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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3. 13. 21:43

Sheena Iyengar. 2010. The Art of Choosing. Twelve. 277 pages.

저자는 사회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사람들이 어떻게 선택하는지에 관해 이론적 검토와 함께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미국인에게 '선택'은 항시 긍정적으로 인식되지만, 많은 선택지나 개인이 하는 선택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복리를 더 높이지는 않는다는 점을 역설한다.

인생을 보는 세가지 세계관이 있다. 첫째, 인생이란 운명에 의해 미리 결정되는 것, 둘째, 인생이란 우연에 따라 전개되는 것, 셋째, 인생이란 자신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 인생은 개인의 선택에 따라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세상을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세계로 인식한다. 미국인은 바로 이러한 세계관에 경도해 있다. 미국인의 꿈(American Dream) 이념은 누구라도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제시한다. 이러한 믿음은 현실과 반드시 부합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에게 열심히 노력하고 선택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개인의 이익을 위한 스스로의 선택을 최우선으로 여기지만,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집단이 개인을 위해서 대신 선택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개인이 선택할 수 있을 때 힘이나고 만족도가 높지만,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자신이 중시하고 신뢰하는 집단 구성원이 자신을 대신하여 선택하는 경우에 오히려 힘을 얻는다.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개인의 고유성을 강조하여 타인과 다른 자신만의 선택에 집착하는 반면,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집단과 조화를 이루는 공통의 선택을 바람직하게 여긴다.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특정 개인이 튀는 선택을 부정적으로 본다. 

개인주의 문화에서 남과 다른 개개인의 선택에 집착하지만, 그렇다고 남과 크게 다른 선택을 바람직스럽게 보지는 않는다. 남과 대체로 동조하지만 사소하게 다른 그런 차이를 개인의 고유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개인은 주위의 타인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사소한 차이에 집착하는 선택은 피상적이다. 미국의 상업광고에서는 바로 이러한 사소한 차이를 둘러싼 선택을 강조하며, 미국인은 어릴 때부터 이러한 사소한 차이를 구별하도록 훈련받는다. 자본주의 경제는 사소한 차이를 보이는 물품을 소비자들이 계속 구입하도록 설득하는 것을 통해 굴러간다. 사소한 차이를 둘러싼 소비자의 선택에 대해, 기업의 이윤을 위해 사람들의 의식을 조작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상징적 차이를 통해 사람들의 개성을 표현하도록 돕는다고 볼 수도 있다.  패션이나 유행이 대표적인 예이다.

인간의 인지 능력은 대략 일곱가지 이상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다. 무지개의 일곱가지 색, 한 옥타브의 일곱가지 음계, 등등, 신화나 인간사에서 일곱이라는 숫자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이다. 선택지가 지나치게 많을 경우, 선택지 간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선택이 힘들어지며 선택을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선택의 다양성이 매우 큰 경우, 선택의 다양성이 제한된 경우보다 오히려 열등한 결과를 낳는다.

개인이 선택권을 행사하는 것이 항시 당사자의 복리를 높이지는 않는다. 전문적 식견이 요구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전문가에게 선택을 위임하는 것이 더 낫다. 또한 당사자가 적극적으로 선택하려하지 않는 경우, 상황을 잘 아는 타인이 그를 위해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것이 더 낫다. 미국에서는 당사자 개인이 직접 선택하는 것을 최고로 여기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예컨대 치명적인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생명을 중단시킬 위험이 있는 결정의 경우, 미국에서는 개인에게 결정하도록 요구하는 반면, 프랑스에서는 의사가 결정을 내리는 데, 프랑스 사람이 미국 사람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낳는다. 개인이 은퇴를 대비한 저축을 충분히 하지 않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저축을 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개인에게 저축 여부를 전적으로 맡기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낳는다.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평가는 타인이 그 사람에 대해 평가한 것보다 항시 더 긍정적이다. 사람들은 특정 상황에서 자신이 왜 그렇게 선택하는지에 대해 자세한 사정을 알고 있기에, 자신의 선택을 항시 긍정적으로 합리화할 수있다. 반면 타인은 그 사람 만큼 자세한 사정을 알고 있지 못하기에, 그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긍정적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은 자신이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를 고집센 사람이라고 평가한다거나, 자신은 자신이 일관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들 충동적이라고 평가한다거나, 자신은 관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를 냉혹하다고 생각한다. 주위 사람들의 평가를 냉정히 검토하여 자신을 고쳐나가면, 자신의 선택과 주위 사람들의 평가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

많은 경우 선택은 어렵다. 선택이 어려운 경우, 가능한 선택지와 각 선택지에 대해 예상되는 결과를 써놓고 냉정하게 비교하여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권한다. 선택의 기술은 훈련을 통해 향상될 수 있다.  '선택 일기'를 매일 쓸 것을 권장한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크고 작은 선택에 대해서, 가능한 선택지와 각 선택지에 대해 예상되는 결과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결정했는지를 매일 기록한 다음, 일이 어느 정도 전개되고 난 후 뒤돌아 자신의 과거의 선택의 잘잘못을 평가하는 작업을 반복한다면, 선택의 기술을 높일 수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쓴 고급 교양서이다. 놀라운 점은 저자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이다. 저자의 강연을 유투브로 찾아 들어 보니, 처음 소개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녀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참가자 누구도 특별히 언급하지 않는다. 장애인을 대하는 가장 좋은 길은, 장애를 배려하여 특별하게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과 다름없이 대우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장애인으로 콜럼비아대학교 교수가 되고,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실험과 연구를 하기위해 일반인의 몇 배의 노력을 기울였을 텐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그 점을 생각했다. 흥미있는 책이다.

2022. 3. 7. 17:49

Matthew O. Jackson. 2019. The Human Network: How your social position determines your power, beliefs, and behaviors. Vintage Books. 240 pages.

저자는 경제학자이며, 관계망 분석과 게임이론의 전문가이다. 이 책은 인간 관계망(human network)의 특성을 설명하면서, 그것이 사람들의 행위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서술한다.

인간 관계망의 그림은 유형을 보인다. 내가 관계를 맺는 사람의 수(degree of centrality)가 많을 수록 나는 관계망의 중심에 있다.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 못지 않게, 내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나의 친구의 친구는 나와의 관계의 강도는 떨어지지만, 나의 관계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나로부터 멀어질수록 낮은 비중을 두어 내가 맺고 있는 모든 관계를 합산한 수치(eigenvector centrality)가 높을 수록 나의 영향력은 높아진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친구가 자신보다 친구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friendship paradox). 이는 친구를 많이 가진 사람들이 관계망에서 더 많이 대표(represented or exposed)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다. 관계망에서 최고로 많은 관계를 맺고 있는 소수를 제외한 다른 모든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파티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은 자신보다 더 술을 많이 마신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 즉 관계망의 중심에 있는 사람은 질병, 유행이 퍼져나가는 데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관계를 맺는 사람들 다수가 선호하는 의견을 따르는 성향이 있는데, 관계망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의견을 주변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시킨다. 관계망 내에 속한 사람들 사이에 상호작용이 거듭되면서 중심 인물의 특정 의견이 물결처럼 퍼져 나가서 결국 관계망에 속한 모든 사람을 감염시킨다.

