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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9. 29. 14:30

Kevin Kelly. 2010. What Technology Wants: Technology is a living force that can expand our individual potential - if we listen to what it wants. Penguin books. 359 pages.

저자는 Wired 잡지의 창간인이며 작가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기술은 자체의 발전 동력과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많은 예를 들면서 역설한다. 특정 기술은 기술 생태계의 일원이며, 기술 생태계는 생명체와 유사하게 진화의 과정을 밟으며 발전한다.

기술 생태계의 관점에서 볼 때, 특정 기술이 출현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는 지금까지 거의 모든 기술은 독립적으로 수행한 두 명 이상의 발명가가 유사한 시점에 특정 기술을 발명하였다는 사실에서 입증된다. 예컨대 진화론은 다윈이외에 왈라스라는 사람에 의해 동시에 발표되었으며, 에디슨의 전구는 수십명의 발명가가 거의 동시에 유사한 발명을 하였다. 특정 기술은 이전의 여러 연관된 기술을 조합하여 새로 만들어지는데, 이를 거꾸로 보면, 여러 연관 기술이 존재하면 이를 조합한 다음 단계의 기술이 만들어지는 것은 필연이라는 말이다.

어떤 기술이건 항시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에서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진다. 기술은 긍정적 이점이 부정적인 해악보다 조금이라도 더 크기 때문에 출현한 것이다. 기술이 없는, 혹은 새로운 기술을 부정하는 반문명주의자들도 있지만, 크게보면 기술은 인간에게 더 많은 선택과 풍요를 가져 왔다.  인간은 기술의 발달을 거역할 수없다. 기술은 자체의 발전 동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상 새로운 기술을 사회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는 성공한 적이 없다. 따라서 인류는 기술 발달을 거부하기보다는, 인간에게 보다 이로운 방향으로 발달의 방향을 잘 유도하여야 한다.

기술의 발전 방향은, 더욱 복잡해지고, 더욱 다양해지고, 더욱 전문적이되고, 더욱 넓게 보급되고, 인간의 자유와 상호 의존도를 높이고, 더욱 아름답게 되는 방향이다. 특정 기술이 동반하는 문제는 새로운 기술로 풀어야 한다. 그런데 특정 기술이 어떤 문제를 가져올지는 그 기술이 적용되어 보아야만 알 수있다. 왜냐하면 특정기술이 어떻게 쓰일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미리 예측할 수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이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하여 이를 금하는 태도는, 혁신과 변화를 거부하는 태도이다. 기술의 발전 과정은 무한히 계속되면서 인간의 삶의 수준을 높일 것이다.

저자는 과거에 반문명적인 젊은 시절을 보냈다고 하는데, 그러한 우회 과정을 거쳐 결국 기술 낙관론, 기술 결정론으로 회귀하였다. 개인적인 일화와 독서를 망라하면서, 별반 새로운 아이디어 없이 장황하게 서술하여, 읽어내리기 참 힘들었다. 결국 마지막 한두장에 이르러서는 저자의 장광설에 인내력이 고갈하였다.

 

2021. 9. 26. 22:04

Barbara Natterson-Horowitz and Kathryn Bowers. 2013. Zoobiquity: The Astonishing connection between human and animal health. Vintage books. 314 pages.

저자들은 심장병 전문의와 작가이며, 이 책은 인간과 동물이 질병에서 서로 밀접히 연결되어 있음을 밝히고, 그 이유를 진화론으로 설명한다. 인간과 동물은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신체적 및 정신적 측면에서 동일한 병리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인간과 다양한 동물 종들의 질병을 비교하면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있다. 

인간이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졸도하는 현상은, 동물이 위험에 처했을 때 신진대사가 극도로 낮아지면서 얼어버리는 현상과 유사하다. 이는 포식자에 대한 방어의 기제로 진화하였다. 

암은 동물 세계에서 일반적이다. 세포가 복제하면서 유전자에 결함이 발생하면서 암 세포가 만들어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적인 현상이다.  다만, 몸집이 큰, 즉 세포의 수가 많은 동물이 몸집이 작은 동물보다 암의 발생 빈도가 반드시 높지는 않으며, 일부 동물에서 암이 매우 드물게 관찰되는 것으로 보아, 단순히 유전자 복제의 오류만으로 암의 발생 기전을 설명할 수는 없다. 복제의 오류를 바로잡아주는 기제가 상대적으로 잘 발달된 동물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그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인간만이 아니라 양성번식하는 모든 동물은 성행위를 하며 오르가즘을 느낀다. 오르가즘은 동물이 성행위를 하도록 자극하는 촉매제이다.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성생활에 문제를 가진 사례가 흔하다. 동물의 삶에서 생식은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데, 인간은 성을 감추지만 인간 역시 동물의 일부이므로 인간의 삶에서 성은 핵심적이다. 

인간이 정신적 충격으로 심장이 멎어 죽듯이, 동물 또한 엄청난 스트레스, 특히 포식자 앞에 공포의 상황에서 심장이 멎어 사망한다. 자연 세계의 동물은 계절의 변화나 먹이의 증감에 따라 살이 찌고 빠진다. 그러나 우리에 갖힌 동물은 스트레스로 인하여 과도하게 먹어 살이 찌거나 반대로 먹이를 먹지 않아 병적으로 마른다. 섭식장애를 보이는 인간 환자의 경우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동물 또한 인간과 마찬가지로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됬을 때 자해 행위를 한다. 

동물이나 인간 모두 청소년기는 부모의 보호로부터 독립된 성인의 단계로 이전하는 과도기이다. 이 시기에 동물이나 인간은 모험적 행동을 하고,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고,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이 시기에 이러한 행동은 직접 경험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는 중요한 성장 과정이다. 청소년기는 모험적, 충동적 행동 때문에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존에 필수적인 지혜를 획득하지 않으면 독립적 성인으로 살아가기 어렵다.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많은 병원균은 동물로부터 온 것이다. 많은 병원균은 다양한 동물 종을 옮겨 다니면서 변이를 거듭하다가 인간에게 온다. 동물 세계에 퍼지는 질병을 면밀히 모니터하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인간의 건강을 위해  필수적이다. 

인간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근래까지 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와 거의 소통하지 않았다. 의사들은 수의사를 깔보았기 때문이다. 인간과 동물의 질병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의사와 수의사의 협업은  의학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근래에 진화의학 evolutionary medicine 이 의료계의 인정을 받으면서, 동물과 인간의 공통 기전을 연구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이책은 의사와 작가의 협업으로 만들어서인지, 읽기 쉽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선진국 사람들에게 주요한 질병 - 심장병, 비만, 성적인 문제, 마약, 병적 집착, 자해 행위, 성병- 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인간과 동물이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무수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사례들이 지나치게 많이 망라되어 있어 조금 산만한 느낌이 든다. 인간의 건강과 질병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2021. 9. 22. 17:47

Charles Tilly and Sidney Tarrow. 2015. Contentious Politics. Oxford University Press. 233 pages.

저자는 사회학자와 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제도 정치권 밖에서 전개되는 정치적 행위인, 데모, 집회, 사회운동, 내전, 혁명, 등 포괄적 범주의 정치적 투쟁을 분석하는 틀을 제시한다.

구조적 요인이 자연적으로 발화하여 정치적 투쟁으로 전개되지는 않는다. 왜 어떤 경우에 정치적 투쟁으로 발전하는가? 정치적 투쟁 중 어떤 것이 성공하여 제도 정치권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가? 왜 특정한 투쟁 행위를 채택하는가? 왜 어떤 투쟁은 평화롭게 전개되고, 어떤 투쟁은 폭력적이 되는가?

제도 정치권 밖에서 전개되는 정치적 투쟁 행위는 기존의 정치 제도와 상호 작용하며 전개된다. 기존의 제도권 정치가 어떤 정치적 기회를 허용하는가에 따라, 제도 정치권 밖의 정치적 투쟁 방식도 달라진다. 국가가 강력한 통치력을 행사하며 민주주의 제도가 자리잡은 나라에서, 정치적 투쟁은 평화적으로 전개되며 제도 정치권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민권운동이나, 19세기 초 영국에서 전개된 노예폐지 운동을 들 수 있다. 반면 국가의 통치력이 약하며 권위주의 정치가 전개되는 나라에서 정치적 투쟁은 폭력적인 방법을 취한다. 아프리카나 전세계 개발도상국에서 벌어지는 소수민족의 폭동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제도 정치권 밖에서 전개되는 정치적 투쟁은 시간이 흐르면서 처음의 열기가 식고 잊혀진다. 정치적 투쟁은 처음의 발화 지점과 사람과 이슈를 넘어서서 다른 지역, 다른 범주의 사람들, 연관된 다른 이슈로 확대될 때에 성공한다. 구체적으로 벌이는 투쟁 행위는 과거에 다른 곳에서 벌어졌던 방식을 모방하는 경우가 많지만, 투쟁이 전개되면서 상황에 맞추어 새로이 창안해내어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미국의 민권운동에서 흑인 대학생들이 백인 전용 식당 좌석을 점거한 행위나, 홍콩의 민주화 운동에서 노란 우산을 상징으로 사용함으로서 투쟁의 파장을 확대시켰다.

20세기 초반까지 선진국에서 정치적 투쟁은 계급간 갈등, 구체적으로는 노동계급이 국가와 자본가 계급에 저항하는 행위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2차 대전 이후 정치적 투쟁의 주 이슈는 민족간 갈등으로 옮아갔으며, 근래에는 인종, 민족, 여성 등 소수자들이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투쟁이 주를 이룬다. 근래에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면서 Occupy Wall Street 운동과 같이 계급적 이슈를 중심으로 한 투쟁이 선진 산업국에서 새로이 일어나고 있으나, 별반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근래에는 정치적 투쟁이 국제적 연대와 모방을 통해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중동의 이슬람 지하드 운동이나, 세계화에 반대하는 운동, 환경운동과 기후변화에 대응을 촉구하는 운동 등은 특정 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국경을 넘나들며 전개된다. 이는 세계화로 사람, 정보, 물자의 국가간 이동이 활성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 책은 교과서로 집필되어 그런지 이야기의 흐름이 없이 단절적으로 서술하여 읽기 힘들다. 저자가 서두에서 제시한, 왜 어떤 경우에 정치적 투쟁 행위가 벌어지는지 하는 의문에 대해 책을 다 읽고도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전세계에서 벌어진 수많은 정치적 투쟁 사례가 소개되고 있으나, 각 사례에 대해 한 두 쪽의 간단한 줄거리만 피상적으로 제시하여 별로 흥미를 유발하지 않는다.

2021. 9. 20. 10:33

Frans de Waal. 2007(1982). Chimpanzee politics: Power and Sex among Apes. John Hopkins University Press. 215 pages.

저자는 동물행동학자(ethologist)이며, 이 책은 네덜란드의 침팬지 동물원에서 3년간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를 서술한 것이다. 저자는 침팬지 집단의 구성원들 사이에 전개되는 사회 활동을 권력 갈등이라는 주제에 촛점을 맞추어 서술한다. 침팬지들 사이에 벌어지는 행위를 연구자는 전지적 관점에서 관찰하고 서술한다. 침팬지들 사이의 권력 추구 행위는 인간의 가식이 벗겨진 상태에서 전개됨으로 훨씬 적나라하게 벌어진다.

이야기는 침팬지 집단의 최고 연장자 수컷인 예로인(Yeroen)이 위계서열의 정상을 차지한 상태에서부터 시작하여, 부상하는 도전자인 류이트(Luit)에게 권좌를 빼앗긴다.  그러나 류이트의 권력은 몇 달 지나지 않아 혈기 왕성한 젊은 도전자인 니키(Nikki)에게 권좌를 내주게 된다. 니키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에 예로인의 협력이 필수적이었으므로, 그의 권력은 불안정하다. 예로인은 니키와 류이트 간의 갈등을 교묘히 이용하여, 자신이 니키보다 명예와 섹스를 더 많이 차지하는 노회한 정치를 구사한다. 침팬지들은 평소에 서로 마주칠 때마다 지위 위계에 따라 굴종과 과시를 교환하는 의례를 수행하는데, 권력 관계에 변화의 조짐은 이러한 굴종의 의례의 변화에서부터 서서히 나타난다. 예로인의 권력이 류이트에게 넘어가서, 굴종 인사를 하는 측이 류이트로부터 예로인으로 완전히 바뀌는데 거의 반년이 소요되었다. 

침팬지 집단은 성인 수컷 4명, 성인 암컷 10여명, 청소년과 아이들 여러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집단 구성원들 사이의 지위는 연령, 권력의 연합 관계(coalition), 물리적인 힘, 지혜와 성격, 등에 의해 결정된다. 힘이 가장 센 침팬지가 반드시 위계 서열에 가장 위에 서는 것은 아니다. 수컷은 권력과 지위를 추구하는 성향을 보이는 반면, 암컷은 집단의 화목을 추구하고 자신과 자신의 아이의 이익을 우선하는 행동을 한다. 예컨대 권좌를 차지한 수컷은 자신의 개인적 선호나 사소한 이익을 넘어 권력 유지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행동하는 반면, 암컷은 개인적 선호와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 암컷들 사이에도 지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수컷들 만큼 지위 추구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며, 지위 갈등의 빈도가 훨씬 덜하다.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것은 개인의 물리적 힘과 함께 집단의 다른 구성원의 지지에 의존한다. 암컷들은 특정 수컷이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데 중요한 지지 세력이다. 권력의 찬탈을 도모하는 수컷은, 암컷들을 더 많이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데 공을 많이 들인다. 권좌에 있는 수컷은 항시 다수의 암컷의 지지를 유지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예로인은 니키의 권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존재인데, 젊고 거칠어서 암컷의 지지를 획득하지 못한 니키보다 암컷들로 부터 더 많은 지지를 획득한다. 

약자들 사이에 연합을 통해 강자의 권력을 견제하는 행위는 항시 관찰된다. 예로인이 권좌에 있을 때, 류이트와 니키가 연합했으며, 류이트가 권좌를 차지했을 때 예로인이 니키와 연합했으며, 니키가 권좌에 있을 때 예로인은 공식적으로는 니키와 연합하고 때때로는 류이트와 연합하는 방식으로 양 쪽을 번갈아 이용함으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최대로 했다. 또한 니키와 류이트는 예로인에게 이용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섹스를 할 때만은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고 중립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함으로서, 예로인을 견제하였다.   

섹스의 권리는 권력 위계와 동전의 양면이다. 수컷 사이에 권력 위계에 따라 섹스의 빈도가 비례적으로 분포한다. 니키보다 예로인이 섹스를 많이 한다는 것은, 공식적 지위와는 별개로 실질적 영향력에서 예로인이 니키를 앞섬을 의미한다. 아이러니는, 예로인이 세명의 수컷 중 섹스빈도가 가장 높지만 그는 성불구이므로 자녀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예로인을 포함한 침팬지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므로 본능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수컷에게 섹스를 허용할 것인가 여부는 암컷이 결정한다. 암컷은 수컷보다 체구가 작고 약하지만 수컷이 암컷을 섹스하도록 강제하지는 않는다. 암컷의 의지를 거슬러 수컷이 강제로 섹스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매우 드물다. 수컷은 그들 사이에 권력 갈등 때문에 암컷의 감정에 거슬리는 행위를 꺼려한다. 수컷이 암컷과 아이들을 심하게 공격하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수컷은 그들 사이에서와 달리 암컷을 심하게 공격하지 않으며, 공격하더라도 송곳니가 아닌 앞니만을 사용하므로 상처가 깊지 않다.

침팬지들 사이에는 행위 규범이 존재한다. 수컷은 암컷이나 아이를 괴롭히지 않는다. 수컷들 사이의 싸움에서도 다리나 팔을 공격하는 정도이지, 머리나 어깨와 같이 치명적 해를 입히는 공격은 하지 않는다. 침팬지들은 행위의 결과를 예상하여 전략을 짜고, 자신의 의도를 감추는 기만 행위를 구사하는데 능하다. 평소에 도움을 주고받는 계산적 행위를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한 뒤, 필요할 때에 도움을 요청한다. 침팬지들은 수컷은 물론 암컷도 개개인의 성격에 차이가 크다. 섹스를 거부하고 동료 암컷보다 수컷과 주로 어울리는 수컷같은 암컷이 있는가 하면, 영향력이 크고 지혜를 발휘하는 노련한 암컷이 있다. 일생동안 한결같은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유대가 있는가 하면, 상황에 따라 수시로 편을 바꾸는 약한 유대도 있으며, 외톨이 암컷도 있다. 수컷들 사이의 관계는 항시 긴장이 바닥에 깔려 있다. 언제건 수컷들 사이에 연합이 바뀌면서 권력의 위계가 바뀔 위험이 있다. 저자는 후기에서, 이 책이 포괄하는 관찰 기간 이후에 침팬지 집단에 새로운 권력 교체가 발생했다고 간단히 언급한다. 그 동안 거의 무시당했던 젊은 수컷인 댄디가 예로인의 도움으로 니키로부터 권좌를 찬탈한 것이다. 그 결과의 충격으로 니키는 물에 뛰어 들었고 심장마비로 죽었다. 예로인으로부터 권좌를 찬탈했던 류이트는 니키와 예로인의 공격으로 잔인하게 살해당했었다. 예로인은 노회한 정치가 답게, 시일이 흐른뒤 늙어서 자연사했다.

저자는 침팬지의 사회활동을 서술하면서, 인간들 사이의 행위와 대비하여 흥미롭게 설명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이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일부를 인용하기도 한다. 침팬지들의 사회를 들여다보면서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얻게 된다. 저자의 촛점이 뚜렷한 서술 능력이 설득력을 높인다. 저자는 이 책으로 일약 스타가 되었으며, 심지어 미국의 국회의원들 사이에 필독서로 추천되었다. 책이 처음 나온지 40년이나 되었는데, 수십 판을 거듭하면서 유명세를 지속하고 있다. 다시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2021. 9. 18. 11:36

모과나무 목록

2021.1.1 ~2021.9.18.

1.

Sara Harper. 2016. How Population change will transform our world. Oxford University Press. 177 pages.

2.

David P. Barash. 2018. Through a Glass Brightly: Using Science to see our species as we really are. Oxford University Press.

3.

Alan Macfarlane. 2014. Invention of the Modern World. The Fortnightly Review. 322 pages.

4.

Calestous Juma. 2016. Innovation and its enemies: Why people resist new technologies. Oxford University Press. 316 pages.

5.

Dean Karlan and Jacob Appel. 2011. More than good intentions: Improving the ways the world's poor borrow, save, farm, learn, and stay healthy. Plume Books. 276 pages.

6.

Fredrik Erixon and Bjorn Weigel. 2016. The Innovation Illusion: how so little is created by so many working so hard. Yale University Press. 238 pages.

7.

Steven Levitsky and Daniel Ziblatt. 2018. How Democracies die. Crown. 231 pages.

8.

Samuel Huntington. 2006(1968). Political order in changing societies. Yale University Press. 461 pages.

9.

Roburt Kuttner. 2018. Can Democracy survive global capitalism. W.W.Norton. 309 pages.

10.

Richard Baldwin. 2016. The Great Convergence: Information Technology and the New Globalization. Belknap. 301 pages.

11.

Michael J. Sandel. 2020. The Tyranny of Merit: What's become of the common good? Farrar, Straus and Giroux. 227 pages.

12.

Johan Norberg. 2020. Open: The Story of Human Progress. Atlantic Books. 382 pages.

13.

Joel Mokyr. 1990. The Lever of Riches: Technological creativity and economic progress. Oxford. 304 pages.

14.

Benjamin Friedman. 2005. The Moral Consequences of economic growth. Vintage books. 436 pages.

15.

