수십년간 이루어진 엄청난 경제적인 발전의 원인 중 하나는 세계화이다. 소득 분배라는 골치아픈 사회 문제를 발생시키기는 하지만, 세계화 덕분에 세계의 빈곤이 줄어들었으며 세계의 부가 엄청난 규모로 확장될 수있었다. 각 나라의 자율에 맡겼다면, 세계 나라들의 개방정도는 매우 미흡했을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각나라의 다양한 요구를 절충하는 방향으로 각 나라들이 개방을 결정한다면, 세계의 기술 발전이나 선진 제도를 도입하는 정도는 매우 미흡할 것이다. 부작용이 많기는 하지만 세계화는 세계를 좀더 나은 곳으로 보다 선진화된 쪽으로 끌고 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세계화를 더디게 하는 세력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주장에 동조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책은 세계화의 현실을 꿰뚫어보면서 어떻게 형평성있는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제공하는 책이다. 그의 논의가 19세기와 비교하면서 역사적인 통찰력을 더하기에 감명 깊게 읽었다. 두 번 읽을 만한 책이다.  

2010. 8. 3. 14:25
   이탈리아는 명품 생산으로 유명한 나라이다. 오랫동안 아버지에서 아들로 전승되는 소규모 가족 기업에서 선조가 하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생산과정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하여 최고의 명품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든 물건은 가족의 명예를 대표하는 것으로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탈리아 장인 생산 체제의 특징은 생산 기술의 향상이나 사업 확장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매출을 늘리려고 혹은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하려고 하지 않는다. 중세의 길드 체제와 유사하게 소수의 명품을 생산하면서 평생 서로 공동체 구성원으로 화목하고 안정된 생활이 계속되기를 원한다. 그런데 세계화로 경쟁이 격화되면서 이들의 안정된 방식이 지탱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하루도 경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의 생활에서 볼 때 이들의 삶의 방식은 일견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체제의 약점은 낮은 생산성 때문에 많은 사람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러한 생산 방식은 높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부유층을 위해 생산하며, 이미 길드 집단 내에 있는 사람에게만 고용을 보장한다. 많은 보통 사람의 물질적인 필요나 고용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폐쇄된 방식이다.
사실 장인 생산 방식의 명품 생산은 대중의 수요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니 이러한 논의가 맥락에 맞지 않는지는 모른다.

  사실 장인 생산 방식이 위기에 놓여 있다는 소식은 별로 급박하게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경제 전체가 마치 소멸해 가는 장인 생산 방식으로 운용된다면 문제이다. 이탈리아 경제 전체가 기득권에 안주하여 혁신과 성장을 추구하지 않고 정체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의 기업은 규제의 혜택을 계속 누리려고 하고, 기존에 고용된 사람은 지위를 결사적으로 사수하려 하고, 기존에 복지 수혜자는 이것을 절대 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결과 새로운 기업과 새로운 근로자는 시장 진입이 차단되고 일자리를 구할 수없다. 이탈리아의 청년 실업율이 40%를 넘어선다는 소식은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듣는 이야기이다.  이런 기업과 이런 경제는 생산성이 후퇴하면서 함몰할 수밖에 없다.    

   명품과 장인 생산도 좋지만 평민의 아들인 나에게는 보다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가져오는 생산 방식이 더 좋다. 기득권을 옹호하는 공동체적 고용보다는 집단 밖에 위치한 사람에게도 공정한 경쟁을 통해 기회가 제공되는 개방된 체제를 선호한다. 이미 잘 살고 있는 사람은 현재의 상태를 보호하고 계속 유지되기를 바라겠지만, 아직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은 혁신과 성장을 통해 풍요와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기를 꿈꾼다.

   장인 생산 방식은 전통의 향기를 풍기지만 전통적인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경쟁에 노출되는 생활이 피곤하기는 하지만, 경쟁이 없이 끼리끼리 해먹으면서 외부인에게는 아예 기회를 차단하는 것보다는 낫다. 누구나 안정을 희구하지만 향상이 없는 정체는 환영하지 않는다. 한해가 다르게 급박하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살면서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신기루를 쫒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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