관계망은 금융 위기가 퍼져나가는 양상에도 적용된다. 많은 금융기관과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대형 은행은 그것에 문제가 발생할 때, 금융 시스템 전체로 문제를 확산시키기 때문에, 2008년의 금융위기 때에 정부가 나서서 대형 은행의 부실을 대신 떠안음으로서 금융기관 관계망 전체로 문제가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

사람들은 자신과 유사한 성격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관계 맺는 성향이 있다(homophily). 사람들의 류류상종 성향은 인종, 계급, 종교 간에 거주지와 사회관계망의 분리를 만들어 냈다. 서로 분리된 사회 관계망 사이에서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며, 합의에 도달하기 어렵다.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사회적으로 성공하는지에 관한 유용한 정보로부터 단절되어 있으므로 가난에서 탈출하기 어렵다. 일자리에 대한 정보망도 두 집단 사이에 단절되어 있다. 좋은 일자리에 대한 정보는 중류층 이상의 사람들에게만 접근가능하다. 대학을 진학한 사람들을 가진 중류층 이상의 관계망과 대학 진학 경험이 없는 사람들로 가득찬 가난한 사람들의 관계망은 철저하게 차단되어 있다. 이것이 세대간 계층이동을 어렵게 하고 불평등을 고착시키는 요인이다. 빈곤 타파를 위해, 물질적 지원 못지 않게, 그들의 부족한 정보를 도와주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하게 되는지, 대학은 어떻게 갈 수있는지, 대학에 가기위해 마련된 사회적 지원 등에 대한 정보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중류층은 부모와 주변으로부터 이러한 정보를 쉽게 접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관계망 속에서는 이러한 정보를 찾을 수 없다.

사람들이 다수의 의견에 따르고 다수의 행태를 모방하는 성향은, 의사결정에서 눈덩이 효과를 만들어 낸다. 첫 한두 사람은 독립적으로 판단하지만, 세번째 사람부터는 앞사람의 선호를 하나의 유용한 정보로 받아들이므로서 의사결정이 한쪽으로 쏠리는(herding) 효과를 만들어 낸다. 여론, 유행, 대중문화의 전파에서 영향력 있는 소수의 사람(influencer)의 선호가 그를 관찰하고 모방하는 다수를 휩쓰는 현상이 흔히 발생한다. 

인터넷과 정보기술은 정보의 전달 효율을 높였지만, 그 못지 않게, 유사한 의견의 사람들의 군집을 형성케하는(clustering) 효과를 가져왔다. 인터넷과 social media는 사람들을 자신이 듣고 싶어하는 의견에만 접하도록 돕고, 거짓 정보를 쉽게 퍼뜨릴 수 있게 함으로서, 미국의 정치가 양극화하는 데 일조하였다. 

관계망 분석은 개인이나 조직을 넘어서서 국가간에도 적용된다. 근래에 들어 국가들 사이에 무역 관계가 밀접해 지면서 전쟁의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서로간 상호 작용을 자주하고 서로 간 걸린 것이 많을수록, 관계의 깊이는 깊으며 쉽게 끊어버릴 수 없게 된다.

이 책은 저자의 연구 경험을 쉬운 말로 풀어 놓은 책이다. 많은 이야기가 상식적으로 알려지기는 했지만, 체계적으로 서술한 점에서 생각을 돕는다.

2022. 3. 3. 16:52

Siddhartha Mukherjee. 2010. The Emperor of all maladies: A Biography of Cancer. Scribner. 470 pages.

저자는 암전문의학자이며, 이 책은 인류가 암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한 역정을 서술한다. 암을 둘러싼 과학적 연구와 의학지식의 발전 과정을 비전문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연구자의 입장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암은 서기 2500년전 이집트의 기록에도 나올만큼 인류와 함께 한 병이다. 근래에 인간의 수명이 크게 연장되면서 사망원인의 선두를 달리게 되었다. 암은 나이가 들면서, 특히 55세 이후에 주로 발병하기 때문이다. 1800년대 전반까지 암에 대한 치료법은 사실상 전무하였다.

암에 대한 치료의 시작은 종양을 떼어내는 수술적 방법에서부터 시작한다. 19세기 중반 마취가 도입되기 이전, 19세기 후반 세균의 존재가 확인되기 전부터 종양을 외과적 수술로 제거하는 치료가 이루어졌으나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수술로 제거하는 부위를 확대하여 암이 주변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 하였으나 암의 재발을 막지 못했다.

19세기 후반 방사능이 발견되고, 방사선에 노출될 때 암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방사선으로 신체 내부의 종양을 들여다보는 방법이 보급되었다. 강력한 방사선에 종양을 노출시켜 태워 없애는 방사선 치료가 시행되었다.

20세기 중반에는 독성물질로 암세포를 죽이는 화학 요법이 확대되었다. 미국에서 1950년대 무렵부터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암을 치료하는 기적의 약을 찾으려는 노력이 전사회적으로 벌어졌다. 국립 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가 설립되고, 암 연구를 위한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원을 뒷받침하는 법이 제정되고, 암을 퇴치하려는 사회운동이 전면적으로 시행되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암세포를 죽이는 다양한 독성물질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곧 한계에 부딛쳤다. 암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가 없었기 때문에, 암 치료법을 찾는 것은 상대를 알지 못하면서 공격하는 것이었다. 독성물질은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구분하지 못했으므로 암세포와 함께 정상세포도 무차별하게 함께 죽였다. 독성을 강화해서 암세포를 박멸하려는 노력은, 살아남은 암세포가 타기관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1970년대에 화학요법이 광범위하게 시행되었으나, 이러한 방법으로 암을 치료하거나 암환자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효과는 미미하였다.