Charles Goodhart and Manoj Pradhan. 2020. The Great Demographic Reversal: Ageing societies, waning inequality, and inflation revival. Palgrave Macmillan. 218 pages. economy. Princeton University Press. 297 pages.

16.

Joel Mokyr. 2002. The Gifts of Athena: Historical orgins of the knowledge economy. Princeton University Press. 297 pages.

17.

Robert Bates. 2010. Prosperty and Violence: the political economy of development. Norton. 98 pages.

18.

Kevin Simler and Robin Hanson. 2018. The Elephant in the Brain: Hidden Motives in Everyday Life. Oxford University Press. 313 pages.

19.

Martin Seligman. 1990. Learned Optimism: How to change your mind and your life. Vintage. 292 pages.

20.

Mauro Guillen. 2020. 2030, How today's biggest trends will collide and reshape the future of everything. St.Martin's Press. 242 page.

21.

Ronald Inglehart. 2018. Cultural Evolution: People's motivations are changing, and reshaping the world. Cambridge. 216 pages. 

22.

Cesar Hidalgo. 2016. Why Information grows: The Evolution of order, from atoms to economies. Basic Books. 181 pages.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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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Martin Daly and Margo Wilson. 1988. Homicide. Aldine de Gruyter. 297 pages

25.

Robert Trivers. 2011. The Folly of Fools: The Logic of deceit and self-deception in human life. Basic Books. 340 pages.

26.

Stuart Firestein. 2012. Ignorance: How it drives science. Oxford University Press. 176 pages.

27.

Richard Haass. 2020. The World: A Brief instroduction. Penguin Press. 313 pages.

28.

Douglas Kenrick. 2011. Sex, Murder, and the meaning of life: A Psychologist investigates how evolution, cognition, and complexity are revolutionizing our view of human nature. Basic Books. 205 pages.

29.

Bobby Duffy. 2018. Why we're wrong about nearly everything: A theory of human misunderstanding. Basic Books. 241 pages.

30.

Geoffrey West. 2017. Scale: The Universal laws of life, growth, and death in organismx, cities, and companies. Penguin Books. 448 pages.

31.

Martin Daly and Margo Wilson. 1983. Sex. Evolution, and Behavior. Willard Grant Press. 344 pages.

32.

David Buss. 2019. Evolutionary Psychology: The New Science of the Mind. Routledge. 402 pages.

33.

William Baumol, Robert Litan, and Carl Schramm. 2007. Good Capitalism, bad capitalism, and the economics of growth and prosperity. Yale University Press.

34.

Annalee Saxenian. 1994. Regional advantage: Culture and competition in Silicon Valley and Route 128. Harvard University Press. 168 pages.

35.

Mark Zachary Taylor. 2016. The Politics of Innovation: Why some countries are better than others at science and technology. Oxford. 297 pages.

36.

Ian Morris. 2013. War! What is it good for?: Conflict and the progress of civilization from primates to robots. Farrar, Straus and Giroux. 393 pages.

37.

James Bessen. 2015. Learning by Doing: the Real connection between innovation, wages, and wealth. Yale University Press. 227 pages.

38.

Sherwin Nuland. 2007. The Art of aging: a Doctor's prescription for well-being. Random House. 290 pages.

39.

Jeffrey Winters. 2011. Oligarchy. Cambridge University Press. 285 pages.

40.

Alvin Roth. 2015. Who gets What - and Why: the new economics of matchmaking and market design. Mariner Books. 231 pages.

41.

William Easterly. 2001. The Elusive Quest for Growth: Economists' adventures and misadventures in the tropics. MIT Press. 291 pages.

42.

Robert Paxton. 2004. The Anatomy of fascism. Vintage books. 220 pages.

43.

Joseph Stiglitz. 2019. People, power, and profits: progressive capitalism for an age of discontent. 247 pages.

44.

Mancur Olson. 1982. The Rise and decline of nations: Economic growth, stagflation, and social rigidities. Yale University Press. 237 pages.

45.

Charles Tilly. 1990. Coercion, Capital, and European States. Blackwell. 227 pages.

46.

Amar Bhide. 2000. The Origin and Evolution of New Business. Oxford University Press. 370 pages.

47.

Sonja Lyubomirsky. 2007. The How of Happiness: a new approach to getting the life you want. Penguin press. 304 pages.

48.

Geoffrey Parker, Marshall Van Alstyne, and Sangeet Choudary. 2016. Platform Revolution: How networked markets are transforming the economy and how to make them work for you. W.W.Norton. 289 pages.

49.

David Evans and Richard Schmalensee. 2016. Matchmakers: the New economics of multisided platforms.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206 pages.

50.

Valcrav Smil. 2021. Grand Transitions: How the modern world was made. Oxford University Press. 296 pages.

2021. 9. 18. 10:55

Valcrav Smil. 2021. Grand Transitions: How the modern world was made. Oxford University Press. 296 pages.

저자는 생태학자이며, 이책은 세계가 물질문명의 측면에서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포괄적으로 서술한다. 인구, 식량, 에너지, 경제, 환경의 다섯 분야에서 변화를 서술한다. 

서구사회는 인구 감소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인도와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에서 인구가 주로 증가할 것이다. 인구가 증가하는 가난한 나라로부터, 인구가 감소하는 부자 나라로의 인구 이동은 앞으로 필연적이다. 부자 나라는 노령화로 인해 일할 사람이 줄어들고, 무엇보다 노령 인구를 돌볼 사람이 필요한데, 자체로는 조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식량 생산은 1960년대의 그린 혁명을 거치며 비약적으로 늘어, 이제 식량의 절대량에서 지구의 인구를 먹여살리는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러나 선진 산업국에서 육식 소비가 많고 폐기되는 식량이  절반에 달하는 현재의 상황이 지구 전체로 확대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의 생활 수준과 생활 방식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말이다. 식량의 고기 전환 효율이 낮은 소고기의 소비를 줄이는 대신, 전환 효율이 높은 닭고기의 소비와 콩 단백질을 이용한 인조고기의 활용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인류의 주요 에너지 원은 유기체의 근육의 힘에서 벗어나, 나무, 석탄, 석유, 가스, 전기로 이전해 왔다. 한때 원자력이 미래 에너지의 주종이 되리라는 예견은 어긋났다. 현재 태양광이나 풍력 등 대체 에너지에 대한 열풍이 불고 있지만, 석탄과 석유에 대한 의존은 앞으로도 오랫 동안 지속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주 에너지의 전환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체 에너지원이 주가 되는 상황은 가까운 미래에는 오지 않을 것이다. 특정 에너지를 이념적으로 옹호하거나 배척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핵에너지, 태양광과 풍력, 뿐만 아니라 석탄, 석유, 가스, 전기에서 기술 혁신을 꾸준히 추진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선진국의 경제 성장율은 점차 둔화되고 있지만, 성장율이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것은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이 지속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중국을 비롯하여, 뒤이어 인도의 경제성장은 꾸준히 지속되면서 선진국과 격차를 좁힐 것이다. 아프리카의 경제 성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현재로는 불투명하다.

인류의 발전은 환경 악화와 함께 했다. 인간 때문에 많은 종이 사라졌으며, 기후 변화는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지속가능 성장을 언급하고 있으나, 개발도상국에게는 성장이 최우선과제이며 환경에 대한 고려는 뒷전이다. 환경 파괴로 인류가 멸망하리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저자는 인류의 적응력을 신뢰한다. 환경 문제가 악화하면, 인류는 그에 맞추어 삶을 변화시킬 것이다. 기술 개발은 물론, 규제와 탄소세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여 파국을 막으려 할 것이다. 어느 선을 넘어서면 되돌릴 수 없기에 인류가 멸망하리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류의 발전과 경제 성장은 자연과 생태의 한계 내에서 이루어졌다. 지금까지의 성장이 기울기가 가팔라지는 궤적을 앞으로도 계속하여, 궁극적으로 인류와 자연이 합일하는 "단일체(Singularity)"의 상태에 도달하리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류는 물질적 존재이며 물질적 제약 속에서 생존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변화도 물질적 제약 속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물질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극단적인 낭비를 피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 책은 엄청난 양의 통계 수치를 인용하며 서술하여 읽어 나가기 힘들다. 통계 책자를 읽는 느낌이다. 이렇게 책을 쓰기도 힘들텐데. 저자의 인내에 감탄하는 한편으로, 계속되는 숫자와 밋밋한 서술은 독자의 호기심을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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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9. 14. 22:43

David Evans and Richard Schmalensee. 2016. Matchmakers: the New economics of multisided platforms.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206 pages.

저자는 경영학자들이며, 이 책은 플랫폼의 운영과 관련된 기초적인 사항을 구체적인 예와 함께 설명한다. 플랫폼은 참여자의 가치 창출과 소비를 통해 활성화된다. 플랫폼의 핵심은 참여자들 사이에 거래 비용(transaction cost), 혹은 거래에서 발생하는 마찰 (friction)을 줄이는 데 있다.

플랫폼은 오랜 옛날부터 존재했다. 상인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장터가 그것이다. 미국 전역에 있는 쇼핑몰이 근래에 대표적인 오프라인 플랫폼이다. 근래에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이러한 연결 기능이 온라인으로 들어와 연결의 효율성을 크게 높이면서, 플랫폼의 파괴적 혁명이 다양한 분야에서 펼쳐지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거래 비용이 높은 분야에서 플랫폼의 확장이 두드러지는 반면, 오프라인에서 거래비용이 높지 않은 분야에서는 플랫폼 사업이 성공하기 어렵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B2B 서비스로 국경의 장벽을 넘어 제조업체와 도매상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 시작하여 크게 성공하였다. 반면 미국에서 제조업체와 도매상을 연결해주는 B2B 서비스 플랫폼은 성공하지 못하였다. 중국에서는 성공하였지만 미국에서는 실패한 이유는, 중국은 유통의 인프라가 부족하므로 온라인 플랫폼이 거래비용을 크게 절감해준 반면, 미국에서는 제조업체와 도매상간 오프라인 거래비용이 크지 않았으므로, 온라인 플랫폼이 절감할 수 있는 가치의 규모가 작았다. 케냐에서는 폰뱅킹이 크게 발달했으나, 미국에서는 스마트폰을 통한 결제시스템인 애플 페이가 잘 뜨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이다. 기존의 신용카드 시스템이 결제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므로, 스마트 폰 결제가 가져올 효율성의 증가분이 크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나 상인들이나 새로운 것을 수용하려 하지 않았다.

플랫폼은 다면적(multisided platform)인 성격을 가진다. 플랫폼의 다면적인 성격은, 전통적 비즈니스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한 방향으로의 거래 측면만 가진 것과 대비된다. 플랫폼 참여자들 중, 가치를 생산하는 측과 가치를 소비하는 측은 이해가 서로 다르다. 플랫폼이 어느 측에 더 요긴한가에 따라, 둘 간에 가격을 다르게 부과해야 한다. 신용카드는 소비자에게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부과하는 반면, 상인에게는 많은 부담을 물린다. 심지어, 한 측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면, 다른 측에는 그것의 비용을 벌충하도록 수수료를 높게 책정한다. 레스토랑 예약 플랫폼인 Opentable 은 소비자에게는 사용에 따른 보너스를 제공하는 반면, 음식점에는 예약건당 수수료를 부과한다.

플랫폼 사업에 진출하려면 두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는 플랫폼이 어떤 거래비용을 얼마나 감축해주는지 확인해야 한다. 앞으로도 성공하는 플랫폼은 많이 출현할텐데, 플랫폼 성공의 핵심은 거래비용이 높은 기존의 상황을 플랫폼을 통해 어떻게 얼마나 낮출 것인가 달려 있다. 둘째는 가치를 창출하는 참여자와 이를 소비하는 참여자를 어떻게 빠른 시일내에 플랫폼으로 끌어들일지 전략을 짜야 한다. 이 둘은 닭과 달걀의 문제와 같아서, 둘을 유효한 규모로 동시에 참여시키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출범한지 일이년 이내에 유효한 규모로 참여자를 유인하고 그들 사이에 핵심적인 거래를 발생시키지 못한다면 플랫폼은 실패한다.

이책은 플랫폼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산만하고 피상적으로 설명한다. 바로 앞에 읽은 Platform Revolution이 체계적이고 정보의 밀도가 높게 설명하는 것과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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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9. 12. 18:14

Geoffrey Parker, Marshall Van Alstyne, and Sangeet Choudary. 2016. Platform Revolution: How networked markets are transforming the economy and how to make them work for you. W.W.Norton. 289 pages.

저자는 산업공학자들이며, 이 책은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전반적으로 검토한다. 플랫폼은 사람들이 만나는 인터넷 상의 가상 공간을 일컷는데, 이 공간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결되고 가치가 창출된다. 플랫폼 사업은 참여자를 효율적으로 연결해 줌으로서, 자체의 물질적 투자 없이 가치를 만들어 내며, 이렇게 만들어진 가치에서 파생되는 이익을 취한다.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해 주는 Uber, 집주인과 여행객을 연결해 주는 Airbnb, 상인과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신용카드, 앱 개발자와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Apple or Microsoft, 전문 기술자와 그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회사를 연결해주는 Upwork or Mechanical Turk, 상품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Amazon, 자본주와 창업자를 연결해주는 Kickstart, 여행객과 항공사 및 호텔을 연결해주는 Kayak or Travelog, 부동산 매각자와 매입자를 연결해주는 Zillow, 광고주와 독자 및 시청자를 연결해주는 미디어, 등 분야마다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여 기존의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정보 집약적일수록, 진입을 제한하는 장치가 시장 규모의 성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수록, 정보의 불균형이 있을수록, 시장이 잘게 분절되어 있을수록, 플랫폼 비즈니스가 출현하여 기존의 산업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고정 자산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산업에는 플랫폼이 진출하기 어렵다. 미래에 플랫폼이 크게 확대될 영역으로, 교육, 의료, 에너지, 금융, 물류와 운송, 일반 노동 및 전문가 알선 서비스를 든다. 특히 교육, 의료, 금융의 분야는 현재는 규제 장벽이 높아 플랫폼의 진출이 크게 돋보이지 않지만, 조만간 플랫폼의 역할이 비약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플랫폼은 자체적으로 대규모 자산을 투자하지 않으면서,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가치를 생산하고 이것을 소비하기 때문에, 일단 선순환의 동력이 걸리면 짧은 시일에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를 가진다. 즉 플랫폼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플랫폼의 가치는 높아진다.  플랫폼 운용자는 플랫폼에 참여하기 쉽고, 참여자들 사이에 가치의 생산과 소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설계해야 한다. 플랫폼에 가치있는 것이 없으면 소비자가 참여하지 않고, 소비자가 참여하지 않으면 가치를 생산할 생산자가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플랫폼 구축의 초기에는 어떻게 유의미한 규모의 생산자가 소비자가 계속 참여하도록 유도하는가가 관건이다. 가치있는 것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어 참여자를 끌어들이는 마중물 효과(priming effect)를 거두어야 한다.

 플랫폼이 사회에 미치는, 특히 기존의 산업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의 정부 규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의 산업 종사자에 편향되어 플랫폼의 진출을 제한한다면, 혁신을 질식시키고 생산성 향상의 기회를 차단한다. 따라서 정부 규제는 기존 산업의 반발보다는 플랫폼이 창출하는 가치에 촛점을 맞추어야 한다. 플랫폼을 통해 새로이 창출되는 가치가 기존 산업에 미치는 피해보다 규모가 크다면 플랫폼의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 문제는 플랫폼의 초기에는 얼마나 가치를 창출할지 확실히 알지 못하는 반면, 피해의 규모는 보다 확실하고 목소리가 크다는 점이다. 저자는 가능한 한 플랫폼의 진출을 허용하고, 부작용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완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플랫폼 사업을 운용하려면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어떻게 유효 참여자 수를 늘릴지, 어떻게 수익모델을 짤지, 플랫폼을 참여자에게 얼마나 개방할지, 참여자들과 그들의 활동을 어떻게 규제할지, 플랫폼의 운용을 평가하고 관리할 지표는 어떤 것이 있는지, 다른 플랫폼과 어떻게 경쟁할지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구체적 방안을 제시한다. 정부가 플랫폼을 어떻게 규제할지 하는 문제도 논의한다.

이 책에는 많은 플랫폼의 사례가 나오며,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용할 때에 부닥치는 실제적 문제에 대해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들이 공학자인만큼, 프로그램 설계와 관련하여 기술적인 논의가 많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플랫폼의 작동 방식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2021. 9. 8. 22:54

Sonja Lyubomirsky. 2007. The How of Happiness: a new approach to getting the life you want. Penguin press. 304 pages.

저자는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긍정심리학 분야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과학적으로 검증된 행복해지는 방법을 제시한다. 인간의 행복감을 결정하는 요인은 유전적 요인, 개인의 의식적 노력, 환경의 세 가지가 있다. 유전적 요인이 50%를 결정하며, 개인의 의식적 노력이 40%, 환경은 10%에 불과하다. 저자는 행복해지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만 행복해질수 있다고 주장하며, 행복해지려는 의식적 행동을 12가지 범주로 구분하여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다.

소득, 직업, 지위, 물질, 결혼 등의 환경적 요인은 행복감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하기 때문이다. 돈이나 지위를 새로이 획득하면, 처음에는 행복감에 젖지만 곧 이것에 익숙해지며, 더 높은 수준을 원하게 된다.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면, 처음에 느꼈던 고조된 행복감은 사라지고, 이전의 상태로 복귀한다. 이것이 오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행복도가 유사한 이유이다.

행복감을 쉽게 느끼는 기질은 타고난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행복감을 쉽게 느끼지 못한다고 해도, 의식적 노력을 통해 행복감을 얻고, 이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자신이 가장 자연스럽게 느끼고, 즐기고, 가치를 두는 그런 활동을 통해 행복감을 높이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해야만, 행복해지는 데 성공할 수있다. 의무적으로 해야한다거나, 혹은 상황에 떠밀려서 하는 그런 활동이라면, 지속적으로 꾸준히 하기 어렵기 때문에 하다가 중단하게 된다. 자신의 성미에게 맞는, 행복을 증진시키는 활동을 찾아서 꾸준히 실천한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활동이 습관으로 몸에 배면서 계속 행복하게 지내게 된다.

의도적으로 노력을 기울여 하는 행복을 증진시키는 12가지 활동은 다음과 같다. 1) 감사를 표현하기, 2) 낙관적 성향을 기르기, 3) 지나치게 골똘히 반추하거나 남과 비교하는 것을 피하기, 4)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기, 5) 타인과 사교 관계를 배양하기, 6) 문제에 대응력을 키우기, 7) 남을 용서하는 법을 배우기, 8) 몰입의 경험(flow)을 늘리기, 9) 인생의 즐거움을 맛보기, 10) 자신의 삶의 목표에 헌신하기, 11) 종교나 영적 생활을 실천하기, 12) 자신의 육체를 돌보기. 

사람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활동에 차이가 있다. 이 12가지의 활동 중에 자신의 성미에 맞는 활동을 하면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일시적 행복감을 넘어, 행복감이 계속 유지되도록 하려면 다음의 다섯 가지가 함께 가야 한다. 첫째, 매사에 긍정적 감정을 가질것, 둘째, 자신에게 맞는 행복 증진 활동을 할 때, 적절히 시간 배분을 하고 구체적인 방식에 수시로 변화를 줌으로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 것, 셋째, 이 활동을 실천할 때, 주위 사람으로부터 사회적 지지를 구할 것, 넷째, 행복해지겠다는 강력한 동기, 노력, 헌신이 함께 할 것, 다섯째, 꾸준히 실천하여 자신의 습관의 일부로 만들 것.