화학 요법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암을 예방하는 노력에 관심이 높아졌다. 인류의 질병 퇴치 역사는 병에 걸린 사람을 고치는 것보다는 위생환경의 개선이나 백신 등으로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을 통해서 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암 치료에도 적용하려는 노력이 전개되었다. 암을 유발하는 요인에 대한 발견이 이어졌다. 굴뚝 청소부의 음낭에서 암이 많이 발생하고, 석면을 다루는 노동자에게서 암이 많이 발생하고,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에게서 간암이 많이 발생하고, 위장내의 바이러스가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속속 발혀졌다. 특히 흡연자에게서 폐암이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역학조사를 통해 확인되면서 담배회사와의 법정 싸움이 벌어졌다. 담배회사들은 1980년대에 들어서야 결국 담배가 암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였으며, 이후 흡연을 경고하고 줄이려는 사회적 노력이 벌어졌다. 유방 및 자궁 경부의 정기검사를 통해 유방암과 자궁암을 예방하는 노력은, 55세 이후의 고령층에게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980년대 무렵부터 서서히 암의 생물학적 기전에 대한 과학적 발견이 이어졌다. 암은 돌연변이한 유전자가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암 유전자는 일반 세포의 두가지 기능, 즉 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기능과 세포의 증식을 제어하는 기능의 양쪽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 원인이라는 점이 확인되었다. 암 유전자는 세포 증식을 무한히 계속하며, 세포 증식의 통제를 무력화시키기 때문에 세포가 무한히 증식하여 덩어리를 이루는 것이다. 또한 암 유전자와 그것의 작동 방식은 단일한 유형이 아니라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오랜 기간동안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누적된 결과, 마침내 암으로 발전하게 된다. 암은 수년 동안의 변이가 아니라 수십년간의 변이가 축적된 결과이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몸속 어딘가에 암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품고 있다.

일부 종류의 암에 대해 특정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일부 종류의 유방암 세포, 일부 종류의 혈액암 세포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독성물질이 개발되면서, 과거에 무차별적인 독성물질의 부작용을 제거한 화학요법이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일부 암세포의 유전자와 결합하여 그 유전자의 세포 증식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약물도 개발되었다. 화학 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결합하고, 암의 유전자 활성화를 막는 약물까지 더해지면서 암 치료의 성공율은 높아졌다. 특히 혈우병과 유방암 치료에서 성공이 두드러졌다.

암 세포로 돌연변이할 가능성이 높은 유전인자에 대한 발견도 이어졌다. 특정 유전자를 보유한 가족의 여성들에게서 유방 암 발병 확율이 높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러한 여성들은 사전적으로 유방을 제거하거나 아니면 암 유전자의 활성화를 막는 약물을 사전에 복용하는 조치가 권장되었다.

암에 대한 치료가 근래에 빠르게 발전하기는 하지만, 암을 완전히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암은 정상 세포의 분열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이이므로, 인간이 정상적인 생명활동을 하는 한 돌연변이의 암세포가 출현할 가능성이 항존한다. 암 세포를 치료하려는 다양한 노력은 그에 맞추어 돌연변이를 통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새로운 암 세포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암 세포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암 세포의 변이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새로운 치료 방법을 개발하면서 정상적인 생명 활동을 연장하는 것이 최선의 암 치료이다.   

이 책은 과학적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잘 그리고 있다. 기존의 이론에 대한 의문과 도전이 왜, 어떻게 전개되며, 우연적인 사건이 의문을 푸는데 어떻게 기여하는지, 끈질긴 추적이 어떻게 결실을 맺는지, 혹은 좌절을 맛보는지, 등등이 차근히 서술된다. 1980년대까지 암의 작용기전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 없이 깜깜한 상태에서, 그야말로 물량공세로 사방을 두드리면서 치료방법을 찾지만, 결국 미미한 성과만을 거둔채 좌절을 맛본 과정이 인상적이다. 암은 1980년대까지 효과가 있는 치료 방법이 없이 사실상 걸리면 죽는 병이 었다. 현재에도 췌장암이나 방광암 등은 치료방법이 없이 사실상 죽는 병으로 남아 있다. 저자는 책의 맨 끝에서, 암의 작동 방식에 대해서 여전히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암은 어떻게 전이되며, 왜 정상세포과 달리 세포 증식이 무한히 일어나는지, 그결과 수십년이 넘은 암세포가, 숙주는 오래 전에 사망했는데, 실험실 유리관에서 여전히 증식을 계속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복잡한 과학적 논리와 의학적 전문 용어가 많이 등장함에도, 400쪽이 넘는 분량을 흥미진진하게 단번에 읽었다. 이렇게 긴 책을 질리지 않고 읽기는 쉽지 않은데, 저자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대단히 훌륭하다. 풀리쳐 상을 받은 작품답다.

2022. 2. 23. 17:49

Richard Wrangham. 2019. The Goodness Paradox: the strange relationship between virtue and violence in human evolution. Vintage. 284 pages.

저자는 인류학자이며, 인간이 온순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계획적 폭력성은 상존한다고 주장한다. 개나 고양이가 인간이 개입하여 온순하도록 길들여진 반면, 인간은 외적인 개입 없이 스스로 온순해지는 과정을 밟아 왔다(self-domestication hypothesis).

동물의 폭력성은 두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첫째는 상대의 도발에 대해 즉흥적으로 반응하여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이다(reactive violence). 대부분의 폭력적 행동은 이 범주에 속한다. 둘째는 상대의 명시적 도발이 없는 상태에서 미리 계획을 하여 상대를 공격하는 경우이다(proactive violence). 전자가 감정적 흥분 상태에서 하는 행동이라면, 후자는 냉정한 손익, 승패의 계산 하에 하는 행동이다. 계획적 공격을 하는 경우는 침팬지나 늑대 등 소수 고등 동물에게만 관찰된다.

개나 가축을 길들인 과정은, 인간이 개입하여 온순한 후손을 계속 선별하여 온순한 유전자를 가진 후손만을 증식시킨 결과이다. 신석기 시대에 현생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난 이래 인간은 꾸준히 온순해졌다, 즉 폭력적 성향이 감소하였다. 이러한 진화의 과정은, 소규모 집단 내에서 두드러지게 폭력적이고 위압적인, 즉 집단의 규범을 크게 위반하는 사람을 제거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집단 내에서 두드러지게 폭력적인 사람을 제거함으로서 집단 구성원들간에 협동이 보다원활해진다. 집단 구성원들 사이에 협동이 원활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생존력이 높기 때문에 진화의 수레바퀴가 그러한 방향으로 굴러간 것이다.

소규모 집단 내에서 폭력적이고 위압적인 일탈자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덜 힘센 구성원들 사이에 일탈자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모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언어가 발달한 인간들 사이에서만 이러한 정밀한 소통과 집단 행동이 가능하다. 인간을 제외한 동물 세계에서 폭력적인 일탈자를 계획적으로 제거하는 관행이 발달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역사상 존재하는 수렵 채취사회를 관찰해 보면 지위의 불평등도가 낮으며 평등주의 이념을 강력히 옹호하는데, 이는 바로 진화의 결과이다.

인간의 도덕성이란, 집단 규율을 위배하는 사람을 제거하는 진화의 과정을 통해 형성된 심리적 성향이다. 공정함을 추구하는 심리, 자신에게 손해가 가더라도 집단의 규율을 위배하는 사람을 벌 주고 싶어하는 심리, 등이 진화를 통해 형성되었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에게서는 이러한 심리적 성향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도덕적 성향은 집단의 생존에 도움이 되며, 동시에 그러한 심리를 가진 개인에게도 이익이 된다. 왜냐하면 인간의 도덕성은 자신이 속한 집단으로부터 배제되지 않으려는 욕구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자신이 속한 집단으로부터 포용되고 인정받는 것은 자신의 생존 및 후손의 번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미리 계획하여 폭력적 공격을 가하는 것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집단 규범에 위배하는 구성원을 제거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을 공격하는 경우이다. 동물은 승리의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만 미리 계획하여 폭력적 공격을 감행한다. 상대에 비해 압도적 전력을 동원하거나, 혹은 불시에 상대의 허를 찌르는 방식으로 공격하여 승리를 거둔다. 상대와 전력이 대등하거나 상대가 나의 공격을 예상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공격을 감행한다면 나에게 피해가 클 것이기에 결코 공격하지 않는다. 인류가 이웃 나라와 전쟁을 벌이는 것은 동물들의 폭력적 공격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 인류 사회의 가파른 위계구조와 군사 조직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요컨대, 인류의 진화 과정은, 즉흥적 폭력 행사를 지속적으로 줄여왔으나, 그와 함께 계획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과정을 동반하였다. 현대 사회에서는 국가의 폭력 독점과 법치의 결과, 감정적 격발이 초래하는 즉흥적 폭력 행사는 현저히 줄었다. 반면 국가간 충돌에 대규모의 폭력을 동원하는 것은 여전하다. 인간이 과거에 비해 덜 폭력적이라고 단순히 말하기 힘든 이유이다. 자신이 속한 집단을 최고로 생각하고 타집단을 낮추어 보는 부족주의(tribalism), 자민족중심주의(ethnocentrism)가 근래에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므로 인간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이 책은 저자의 self-domestication 가설을 옹호하는데 전적으로 몰두한다. 무수히 많은 인류학적 서지 사례와 동물행동학의 사례들을 인용하면서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설명하여 읽기가 힘들었다. 절반 정도의 분량으로 했다면 좋은 책이 되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2022. 2. 17. 13:31

Daniel Gilbert. 2006. Stumbling on Happiness. Vintage books. 263 pages.

저자는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인간이 저지르는 심리적 오류들을 설명하면서,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인간의 심리적 속성에 있다고 주장한다. 

감정이란 주관적이다. 동일한 물건이나 상황에 대해 사람에 따라 맥락에 따라 다르게 느낀다. 특정 물체나 상황 자체에 행복감이 내재되어 있지는 않다.

인간의 기억은 과거에 발생한 일에 대해 요점만을 저장한다. 과거의 일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요점을 제외한 많은 부분을 채워넣어야 한다. 축적된 경험과 지식에 의지한 추론으로 세밀한 부분을 채워 넣는다.

과거에 자신이 느낀 감정에 대한 기억은 매우 부정확하다. 사람들은 현재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바탕으로, 과거에 자신이 느낀 감정을 외곡하여 기억해 낸다. 이는 미래를 상상하는 경우에도 동일하다. 미래에 만일 내가 이러저러한 것을 하면 어떻게 느낄지를 상상하는 것은 현재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의해 외곡되어진다.  그런데 미래에 내가 실제 그러한 것을 했다면 느낄 나의 감정은 미리 상상하는 느낌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지금과 그 미래 사이에 다양한 일이 벌어지면서, 지금 내가 상상한 일들이 미래에는 지금 내가 상상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할 때, 그러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합리화하는 성향이 있다. 미리 상상할 때에는, 그러한 상황에 처하면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러한 상황에 닥치게 되면 긍정적인 이유를 찾아내서 합리화한다. 타인이 볼 때 불행해 보이는 상황에 처한 사람이 오히려 행복하게 느끼는 이유이다. 세상의 일은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석에 따라서 다르게 다가올 수있다. 사람들은 세상의 일에 대해 자신의 삶을 긍정하는 측면만을 무의식적으로 선택하여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내가 미래에 어떻게 느낄지를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꿈꾸는 상황을 현재 실현한 사람이 느끼는 느낌을 참조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은 타인과 다른 사람이므로 다르게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사람은 느끼는 감정에서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내가 꿈꾸는 상황을 현재 실현한 사람들은 내가 상상하듯이 그렇게 큰 행복을 느끼면서 살지는 않는다. 따라서 내가 꿈꾸는 상황을 앞으로 실현한다고 해도 그리 크게 행복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자식을 낳고 기르는 것은 고된 일이며 상대적으로 볼 때 큰 행복을 가져오지 않는 행위이다. 그러나 자식이 행복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자식을 낳고 기른다. 연구에 따르면 어느 정도 이상의 부는 행복을 가져오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어느 정도 부를 이룬 후에도 계속해서 열심히 참고 일한다. 왜냐하면 더 많은 부가 더 큰 행복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이렇게 잘못된 믿음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은 진화의 과정에서 사멸했기 때문에, 현재 남아 있는 사람은 잘못된 믿음을 가진 사람들뿐이다. 

요컨대, 인간은 행복이라는 신기루를 쫒아서 열심히 달리는 존재이다. 그곳에 도달했을 때 우리가 기대했던만큼의 행복은 찾아오지 않는다. 행복감이란 주관적 감정이므로 물건이나 상황 그 자체에 행복이 있지 않다. 따라서 그러한 물건을 획득하고 상황에 도달한다고 해도 달리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신기루를 쫒아서 열심히 달려가는 것이외에 대안은 무엇인가? 현재의 상황에서 행복을 발견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데 현재에 만족하고 행복해한다면 열심히 계속 달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사람들이 사는 사회는 번성할 수 없다. 인간의 욕구과 사회의 필요가 어긋나기 때문에, 사회는 인간에게 그릇된 믿음을 심어주었다. 인간은 그러한 그릇된 믿음을 가지고 살도록 프로그램된 존재이다.

이 책은 제목이 주는 인상과 달리 행복에 관한 책이라기보다, 인식, 감정, 기억, 상상에 관한 심리학의 연구결과를 설명한 책이다. 많은 연구 결과를 설명하기 때문에 소화불량에 걸리지 않도록 읽으면서 여러번 되새겨보아야 했다. 논의를 따라가는 것이 때때로 쉽지 않지만, 나름 통찰력이 있고 읽는 재미가 있다.

 

2022. 2. 13. 22:37

김은국 (도정일 역). 2010. 순교자. 문학동네. 311쪽.