저자는 18년간 긍정 심리학 (positive psychology)을 연구한 학자답게, 심리학의 다양한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자신의 제안 하나 하나가 과학적 검증이 뒷받침된 것임을 누차 강조한다. 왜 그러한 행동이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 이유를 알게 되면, 실천에 힘이 붙기 때문이다. 저자는, 모든 일이 그렇듯이,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행복 증진 활동을 노력을 투입하여 헌신적으로 해야 한다 점을 누차 강조한다. 저자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이론적 배경이 탄탄한 흥미로운 책이다. 재미있게 단숨에 읽었다.

2021. 9. 4. 17:50

Amar Bhide. 2000. The Origin and Evolution of New Business. Oxford University Press. 370 pages.

저자는 경영학자로서, 미국의 대표적 경영계 잡지인 inc 에서 선정한 500개의 유망 신생 기업 중, 창업한지 6년 이내의 100개 기업을 골라 심층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실증 사례와 경영학 이론을 접목하여 신생기업과 창업가의 특성을 분석한다.  신생기업은 소규모의 자본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분야에서, 경영자의 개인적인 임기응변 적응력에 의존하여 운영된다. 시장의 불균형이나, 틈새시장을  공략하여, 소규모의 이익을 거두면서 생존을 이어나간다.

대부분의 창업가는 특별한 기술이나 대단한 사업 계획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특별한 사업 계획이나 대단한 자본 없이, 기존의 기술과 사업 방식을 모방하는 식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그들의 유일한 자산은 매우 열심히 뛴다는 것이며, 운도 따라야 한다. 사업에 실패해도 크게 잃을 것이 없으므로 좌충우돌, 임기응변을 발휘하며 (hustle) 일을 추진한다. 창업가는 미래의 불확실을 감당하는 능력이 크다. 그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지니고 있어, 일이 잘 안되면 도중에 방향을 바꾸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창업 5년 이내에 60% 이상의 신생 기업이 사라진다. 미국에서는 매년 새로 생겨나는 회사와 사라지는 회사의 숫자가 비슷한데, 대부분의 신생기업은 기술수준이나 부가가치가 낮은 분야, 예컨대 조경, 미용, 건설 등에 집중해 있다. 저자가 분석한 신생기업은 이보다는 기술수준과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대기업 내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창업가가 신생기업을 만드는 것과는 정반대이다. 미리 치밀하게 계획하고 신사업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진출 여부를 결정한다. 대기업에서 신사업을 일단 추진하면 많은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기 때문에, 치밀한 사전 계획과 분석은 필수이다. 대기업은 불확실성이 높은 분야의 사업은 추진하지 않는다. 대기업은 어느 정도 사정이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린 후, 유망함이 확실해져야 신사업에 뛰어든다. 대기업은 어느 정도 이상의 이익이 예상되어야만 신사업에 진출하므로, 신생기업이 불확실한 예상을 무릅쓰고 손쉽게 사업에 뛰어드는 것과는 다르다. 대기업이 모험적인 신사업에 섯불리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관료적 비효율 때문이 아니라, 대기업이 신사업에 실패할 경우 입는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벤쳐투자를 받는 신생기업은, 일반적인 신생기업의 창업과 대기업의 신사업 진출 사이에 중간적 특성을 보인다. 일반적 신생기업보다는 고유의 기술이나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으며, 유망하며 현실적인 사업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창업가의 인적 자본도 높다. 벤쳐 투자회사는 창업가와 그의 사업 계획을 꼼꼼히 심사하여, 상당한 수준이 되는 경우에만 투자를 한다. 벤쳐 투자 회사가 창업가에게 투자하는 금액은 대기업이 신사업에 투자하는 금액보다 작다. 벤쳐 투자 회사는 투자를 한 이후에도 피투자 회사의 사업의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조언을 하며, 필요한 경우 경영에 직접 개입한다. 이는 대기업의 주주들이 거의 경영에 간여하지 않는 것과 대비된다. 벤쳐 투자를 받는 신생기업은, 대기업이 진출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높은 분야에 진출한다. 즉 벤쳐 투자를 받는 신생기업은 중규모의 불확실성의 분야에 중규모의 자본을 가지고 사업에 착수한다. 일반적 신생기업과 달리, 벤쳐 투자를 받는 신생 기업은, 창업가 개인의 능력과 임기응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체계적인 팀 플레이로 움직인다. 유망한 사업 계획과 고유의 기술 혹은 사업 모델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벤쳐 투자를 받은 기업 중 성공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소규모의 신생기업을 경영할 때와 달리, 이를 큰 규모로 키우려면 새로운 능력을 필요로 한다. 회사가 커지면 창업가의 임기응변적 능력에 의존하는 식으로는 잘 돌아갈 수 없다. 기능을 전문화시키고, 권한을 위임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평가와 보상 체계를 만들고, 부서간 갈등을 조정하고, 규칙과 루틴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외부로부터 자본을 조달해야 한다. 창업가가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필요한 능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을 영입해야 한다. 회사가 커지면 일이 많고 복잡해지며, 신생기업 때보다 위험 부담이 높아진다. 이러한 상황을 원치 않아서 소규모에 안주하거나, 아니면 기업을 매각하여 골치 아픈 일에서 벗어나는 쪽을 택하는 창업가들이 적지 않다.

신생기업이 뛰어드는 사업 영역과 대기업이 뛰어드는 사업 영역은 서로 다르다. 신생기업이 대기업 보다 혁신에 더 적극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대기업은 자신의 기존 지위에 안주하여 파괴적 혁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하지만, 기업들 간에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대체로는 신기술 개발과 신사업 개척에 열심이다. 신생기업은 아직 미정형의 기술에 뛰어드는 무모함을 보이기는 하지만, 인적 물적 자본이 미약하므로 경제 전반에 파급력이 큰 혁신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기술 수준이 높고 자본을 많이 동원해야 하는 분야, 예컨대 반도체, 등에서는 대기업만이 혁신을 만들어낼 수있다.

창업을 촉진하는 요인에는 사회문화적, 경제적, 인적 요인을 들 수있다. 기업 활동에 긍정적인 사회문화적 분위기, 사업을 했다 실패한 사람을 배제하지 않는 경제 제도, 다수의 모험적인 기업가의 존재가 그것이다. 기업가와 상공업 활동을 낮게 보는 반면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을 높이 보는 문화에서, 인재들은 모험을 감수하는 창업에 뛰어들기보다 전문직의 길을 선호한다. 이탈리아가 그러하다. 창업을 촉진하는 환경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이 책은 저자가 창업에 대해 한 연구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친 강좌를 바탕으로 집필되었다.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경영학 이론을 비판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기업가와 창업에 관하여 체계적 이해를 제공해준다.

2021. 8. 29. 17:46

Charles Tilly. 1990. Coercion, Capital, and European States. Blackwell. 227 pages.

저자는 역사사회학자이며, 이 책은 서기 990년 부터 1990년까지 유럽의 역사를 훑으면서 유럽의 국가들이 탄생된 과정을 체계적으로 비교 분석한다. 유럽의 국가(state)들은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고 변화하였다.

"전쟁은 왜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전쟁은 효과가 있기 때문에" (wars work) 라고 답한다. 전쟁을 통해 다른 나라의 것을 빼앗아 이익을 취하고, 다른 나라의 위협을 격퇴하고, 다른 나라를 지배하에 두고 착취할 수있다. 한 나라가 어떤 이유로건 약해지거나 변화가 있으면, 이웃 나라가 침략하였으며, 국가간의 제휴관계를 통해 집단적으로 전쟁에 간여하였다. 로마 제국의 붕괴 이래 유럽은 많은 작은 나라들로 분열되었다. 전쟁을 치르지 않은 해나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나라가 없을 정도로, 전쟁은 유럽 국가들 사이에 일상적인 것이었다.

전쟁을 하려면 자원이 필요하다. 전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인력, 물자, 무기, 기술, 조직을 어떻게 마련하는가 하는 문제는 유럽의 왕들의 가장 주요한 일상 관심사였다. 왕은 전쟁 자원의 조달을 둘러싸고 영토 내에 자원을 가진 세력과 끊임없이 갈등하고 타협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국가가 형성되었다. 국가 형성의 길은 지역의 상황에 따라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진다.

영토내에 상공업이 발달한 도시가 있는 네덜란드나 베니스 등에서는, 대규모 자본을 소유한 도시의 상공인 세력이 왕과의 협상을 주도한다. 왕에게 전쟁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대가로, 상공인 세력은 왕과 국가의 권력을 나누어 갖는다. 도시의 상공인 세력은 왕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이 국가들의 전쟁은 상공인 세력의 대외적 이익을 보호하고 확장하는 목적에 기여한다. 상업이 발달한 지역에서는 국가가 전쟁 자원을 조달하는데 별도의 큰 인력과 조직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의 조직은 대외적인 힘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이 국가에서는 상공인으로부터 조달한 돈으로 해외로부터 용병을 고용하여 전쟁을 수행하였다. 이는 17세기에 조그만 나라였던 네덜란드가 어떻게 세계적인 상업망을 구축할 수 있었는지 설명한다. 

국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대지주가 지역을 전적으로 지배하는 폴란드, 러시아, 등 동유럽 국가에서, 지역의 대지주 권력자는 왕의 통제로부터 독립된 존재였다. 왕은 명목적인 통치자일 뿐, 지역의 농민에 대한 실질적 지배는 대지주 권력자가 행사하였다. 왕은 전쟁에 필요한 물자와 인력을 지역의 대지주 권력자로부터 얻어 내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강압(coercion)을 행사했다. 왕의 강압은 지나치게 착취된 농민의 반발을 등에 업은 대지주의 반란을 종종 불러일으켰다. 왕의 권력은 언제라도 대지주 권력자들에 의해 찬탈될 위협에 놓여 있어 불안정했으며, 이러한 방식으로 많은 전쟁 자원을 빠른 시일내에 조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이 나라들은 보다 효과적으로 전쟁 자원조달을 하는 국가에 비해 국제 경쟁에서 열세에 처하게 되었다.

영토 내에 상공업이 발달한 도시가 있고, 또한 농업에 종사하는 광범위한 지역과, 지역의 농민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대지주 권력자가 있는 영국, 프랑스, 독일의 경우, 왕은 한편으로 도시의 대자본가 상공인 집단과 타협을 통해 전쟁 자원을 조달하며, 다른 한편으로 지역의 대지주 권력자에 대한 강압을 통해 그들을 제어하였다. 이 나라들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왕의 권력이 지역의 대지주 권력자를 건너뛰어 농민들에게 직접 미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왕의 권력이 농민들에게 까지 확장되는 과정에서 국가의 조직이 커졌다.

18세기 말 프랑스에서는, 왕의 전쟁 자원조달 노력이 도시의 자본가나 지역의 농민들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섰을 때,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다. 프랑스 혁명은 농민과 노동자들의 착취에 대한 반발을 등에 업고 전문직 집단이 주도하여 왕의 지나친 전쟁자원 조달에 반기를 든 것이다. 혁명의 주도세력과 나폴레온 정부는 중간 매개자를 거치지 않고 노동자와 농민으로부터 직접적으로 국가의 전쟁 자원을 조달하는 길을 택했다. 주위 유럽 국가의 공격에 맞서 프랑스의 농민들은 국가에 대한 충성에서 국가에 세금을 납부했으며 전쟁에 병사로서 참가했다. 혁명 주도세력은 지역 권력자들의 반발을 꺽고 국민을 직접 통치하는 국가 조직을 만들어냈다.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하여, 국가가 국민을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국민이 국가의 통치에 직접 간여하는 '국민국가'(national state) 가 탄생한 것이다. 국민국가는, 도시의 대자본가 상공인과의 타협을 통해 전쟁자원을 조달하는 방식이나, 지역의 대지주 실력자에 대한 강압을 통해 전쟁자원을 조달하는 모델보다, 훨씬 효과적이며 신속하게 전쟁에 소요되는 대규모의 인력과 자원을 조달할 수 있었으므로, 국제 전쟁에서 다른 모델의 국가를 모두 패퇴시켰다. 나폴레온의 유럽 정복을 거치면서 국민국가 모델은 전 유럽 국가들에 전파되었으며, 국제경쟁 속에서 이 모델만이 유일한 국가의 전형으로 살아 남았다.

영국은 프랑스와 달리 유혈 혁명을 거치지 않고 국민국가 모델로 이전하였다. 대의제를 통해 대자본가와 상업화된 대지주에게 국가의 권력을 점진적으로 이양하면서, 그들의 동의를 거쳐 전쟁 자원을 효과적으로 조달하였다. 영국은 프랑스보다 훨씬 상공업이 발달하였으므로, 네덜란드와 비슷하게 대자본가와의 타협을 통해 대규모의 전쟁자원을 효과적으로 조달하였다. 프랑스가 영국에 패한 주원인은 영국이 프랑스보다 전쟁자원을 훨씬 효과적으로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가 자신의 국민으로부터 전쟁자원을 조달하려면, 국민의 다양한 요구에 응해야 한다.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입헌 민주주의가 확대되었으며, 국가의 전쟁에 필요한 군사와 재정의 기능 이외에, 치안, 복지, 교육, 노동, 경제 개발, 교통, 주택 등 다양한 기능이 국민의 요구에 응해 더해졌다. 급기야 20세기에 들어 국가의 주요 기능이 복지를 제공하는 데 맞추어진 복지국가가 출현하였다.

국가의 핵심 기능은 국제 경쟁 체제에서 전쟁 수행에 있으며,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국가가 형성되고 국가의 기능이 변화하여 왔다는 저자의 분석은 명쾌하다. 유럽의 지난 천년간의 역사를 꿰뚫으면서 설명을 하기에 논의가 복잡하다. 정말 대단한 연구 성과이다. 

 

 

 

 

 

2021. 8. 22. 22:15

Mancur Olson. 1982. The Rise and decline of nations: Economic growth, stagflation, and social rigidities. Yale University Press. 237 pages.

저자는 정치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세계의 나라들이 오랫동안 안정되고 흥성하면 반드시 쇠퇴한다는 명제를 제시하면서 현재와 과거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유를 설명한다. 그의 이론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오랫동안 안정된 사회에는 소수의 기득권 집단이 형성되면서, 이들이 새로운 변화를 거부하고, 생산성 향상에 실패하면서 경쟁국들에게 뒤지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사회가 안정될수록 소수의 사람들이 집단을 형성하여 전체의 이익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공모를 한다. 사회의 다수는 이들 소수들의 이익집단에 대항해 전체의 이익을 위해 집단 행동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다수는 조직하기 힘들며, 공짜 편승(free rider)의 문제로 인하여 전체의 이익을 위한 집단행동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수들의 집단은 경제의 효율성을 갉아먹으며, 정치를 분열적으로 만든다. 소수들의 이익 집단들 내에서 의견을 조정하려면 많은 노력을 요함으로, 결국 소수들의 이익집단들이 조정하는 정치는 의사결정을 더디게 만든다. 평화가 오래 지속되면 소수의 집단들이 공모하여 전체의 생산성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경향은 필연적이므로,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오래 번성하던 국가는 거의 모두가 결국 정체하고 외세의 침략에 무너졌다.

소수들의 이익집단이 지배하는 정치는, 기술과 환경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여 자원의 배분을 변경하는 방식의 적응을 어렵게 만든다. 왜냐하면 자원의 배분을 변경하면, 소수들의 집단의 이익이 훼손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변화를 거부하는 힘은 생산성의 향상을 어렵게 만들며 성장을 둔화시킨다. 소수들의 집단은 사회를 배타적으로 만들며 다양성을 제한한다. 이익집단의 수가 늘고 힘이 커지면, 정부의 규제가 복잡해지고, 정부의 규모가 커지고, 결국 사회와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며 정체된다.

저자의 이론은 영국이 산업혁명 이래 역동적이었던 경제가 19세기 후반으로 들면서 왜 정체하게 되었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한편, 일본과 독일은 두차례의 전쟁에 패한 이후에 빠른 성장을 보였는데, 이는 기존의 소수들의 이익집단들이 전쟁을 통해 모두 사라지면서, 새로이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한국이나 대만도, 식민지 시기를 거치면서 과거의 기득권 집단이 사라지고 판을 새롭게 하여 시작하였기에 빠른 성장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반드시 전쟁이 아니라도, 국가 통합이 이루어지거나 자유무역이 확대되는 경우, 소수들의 기득권집단이 지배하는 지형은 크게 변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게 된다. 유럽 통합이 전자의 대표적 예이며, 2차대전 후 미국의 주도로 세계적으로 자유무역이 확대된 것이 후자의 예이다. 기존에 보호무역의 장벽 뒤에서 기득권을 누리던 세력들은 자유무역이 확대되면서 해외로부터의 경쟁에 노출되고, 이들은 변화할 수 밖에 없었고,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왔다. 남미의 국가들이 수입대체 산업화를 표방하면서 보호무역의 장벽을 높이한 결과 경제가 정체한 반면,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는 해외 무역에 집중하여 경제를 개방하였기에 생산성이 빠르게 향상되고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중세의 길드 조직, 인도의 카스트, 제삼세계의 인종과 민족 갈등와 같은 극도의 불평등, 편견, 차별을 포함하는 사회구조는 생산성 향상을 막는다. 이러한 불평등하고 차별적인 사회구조의 지배층들이 새로운 변화와 효율적인 자원의 재분배를 반대하기 때문이다. 기득권을 누리는 소수들의 집단은, 전체의 이익을 위해 생산성을 향상하려는 노력이나,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변화를 거부한다. 이것이 제삼세계가 가난한 주요 이유이다. 

소수의 이익집단은 보편적인 법의 적용을 막는다. 대신 법을 뒤틀어, 즉 예외 조항을 덧붙이고 규제를 복잡하게 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법이 집행되게 만든다. 사회가 오래 안정될수록 법 조항이 복잡해 지고, 소수들의 이익집단이 빠져나갈 구멍이 많이 만들어지고, 이들에 봉사하는 전문직 집단들이 두텁게 형성된다. 세무사, 변호사, 금융 종사자, 등이 그들이다. 

저자의 집단행동 이론 (logic of collective actions)은 사회과학계에 대단한 통찰력을 제공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정치경제 이론 역시 대단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평이한 서술이지만, 그의 설명은 대단한 설득력을 지닌다. 미국에서 왜 정치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지, 많은 사회에서 왜 혁신적인 기술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설명하는데 유용하다. 그의 이론을 따른다면, 역사는 일종의 사이클을 그릴 것이다. 오랫동안 흥성하면, 결국 정체하다, 다른 나라에 따라잡혀서 뒤지게 되고, 전쟁을 통해서 판이 뒤업어지면, 다시 새판에서 역동적으로 발전한다는 논리이다.  사회가 오랫동안 안정되면 점차로 불평등이 확대되게 되고, 결국 전쟁이나 엄청난 갈등을 통해 뒤집어지면서 불평등이 완화고, 다시 점차 불평등이 확대되는 사이클을 그린다는 논리와 유사하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논리를 집단행동 이론으로부터 유추해내었다. 즉 마이크로 이론으로부터 매크로 이론을 도출해낸 것이다. 대단한 독창성이다.

2021. 8. 17. 22:36

Joseph Stiglitz. 2019. People, power, and profits: progressive capitalism for an age of discontent. 247 pages.

저자는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미국의 문제를 진단하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한다. 미국은 극심한 불평등과 금권정치로 국민의 다수가 소외되어 있다. 1980년대 이래 세계화와 자동화 기술의 발전으로 교육수준이 낮은 노동계층의 삶이 어려워진 반면, 정치경제 엘리뜨들은 이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무관심하여, 트럼프와 같은 대중영합 선동 정치인의 출현을 맞이했다. 저자는 극심한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되어야 하며, 보통 사람들의 집단적 사회운동으로 개혁의 동력을 확보하자고 제안한다.