저자는 재미 소설가이며, 이 책은 1964년에 미국에서 발간된 소설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목사를 중심 등장인물로 하여 종교의 의미를 탐구한다. 무의미한 세계에서 어떻게 의미를 찾으면서 살 것인가? 사람들은 무의미한 고통의 연속을 어떻게 참아내며 살아가는가? 종교는 사람들에게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준다. 사람들은 절망 속에서는 살아 갈 수 없기 때문에, 허위, 환상이라고 할지라도 희망과 의미를 붙잡으려고 발버둥 친다.

핵심 등장인물인 신 목사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고통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여 지도자로서 신망을 얻지만, 막상 본인 자신은 삶의 궁극적 의미는 없다는 '비밀'을 품고 힘들게 살아간다. 이러한 비밀을 견딜 수있는 사람은 많지 않기에, 그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쪽으로, -설사 그것이 거짓이라고 해도-, 이야기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천한다. 그를 움직이는 힘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책임이다. 그러나 본인은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음을 화자에게 고백한다.

자신을 넘어선 타인들의 삶과 희망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은 목사 이외에 의사에게서도 나타난다. 그들은 대단한 용기를 가진 위인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그들 역시 세상 사람들의 고통에 분노하고 회의하는 보통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그들이 살아가는 동력은 타인을 위해서 헌신하는 데에서 나온다.

소설의 맨 마지막에 화자는 부산의 난민촌에서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목사를 방문하여 그곳에서 열심히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들 속에서 그들과 함께 하면서 처음으로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한다. 삶이란 의미 있는지 여부를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사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가운데 답이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제시한다.

긴박한 진행, 수월한 문체, 삶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지적이며 논리적인 추구, 등은 마치 외국 작품 같은 인상을 준다. 책을 손에 잡자마자 끝까지 단숨에 다 읽었다.

2022. 2. 10. 17:01

 

Nicholas A. Christakis. 2019. Blueprint: the evolutionary origins of a good society. Little Brown Spark. 419 pages.

저자는 의사이며 사회학자로서, 이 책은 인간의 사회와 문화는 진화의 결과이며, 모든 인간에게 공통된 유전 인자의 발현임을 다양한 문화, 동물, 실험을 통해 입증한다.

인류의 모든 사회는 공통된 특질을 가지고 있으며, 다음 여덟가지로 요약된다. 각각의 개체성(individual identity)를 인정하고 인식하는 능력, 배우자와 자식에 대한 사랑, 우정, 사회적 네트워크, 협동, 자신이 속한 집단을 편애하는 성향, 어느 정도의 위계질서, 사회적 학습과 교육.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이러한 일련의 인간의 특질이 잘 발휘된 사회는 흥한 반면, 이러한 특질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거나 인위적으로 억제한 사회는 쇄하였다. 대양을 항해하다 난파하여 섬에 고립된 사람들의 집단, 이상 사회를 만들려는 의도에서 계획적으로 조직한 사회, 실험이나 인터넷의 가상환경에서 만들어진 사람들의 집단이라는 세가지 경우의 사회를 검토한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사람들 사이에 협동은 사회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데, 사람들의 변화가 거의 없는 환경이나 반대로 사람들의 유동이 매우 심한 환경은 사람들의 변화가 어느 정도 있는 환경보다 협동의 수준이 낮다. 물질적 환경이 열악한 환경에서는 생존을 위해 높은 수준의 협동이 형성되는 반면, 물질적으로 풍요한 환경에서는 협동의 수준이 낮다.

인류 역사에서 일처일부제가 지배한 이유는, 그 이외의 다른 방식의 친밀한 결합, 즉, 일처 다부제, 다처 일부제, 난혼 등이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사회의 존속에 불안정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일처다부제의 사회에서는 짝을 찾지 못하는 다수의 남성이 위험한 행동, 폭력, 범죄에 쉽게 빠져든다.

인간을 포함한 고등 동물은 대부분 친구를 가지고 있다. 친구는 자신과 유전자를 공유하는 친척의 범위를 넘어서서 넓은 범위의 자원에 접할 수 있도록 해주며, 불확실한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의 성격을 띤다.

인간이 각각의 개체성을 인정하고 상대를 인식하는 능력은, 상호적인 협동관계를 형성하기 위하여 필수적이다. 이간의 협동에 대한 본능은 협동에 위배되는 사람을 벌주려는 성향과 함께 한다. 사람들은 나의 이익이 희생되더라도 협동을 위배하는 사람을 벌주려고 나선다. 사람들은 공정을 선호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자신에게 손해가 가더라도 공정하지 못한 분배는 배격한다. 인간의 도덕율의 상당 부분은 인간의 본능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간의 유전자는 문화의 대체적인 틀을 규정짓는다. 문화와 사회적 규범이 생물학적 유전자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과거에 학자들은 부정했다. 생물학적 결정론이나 환원주의를 경계했다. 그러나 근래로 오면서 인간의 사회활동과 유전자의 연관을 긍정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인간은 근래로 올수록 덜 폭력적이고, 문화와 지식의 축적을 통해 물질적으로 더 풍요롭고, 서로를 인정하고 관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 변화는 유전자와 문화가 상호작용하면서 진화한 결과이다. 진화하는 인간의 미래는 밝다.

이 책은 인간과 동물의 진화와 관련하여 엄청나게 많은 다양한 사례를 인용한다. 유사한 많은 정보를 망라하면서 길게 길게 서술하여 독자의 인내력을 힘들게 한다. 앞에서 본듯한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하여 나오기에 다 읽어내느라 무척 힘들었다. 절반 정도의 분량으로 썼다면 훨씬 좋은 책이 됬을 것이다.

2022. 2. 2. 20:51

Alan Krueger. 2007. What Makes a Terrorist: Economics and the Roots of Terrorism. Princeton University Press. 175 pages.

저자는 저명한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어떤 사람이 왜 테러리스트가 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경험 데이터를 이용하여 경제학적 분석을 시도한다.

일반적으로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이 삶의 다른 수단이 막혀서 테러리스트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테러리스트는 그 나라 사람들의 평균보다 교육 수준이나 소득 수준이 훨씬 높은 사람들로 밝혀졌다. 테러리즘이란 이념적 정치적 불만을 폭력적 행위를 통해 표출하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은 먹고살기에 허덕이기 때문에 이념적 정치적 불만에 신경쓸 여유가 없다. 반면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은 지정학적 문제나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자기 나름대로 판단할 능력이 있다. 테러리즘은 투표 행위와 유사하다. 교육 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가 유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투표를 한다. 테러리즘 역시 투입하는 노력에 대비한 결과를 생각할 때 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참여하는 것이다. 테러리즘은 매우 계산적 합리적 행위이다. 상대에 대해 전면적으로 폭력을 사용하여 전쟁을 벌일 능력이 없는 힘이 크게 불균형한 관계에서, 약자가 강자에게 자신의 의지를 효과적으로 발휘하는 행위가 테러이다.

테러리스트는 대체로 시민의 권리와 민주주의를 보장하지 않는 나라에서 나온다.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며 국민의 의견을 존중하는 나라에서는 국민이 자신의 이념적 정치적 불만을 제도권 내에서 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이러한 통로가 막혀 있으므로 제도권 밖의 폭력적 수단에 의지해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낸다.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국제적 테러의 경우, 테러의 대상은 거의 대부분 정치적 민주주의가 확립된 나라들이다. 테러를 통해서 국민의 여론을 들끓게 하는 효과를 노리기 때문에,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고 정부가 국민의 여론에 민감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테러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국제적 테러리스트를 배출하는 나라 역시 상대적으로 가난하지 않다. 예컨대 국제적 테러리스트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소득 수준은 높으나 국민을 억압하는 권위주의 국가이다. 국민의 소득 수준과 테러리스트 배출은 상관관계가 없다. 

테러는 얼마나 성과가 있을까? 장기적으로 볼 때 경제적 효과는 크지 않으며, 심리적 효과 역시 테러가 발생한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게 소멸된다. 정치적 영향은 조금 복잡하다. 선거 직전에 테러가 발생하면, 우파와 극단주의의 지지도가 높아진다. 미국에서 2001년 9.11 테러 이후 부시 대통령은 국민의 인권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였으며, 외국인과 이민자를 배척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민주주의가 후퇴하였다.

테러는 테러리스트의 입장에서 볼 때 투자한 비용에 대비해 성과가 큰 전술이다. 테러리즘을 예방하기 위해서, 교육 수준을 높이고 빈곤을 없애려고 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그보다는 시민의 권리를 높이고, 이념적 정치적 불만이 평화적으로 표출될 수 있도록 출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저자는 테러리즘이 빈곤의 소산이 아니라는 사실을 경험적 데이터로 입증함으로서, 기존의 상식을 뒤집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이 완전히 옳지는 않다. 개인의 수준에서 보면 테러리스트는 그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이기 때문에, 테러리스트는 빈곤의 소산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의 수준에서 보면 불평등도가 높고 국민들이 가난할수록 시민의 권리 보장이나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 어렵고 권위주의 정치가 지배하기 때문에, 테러리즘은 근본적으로 빈곤과 불평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저자도 이러한 점을 책의 후반부에서 인정하고 있다. 이 책은 교양서라기보다는 학술서에 가깝다. 이 책은 경험 데이터에 근거한 엄밀한 분석을 통해 사람들이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상식이 틀렸음을 밝힌 흥미로운 예이다. 

 

2022. 2. 1. 21:26

Marc Bekoff. 2007. The Emotional lives of animals. New World Library. 166 pages.

저자는 생태학/진화생물학자이며, 이 책은 동물도 사람과 유사하게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여러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역설한다. 동물이 사람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다면, 사람들이 동물을 취급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이나 동물은 모두 주위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감정을 진화시켰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는 동물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남의 감정을 파악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효과적 의사소통을 위해 필수적이다. 동물의 감정은 생존에 필수적인 일차적인 감정과 덜 중요한 이차적인 감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에는 고통, 공포, 분노, 쾌락, 등이며, 후자에는 슬픔, 질투, 권태, 호기심, 등이다. 생물 세계의 진화의 연속선 상에서 인간은 동물과 감정 능력을 공유한다. 인간과 동물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감정을 느끼는 능력에서는 동일하다.

동물도 공정함(fairness)과 공감(empathy)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동물의 놀이 과정에 내포된 감정을 연구한 결과, 놀이 과정에서 암묵적으로 합의된 공정한 규칙(fair play)을 지키는 것은 동물에게도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동물은 놀이 과정을 통해 협동하는 능력을 기른다. 진화의 원리를 적자생존의 경쟁으로만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경쟁과 협동이 함께 할 때 생존의 가능성이 커진다.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타자의 감정을 추체험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자신을 타인의 입장에 놓고 그가 느끼는 감정을 자신도 공감한다. 

사람들은 애완 동물을 상대할 때에는 동물이 감정을 지니고 있음을 직관적으로 안다. 그러나 자신의 애완 동물을 상대하는 상황이 아닌 경우, 동물을 감정 능력이 없는 물건으로 취급한다. 과학자들은 실험 동물을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물건과 같은 존재처럼 취급하며, 가축을 기르는 사람들은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대우한다. 그들이 자신의 애완견이었다면 그렇게 했겠느냐고 저자는 질문한다. 동물이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동물을 잔인하게 취급해서는 안된다. 그들의 감정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동물을 대해야 한다. 과학 실험을 위해, 인간의 식생을 위해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저자는 책 전체를 통해 동물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동물이 인간과 동일하게 느낀다는 사실은 기독교가 인간을 동물과 구별된 특별한 존재로 보는 교리에 반하므로, 사람들이 좀처럼 이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동물과 인간이 특별히 구별되지 않으므로, 그가 동물과 인간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역설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진다.

동물이 감정이 있다고 해서 동물을 덜 잔인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논리로 연결되지 않는다. 인간이 감정이 있다고 하여 인간이 서로를 잔인하게 죽이고 착취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인간이 동물을 잔인하게 취급하는 이유는 동물이 감정이 없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무자비하게 대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상대가 자신과 외양이 다르면 다를수록 죄책감을 덜 느끼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이용한다. 백인들은 자신과 외양이 다른 흑인들을 착취하며, 흑인보다 자신과 외양이 더 다른 존재인 동물을 훨씬 더 심하게 착취한다. 저자의 순수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동물 복지를 높이는 일은 동물이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 만으로는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지구상에서 인간이 줄어드는 것이 동물 복지를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2022. 1. 31. 17:42

Thomas Watson Jr. 1990. Father, Son & Co.: My life at IBM and beyond. Bantam book. 446 pages.

저자는 IBM 회사의 2대 회장이며, 이 책은 IBM 회사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일인칭 시점에서 인간적 삶에 촛점을 맞추어 쓴 자서전이다.

저자의 아버지, 즉 IBM의 창업자는 1900년대 초반 저울과 시계를 제작 판매하는 작은 회사의 세일즈맨으로 시작했다. 그는 이 회사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하던 제품이던 기계식 계산기의 중요성을 일찌기 간파했다. 그는 회사를 인수하고 기계식 계산기 사업을 크게 일으켰, 저자가 아버지가 일군 회사에 들어갈 무렵에는 상당한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저자는 학창시절 별로 우수한 학생이 아니었으며, 아버지의 연줄로 브라운 대학에 간신히 입학하였다. 대학시절 학교생활에 흥미를 붙이지 못하고 여자와 파티를 전전하며 시간을 보냈으며, 자신의 미래에 불확실한 불안감으로 가득찼다. 대학 졸업후 공군에 입대하여 비행기 조종사가 되었으며, 장군의 눈에 들어 러시아를 횡단하는 미션에 참여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된다.