1980년대 이래 중류층의 소득은 정체된 반면, 상위 1%부자의 소득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서비스와 지식 중심의 경제가 도래하면서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의 삶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이들은 절망과 좌절 속에 마약과 진통제를 탐닉하면서 건강이 악화되고 수명이 줄어들기까지 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상위층으로의 소득 집중은 갈수록 더 심해지고, 대기업들이 경쟁 기업을 합병하면서 산업집중이 높아져 독과점 자본주의가 출현하였다. 자본가와 대기업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를 매수하여 경쟁을 제한하는 법률을 만들고, 이것이 다시 독과점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독과점이 심해지면 경쟁을 제한하고 혁신을 저해하여, 경제는 활력을 잃고, 경제성장은 둔화된다.

1980년대 레이건 정부이래 공화당이 집권하면서 세금을 축소하고, 규제를 철폐하고, 정부의 권한을 지속적으로 약화시켰다.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정부가 쪼그라들었기에 독과점이 심해진 것이다. 세금과 복지지출을 통한 정부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무력화되었기에 불평등은 악화일로이다. 2008년의 금융위기의 책임이 금융기관에 있는데, 이들의 지나치게 위험한 투자 행태의 실패를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주고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금융기관은 생산적인 방향으로 돈을 흐르게 하는 원래의 역할에서 벗어나, 비생산적 투기를 통해 불로소득(rent)을 거두는 행위에 몰두함으로서 경제의 불안정을 높이고 악순환을 부추긴다. 공화당이 주도한 대법원에서 무제한하게 정치헌금 하는 것을 허용하면서, 1인 1표의 민주주의는 폐기되고 대신 1달러 1표의 금권주의 정치가 판치고 있다. 금권주의 정치는 자본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집단의 영향을 확대시켜 게임의 규칙을 자본가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때문에, 정치에서 보통사람의 목소리는 소외되고 이들의 좌절은 깊어졌다. 이러한 절망적 환경에서 트럼프라는 대중영합주의 선동 정치인이 등장한 것이다.

첫번째 과제는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것이다. 정치에 대한 자본의 과도한 영향력을 통제해야 한다. 정치 자금의 투명성을 높이고, 선거 비용과 정치 헌금의 상한선을 설정하고, 정치인과 고위관료가 퇴직후 유관기관으로 취업하는 것을 금해야 한다. 현재 미국인들은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데, 이러한 감정을 배경으로 젊은이들이 중심이 되어 정치를 개혁하는 사회운동을 추진해야 한다.

두번째 과제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기회를 공평하게 만드는 것이다. 세계화로 일자리를 잃게된 사람들이 새로운 좋은 일자리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고용보험을 강화하고, 기술훈련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익히도록 하고, 양육지원을 하고, 노후한 사회기간시설을 재건해야 한다.  현재의 역진적 조세 체계를 공평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부자와 기업들이 세금을 회피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헛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세번째 과제는 모든 사람에게 고상한 수준의 삶을 보장하는 것이다. 공영 의료보험을 강화하고, 은퇴후 연금을 정부가 맡아서 관리하며, 정부가 보유한 개인 소득에 대한 자료를 활용해 모기지 제도을 저비용에 안정적으로 운용하여 자신이 사는 집을 소유하려는 보통사람들의 욕구에 부응해야 한다. 교육의 질을 높여 세대간 계층이 세습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공립학교 교사의 보수를 높이고, 학생 1인당 재정의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공립학교 지원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모든 개혁을 하려면 정부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미국은 19세기 말과 1920년대에 두차례나 기업의 독과점이 심하고 불평등이 매우 높아 위기를 맞이했으나, 시민들이 주도한 진보주의 운동(Progressive movement)과 뉴딜정책을 통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저자는 또다시 시민이 주도하는 사회운동으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문제 분석은 그동안 많이 나왔던 이야기를 정리해 놓은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관건인데, 저자는 현재의 제도권 정치는 자정 능력을 상실했으므로, 각성한 시민이 주도하는 사회운동을 통해 차근차근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컨대 점진적 무혈 혁명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리 현실적 제안은 아니다.

미국인이 아닌 제삼자의 눈으로 볼 때, 미국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미국은 예외적인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사회문제가 갈수록 악화하고, 혼란이 자주 찾아오고, 경쟁국에 추월당하면서 삶이 어려워지고, 풍부한 자원 덕분에 그럭저럭 지내는 이류국가로 전락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미래 예측이다. 부자는 삼대는 간다 했으니, 앞으로도 한동안 미국은 겉으로는 화려하게 보일 것이나, 안으로 썩어가는 방향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외국에 추월당하면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면서, 전쟁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복국가에서 출발한 미국은 현재도 매우 호전적인 나라이기 때문이다.

혹은 저자의 진단이나 나의 인식에 심각한 오류가 있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미국이 그렇게 문제가 많다면 다른 선진산업국에 뒤져야 하는데, 미국은 여러 지표에서 다른 나라보다 훨씬 좋은 기록을 보인다. 미국은 기술, 비즈니스, 문화에서 혁신을 가장 많이 만들어 내며,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며, 거의 완전고용을 실현하고 있으며, 부를 가장 많이 창출하며, 선진국 중에서도 경제성장율이 가장 높으며, 인구 노령화를 걱정하지 않는다. 미국의 대학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며, 전세계로부터 똑똑한 사람을 많이 받아들인다. 소득 불평등이 두드러지고, 아동 빈곤율이 높고, 범죄와 살인율이 높고, 형무소에 갖힌 사람의 비율이 매우 높고, 금권정치가 심한 것도 또한 사실이다.  요컨대 미국은 좋은 점 뿐만 아니라 나쁜 점에서도 두드러진다. 이런 나라가 몰락의 길을 가고 있는지, 아니면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미성숙의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건지 헷깔린다. 인간도 미성숙 단계에는 에너지가 넘치고 화려하지만, 반면 지나친 실수가 많고 결함도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국가와 사회에 미성숙이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앞으로 100년쯤 후에야 어느 해석이 옳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2021. 8. 16. 11:36

Robert Paxton. 2004. The Anatomy of fascism. Vintage books. 220 pages.

저자는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파시즘이라고 지칭하는 정치체제를 실제 전개된 상황을 통해 다각도로 분석한다. 파시즘은 극우 정치이면서, 동시에 국민의 열정적 참여를 독재자의 권력 장악에 이용한 독특한 사례이다. 국민의 민족주의 정서를 부추기고 국민의 참여를 동원한다는 면에서 단순한 독재나 전제정치와 다르며, 민주적 절차와 법을 무시하고 폭력을 통해 권력을 행사한다는 면에서 민주주의 정치와도 구별된다.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파시즘 정치는, 20세기초 전국민에게로 참정권이 확대되었으나 부르조아 중심의 기성 정치가 일반 시민의 참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것을 배경으로 탄생하였다.  1차 세계대전에 패하고, 이어서 대공황으로 독일의 경제는 도탄에 빠지고, 강대국에 희생양이라는 피해의식과 불안감이 국민 전반에 확산되고, 1917년 러시아의 공산혁명 이후 공산당 세력이 노동자들에게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파업이 일상화되었는데, 기존의 부르조아 보수 정치 권력은 이러한 곤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내적 분열만 거듭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위기에 처한 독일, 이탈리아 민족의 부흥을 외치면서 일반 소시민의 환호를 받는다. 이들은 지지자를 조직하여, 위기를 구하고 민족의 적을 쳐단한다는 명목으로 공산주의자를 폭력적 제거하는데, 기존의 보수 정치 권력은 이러한 탈법적 행위를 묵인한다. 기존의 보수 정치권력은 정치 경제적 위기의 탈출구를 모색하면서,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조직을 수용하여 공동정부를 구성한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제도 정치에 발판을 구축한 후, 자신들의 사적인 조직을 이용하여 폭력으로 정적을 제거하고 권력을 장악하는데 성공한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인종과 민족의 순수성과 역사적 영광을 회복하겠다고 선동하고 국민의 지지를 배경으로 하여, 국내적으로는 국민의 적이라고 지목한 공산주의자, 장애인, 유태인을 탄압하고 제거하는 작업을 했으며, 국외적으로는 영토 확장에 착수하였다. 히틀러는 체코, 오스트리아, 폴랜드에 있는 독일 소수민족을 부추켜 독일의 영토확장을 꾀했으며, 나아가 이웃나라에 침공하여 독일 제국을 만들려 하였다. 무솔리니는 발칸반도를 침공하고 이어서 북아프리카를 침공하여 이탈리아 제국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꿈을 국민에게 심어주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조직한 나찌 친위대(SS)와 돌격대는 지도자 개인에게 충성하면서 국가의 제도 권력의 밖에 위치해 권력을 행사했다. 이들은 국내에서는 제도권의 권력과 중복되며 갈등관계에 있기도 했으나, 새로이 점령한 영토에서는 법을 넘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으며, 민족의 적을 폭력으로 제거하는 작업을 일선에서 담당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파시즘 조직의 지지층은 다양하다. 19세기 후반의 빠른 산업화와 도시화로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 농민, 소지주 뿐만 아니라, 공산주의에 동조하지 않는 노동자, 전통적 가치를 옹호하고 현대화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들이 핵심 지지층이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기성의 정치인, 권력, 권위의 무능과 위선에 환멸을 느끼고 강력한 변화를 갈구하는 젊은 세대들을 적극적으로 조직하였다. 유소년층에서부터 이삼십대의 젊은층까지 촘촘한 조직을 만들어 이들의 집단적 활동을 장려하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이끌어냈으며, 파시즘 사조직의 행동대원으로 활용하였다. 이들의 일부는 파시즘 정부가 들어서면서 제도권의 권력의 영내로 진입하여 공식적 지위를 획득하였으나, 많은 사람들은 제도권과 별개의 친위대 조직의 일원으로 권력을 행사하였다. 

파시즘 권력은 국민의 참여 열정을 등에 업고, 민족의 영향력 확대를 약속하였기에, 결국 전쟁에 착수할 수밖에 없었다. 전황이 유리하게 돌아갈 때는 국민의 지지와 동원을 끌어내고 폭력적 탄압에 대한 묵인을 얻을 수있었으나, 전황이 불리하게 변하자 결국 국민이 이들을 내치는 결말로 끝났다. 히틀러는 자살로, 무솔리니는 정부 수반 자리에서 쫒겨나 연합국 병사에게 살해당하였다.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파시즘 정부는 경제나 사회적 혁명을 추구하지 않았다. 기성의 자본가와 경제권력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피했으며, 기존의 사회적 위계 질서를 해체하려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성의 경제권력에 완전히 영합한 것은 아니다. 파시즘 정부는 노동자의 정치적 참여와 이익을 배려하는 조치로서, 정부가 중앙에서 조정하면서 경영자와 노동자 사이의 타협을 이끌어내는 코포라티즘 corporatism 정치를 구사하였다. 자본가와 경영자는 이러한 정부의 조정으로 이익의 일부를 양보해야 했으나, 정부의 국외 확장 전쟁 덕분에 이익을 배가할 수있었으므로, 이들은 파시즘 정부를 지지하고 물질적으로 지원하였다.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역사적 사례이외에 유사한 형태의 파시즘 정치체제가 다른 시기 다른 나라에서 출현하기는 쉽지 않다.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파시즘 정치는 20세기 초반 독특한 역사적 환경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종과 민족의 순수성, 민족의 영광을 외치면서, 국민의 지지를 동원하고,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폭력적인 수단도 불사하면서 반대세력을 탄압고, 독재적 권력을 장악하여 민주주의 제도를 뭉개버리는 정치체제는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건 출현할 수 있다. 빠른 사회변화 속에서 경제 정치적 위기 상황에 빠졌을 때, 기성의 민주주의 제도 정치가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분열한다면, 이러한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카리스마를 가진 선동가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기성의 정치권이 이러한 선동가를 포섭하여 위기를 극복하려고 한다면, 결국 이 독재적 선동가에게 자리를 완전히 내주고 민주주의는 폐기되는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 

이 책은 과거의 역사를 분석적으로 서술한 에세이이다. 파시즘 정치의 여러 측면을 분석적으로 조명하면서, 왜 그런 정치체제가 나타났는지, 기성 정치 권력 및 그들이 만든 조직과 권력자가 어떤 관계를 유지했는지, 어떻게 몰락했는지, 파시즘 정치의 매력과 한계는 무엇인지 등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역사와 정치 과정에 대한 통찰력을 준다. 매우 잘 읽어내려간다는 점도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2021. 8. 11. 22:55

William Easterly. 2001. The Elusive Quest for Growth: Economists' adventures and misadventures in the tropics. MIT Press. 291 pages.

저자는 월드 뱅크의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원조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발도상국의 문제점을 검토한다.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을 하도록 하는 요인에 대한 기존의 경제학 이론은 틀렸다. 첫째, 경제학자들은 개발도상국은 자본이 부족하여 발전을 못하기 때문에, 자본을 지원해주면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개발도상국에 인력과 기술은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자본만 대주면 생산성이 오를 것이라고 암묵적으로 가정하는데, 개발도상국은 자본을 투자한다고 해도 이를 운용할만한 인력과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제대로 생산성을 올리지 못한다. 둘째, 경제학자들은 개발도상국이 인적자본이 부족하여 발전을 못하므로 교육 수준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진다고 해도 국내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을 제대로 소화할만한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해외로 나가거나 무용지물이 되버린다. 셋째, 경제학자들은 개발도상국이 소득을 높이기 위해 인구 압력을 낮추는 것이 필수라고 주장하는데, 출산율과 소득간의 인과관계를 잘못 생각하고 있다. 실상은, 출산율이 낮아지면 소득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소득이 오르면 출산율이 낮아진다.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을 하는데 부족한 자본을 국제사회의 신용 공여와 원조로 보충하는 방식은 잘못됐다. 개발도상국에 제공된 신용이나 원조가 경제발전을 위해 쓰이는 경우는 드물다. 국제사회의 신용과 원조는 경제개발에 쓰이기보다 지배층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개발도상국의 빚은 시간이 흐를수록 누적되어 구제금융이나 빛 탕감으로 귀결된 경우가 허다하다. 개발도상국의 지배층의 입장에서 볼 때, 경제를 제대로 운용하여 경제 사정이 나아지면 국제사회의 신용과 원조가 줄어들 것이고 그러면 자신들이 착복할 수 있는 돈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신용과 원조는 의도하는 방향과 반대되는 인센티브로 작용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센티브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지난 기간의 경제 운용 성적에 따라 신용과 원조를 공여하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제대로 경제를 운용하는 정부에 신용과 원조를 몰아주는 반면, 제대로 경제를 운용하지 못하는 정부에는 신용과 원조를 줄여야 한다.

경제성장을 이끄는 핵심 요인은 자본보다 기술이다. 자본에 대한 수익은 체감하기 때문에 자본을 증가시켜 생산성을 높이는데에는 한계가 있는 반면, 기술이 높아지면 수익이 더 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담당한다. 기술은 이를 개발한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더 큰 이익을 가져오며, 이미 기술이 축적된 위에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며, 기술 인력은 서로 함께 함으로서 서로의 생산성을 높이는 상승효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이미 기술이 높은 선진국은 기술 인력을 더 많이 모을 수있으며 더 높은 기술을 개발하는 선순환을 가져오는 반면, 기술 수준이 낮은 개발도상국은 이미 있는 기술자들 조차 해외로 이주하고 기술부족이 더 심화되어 경제발전을 할 수없는 악순환을 낳는다.

개발도상국은 정부의 규제가 성장을 막는 장애물이다. 정치인과 관료 등 기득이권자들이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되기보다 사리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경제활동은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정치인과 관료의 부패가 심한 곳에는 해외로부터 직접투자가 들어오지 않아 선진 기술을 배우지 못하며, 자원을 노리고 들어온 투자의 경우, 권력자들이 수익을 착복하여 해외로 유출시킴으로, 자원 개발로 거둔 수익은 국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기보다 부패의 먹이감이 될 뿐이다.

대다수의 개발도상국은 소득 양극화와 다민족 갈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소득 양극화가 심한 경우 정부는 경제 전체를 위한 정책을 펴기보다 소수 부자 지배층의 이익에 기여하는 정책으로 일관한다. 여러 민족이 갈등을 벌이는 상황에서 국가는 지배층이 속한 민족에게만 이익이 되고 타 민족은 배제하는 정책을 펴기 때문에, 전체적인 경제성장을 추구하기 어렵다.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에 매진하지 못하는 진정한 원인은 국민들이 계급과 민족으로 서로 갈려 갈등을 벌이기때문에 정치가 불안하며, 그 결과 경제성장을 위한 안정된 제도를 갖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가가 자의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며, 열심히 일한 결과물을 언제 뺏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노력과 투자를 하려하지 않는다.

저자는 월드뱅크에 오랫동안 재직하면서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을 돕는 연구와 지원활동을 배경으로 이 책을 썼다. 곳곳에서 저자의 경험에 기반한 안타까운 감정을 담은 사례들을 접한다. 개발도상국에 대해 그가 느끼는 답답함을 독자도 공감하게 된다. 이 책은 문제점은 잘 지적하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개발도상국을 덧에서 벗어나게 할지에 관해서는 아이디어를 제시하지 못한다. 그도 책의 말미에서 이를 고백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마지막까지, 저자가 질문에 대해 무언가 답을 주겠지 하고 기대했는데, 결국 아무런 답을 주지 못하여 허무했다. 사실 명쾌한 답이 있다면 벌써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빈곤에서 벗어났을 것이다. 그래도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의 일부 국가들과 같이 빈곤에서 벗어난 나라들이 있다는 것을 보면, 개발도상국의 미래에 절망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근래에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나라들 중에도, 동아시아만큼은 아닐지라도 경제성장이 제법 꾸준히 이루어지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2021. 8. 7. 12:07

Alvin Roth. 2015. Who gets What - and Why: the new economics of matchmaking and market design. Mariner Books. 231 pages.

저자는 게임 이론과 market design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으며, 이 책은 그의 연구 결과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책이다. 저자가 연구 혹은 설계한 시장의 사례를 예로 하여 효율적 시장의 이론에 대해 설명한다.

효율적인 시장은 시장 참가자가 많아야 하며(thick), 참가자 다수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 갈 수 있어야 하며, 거래의 비용이 많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시장 참가자가 많을수록 혼잡도가 높아지므로 효율성이 떨어지는데, 이를 해결할 장치가 있어야 한다. 참가자가 안전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밝히면서 사기당할 것을 염려하지 않는 (safe)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시장은 자연발생적으로 발생하면서 스스로 문제점을 개선해가지만, 근래에 지식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완전히 새로이 만들어진 시장도 적지 않다.

상품이 표준화되어 있어 개별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한 시장(commodity market)에서는 다수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에게 익명으로 가격에 의존해 거래를 한다. 반면 상품이 표준화되지 않고 개별적인 특성이 큰 시장에서는 판매자과 구매자가 서로 짝을 짓는(matching)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이 책에서는 주요 매칭 시장의 사례, 즉 콩팥 이식을 둘러싼 콩팥 기부자와 수혜자의 짝을 교환하는 시장, 의대를 졸업한 수련의 지망생과 그를 고용할 병원을 짝짓는 시장, 중고등 학생의 진학과 관련해 지원자와 학교를 짝짓는 시장, 법대 졸업생과 로펌 및 판사서기 자리를 짝짓는 시장, 주파수를 경매하는 시장, 등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한다.