전역후 아버지의 회사에 들어가 아버지의 밑에서 회사 경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회사가 기계식 계산기에 주력하던 시절, 일찌감치 전자식 계산기, 즉 컴퓨터의 잠재력에 눈떴다. 아버지를 포함한 회사의 기존 경영진의 반대를 무릅쓰고  회사의 미래를 컴퓨터 분야로 전환하는데 성공함으로서 독립적 경영 능력을 입증하였다. 컴퓨터가 개발된 초기 단계에, 마침 미국이 전쟁에 참전하여 컴퓨터에 대한 정부 수요가 급속히 늘어난 기회를 IBM은 공격적으로 포착하였다. 저자의 판단은 맞아떨어져, 정부의 대규모 수요 덕분에 IBM 은 컴퓨터 분야에서 가장 먼저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였으며, 이후 민수용 컴퓨터 분야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획득하게 되었다. IBM은 1950~1960년대에 컴퓨터 확산의 황금기를 거치면서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였다. 

저자의 아버지, 즉 1대 창업자는 노년이 되어서도 회사의 경영권을 자식에게 물려주려 하지 않았다. 저자와 아버지는 둘다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로, 회사 경영을 둘러싸고 부딛치고 화해하기를 반복하였다. 결국 아버지가 죽기 바로 직전에야 아버지로부터 최고 경영자의 지위를 물려받을 수 있었다. 아버지는 저자의 남동생이 IBM 의 해외 사업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록 조정하였다. IBM은 그러한 아버지의 조치와 동생의 유능한 경영 능력 덕분에 미국내의 사업 못지 않게 해외 사업이 별도로 큰 규모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조치는 국내 사업을 담당하는 저자와 해외 사업을 담당하는 남동생 간에 간극을 만들었으며, 남동생이 저자보다 먼저 죽을 때까지로 둘 간에 감정적 거리를 지속하였다.

저자는 50대 중반에 심장마비 증상을 겪으면서 경영 일선에서 은퇴하였다. 급속한 속도로 성장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스트레스가 그의 건강을 악화시켰음을 깨닫고, 은퇴 이후에는 한동안 요트를 타고 비행기를 조정하면서 여행을 다녔다. 한편, 그는 기업가로는 드물게 진보적 이념의 소유자였으므로, 1960년대 케네디 대통령 시절부터 민주당 정치인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1970년대 연방 정부의 핵무기 관련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맡았으며, 이후 그의 공적 역할은 카터 대통령 시절 소련 대사직으로 이어졌다.

이 책은 미국의 대표적 기업가의 성장 과정을 회사와 인간적인 면모의 양쪽에서 비교적 솔직히 서술한다. 미국에서 한 시대를 풍미하며 성공한 사람의 삶과 그를 둘러싼 사건의 다양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경쟁을 추구하는 냉혹한 기업가의 면모가 가끔씩 엿보이나, 자서전 답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그려진다. 대부분의 큰 성공이 그러하듯, IBM의 성장 역시 시대의 변화가 제시하는 중요한 기회를 포착한 것이 핵심이었다. 저자가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지지 않으며, 거대한 기업을 일구고 운영하는 것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곳곳에서 미국의 상류층 생활 방식을 읽을 수 있다. 그는 돈과, 지위, 명예, 권력, 요트, 별장, 비행기, 아름다운 아내, 많은 자식, 등 그야말로 모든 것을 얻은 사람이다.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2022. 1. 20. 20:10

한혜경. 2012. 나는 매일 은퇴를 꿈꾼다. 샘터. 267쪽.

저자는 노인복지를 전공한 학자이며, 이 책은 이론적 지식에 풍부한 현장 연구경험을 잘 조합하여 일반인이 읽기 쉽게 쓴 고급교양서이다. 저자 자신이 수년 후 은퇴를 맞이할 것이기에, 타인의 사례를 설명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행간에 녹아있다.

은퇴 후의 노인을 독립적인 인간으로 보아야 하며, 은퇴 후의 삶 또한 그러한 시각에서 계획해야 한다. 노인이란 젊은이와 마찬가지로 한 인간으로서 독립적이며 의미있는 삶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현직에서 떠났기에 젊은이와 비교해 활동의 강도나 종류에서 차이가 있지만 추구하는 바는 같다. 은퇴자도 주위로부터 인정받으려 하며, 가족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과 전인적인 교류를 원한다.

노년의 삶을 잘 살기 위해 돈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는 일이다. 물질적으로 혹은 정서적으로 남에게 의존하려 하면 자존감을 지킬 수 없으며, 남에게 휘둘리기 때문에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식과 배우자에 완전히 매몰되지 않고, 어느 정도 심리적 거리, 내지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필요한 지식을 배우고, 일하고, 노는 것, 이 세가지가 적절히 배합된 삶의 방식을 일생동안 유지해야 한다. 개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배우고, 일하고, 노는 내용과 강도가 다르겠지만, 일생 어느 시기라도 어느 한 부분을 게을리하면 반드시 문제가 따른다. 여기서 일은, 반드시 돈되는 일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전세대에 비해 교육과 소득수준이 크게 높은 베이비부머는, 노인, 은퇴자에게 붙어있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개척해야 한다. 은퇴 후의 삶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꾸리려고 노력한다면 그렇게 만들 수 있다. 은퇴 후의 삶을 하나의 틀로만 재단하는 것은, 실재로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고 있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간과하는 것이다. 은퇴 후의 삶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소극적으로 살던 사람이라도 본인이 노력하면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

이 책은 전공자가 자신의 일생의 연구 결과를 잘 녹여서 읽기 쉬운 글로 쓴 훌륭한 작품이다. 저자의 진심이 담겨 설득력이 있고, 흥미롭고 쉽게 읽히는 글 솜씨가 돋보인다.

2022. 1. 19. 22:08

한혜경. 2021. 은퇴의 말: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25가지. 교유당. 249쪽.

이책은 저자가 과거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일할 때 수행했던 은퇴자 관련 면담조사 연구를 바탕으로 썼다. 한국의 남성 은퇴자들이 은퇴하고 나서 과거 현역시절 자신의 삶에 대해 후회하는 사항을 기술한다.