콩팥 기부자와 수혜자를 짝짓는 시장은 2000년에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콩팥을 돈을 받고 거래하는 행위는 전세계적으로 이란을 제외하고는 법으로 금하고 있다. 콩팥 기부는 죽어가는 사람으로부터 적출하거나 순수한 기부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콩팥을 원하는 사람에 비해 기부되는 콩팥은 현저히 적다. 따라서 일방적인 순수한 기부보다는 기부자를 상호 교환하는 방법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콩팥을 수혜받고자 하는 사람은 대체로 가족이나 친지로부터 기부 받는 길을 택하는데, 문제는 기부자의 콩팥을 수혜자의 몸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콩팥 기부자를 확보한 수혜자들이 서로 기부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몸에 맞는 콩팥을 찾아서 이식하는 경우가 많다. 매사추세츠주에서 시작한 기부자와 수혜자의 쌍을 맞교환하는 네트워크는 점차 범위를 넓혀가면서 맞교환 콩팥 이식의 사례를 늘이고 있다. 수혜자를 동반하지 않은 순수한 기부자의 콩팥이 기부자와 수혜자의 쌍의 교환 네트워크에 투입되면, 연쇄적인 기부와 수혜의 사슬을 형성하면서 콩팥이식 사례를 획기적으로 늘린다. 기부자와 수혜자의 쌍을 동시에 시술하는 대신에 시차를 두고 시술함으로서 두쌍 간의 교환을 넘어서 세쌍, 네쌍 간의 교환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병원과 의사들이 이식의 사례 수를 늘리는 것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기때문에, 콩팥 기부 네트워크는 지역을 넘어서 전국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네트워크의 범위가 넓을 수록 교환의 가능성은 커지며, 이식 사례 수는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의대를 졸업한 수련의 지망생과 이들을 고용하는 병원간에 짝을 맺어주는 시장은 저자의 도움으로 체계화되기 전에는 혼란 상태였다. 병원들은 타 병원보다 우수한 수련의를 먼저 차지하려고 하면서 채용 인터뷰를 제안하는 시점이 갈수록 앞당겨졌으며,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병원들이 합의하여 채용 시작 시점을 정하였을 때, 매우 짧은 유효 기간을 둔 채용 제안(exploding offer)을 남발함으로서 지망생이 제대로 검토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결국 병원들 사이에 진흑탕 경쟁으로 합의는 무너지고, 무질서한 채용 경쟁으로 지원자와 병원 모두 불만족한 결과를 얻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을 새로 디자인 해달라는 의뢰를 저자에게 했다. 저자는 '채용 확정을 연기하는 알고리즘' (deferred acceptance algorithm)을 적용한 중앙집중의 결제 방식 (clearinghouse)를 도입함으로서 문제를 해결하였다. 채용 확정을 연기하는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는 다음과 같다.

1) 지망생이나 병원 모두 각각 상대에 대해 자신의 선호를 서열로 매긴 목록을 작성하여 제출한다. 2) 배정의 1차 라운드로, 선호 목록의 최상위에 있는 지망생과 병원을 짝짓는다. 3) 만일 병원의 허용 좌석에 비해 최상위로 이 병원을 지목한 지망생의 수가 많을 경우, 이 지망생 중 병원이 정한 상위의 순으로 지망생을 잠정적으로 배정한다. 4) 1차 라운드에서 탈락한 지망생은 선호 목록의 차상위에 있는 병원에 대해 2차 라운드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평가를 진행한다. 이때 이미 1차 라운드에서 이 병원에 잠정적으로 배정된 모든 지망생과, 1차 라운드에서 탈락하여 차상위 선호 병원으로 온 지망생은, 동일한 지위에서 병원의 선호 순위에 따라 모든 지원자를 평가한 후 상위 순으로 지망생을 잠정적으로 다시 배정한다. 매 라운드마다 배정은 계속 개정되게 된다. 5) 이렇게 모든 병원과 모든 지망생에 대해 상호 선택을 반복한 후, 배정되지 않은 지망생이 남지 않게 되면, 지금까지 배정된 병원과 지망생의 짝짓기를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이 알고리즘은 중앙결제 방식을 통하지 않고 지원하거나 채용하는 선택이, 이 결제 시스템을 통해 하는 선택보다 항시 열등한, 즉 하위 순위의 상대와 짝짓기를 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최상의 짝짓기를 제공한다. 반면, 일순위를 우선적으로 배정하여 확정짓는 방식(immidiate decision method)은, 만일 1순위 대상에서 탈락할 경우, 자신이 원하는 2순위의 대상 또한 인기가 많은 곳이라면, 그가 2순위의 대상으로 배정되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원하지 않는 하위 순위의 대상으로 밀려 배정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1순위를 먼저 배정하는 방식을 적용하는 경우, 사람들은 자신의 실제 선호 순위를 밝히기보다는 전략적으로 자신이 채용될 가능성이 높은 자리를 고려하여 순위를 외곡하여 제시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반면 채용 확정을 연기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할 경우, 자신의 1순위 대상에서 탈락한다고 하여도, 자신의 2순위 대상에서 다른 모든 지원자와 동등하게 평가받을 수 있으므로, 자신의 실제 원하는 선호순위를 솔직하게 밝히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 된다. 

중고등학생 입학과 관련해 지원자와 학교를 짝지워주는 시장은, 학교가 지원자의 순위를 제시하는 대신 선호 기준을 제시하는 것 이외에는, 수련의 지망자를 병원과 짝짓는 시장과 동일하다. 지원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학교를 10개까지 순위를 적어 내게 하며, 중앙결제 시스템은 지원자의 선호에 따라 각 학교에 대해 잠정적인 배정 라운드를 계속 돌리면서,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선호 목록의 최상의 학교에 배정되고, 학교도 자신의 선호 기준에 따라 가장 우수한 학생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 알고리즘은 기존의 학교간의 서열과 학생들 사이의 우열을 인정한 채, 그러한 조건에서 가장 최상의 짝짓기를 만드는 것일뿐, 학교간의 서열의 문제나 학생들간의 서열의 문제 자체를 건드리고 있지는 않다.

최상의 짝짓기 알고리즘이 존재한다고 하여도, 기존의 비효율적인 시장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각 시장마다 이익을 보는 쪽이 있으며, 이들은 시장의 개혁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법률 시장의 경우 판사의 힘이 매우 크기 때문에 법대 졸업생을 배정하는 중앙결제시스템의 도입을 어렵게 한다.

모든 물품을 돈으로 거래하는 것을 사회가 허용하지는 않는다. 인체의 장기를 거래하는데 돈이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사회가 규정하고 있으며, 마약과 섹스 또한 돈으로 거래되는 것을 금하는 사회가 많다. 그러나 어느 것이 돈으로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가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해왔다. 예컨대 중세 서구에서는 이자를 받고 돈을 대여해주는 것을 금했다. 효율적인 시장을 설계하는 작업은 경제학 이론을 실제에 적용하여 효과를 본 대표적 예이다.

저자는 이 분야에 대가이므로 자신의 연구와 활동을 자신의 말로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것 만으로 내용이 매우 풍부하다. 복잡한 이론을 흥미로운 사례를 동원해 알기 쉽게 쓴 솜씨가 대단하다. 지원자와 자리를 짝짓기 하는 것은 살면서 주변에서 흔히 경험하는 일이므로, 저자의 설명이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2021. 7. 30. 11:18

Jeffrey Winters. 2011. Oligarchy. Cambridge University Press. 285 pages.

저자는 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부와 권력의 관계를 규명하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고, 과거와 현재의 여러 사례를 통해 그의 이론을 검증한다. 권력의 궁극적 원천은 부(wealth)이며, 권력의 핵심은 부를 지키는 것이다. 소득과 재산 분포의 상위로 갈 수록 부의 집중도는 비약적으로 높아지는데, 전인구의 1%의 100분의 1도 안되는 소수의 부자들에게 자신의 부를 지키는 문제는 분포 상에서 그들 아래에 있는 일반 부자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거대 부자들에게 부를 둘러싼 갈등은 잠재적 및 현재적 폭력을 수반한다. 부자는 자신의 부를 이용하여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는 자신들의 부를 지키는데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부와 권력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네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첫째는 거부들 사이에 폭력적 투쟁이 지배하는 유형이다. 거부들에게 자신의 부에 가장 큰 위협은 다른 거부들이다. 이들은 사적인 폭력 수단을 보유하면서, 자신의 부를 지키고 다른 거부들의 부를 빼았는다. 이는 역사상 가장 흔히 존재하는 권력의 유형이다. 아프리카의 추장에서부터, 고대사회의 군벌, 중세시대의 영주, 미국의 애팔래치아 산간 지역의 파벌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사례를 찾을 수있다. 거부들은 자신의 부를 사용하여 폭력 수단을 고용한다.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통사람을 착취하는 데 폭력을 사용함은 물론, 다른 거부들의 위협을 물리치기위해 개인적으로 보유하는 폭력 수단은 필수이다. 돈이 없으면 자신을 위해 일하는 폭력 수단을 고용할 수없으며, 폭력이 없으면 생산자를 착취해 부를 축적할 수 없다. 부와, 폭력과, 권력은 등치의 관계이다.  

두번째 유형은 거부들이 집단적으로 권력을 공유하는 유형이다. 거부들은 각자 개인 소유의 폭력 수단을 보유하지만, 공동으로 정치에 직접 참여하면서 질서를 유지한다. 이탈리아의 마피아 사이에 결성된 협의체, 고대 아테네와 로마의 정부, 중세 이탈리아의 베니스와 시에나와 같은 도시 국가가 대표적 사례이다. 이러한 유형에서는 공동 정부에 참여하는 특정한 거부가 위임된 권력의 정도를 넘어서 다른 거부들을 지배하는 위치에 올라설 위험성이 항시 존재한다. 이러한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 위임된 권력의 과다를 제한하는 다양한 장치를 만들어 놓고, 특정 거부가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상호견제한다.  그럼에도 로마에서 시저가 공동 정부의 권력을 독점하여 황제가 되었다. 거부들 사이에 공동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협약이 깨어지면, 폭력적 투쟁의 유형으로 쉽게 회귀한다.

세번째 유형은 특정한 한명의 거부가 절대적 권력을 행사하면서 나머지 거부들을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유형이다. 절대 권력자는 본인 자신이 엄청난 부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국가 권력을 동원하여  거부들 사이에 갈등을 조정하고, 보통사람들에 대한 그들의 착취를 관리한다. 거부들은 절대 권력자가 자신의 부를 보호해주는 대신에 부분적으로 개인 소유의 폭력 수단을 포기한다. 절대 권력자는 국가의 권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부를 늘리는 한편으로, 국가의 권력에 따른 이권을 다른 거부들에게 적절히 나누어주면서 개인적으로 그들의 충성을 관리한다. 외형적으로는 법에 의한 지배의 형태를 갖추고 있으나, 부를 축적하는 영역에서는 법이 아니라 절대 권력자의 개인적 재량이 기본 원칙이다. 절대 권력자와의 친소관계 및 절대 권력자의 개인적 선호에 맞추어 모든 중요한 결정이 이루어진다. 보통사람들은 법에 의한 지배를 받으나, 거부들은 법의 범위 밖에 있다. 인도네시아나 필리핀이 대표적인 예이다. 인도네시아는 수하르토의 치하에서 절대권력을 중앙에 완전히 집중시켰으며, 일반 거부들은 절대권력자에 대항할 수있는 개인적 폭력 수단을 소유하지 않고 권력자의 재량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반면 필리핀은 독재자 마르코스의 치하에서 일반 거부들이 개인적 폭력 수단을 부분적으로 소유하면서 독재자를 비판하고 위협하는 존재였다.

네번째 유형은 법에 의한 지배가 뿌리내린 입헌 민주주의 정치이다. 거부들은 법에 의해 부를 완전하게 보호받는 대신에 사적인 권력을 완전히 포기한다. 거부들은 다른 거부들로부터 자신의 부를 강압적으로 빼앗길 위험은 사라졌으나, 대신 일반 민중으로부터 부를 나누어 달라는 거센 요구나 국가로부터 고율의 세금을 통해 부를 빼앗길 위험에 항시 노출되어 있다. 거부들은 자신의 부를 보호하는 일을 전적으로 하는 전문가를 많이 고용하여 법의 구멍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돈을 사용하여 정치인을 매수함으로서 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외곡시킨다. 미국의 세법이 매우 복잡하여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이유는 바로 이들의 영향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의 거부들의 실효 세율은 일반 노동자의 세율보다 훨씬 낮으며, 근래에는 상속세를 완전히 폐기하였다.

민주주의는 보통사람들의 정치 참여를 확대했지만, 부의 집중을 제어하지는 못했다. 거부들은 돈의 힘을 동원하여 민주주의 선거에서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후보의 범위와 정강을 제한함으로서 국민의 선택을 무력화시킨다. 분배의 평등을 요구하는 보통사람들의 시민 운동은 거부들이 돈을 사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전적으로 일하는 전문가나 정치인들에 필적할 수 없다. 일반 사람들은 생계를 위한 활동을 소홀히 하면서 오랫동안 공동의 이념적 대의를 위해 발벗고 뛰기 힘들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시민의 정치 참여를 높이기는 했지만, 거부들의 부를 지키는 노력을 제한하는 데에는 무력할 수 밖에 없다.

싱가포르는 경제활동에 관한 한 법에 의한 지배를 확립했지만, 정치적 자유의 영역에서는 독재를 유지하는 특이한 예이다. 싱가포르의 부의 집중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심하며, 거부의 부는 법에 의해 잘 보호되고 있다. 그러나 법에 의한 지배라는 원칙은 개인의 정치적 자유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민주주의적 참여가 부의 권력 독점과는 별개의 영역이라는 또 다른 증거이다. 

이 책은 새로운 권력 이론을 제시하는 학술서이다. 과거 엘리트 이론이 부의 소유에 관계 없이 소수에게 정치적 권력의 집중에 촛점을 맞추었는데, 그는 엘리트 이론은 권력의 원천의 중요성에 관해 소홀했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핵심은 부의 소유와 부를 지키는 것을 둘러싼 갈등이기 때문에, 이것을 간과한다면 정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부가 수반되지 않은 권력은 직위에서 벗어나는 순간 거품처럼 사라지므로, 부의 소유를 둘러싼 권력과는 관심이나 행태가 다를 수밖에 없다. 진정한 권력의 추동력은 물리적 부에 있다. 소득과 재산 분포 상위 0.01%에 속하는 사람들이 과거나 현재나 정치 권력의 핵심이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나머지 99%의 사람들은 거부에게 착취되거나 혹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앞잡이에 불과하다. 

거부의 권력도 변화한다. 사회적, 경제적 위기로 거부의 부가 타격을 받으며, 세대를 거치면서 부의 부침이 있다. 거부의 구성과 권력이 변화한다는 것은 이러한 구조에 때때로 균열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위기가 지나고 나면 일부 거부들의 부는 소실되고 새로운 부가 축적되면서 기존의 거부 집단에 순환이 일어난다. 일반 사람들은 법을 지키지만 거부들은 법 위에 있고, 법을 집행하는 기관은 이들과 타협한다. 권력의 핵심을 물리적 부로 보는 그의 이론은 역사와 정치를 보는 신선한 아이디어이다. 거부의 부를 위협하는 위기를 단순히 외생변수로만 치부하고, 근대 사회에서 지식인의 역할을 부정하는 물질결정론 materialism 이 반드시 옳은 것 같지는 않지만.

2021. 7. 25. 09:20

Sherwin Nuland. 2007. The Art of aging: a Doctor's prescription for well-being. Random House. 290 pages.

저자는 외과 의사이며, 이 책은 의사의 관점에서 어떻게 해야 노년을 잘 살 수 있는가에 관해 서술한다.

50대에 접어들면 사람들은 자신의 육체가 퇴보한다는 것을 자각한다. 병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러나 노화 자체는 병이 아니다.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잘 관리하면 큰 장애 없이 죽기 직전까지 잘 살 수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늙고 있다고 자각하면 활동을 줄이고 움츠러드는데, 그러한 태도와 행위가 노화를 촉진한다. 노화의 정도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크다. 자신이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 때문에 활동을 줄일 필요는 없다. 현대 사회의 대부분의 활동은 노년에 들어서도 자신이 하려고만 한다면 계속할 수 있다. 극단적 스트레스나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노인은 젊은이에 뒤쳐지지만, 일상적인 수준에서는 젊은이와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

노년을 잘 살기 위해 세가지가 중요하다. 첫째는 남을 사랑하고 사람들과 맺는 관계의 중요성이다. 사람들은 자신보다 더 큰 무엇을 위해 살 때 삶의 의미와 가치를 느낀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 이외의 소중한 사람은 자식과 가족이며, 보다 폭넓게는 사회 일반이다. 남을 사랑하고 남으로부터 사랑을 받을 때 삶의 활력을 유지할 수있다. 둘째는 자신의 육체적 능력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우리의 육체는 적절히 지속적으로 사용해야만 기능을 잘 유지한다. 셋째는 창조성이다. 새로운 것을 찾고 도전하는 것은 삶의 활력을 위해 핵심적인 요소이다. 불확실과 불완전함을 안고 새로운 무엇을 향해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은 죽을 때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노년을 어떻게 사는가는 많은 부분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꾸준히 운동하면서 육체를 관리하고, 무리를 하지 않고, 주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지속하고, 호기심을 잃지 않고 새로운 일을 꾸준히 찾으면서 자신을 발전시키려 한다면 노년은 젊은 시절보다 더 값진 삶이 될 것이다. 오랜 경험을 통해 쌓인 지혜 덕분에 더 현명하게 선택하고 더 생산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반면 육체적 후퇴에 위축되어 우울해 하고 여생을 지루하게 보낸다면 노년은 매우 힘들 것이다.

노년의 활력은 두뇌 작용과 연관되어 있으며, 두뇌 작용은 육체 활동과 연관되어 있다. 운동을 하면 육체만이 아니라 두뇌도 자극되어 활력을 잃지 않는다. 유산소 운동도 좋지만, 무산소 근육운동을 강력히 추천한다. 우리 몸의 긴장 강도를 높이는 운동을 하면, 노년에도 근육이 생성되며 혈관과 심폐 능력이 향상되어 노화를 멈추고 되돌릴 수 있다.

노년의 목표는 오래 사는 것보다는 죽기 직전까지 건강하게 활력을 유지하면서 살다가 죽음에 임박하여 급격하게 퇴화하여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어야 한다. 노년을 보람있게 살기 위해 젊은 시절 부터 앞으로 어떻게 노년을 살지 준비해야 한다. 재정적 준비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 않게 지적으로 어떻게 살지 조금씩 준비하며 노년을 맞아야 한다. 노년을 어떻게 사는가는 사람에 따라 크게 다르다는 것이 의사로서 저자의 결론이다.

 

2021. 7. 23. 14:25

James Bessen. 2015. Learning by Doing: the Real connection between innovation, wages, and wealth. Yale University Press. 227 pages.

저자는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새로운 기술이 어떻게 개발되는지, 근래에 왜 임금격차가 확대되는지, 기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도입해야 할지에 관해 서술한다.

새로운 기술은 소수의 엘리트 발명가에 의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 기술을 적용해 일하는 노동자들의 경험 속에 체화된 실용적 기술을 통해 발전한다. 기술 혁신은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없는 시행착오와 개량을 통해 경험이 쌓이면서 조금씩 이루어진다. 처음 아이디어를 만든 발명가를 칭송하지만, 그의 아이디어가 실제 쓸모가 있는 기술로 구체화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점진적 개량 노력이 덧붙여져야 한다.

노동자들이 현장 경험을 통해 익힌 (on-the-job) 실용 기술들이 함께 하지 않으면, 아무리 우수한 기계나 기술이라도 제대로 성능을 내지 못한다. 단적인 예로 영국이 개발한 면직 기계를 일본과 중국에 수출했을 때, 영국의 기술자가 함께 따라왔음에도, 이 기계를 활용한 생산성에서 일본과 중국은 영국의 수준에 훨씬 못미쳤다. 일반 노동자들이 보유한 실용 기술은 엔지니어의 추상적 기술 못지 않게 생산성을 내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특정 분야에서 기술의 변화가 빠르며 아직 표준화가 되지 않은 초기 발전단계에는, 노동자들이 실용적 현장 기술을 배우는 것을 꺼린다. 이 단계에는 보편적 아이디어를 보유한 엔지니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반면 기술이 성숙하여 표준화가 된 단계에서는 노동자들이 구체적인 관련 기술을 배워 생산성 향상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기에 임금도 올라간다. 즉 기술이 아직 유동적인 단계에서는 생산성 향상의 과실이 엘리뜨 엔지니어에 머물 뿐 일반 노동자들에게까지 미치지 못한다. 1980년대 이래 정보통신기술은 아직 표준화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관련 기술이 일반 노동자들에게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그 결과 일반 노동자와 엘리뜨 엔지니어 간의 소득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현재 미국의 노동시장은 현장에 필요한 실용적 기술을 보유한 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많으나 이러한 중간 수준의 기술을 갖춘 노동자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신기술로 인한 소득 불평등 확대를 줄이려면, 일반 노동자들이 신기술과 관련된 구체적 실용 기술을 익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전문대학의 기술 교육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전국민의 4년제 대학교육을 장려하고, 대학의 고급 연구활동에 재정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은 방향이 잘 못 되었다.

새로운 기술 개발을 촉진하려면 기술의 공유를 장려해야 한다. 성숙한 단계에 도달한 기술은 지적재산권을 엄격하게 보호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유동적인 초기 단계의 기술에 대해 특허를 남발할 경우, 기술 개발을 방해하게 된다. 특허권을 엄격히 보호하는 정책은 표준 기술을 보유한 대기업에게 유리하기에, 지금까지 미국의 특허 정책은 특허를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발전해 왔는데, 이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데 주력하는 start-up에게는 매우 불리한 정책이다. 표준화 단계에 도달하지 않은 불확실한 기술의 경우, 특허권으로 보호하지 않아도 모방을 통해 이익을 거두기 어려운 반면, 서로 모방하면서 기술을 향상시키는 상승 효과가 더 크다.

미국의 20세기 주요 기술의 개발과정을 보면, 정부의 군사 용도의 기술 개발이 민간에 확산되는 과정을 거쳤다. TV, 컴퓨터, 인터넷, GPS, AI, 등 대부분의 핵심 기술은 군사용도의 기술 성과를 민간에서 받아 개량하면서 이루어졌다. 정부가 군사용도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면서 참여 기관과 연구자들 사이에 기술 공유를 적극적으로 장려했기 때문에 연구의 효율이 매우 높았다. 개별 기업은 자신의 연구 과정과 성과를 배타적으로 소유하려고 하기 때문에, 관련 연구자 공동체의 집단적 협력을 기대할 수없다. 근래에 미국의 군사 목적의 연구는 배타적 비밀주의를 엄격히 강요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높은 연구 효율과 민간 확산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이 유럽보다 기술 개발이 활발한 것은, 기술과 기술자에 대한 사회전반의 우호적 분위기와 함께, 기술 기득권자를 보호하는 정도가 유럽보다 덜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기술 개량에 참여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때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 진다. 기술 개발은 소수의 엘리뜨 엔지니어가 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 일에 참여하면서 배우고 개량하는 가운데 점진적으로 기술은 발전한다.

이책은 저자의 과거 기업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이 실제 어떻게 쓰이고 개발되는지 이야기 한다. 학자가 쓴 글과 달리 이론적 논의보다는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신 기술 개발이라는 것이 실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기 어렵다. 저자는 실제 적용하면서 깨달아가는 과정을 통해 기술이 점진적으로 발전한다고 주장한다. 기술발전에 관한 기존의 이야기는 대체로 신화일뿐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기술 개발은 엘리뜨 이론가나 골방의 발명가의 업적만으로는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평이하지만 설득력 있는 이야기이다. 

2021. 7. 18. 12:26

Ian Morris. 2013. War! What is it good for?: Conflict and the progress of civilization from primates to robots. Farrar, Straus and Giroux. 393 pages.

저자는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인류의 역사 전반을 훑으면서 전쟁은 평화를 가져오는데 필수적인 것이었다는 명제를 주장한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공격성과 폭력성을 지닌 동물이다. 수렵채취 단계에서 폭력으로 사망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10~20%에 달한다. 사람들은 문제와 어려움에 봉착하면 쉽게 폭력적 수단에 의지했으며, 집단들 사이에 제한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갈등은 끝없는 공격과 보복을 낳았다. 농경을 하면서부터 행위 방식에 변화가 나타났다. 농경으로 인구 밀도가 늘고 이동의 제한에 부닥치면서, 과거 작은 집단 간 폭력적 갈등은 규모가 큰 사회 간 전쟁으로 발전했다. 전쟁에서 상대 집단을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의 집단이 상대보다 더 부강하고 규율이 더 잘 잡혀 있어야 한다. 중앙집권적 국가 권력의 사회 통제의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사회 내에서의 사적인 폭력은 엄격히 제한되었으며, 그 결과 폭력의 빈도는 현저하게 줄었다.

과거 소집단 사이의 폭력적 갈등이 빈번했을 때는, 상대를 공격하여 이길 경우, 보복을 예방하기 위하여 상대 집단 사람들을 모두 죽이는 것이 안전한 방책이었다. 반면 국가가 폭력을 통제하는 단계에서는, 다른 국가와 전쟁에서 이기면 상대의 반발을 무마하는 수준에서 폭력을 그치고, 대신 상대 국가의 구성원을 자신의 사회 안으로 포용하여 더 큰 국가로 만드는 것이 미래의 전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안전한 방책이다. 그 결과 로마의 제국주의 시대에 폭력으로 죽은 사람은 전체 인구의 1~2%로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줄었다. 전쟁을 통해 더 강력한 국가와 군주 Leviathan 가 출현하면서 폭력은 감소하고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중앙아시아로부터 온 기마민족의 공격으로 로마가 멸망하면서 강력한 국가의 통제는 허물어졌다. 기마민족은 농경사회의 지배자와 달리 기본적으로 정주하여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이 아니다. 그들은 전쟁을 통해 상대를 포용하고 더 큰 부강한 나라로 성장하는 길을 걷기 보다는, 상대를 정복하여 파괴하고는 물러나거나 혹은 얕은 수준의 통치만을 하는 지배자가 되었다. 이들은 정주하는 권력이 아니므로 피지배자를 자신의 일부로 포용하여 그들의 안위과 부를 높임으로서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전쟁의 능력을 키우기보다는, 피지배자를 자신들의 일부로 포용하지 않고 타자로서 착취하는 수준에서 머물렀다. 기마민족의 전쟁은 상대를 파괴하는 것에서 더 발전하지 않는 '비생산적 전쟁'이다. 유럽은 다시 작은 집단으로 쪼개졌으며 이들 사이에 갈등과 폭력의 빈도는 높아졌다. 중세 시대에 유럽은 로마 제국주의 시대보다 폭력의 수준이 훨씬 높다. 유럽이 다시 상대를 포용하는 '생산적 전쟁'의 길로 들어선 것은 총기가 보급되고 기마 공격이 무력화되면서부터이다. 총기가 보급되면서 전쟁의 비용은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며 훈육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높은 전쟁 비용을 조달하고 잘 훈련된 군대를 확보하기 위해 사적 폭력을 억제하고 사회를 잘 다스려야 할 필요성 역시 증가하였다.

서구가 세계를 제패하게 된 것은 항해와 무기 제조 기술이 발달하고, 군대의 훈육과 조직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서구 유럽은 지형 조건상 작은 나라로 쪼개져 있으면서 서로 간에 잦은 갈등과 경쟁을 해야 했다. 그 결과 유럽은 단일 체제의 중국이나 인도와 달리 상호간 모방하면서 경쟁적 발달을 하였으며, 이러한 과정이 축적되면서 아시아와의 격차를 넓혔다. 서구의 제국주의시대 정복 초기에는 폭력이 많이 사용되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제국주의는 종주국과 식민지 모두에서 질서를 높이고 폭력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18세기 중반 영국이 프랑스와 패권전쟁에서 승리하고, 산업혁명으로 부와 기술을 높이면서, 영국은 세계에 대해 개방정책을 강요하였다. 각 나라들은 각자 자신이 잘하는 것을 생산하여 서로 교역하므로서 모두의 부를 높였다. 이러한 개방정책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영국에게 매우 큰 부와 번영을 안겨주었다. 영국은 강력한 군사력으로 자유 항해와 교역의 자유를 보장하는 세계 경찰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문제는 이러한 개방정책을 통해 영국만 성장한 것이 아니라, 후발 산업국인 미국과 독일도 빠르게 성장하여, 19세기 후반 무렵에 미국은 산업 생산에서 영국을 따라잡았으며 20세기 초에 이르면 독일도 영국을 위협할만큼 크게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독일은 자신들의 성장한 국력에 비해 자신들이 차지한 식민지가 보잘 것 없음에 불만이 커졌으며, 결국 1914년과 1938년 영국과 프랑스를 상대로 두차례나 전쟁을 벌였다. 이 전쟁을 통해 국력을 소진한 영국 대신, 미국이 세계 경찰의 위치에 올라서서 개방 정책을 이어갔다. 1989년 소련이 몰락함으로서 미국은 마침내 유일한 세계 경찰의 위치에 올라섰다.

미국의 안전 보장과 이를 바탕으로 한 개방정책은 미국에게 가장 큰 이익을 주었지만, 과거에 그랬듯이 다른 후발국가들에게도 빠른 추격 성장의 기회를 제공했다. 중국은 미국의 개방정책과 세계 경찰의 역할덕분에 빠르게 국력을 높였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패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두 차례의 전쟁을 거쳤듯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패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전쟁이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앞으로도 계속 생산성을 높여간다면, 가까운 미래에 중국에 추월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저자는 궁극적으로는 미국이 중국에 추월당할 것으로 예측한다. 과거와 달리 핵무기의 확산으로 앞으로 전면전은 전쟁 당사자 모두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기기 때문에 전면 전쟁이 발생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미소간 군비축소의 결과 현존하는 핵무기는 수천만명을 죽이는 정도에 불과하며, 미사일을 요격하는 기술의 발전 등으로 핵무기의 피해를 선제적으로 줄일 수있는 방법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핵무기의 엄청난 위험 때문에 앞으로 전쟁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옳지 않다. 엄청난 피해를 입기는 하겠지만 여전히 인구의 상당 비율은 핵무기를 사용하는 전면 전쟁에서 살아남을 것이므로 전쟁의 위험은 상존한다.

인류의 평화에 대한 희망이 과학 발전에서 나올 수있다. 인류는 공격적 폭력성을 문화적 장치를 통해 통제해왔으며, 그 결과 근래로 올 수록 폭력이 줄어들었다. 앞으로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전이 계속되면, 사람들 사이에 의식의 연결이 확대되면서 궁극적으로 컴퓨터와 인류 모두가 결합한 단일체 Singularity 가 출현할 수 있다. 컴퓨터의 도움으로 나와 우리의 외연이 계속 확장되다가 결국 모두가 하나가 되는 단계에 도달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단계에 도달하기 이전에, 인류는 과학 기술을 더 많이 활용하여 유리한 집단과 과학 기술이 낙후된 집단간에 불평등이 확대될 수있다. 전자는 월등한 능력을 동원하여 후자를 복속시키고 착취하는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아마도 이러한 예측이 보다 가까운 미래의 모습일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역사적 지식을 버무려 비교적 가볍게 서술한 책이다. 특별히 새로운 이야기나 새로운 주장은 없으며, 인류 역사 관통하는 상식을 제공한다. 인간의 본성은 갈등, 공격, 폭력이며, 강력한 국가와 군주의 출현으로 이러한 본성을 제어한다는 토마스 홉스의 명제를 재확인한다. 전쟁 때문에 강력한 국가와 군주가 출현하여 개인과 집단간 소소한 폭력을 제어한 결과 오늘날과 같이 폭력 행사가 드문 평화로운 사회가 됬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주장의 핵심은 강력한 국가와 군주, 세계의 경찰의 필요성이다. 만일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는 국가의 힘이 약화된다면 다시 혼돈의 상황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즉 평화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강력한 폭력적 존재가 버티고 있어야 한다.

 

     

 

 

2021. 7. 6. 16:08

Mark Zachary Taylor. 2016. The Politics of Innovation: Why some countries are better than others at science and technology. Oxford. 297 pages.

저자는 정치학자이며, 이 책에서 한 나라의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끄는 다양한 제도적 요인을 비교한 뒤, 대외로부터의 정치경제적인 위협이 과학기술의 발전과 혁신을 가져오는 궁극적 동력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창조적 불확실성" creative uncertainty 라는 개념으로 요약한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투입되지 않으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과학기술 지식은 배타적 소유가 어렵기에 시장에서 적절히 공급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혁신을 불러오는 다섯가지의 핵심 요인이 있다. 첫째는 지적 소유권이 잘 설정되 있을 것, 둘째,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금, 셋째, 과학기술 교육, 넷째, 연구중심 대학, 다섯째, 국내 기술 발달을 유도하는 무역정책이다.  이러한 요인들은 모두 정부의 적극적 개입으로 실행된다.

제도학파 경제학자들은 소유권 보장과 인센티브 제도, 민주주의, 권력 분산, 투명성, 등의 제도 환경을 경제 성장의 필수 요인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국가들을 비교해보면 양호한 제도를 갖추고 있으나 과학기술 발전이 부진한 나라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제도는 부실하지만 과학기술 발전이 활발한 나라가 있다. 호주나 오스트리아가 전자에 해당하며, 한국과 중국이 후자에 해당한다. 양호한 제도가 과학기술의 발전을 낳는 필요조건은 아닌 것이다. 

새로운 기술과 혁신은 관행을 바꾸는 것이기에 승자뿐만 아니라 패자를 낳는다.  기존의 기술로부터 기득이권을 누리던 집단은 혁신적 변화에 반발한다. 이들은 과학기술의 연구에서부터 개발된 기술의 적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다양하게 방해하면서 기술 발달을 힘들게 한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이유에서 새로운 기술은 방해를 받는다. 기득이권 집단에는 노동자에서부터 경영자, 정치인, 종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역사에는 기득이권 집단의 방해로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지체되거나 좌절된 경우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국외로부터 군사적, 경제적 위협이 국내 세력의 방해보다 더 클 때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 수 있다. 국외로부터의 경쟁과 위협이 높으면, 국민이 합심하여 국력을 길러야 한다는 요구가 전사회적으로 설득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안보 위협은 국방력을 높여야 할 필요를 낳으며, 이는 정부의 적극적 과학기술의 투자를 낳는다.

국가의, 특히 정부의 제한된 자원을 과학기술 발전에 투자하는 것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따르기 때문에, 긴박한 필요가 없는한 이러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비용이 많이 들고 결과가 불확실한 과학기술보다는 보건 복지, 교육, 지역 개발 등 국민의 삶에 근접한 실용적 분야에 자원을 배분하라는 요구가 더 힘을 받는다. 이것이 안보 위협이 높은 나라에서만 주로 과학기술의 적극적 투자가 이루어지는 이유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과학기술의 인력, 자본, 기업, 지역 등을 둘러싼 국내외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데 치중할 때 성과를 발휘한다. 연구기관과 산업체를 연결하고, 기술과 자본을 연결하고,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을 연결하고, 산업 단지를 조성하는 등으로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타이완은 네트워크 형성에 크게 성공하여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루었다.

저자는 한마디로, "경쟁이 혁신을 낳는다"고 말한다. 외부로부터의 경쟁과 위협이 없으면, 국내 세력들이 갈등을 벌이면서 혁신의 동력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그의 이론이 미국, 영국, 독일 등의 선진국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지배하는 상황을 잘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거시적으로 볼 때 타당한 지적이다. 

2021. 7. 1. 15:21

Annalee Saxenian. 1994. Regional advantage: Culture and competition in Silicon Valley and Route 128. Harvard University Press. 168 pages.

저자는 도시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보스턴의 Route 128 지역과 실리콘 밸리를 비교하면서, 왜 전자 기술의 발달은 보스턴 지역에서 시작했으나 실리콘 밸리에 따라잡히게 되었는지, 왜 실리콘 밸리에서 컴퓨터 기술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지 설명한다.

보스턴 주변 지역은 뛰어난 산업 입지를 가지고 있다. 18세기 미국의 산업혁명이 이 지역에서 시작되었으며, 우수한 대학과, 높은 인구 밀도와, 정치 경제의 중심지를 인근에 둔 덕분에, 오래전부터 미국에서 이 지역은 기술과 산업의 중심이었다. 특히 2차 대전을 전후하여 정부의 대규모 방위산업 수요에 부응하여 전자기기, 항공기, 미사일, 등 첨단 산업이 크게 발달하였다. 이 지역의 기업들은 방위산업 예산의 절반 이상을 독식하면서, 신기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였다.

보스턴 지역에서는 연방정부의 대규모 발주에 의존하는 기술 대기업이 지역의 산업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었다. 기술 대기업은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내부에서 조달하는 수직적 계열화 체제를 갖추고 있었으며, 한 지역에 있으면서도 기업들 서로간에 연관이 적은 독립적 단위로 존재하였다. 이 대기업들은 기술 개발이나 부품 조달을 모두 내부에서 하였으며, 위계적 조직과 비밀주의가 팽배한 관료적 경영 행태를 보였다.

실리콘 밸리 지역은 2차 대전 이전까지 특별한 기술 기업이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태평양 전쟁을 치르면서 샌프랜시스코 지역에 돈과 사람이 몰리면서 이 지역은 활력을 얻게 된다. 실리콘 밸리가 기술 개발의 메카로 뜬 데에는 몇 가지 중요한 계기가 있다. 하나는 보스턴 지역에서 일하다가 스탠포드 대학의 전자공학 교수로 부임한 Frederick Terman 이 서부지역에 기술 개발의 동력을 불어넣기해 산학협력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시도한 것이다. 스탠포드 대학은 인근 산업체와 학교 연구실이 밀접히 협력하는 것을 장려하였으며, 교수와 학생의 연구결과물의 사업화를 지원하였다. 기업체 엔지니어가 대학의 강의를 듣게 함으로서, 기업이 최신 기술을 학교로부터 전수 받고, 학교가 산업 현장의 감각을 획득할 수 있게 하였다. 그 결과 휴렛팩카드, 선 마이크로시스템, 등  많은 실리콘 밸리의 기업이 스탠포드 대학의 졸업생에 의해서 설립되었다. 그들은 졸업해서도 기업활동에서 서로 유대를 지속했으며, 경영이나 기술적 문제에 관해 서로 주고받고 대학과 연계를 유지하는 고리가 되었다.

둘째는 직접회로의 기술이 1950년대에 개발되었는데, 스탠포드를 나오고 동부의 벨 연구소에서 일하던 William Shockley가 실리콘 밸리에 직접회로 칩을 생산하는 기업을 만들었고, 이곳에서 일하던 엔지니어 8명이 이 기업에서 나와 Fairchild Semiconductor 를 만들어 크게 성공한 것이다. 이 기업은 이후 무수히 많은 실리콘 밸리의 기술기업들을 파생시켰다. 대학교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업적 중심의 문화, 휴랫패커드의 수평적 경영, 쇼클리의 권위를 배격하는 경영, 일하던 기업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이 창업하는 많은 사례 등이 실리콘 밸리의 수평적이고, 비공식적 네트워크를 중시하고, 정보가 자유롭게 교환되고, 업적 중심의 경쟁을 우선하는 생태계를 만들었다.

실리콘 밸리의 엔지니어들은 소속 기업에 대한 충성보다 동료 기술집단에 대한 충성이 더 컸다. 기술 변화가 워낙 빠르고, 그에 따라 기업 활동도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신뢰가 조직에 대한 신뢰보다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배경이 없이 기술과 아이디어만으로 출발하여 크게 성공하고, 사업에 실패해도 크게 오명이 붙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엔지니어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하기 위해 창업을 힘들지 않게 택하였다. 지역에 지원 공급망의 생태계가 잘 갖추어져 있으므로 창업에 큰 비용이 들지 않았다. 핵심 아이디어를 제외하고는, 인근에서 모두 경영 지원, 기술 지원, 부품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컴퓨터관련 기술이 워낙 빨리 변하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 경쟁이 매우 치열했으며 조금만 방심하면 기술이 낙후되어 퇴출되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 개발에 따라 새로운 시장이 계속 확대되는 플러스 섬 plus sum의 환경이므로, 기술 비밀주의나 비용이 많이 드는 법정 다툼을 하기보다는 약간의 보상을 받으면서 서로에게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지역 내에서 엔지니어와 물자의 잦은 이동을 통해 기술이 금방 상대 기업에게 노출되기 때문에 비밀주의가 통하기 어려웠다. 가격 경쟁보다는 높은 품질과 기술적 우위가 우선적인 고려 사항이었으며, 지역내 인력과 물자의 이동을 통해 전반적으로 기술수준이 높아지고, 향상된 기술의 수익을 모두가 누리는 분위기였다.

반면, 보스턴 지역의 대기업은 모든 기술과 생산을 회사 내에서 소화하려고 했기 때문에 변화의 속도가 느렸다. 시작은 앞섰으나 시간이 갈수록 신기술 개발 속도에서 실리콘 밸리에 뒤쳐지게 되어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보스턴의 기업들은 기술 개발 부문을 실리콘 밸리로 이전하여 첨단의 기술 개발 속도에 따라갈려고 하였으나, 최종적 의사결정이 여전히 동부의 대기업 관료의 손에 있었으므로 서부의 민첩하게 움직이는 기술 기업을 따라갈 수 없었다. 예컨대 1960년대에 DEC 는 중형 컴퓨터 분야에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했는데, 퍼스널 컴퓨터와 워크스테이션으로 넘어가는 기술 변화의 흐름에 뒤쳐져 1990년대에 결국 망했다.

실리콘 밸리가 보스턴을 따라잡고 1970년대 이래 미국의 전자산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을 한 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0년대 중반 이래 메모리 칩이 대량생산의 범용제품이 되면서 실리콘 밸리의 반도체 생산 기업들이 일본의 경쟁에 밀리게 되었다. 대규모의 설비를 투자하여 비용 감축과 효율성을 높이는 대량 생산방식에서 실리콘 밸리 기업들은 일본의 후발주자에게 패했다. 결국 1990년대 들어 메모리 칩 생산을 포기하고 프로세서 칩에 집중하였으며, 소규모의 주문생산이 요구되는 첨단기술이 집적된 칩을 디자인 하고 생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실리콘 밸리는 기술개발의 동력을 회복하였다.

저자는 동부의 보수적이며 폐쇄적 대기업 문화와 서부의 엔지니어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변화에 민첩한 창업가 문화를 잘 대비하고 있다. 기술 변화가 매우 빠른 반도체와 컴퓨터 분야에서 실리콘 밸리의 엔지니어 기업 네트워크이 얼마나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지 잘 보여준다. 관계자 인터뷰, 지역 신문기사, 통계 자료를 조합하여 훌륭한 분석을 제시하였다.

2021. 6. 29. 14:54

William Baumol, Robert Litan, and Carl Schramm. 2007. Good Capitalism, bad capitalism, and the economics of growth and prosperity. Yale University Press.

저자는 경제학자들로, 이 책은 개발도상국과 선진산업국 각각에 대해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방법을 제시한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은 생산성의 향상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생산성의 향상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기업가들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기업가들이 생겨나는 것을 장려하고, 이들이 초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혁신을 추진하도록 자극하는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저자는 자본주의를 네가지 형태로 구분한다. 정부 주도형 자본주의 state-guided capitalism, 족벌적 자본주의 oligarchic capitalism, 대기업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big-firm capitalism, 기업가 자본주의 entrepreneurial capitalism. 정부 주도형 자본주의는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보이는데, 정부가 생산활동의 주요 의사결정자 역할을 한다. 선진국 기술을 모방하는 단계에는 이 모델이 효율성을 발휘할지 모르나, 경제가 기술의 정점 단계에 도달 했을 때 관료적 비효율의 함정 때문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기업가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족벌적 자본주의는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의 개발도상국에서 흔히 보이는 유형이다. 이 모델에서 소수 지배층이 자신들의 이익 보전에만 관심이 있을뿐 경제 발전에는 큰 관심이 없다. 경제 발전은 기득이권 구조의 균열을 가져오기 때문에 새로운 기업 활동을 장려하지 않는다. 대기업이 지배하는 자본주의는 유럽의 대륙국가와 일본에서 보인다. 이 모델에서는 대기업이 경제를 지배하는데, 대기업은 관료적 비효율 때문에 혁신을 만들어 내는데 비효율적이며, 기득권 지위에 안주하려 하기 때문에 혁신을 질식시키는 성향을 보인다. 유럽의 대륙국가와 일본이 1970년대 이래 경제가 정체되고 실업율이 계속 높은 이유는 혁신이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업가 자본주의는 미국에서 보이는데, 혁신이 활발히 진행되며, 혁신 기업이 낳는 생산성 향상이 경제 전체에 파급되면서 지속적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

기업가 자본주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네가지 필요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첫째, 기업을 만드는 것이 쉽고 빨라야 한다. 기업을 세우는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면, 좋은 아이디어가 기업 활동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개발도상국으로 내려갈수록 기업을 세우는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기업을 세우는 것과 연관된 몇가지 부대 조건으로, 사업이 실패할 때 합리적으로 파산할 수있어야 하며, 금융기관의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이 비교적 잘 작동해야 하며, 노동자를 고용하고 해고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해야 한다. 둘째, 기업가의 성공에 대한 보상이 사회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재산권의 보호와 법에 의한 계약의 강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기업가의 활동을 저해하는 부정한 행위가 금지되어야 한다. 아이디어의 생산적 활용을 통해 경제 규모를 키우는 방향이 아니라, 기존의 경제 파이를 빼앗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재능이 흐르지 않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범죄는 물론이고, 소송과 로비를 통해 제로섬의 다툼을 벌려 큰 이익을 얻게 된다면 사람들은 힘들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서 생산으로 연결시키려 하지 않을 것이다. 넷째는 경쟁이 계속 지속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존의 성공에 안주하여 오래도록 독점적 이익을 향유하면 혁신은 질식된다. 반독점법이 실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무엇보다 무역과 해외투자를 개방하여 외부로부터의 경쟁에 항시 노출되도록 해야 한다.

기업가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면서 사업을 하는 기업 repetitive entrepreneur 과, 기존에 없는 새로운 방법을 도모하여 생산성 향상을 거두는 기업 inovative entrepreneur 가 그것이다. 전자는 단순히 물량을 많이 투입하는 것이지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므로, 경제 전체로 볼 때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계생산 체감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방법을 개발하는 데에는 소규모 기업가가 강점이 있으나, 이들이 개발한 것을 다듬어서 대량생산 체제로 연결시키는데에는 대규모 기업이 강점이 있다. 따라서 소규모의 혁신 기업과 대기업이 적절히 조합된 체제가 경제 전체로 볼 때 생산성 향상을 가장 크게 거둘 수 있다.

유럽의 대륙국가와 일본이 대기업 중심의 체제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들 정부가 대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또한 은행이 기업과 밀착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였다. 대기업이 지배한 결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와서 생산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었으며, 채용과 해고가 어려운 경직된 노동시장이 자리잡았다.

새로운 방법을 도모하는 혁신 기업이 많이 생겨야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질 수있으므로, 유럽과 일본이 지난 수십년간의 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경직된 노동시장을 완화하고, 신규 진입이 용이하도록 규제를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 노동을 포함한 전반적 규제를 일시에 폐지하는 것은, 기존 제도의 수혜자로부터 극심한 반발을 초래하기 때문에 개혁이 좌절될 것이다. 저자는 주변으로부터 점차적으로 개선할 것을 제안한다. 예컨대 지금부터 신규로 설립된 회사에 대해서는 완화된 규제 조항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요컨대 혁신 기업 활동이 활발하게 되기 위해서는, 신규 기업의 진입과 퇴출이 용이하고 인센티브가 살아있는 제도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아무리 교육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 해도, 교육 기관에서 배출된 유능한 인재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고 이를 생산으로 연결시킴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면 허사이다. 정부가 지도하여 새로운 혁신을 가져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며, 시장의 힘이 잘 작동하는, 즉 능력있는 개인의 역량이 잘 발휘될 수있는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이 책은 미국이 어떻게 1970~80년대의 부진을 씻고 1990년대 중반 이래 놀라운 성장을 이룩하게 되었는지를 잘 설명한다. 저자는 경쟁이 잘 살아있을 때, 즉 모든 사람들이 기득 이권에 안주하지 않고 긴장해서 살아갈 때 경제가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유럽과 일본이 정체되고 활력이 떨어진 이유를, 바로 그들이 풍요에 안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적절한 진단이다. 지난 세기 전체를 걸쳐 미국의 꾸준한 혁신과 생산성 향상은 정말 놀랍다.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경시할 수는 없지만, 다른 어느 선진국도 따라오지 못하는 미국 체제의 강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2021. 6. 27. 11:27

David Buss. 2019. Evolutionary Psychology: The New Science of the Mind. Routledge. 402 pages.

저자는 진화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진화심리학의 대학 교재로 집필되었다. 적응과 번식이라는 진화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인간의 심리가 발달하였다는 명제를 뒷받침하는 기존의 모든 연구를 망라하여 소개한다.

진화 심리학은 인간 심리에 대해 기존의 심리학의 분과 학문과는 다른 설명을 제시한다. 인지 심리학이 인간의 보편적인 인지 구조를 전제로 한다면, 진화 심리학은 적응과 번식의 문제 영역에 따라 상이한 인지 구조를 주장한다. 식량을 획득하는 분야, 위험을 탐지하고 회피하는 분야, 짝을 찾는 분야, 등  각각의 분야에 맞추어 상이한 인지 구조가 마련되어 있다. 인간의 대상 인지와 기억, 문제 해결 능력, 언어 능력, 지능, 등이 보편적인 규칙에 따라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각 문제 분야에 따라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인간의 사회 관계에 적용되는 심리 기제 역시 적응과 번식이라는 문제에 맞추어 발달되었다. 인간의 도덕 감정이 대표적 예이다. 규칙을 어기는 사람에게 도적적 분노가 퍼부어지는 이유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 함으로서 인간의 집단적 생존에 해가 되는 행위를 막기 위해 발달한 것이다.

인간의 발달 단계에 따라 상이하게 심리적 성숙이 이루어지는 것은 발달 단계에 따라 해결해야 할 적응과 번식의 문제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위와 심리를 진화적 관점에서 설명하는 접근은 개인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개인의 성격의 차이를 상이한 환경에 적응하고 번식하기 위해 개인이 택하는 전략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불안정한 성격과 무책임한 성적 방종을 일삼는 성격은 불안정한 성장 과정과 불리한 환경에서 생존과 번식을 위해 가장 이익이 되는 전략이기 때문에 발달한 것이다. 심리적 부적응과 심리적 일탈이라고 칭하는 문제들도 당사자에게는 현실적으로 가장 이익이 되는 적응일 수있다. 예컨대 실패에 부닥뜨려 의기소침하고 우울증에 빠지는 것은 불리한 현실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추후의 기회를 노리는 현실적 방책이다. 

진화적 관점에서 인간의 행위와 심리를 설명한다면, 심리학의 다양한 분과나 사회과학의 다양한 주제들이 일관되게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거시이론인 진화론이 구체적 문제를 모두 설명해주지는 못하겠지만, 인간 세계의 많은 현상을 진화론으로 아우르는 것은 유망한 접근임에 틀림이 없다.

2021. 6. 13. 22:46

Martin Daly and Margo Wilson. 1983. Sex. Evolution, and Behavior. Willard Grant Press. 344 pages.

저자는 진화생물학자이며, 이 책은 사회생물학 sociobiology의 교과서로 집필되었다. 후손을 생산하는 데서 유리함을 획득하는 것 evolutionary fitness 으로 생물체의 행동과 생존 방식을 설명할 수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란 결국 후손 생산을 많이 하기 위하여, 다시말하면 자신의 유전자를 많이 퍼뜨리기 위하여 최선의 성 전략을 구사하는 존재 sexual strategist 이다. 

후손을 생산하기 위하여 부모가 얼마나 어떻게 투자하는가 parental investment 의 관점에서 암컷과 수컷 사이의 성적 관계를 분석한다. 암컷은 수컷과 비교하여 생산할 수 있는 후손의 수의 최대값에 제한이 있으며, 각각의 후손을 생식가능한 단계까지 만드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반면 수컷은 생산할 수 있는 후손의 최대값에 제한이 없으며, 각각의 후손에게 크게 투자하지 않는다. 따라서 암컷은 짝을 고르는데 수컷보다 훨씬 더 신중을 기하며, 짝으로부터 후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자원을 획득하는데 주로 관심을 둔다. 반면 수컷은 짝을 고르는데 까다롭지 않으며, 가능한 한 많은 짝으로부터 많은 후손을 얻는 데에 주로 관심을 둔다.

수컷에게 암컷은 자신의 후손을 만드는 소중한 자산이므로, 후손을 잘 만들 수있는 육체적 능력을 지니는지를 주로 본다. 다른 수컷의 접근을 막고 자신이 배타적으로 암컷의 성을 독점하는 데 매우 큰 관심을 둔다. 암컷이 바람을 피워 다른 수컷의 자녀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엄청난 노력을 들여 암컷의 행동을 감시한다. 수컷의 질투는 암컷이 다른 수컷과 성적인 관계를 맺는 것에 촛점이 맞추어지는 반면, 암컷의 질투는 수컷이 다른 암컷에게 자원을 나누어 주는 것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수컷은 암컷을 독차지 하기 위하여 수컷 간에 치열한 경쟁을 한다. 따라서 수컷은 위험한 행동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으며, 일찍 죽는 확율이 높다. 수컷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심할수록, 수컷은 암컷보다 육체적으로 강하고 크다. 일부다처 동물의 경우 수컷 간에 경쟁이 매우 치열한 반면, 일부일처 동물은 상대적으로 수컷간 경쟁이 덜 심하다. 인간은 어느 정도 일부다처 동물이다. 암컷은, 상대적으로 능력이 부족한 한 수컷의 단독 짝이 되는 선택지와 능력이 뛰어난 수컷의 두번째 짝이 되는 선택지 중에서 후손을 재생산하는 데 유리한 쪽을 택한다.

동물은 기본적으로 친족을 타인보다 우대한다 nepotism. 이는 유전자를 후대에 퍼뜨리는 진화적 관점에서 볼 때, 친족은 타인과 달리 약간이라도 자신과 유전자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inclusive fitness. 자신과 혈연적 관계가 가까울 수록 수컷은 암컷이나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타인과보다 훨씬 덜 한다.

암컷과 수컷으로 분화되어 교미를 통해 유전자를 교환하는 양성 생식 방식으로 후손을 만드는 것은 단성 복제 생식보다 훨씬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그러나 양성 생식은 세대를 이어가면서 유전자의 다양성이 확대된다. 이는 해로운 병원체에 대해 면역력을 갖는 유전자를 진화적 선택을 통해 만들어냄으로서 종의 생존에 유리하다. 동물 세계에서는 환경이 우호적일 때에는 단성 복재 생식으로 단시간에 많은 후손을 생산하고, 환경이 불리할 경우에는 불확실한 환경에 적응력이 높은 양성 생식 방식으로 번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자신의 집단 밖의 개체와 성 관계를 통해 유전자를 섞을 경우 열성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되나, 자신이 속한 작은 집단 내에서만 성관계가 계속 이루어지면 세대가 흐르면서 열성 유전자가 발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족 구성원간의 성적 관계를 금하는 터부가 진화적 선택을 통해 발달하였다. 유전자를 공유하는 형제자매간에는 성적 관심이 일어나지 않는데, 이는 유전자의 공유 그자체보다는 성장기를 같이 보내는 경우에 뚜렷이 나타난다.

동물의 번식 전략은 많은 개체를 낳는 대신 개별 후손의 성장을 위해 자원을 적게 투자하는 전략과, 반대로, 소수의 개체를 낳는 대신 개별 후손의 성장에 투자를 많이 하는 전략으로 구분된다. 곤충이나 물고기 중에는 전자의 전략 r-strategy 를 취하는 종이 많은 반면, 포유류 중에는 후자의 전략 K-strategy를 취하는 종이 많다. 포유류의 경우 후손을 모두 생식가능한 성체로 양육하는 데에는 부모의 노력이나 자원 환경의 제약이 큼으로, 상대적으로 작은 수를 출산하며, 양육환경이 불리할 때에는 의도적으로 영아를 살해한다. 인간은 영양상태가 부실하면 여성의 초경이 늦고 월경이 중단되는 것도 이러한 전략의 발현이다.

인간 남녀간의 성적 관계나 삶의 방식은 진화생물학적인 이론에 의해 많은 부분이 설명될 수 있다. 인류 역사에서 농경이 시작되고, 특히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단시간에 인간의 삶의 환경이 크게 변하였으므로, 과거 인류의 오랜 생존방식인 수렵채취방식의 삶을 통해 진화적으로 발달한 삶의 방식이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간의 행위와 삶의 많은 부분은 진화적으로 후손을 생산하는 관점 evolutionary fitness 에서 적절히 설명할 수있다.

이 책은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데 대단한 혜안을 제공한다. 엄청난 경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서술하며, 교과서로 집필되었음에도 일반 독자에게 놀랄만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이책을 읽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비약적으로 높아진 느낌이다. 정말 대단한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한 다음 인간의 살인 homicide 을 분석하는 책을 집필했는데, 두 책은 사회생물학 sociobiology 이라는 일관되는 이론을 배경으로 인간을 매우 잘 설명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내가 이 책을 일찌감치 읽었더라면 인생을 그렇게 헤메지 않았을텐데 하고 아쉬워했다. 물론 젊은 시절에 읽었다면 이 책에서 서술하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그런 것이다, 인생이란. 지나고 난 다음에야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한번 가면 다시 오지 않는 거라는 것을, 지나고 나서 후회할 뿐이다.

2021. 6. 7. 06:43

Geoffrey West. 2017. Scale: The Universal laws of life, growth, and death in organismx, cities, and companies. Penguin Books. 448 pages.

저자는 물리학자로 통섭학문 연구로 유명한 산타페 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이 책은 생물체와 사회현상을 관통하는 근본 원리를 찾는 노력의 결과물로, 그는 생물체와 사회현상이 규모에 비례한다는 원리를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생물체의 성장, 도시의 성장, 회사의 성장 등은 지수적 분포 곡선 exponential curve 를 따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증가하며, 소수의 것은 규모가 매우 큰 반면 이와는 큰 격차를 보이면서 작은 것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는 일반적인 정규 분포 곡선과는 다른 속성을 지닌다. 지수적 분포를 보이는 이유는 생물체, 도시, 회사가 자기 복제적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프랙탈 fractal 의 모습을 만들어 낸다.

생물체의 지수적 속도의 성장은 무한히 지속될 수없다. 왜냐하면 생물체를 구성하는 최소단위, 즉 세포 하나 하나에 에너지가 공급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신진대사 기능은 규모보다 성장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결국 규모가 어느 정도에 이르면 유기체의 모든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능력이 포화상태에 도달하게 되며, 추가적인 성장을 위한 여력이 더이상 남지 않게 된다. 세포의 수가 증가하면 신진대사를 위한 세포간의 네트워크의 복잡성도 지수적인 속도로 증가하며, 더이상 복잡성이 발달하기 어려운 극치점에 도달한다. 이러한 극치점에서는 규모와 신진대사 기능간에 균형을 보이며, 외부로부터의 작은 충격으로도 이 균형이 깨어져 쇠퇴의 길로 접어 들며 마침내 사멸한다. 이것이 바로 생물체의 성장이 멈추고 수명이 제한된 이유이다. 

생물체의 규모가 크면 신진대사율은 낮은 대신 오래 산다. 반면 생물체의 규모가 작으면 신진대사율은 높은 대신 빨리 죽는다. 규모에 따라서 가용한 힘도 결정된다. 규모가 크면 그것을 지탱하기 위해 많은 힘을 필요로 하며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여야 하기 때문에,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신진대사의 비효율이 압도하여 생존할 수없다. 생물체는 온도가 높아지면 신진대사의 속도가 높아진다. 빨리 성장하고, 빨리 후손을 낳고, 빨리 죽는다. 지구 온난화는 생물체의 삶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간들이 모여 사는 도시 또한 생물체와 유사하게 지수적 성장의 속도와 분포를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의 속도가 빨라지며, 소수의 매우 큰 도시와 다수의 작은 도시들로 구분된다. 한편, 생물체의 신진대사와 달리 도시는 세포, 즉 주민 각각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신진대사의 효율이 규모가 클수록 커지는 규모의 경제 economy of scale 를 보인다. 클수록 더 효율적이 되는 것이다. 도시의 규모가 커질수록 사람들 사이에 연결이 높아지고, 아이디어의 생산 효율이 커지고, 삶이 풍요로와진다. 도시가 성장할수록 사람들의 특성이나 기능의 전문화가 높아지며 다양성이 커진다.

도시의 규모가 커지면 아이디어와 부의 생산이 증가한다. 도시가 커질수록 사람들의 움직임도 빨라진다. 도시가 커지면 긍정적인 면만 아니라 부정적인 면도 가속적으로 증가한다. 범죄가 증가하고,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자원소비가 높아지고, 오염과 질병이 증가한다. 문제는 이러한 삶의 속도가 시간이 갈수록 가속화된다는 점이다. 지수적 성장은 무한히 계속될 수없으며, 결국 성장이 중단되고 쇠퇴로 접어드는 극치점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인류는 지금까지 지수적 성장의 파국 지점에 도달하기 전에 혁신을 통해 성장 곡선을 매번 새로이 그려왔다. 그러나 지수적 성장의 극치점에 도달하는 시기가 갈수록 앞당겨지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추어 혁신의 속도를 빨리하여 파국을 면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가속적 페이스의 끝이 무엇일지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 책은 단일 원리로서 세상을 설명하려는 물리학자의 야심찬 시도이다. 생물체에 대한 설명은 설득력이 있는데, 사회현상으로 넘어오면서는 비약이 심하다. 인구 규모에 따라 대부분의 사회현상이 설명된다는 주장은 한계가 있다. 곳곳에 주제의 진행과 직접 연관되지 않는 개인적 에피소드를 많이 깔아서 후반으로 갈수록 읽기에 번잡하다.

2021. 5. 29. 22:39

Bobby Duffy. 2018. Why we're wrong about nearly everything: A theory of human misunderstanding. Basic Books. 241 pages.

저자는 Ipso라는 영국의 인터넷 여론조사 회사의 연구자이다. 이 책은 여론조사 회사의 자료를 이용하여, 삶의 주요 주제에 관하여 사람들의 여론과 실제의 통계가 어긋나는 현상을 서술하면서 사회심리학의 이론을 배경으로 그 이유를 설명한다. 건강, 섹스, 돈문제, 이민 문제, 안전, 정치적 지지 등의 주제를 다룬다. 

사람들의 여론이 실제 사실와 크게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람들이 실제를 잘 몰라서도 있지만, 그 못지 않게 편견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편견의 원천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객관적 사실보다는 감정에 휩쓸려 세상을 판단한다. 자신의 감정이 지시하는 방향으로 사실을 외곡해 인식한다. 예컨대 이민자에 반대하는 감정은 인간의 부족주의 tribalism 본능인데, 이러한 감정 때문에 사람들은 이민자의 비율을 실제보다 훨씬 과장되게 인식한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사실보다는 부정적인 사실에 더 민감히 반응하며 이를 중요시 한다. 이는 긍정적인 요인보다 부정적인 요인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인간의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발달한 진화의 결과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세상을 실제보다 세상을 더 나쁘게 본다. 세상은 갈수록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보며 위험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이와 정 반대이다. 이는 사람들이 과거의 일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인 방향으로 과장하는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인지적 불일치 cognitive inconsistency 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이나 지지하는 입장과 부합하는 사실에 더 귀를 기울이며 이를 선택적으로 찾아 듣고 본다. 이는 인터넷과 인공지능의 알고리즘과 결합하면서, 사람들이 점점 자신의 입장과 부응하는 세계 속에 갖히게 되는 울림통 효과 echo chamber 를 낳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에 동조하는 목소리만 접하면서 세상을 외곡되게 인식한다.

사람들은 다수의 의견에 쫒아가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군중에 속하려고 하는 본능 herd instinct 때문에 사람들은 진위 여부를 떠나서 다수의 의견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따르려 한다. 그런데 자신이 다수의 의견이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과장된 인식인 경우가 많다. 실제 그렇게 절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님에도, 다수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잘 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다수의 의견에 문제가 있다 해도 다수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 안심한다. 미국인의 다수가 비만하다고 생각하기에 사람들은 비만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한다.

사람들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반면 통계에는 약하다. 소수의 특별한 이야기에는 강한 인상을 받고 잘 기억하지만 숫자로 표현된 다수에 관한 통계 사실은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모금단체가 특정 사례의 이야기를 앞세워 도움을 호소할 경우 설득력이 크지만, 다수가 처한 실상을 객관적 통계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림으로서 도움의 감정을 불러 일으키기는 어렵다. 인간의 본능이 개별 사례에 반응하도록 진화한 결과이다.

사람들이 사실을 잘 못 알게 되는 책임의 일부는 언론과 정치인에게 있다. 언론은 시청자의 눈과 귀를 끌기 위해 자극적인 뉴스를 선택적으로 보도하는데, 이는 일반적 사실과 동떨어진 극단적인 사례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균형있는 보도를 한다고 하면서, 압도적인 사실과 반대되는 극단적 소수의 사례를 동시에 보도함으로서 사람들의 인식을 외곡한다. 단적인 예가 백신에 대한 찬반 주장을 동시에 보도하는 것이다. 백신의 부작용은 매우 드문 반면, 백신을 맞지 않아서 질병에 걸릴 위험은 훨씬 높은데, 이렇게 비중이 다른 사실을 동시에 보도함으로서 백신의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시청자를 오도한다.

정치인은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을 과장하여 퍼뜨림으로서 지지를 획득하려 한다. 사실을 외곡하여 전파함으로서 이익을 보는 집단이 항시 있기 마련인데, 이들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과장되거나 외곡된 사실을 적극적으로 전파하려고 노력한다. 반면 평범한 일반적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없다. 일반 사람들은 이러한 이권자의 의도를 알지 못하고 이렇게 과장되고 외곡된 사실에 자주 노출됨으로서, 마치 이것이 대표적인 사실인 것으로 오해한다.

사람들에게 진실을 들이댄다고 하여 자신이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생각을 바꾸려 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잘 못 알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사실의 진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진실을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면 점차 마음이 바뀌면서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생각을 바꿀 수 있다.  교육 수준이 높을 수록, 허위사실을 체크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할 수록, 오류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불확실한 사실에 대해서는 판단을 천천히 하면서 조심할수록 인식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확신이 강할수록 오류의 폭이 크다. 북구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확신의 강도가 낮으며 오류의 정도 또한 낮은 반면, 인도 사람들은 확신의 강도가 크고 오류의 정도가 크다. 무식한 사람이 주장이 강한 것이다. 교육수준이 높고 국민이 깨어있는 나라가 잘살고 민주주의가 꽃피운다는 점을 확인한다.

이 책은 여론조사의 자료를 제시하여 서술하기에 논의가 구체적이기는 하나 산만하게 서술하여 읽기가 쉽지 않았다. 이론적으로 일관되게 이야기를 조직하는 기술이 떨어지는 책이다.

2021. 5. 25. 17:16

Douglas Kenrick. 2011. Sex, Murder, and the meaning of life: A Psychologist investigates how evolution, cognition, and complexity are revolutionizing our view of human nature. Basic Books. 205 pages.

저자는 진화심리학자이다. 이 책은 그의 연구가 걸어온 길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의 행위를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인간의 삶의 목적은 후손을 남기는 것이며, 이러한 시각에서 인간의 모든 행위를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몇개의 서로 다른 모듈을 가지고 세계를 인식하고 반응한다. 짝을 찾는 모듈,  자식을 키우는 모듈, 위험에 대응하는 모듈, 지위를 추구하는 모듈, 타인과 협동하며 연대하는 모듈, 등이다.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모듈이 작동하며, 각 모듈은 선택적으로 외부의 반응을 인식하고 각각 고유의 평가 기준과 행동 양식을 보인다.

인간은 발달 단계에 따라 수행 과제가 다르며 그에 맞는 모듈이 작동된다. 어릴 때에는 자신의 육체적 지적 능력을 키우는 과업에 몰두하며, 청소년기에는 짝을 찾는 과업에 몰두하며, 성인이 되어서는 배우자를 유지하고 자식을 양육하는 과업에 몰두한다. 

진화적 이유 때문에 남자와 여자는 관심사가 다르다. 남자는 보다 많은 여성에게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것이 진화적으로 이익인 반면, 여성은 소수의 자녀를 잘 키우는 것이 이익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자녀 양육에 훨씬 많은 투자를 해야 하기에, 여성은 남성보다 배우자를 고르는데 더 까다롭다. 성관계는 후손을 보기 위해 짝을 찾는 행위의 일부일 뿐, 진화적 관심은 성관계뿐만 아니라 배우자를 유지하고 자녀를 양육하는데까지 확장되어 있다. 남자는 섹스의 대상에 대해 덜 까다로운 반면, 여자는 남자보다 훨씬 까다롭다. 남자는 여자의 육체적 매력, 즉 건강한 후손을 낳는 능력 이외에 다른 조건은 관심이 없는 반면, 여성은 남자의 자녀 양육 능력 즉 사회적 자원을 많이 가진 사람에게 끌린다. 남성은 경쟁자를 물리치기 위해 경쟁적 성향을 보이는 반면, 여성은 자녀를 돌보기 위해 남을 돌보는 성향이 뚜렷하다. 이것이 남성이 여성보다 더 폭력적이며, 살인의 대부분을 남성이 저지르며, 남성이 주로 타인을 살해하는 상상을 하는 이유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피라미드 이론은 인간을 동물보다 상위의 존재로 상정함으로서 잘 못된 결론을 도출하였다. 저자는 매슬로우의 욕구 피라미드 이론을 수정하여 제시한다. 최 상위에는 후손을 퍼뜨리는 것과 관련된 욕구가 차지하고 있다. 이에는 자녀 양육욕구, 배우자 유지 욕구, 짝을 찾는 욕구가 속한다. 그 밑에 단계에 사회적 욕구가 있다. 이에는 지위와 존경의 욕구, 남과 어울리고자 하는 욕구가 배치된다. 맨 아래 단계에 생존의 욕구가 있다. 이에는 자기 방어의 욕구, 생리적 욕구가 속한다. 매슬로우와 비슷하게 이 욕구들은 위계를 이룬다. 하위의 욕구가 충족되면 다음 단계의 욕구가 발동되는 반면, 하위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의 욕구가 발동되지 않는다. 

과시적 소비나 창조적 활동은 모두 남으로부터 존경을 받으려는 욕구의 발로이며, 이는 사회적 자원을 더 많이 획득함으로서 짝을 찾고 후손을 퍼뜨리는 데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무의식적 노력이다. 진화적 관심과 동떨어진 매슬로우의 자아실현의 욕구는 자가당착이다. 진화적 번식이라는 동물로서의 삶의 목표와 존재를 초월하는 인간 고유의 욕구나 존재는 허구이다.

삶의 의미는 결국 후손을 널리 퍼뜨리는 목표와 연관이 있다. 자식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후손을 퍼뜨리는 데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위를 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때 삶의 의미와 보람을 느낀다. 자식을 위해 들이는 시간과 돈은 전혀 헛되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자식이 잘 될 때 뿌듯한 느낌을 갖는 것은 동물적 본성의 발로이다. 자신의 피붙이 만이 아니라 보다 넓은 집단과 사회를 위해 기여할 때 보람을 느끼는 것도, 결국은 나의 자식이 그로 인해 덕을 볼 것이라는 무의식적 감정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복은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서 기여할 때 찾아온다는 연구 결과는 이러한 주장을 지지한다.

이 책은 자신의 개인적 인생 역정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연구 성과와 연관시키는 흥미로운 전개를 보인다. 캐쥬얼하게 이야기하는듯 하면서 이론적 배경을 잘 설명하고 있다. 자신이 껄렁한 배경과 인생 경로를 거쳐왔다고 말하면서 연구 결과가 무척 많은 것이 놀랍다. 저자의 통찰력이 묻어 나는 좋은 책이다.

2021. 5. 24. 08:01

Richard Haass. 2020. The World: A Brief instroduction. Penguin Press. 313 pages.

저자는 과거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기획에 참여하였으며 현재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기관을 이끄는 전문가이다. 이 책은 국제문제에 관한 기본 상식을 배양하는 목적으로 쓰여진 개론서이다. 17세기 중반 웨스트팔렌 조약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역사, 세계 주요 지역의 개관, 국제적 쟁점 주제의 개요, 국제 질서의 프레임 이라는 네개 범주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다.

1989년 냉전이 종식된 후 미국이 단독으로 세계 강국으로 부상했으나 미국의 주도적 힘은 과거에 비해 많이 약화되었다. 세계는 유럽, 소련, 중국, 인도 등으로 구성된 다자간 세계 질서 multilateralism 로 이행하고 있다. 세계 지역 중에서 아시아의 중요성이 점차 부상하고 있다.

세계의 평화는 각국의 민주화 정도, 경제적 상호의존의 정도, 국제 관계를 조정하는 기관의 힘, 국제적 규범의 힘에 좌우된다. 이 네개의 요인 어느 것도 현재 상대로 보건대 평화를 보증하지는 않는다. 2차 대전 이후 세계는 70년간이나 평화를 지속해 왔지만, 앞으로 비평화로 이행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언제라도 비화되어 비평화상태에 빠질 수있다. 세계는 현재 무질서 chaos 의 상태이다. 

저자는 국제문제 전문가 답게 세계의 미래를 그리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각 주제를 다루는 매 장의 후반에 자신의 견해를 간략히 서술하는데, 문제의 해결은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는 말을 빼 놓지 않는다. 과거의 역사를 보건대 현재의 세계는 언제라도 전쟁으로 치닫을 수있다고 진단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평화를 향하여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갈등의 소지에 대해 서로 머리를 맡대고 타협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미국의 내정 문제가 정돈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미국을 대체하여 세계를 이끌 지도적인 나라의 출현은 현재로서는 요원하기 때문에 세계의 미래를 낙관할 수없다. 이 책은 평이한 글로 쓰여진 개론서이다.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주제들을 모두 균형있게 다루려 했으므로, 특정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은 찾아볼 수없다.

 

2021. 5. 19. 14:26

Stuart Firestein. 2012. Ignorance: How it drives science. Oxford University Press. 176 pages.

저자는 신경생물학자로, 이 책은 저자가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요약한 것이다. 과학자는 이미 알려진 지식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 모르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탐구한다. 과학을 하는 일은 깜깜한 방에서 검은 고양이를 찾는 일, - 그런데 그 고양이가 그곳에 있는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과학이란 깔끔하게 정돈된 지식의 뭉치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교과서나 저널리즘이 제공하는 환상이다. 우리가 아는 것의 영역이 늘어날수록 알지 못하는 것이 함께 늘어난다. 과학자는 이미 알려진 지식의 최전선에서 모르는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 그러한 탐구의 과정에서 무엇을 마주칠지 불확실하며, 많은 경우 실험이 실패로 끝난다. 우연히 마주친 현상이 중요한 발견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우연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다가온다.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것을 발견하는 작업은 오랜 시간의 인내와 동시에 스릴을 가져다 준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흥분을 기대하면서 과학자는 아침 일찍부터 실험실에 나와 밤 늦게까지 연구실에서 버틴다.

세가지의 사례를 이야기 한다. 첫째는 동물이 인간처럼 자기 인식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탐구하는 것이다. 연구자는 침팬치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침팬지가 거울에 비추는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는 것을 발견하고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같은 방법으로 실험한 결과, 돌고래, 코끼리는 자의식이 있는 반면, 원숭이나 개는 자의식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두번째는 물리학자와 천문학자가 물질과 우주의 시초를 찾는 작업이다. 우주의 배경 방사능 cosmic background radiation을 우연히 측정하게 되면서, 이것이 우주의 시초의 빅뱅의 자취라는 것을 이론적으로 증명하였다. 세번째는 인간의 두뇌가 어떻게 기억하는가 하는 의문에 대해, 수학적인 실험을 통하여, 우리의 두뇌는 제한된 기억 용량에다 새로운 것을 쓰고 지우는 일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기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과학에 발을 들이고 연구주제를 찾게 된 과정을 자서전적으로 서술한다. 저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극업계에서 십 년 이상 일하면서 조감독까지 올라갔으나, 우연한 계기로 여유 시간이 나서 인근 대학에서 동물행동학 강의를 듣게 된다. 평소 동물에 관심이 많았으므로 호기심 차원에서 강의를 들어본 것이다. 그 강의 교수의 권유로 유기화학 과목을 듣게 되고 그것이 매우 흥미로워서, 연극일을 밤에 하면서 생물학 전공으로 학부를 졸업하였다. 생물학으로 대학원 박사과정에 원서를 낸 것이 합격으로 이어져 본격적으로 학자로서의 길에 들어섰다. 냄세 탐지가 동물의 생존 활동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시각에 대해서보다 상대적으로 덜 연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냄세 탐지 분야에 몰두한 결과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다.  그가 대학에 입학 한 것이 30살이 넘어서이고 박사학위를 40살에야 받았지만, 현재는 콜럼비아 대학교의 생물학 교수이다.

과학자가 실제 어떻게 탐구를 하는지, 어떻게 발견에 도달하는지를 일반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게 과학 교육을 시키면서, 어떤 것을 아직 알지 못하는지, 왜 아직 알지 못하는지, 어떻게 하면 알게 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기존의 과학 지식과 함께 가르친다면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미지의 것에 대한 호기심이 과학과 과학자를 움직이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실험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였을 때의 흥분을 서술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새로운 것을 탐구하면서 삶의 기쁨을 느끼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그의 경험을 읽으면서 내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문득 가슴을 스쳤다. 사회과학은 말만 "과학" 이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은 누릴 수 없다. 나도 대학교에 입학한 다음 전공을 화학으로 바꿀까 하고 잠시 생각했던 적이 있다. 자연 현상이나 수학을 언어나 사회관계보다 편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 때 실행에 옮겼어야 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