일밖에 모르고 살았고, 자신의 건강과 감정에 신경을 쓰지 않았고, 가족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시간과 정성을 투자하지 않았다. 그 결과 그야말로 아무런 준비없이 은퇴를 맞이하여, 과거에 그렇게 살았던 자신을 후회한다. 현역시절에 제법 성공한 사람은 물론 힘들게 일하며 살았던 사람까지 다양한 양태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총 25개의 꼭지 중 맨마지막 장에서만 돈 문제를 언급한다. 은퇴 후의 삶을 의미있게 살기 위해 돈은 중요하지만, 돈만이 전부는 아니다. 은퇴후에 무엇을 하며 살지,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려 살지를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 한국의 일반 남성 가장의 삶, 그들의 내면의 생각과 감정을 엿보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저자의 주장과 같이 은퇴 후를 미리미리 준비하면서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들었다.  한국의 남자들이 그렇게 산 것은 그들의 욕심과 어리석음 때문도 있지만, 그들이 처한 집단 규범, 주변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압력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거의 대부분의 사람은 - 아무리 예상되는 일이라고 해도- 일이 닥치기 전까지 미리 대비하지 못하고 사는 것이 일반적이다. 은퇴 후를 의미있게 살기 위해 미리 자신의 삶을 조정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 여하간, 저자의 정갈한 글 솜씨에 홀려, 책을 잡자마다 단숨에 읽어내렸다.

 

2022. 1. 19. 16:24

한혜경. 2021. 은퇴의 맛: 은퇴 전문가 한혜경의 지지고 볶는 은퇴 이야기 28가지. 교유당. 261 쪽.

저자는 과거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근래에 은퇴하였으며, 이 책은 은퇴를 하고 나서 자신과 삶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겪은 생각과 감정을 기술한 글의 모음집이다. 현직 교수 시절에 10년 동안 은퇴자들에 대해 심층 인터뷰 조사연구를 한 것이 바탕에 녹아 있다. 많은 은퇴자들의 경험을 들여다 보았기에, 자신의 은퇴 경험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주변 사람과의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은퇴자의 경험을 이야기 한다.

스트레스 쌓여 바쁘게 살던 현역 생활에서 벗어나게 됬을 때, 과거 나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투명하게 잘 보인다. 은퇴자의 생활이란 자신이 즐겨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무리하지 않고 하는 것이 최선이다. 은퇴해서는 젊었을 때와 달리, 목표를 향하여 전력 질주하는 것이 미덕이 아니다. 욕심을 부리지 말고, 자신의 주제에 맞는 정도로 살아야 한다. 사회의 규범과 틀을 의식하면서 그에 맞추어 살려고 하는 것은 바른 은퇴 생활이 아니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비교적 솔직하게 드러내는 용기를 가지고 있으며, 매끄럽게 글을 써서 읽는 재미가 있다. 행간에서 저자의 개성과 인간미가 드러나, 한 사람을 새로 알게 되는 맛이 있다. 저자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다양한 관심을 기르려 노력하기에 흥미롭고 내용이 있는 글을 쓸 수 있었으리라. 참 오랜만에 글을 읽으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재능이 대단치 않다고 버릇처럼 언급하지만, 글쓰는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다.  우연히 책을 손에 잡고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

 

2022. 1. 18. 21:13

Sam Walton. 1992. Sam Walton: Made in America, My story. Doubleday. 260 pages.

이 책은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의 자서전이며, 그가 어떻게 오늘날의 월마트를 만들었는지 연대기적으로 서술한다. 그는 하는 일에 열정적이고, 부지런하고, 절약하며,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화를 쉼없이 추구하며, 경쟁을 통해 향상된다는 철저한 믿음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2차대전 중 군복무를 끝내고 잠시 JC Penny 등에서 일하다가, 아칸소주의 소도시에서 잡화점을 여는 것으로 본격적인 상인의 길에 들어선다. 경쟁 업체의 보다 효율적인 운영 방식을 모방하여 자신의 사업을 개선하는 노력을 일생동안 기울이면서, 궁극적으로 업계에서 최고로 효율적인 소매업체로 올라서게 되었다. 그는 어느 곳에 가던 항시 남의 점포를  방문하여 면밀히 살피고 배울점을 찾았다. 세계에서 자신보다 소매 점포를 더 많이 방문한 사람은 없다고 장담한다. 

최소한의 이문을 붙여 대량으로 판매하는 대형 할인점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적용하여, 미국의 중부지역 소도시 전역에 월마트를 입점시켰다. 그당시 전국적 판매망을 구축한 선도적인 대형 할인점 K-Mart 는 중부지역의 소도시에는 진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샘 월튼은 1960~70년대에 매우 빠른 속도로 월마트 체인을 확장하면서 대형 소매회사로서 본격적으로 체제를 다질 수 있었다. 

그는 철저하게 경쟁의 우수성을 신봉하는 사람이다. 경쟁을 통해 참여자 모두가 최선의 것을 만들어낸다. 상황은 계속 변화하므로,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최선의 방식을 찾아 변화하지 않으면, 경쟁에 뒤지게 되고, 결국 망하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하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효율과 생산성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것이다. 대형 할인점이 생기기 이전 잡화점 시절 판매가는 도매가격에다 35~40%를 더하는 수준이었는데, 월마트는 이 마크업을 22%로 떨어뜨렸다.  소매점 업계는 일반적으로 매출의 6%이상을 운영경비로 지출했는데, 월마트는 이를 2~3%로 낮추었다. 이렇게 향상된 효율성은 순전히 경쟁 덕분에 만들어 질 수 있었다.

그는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였다. 월마트가 입점하는 도시에서 기존의 소매 점포들이 문을 닫는 현상을 둘러싸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고객의 이익에 최고로 기여하는 점포는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점포는 문을 닫는 것이 당연하다고 반박한다. 대형 할인점이 제공할 수 없는 전문 서비스나 특화된 상품을 취급하는 점포가 아니라면 월마트와의 경쟁에 패하여 사라지는 것이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바람직하다. 월마트 덕분에 지역 주민들은 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 다양한 구색을 갖춘 상점에서 좋은 품질의 제품을 싸게 많이 살 수 있게 되어 삶의 질이 높아졌다. 월마트는 지역에 입점하면서 그 지역의 사람들을 종업원으로 고용하였는데, 미국 전체적으로 백만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였다. 지역의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상점이 문닫는 대신,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고용을 창출한 것이다.

월마트는 경쟁 업체와 비교하여 철저하게 운영비를 절약함으로서 가장 싼 가격을 제공할 수 있었다. 월마트 종원원의 보수가 동종 업체와 비교하여 결코 후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월마트는 종업원에게 점포의 경영 정보를 완전히 공개하였으며, 종업원 주식 참여제도나 이익 분배제도를 통해 회사에 대한 참여와 애사심을 높이려 했다. 샘월튼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점포의 종업원들의 의견에 항시 귀기울이고 현장의 건의와 문제에 성실하게 대응함으로서 노사가 소원해지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 샘 월튼이, 경쟁을 통한 향상을 얼마나 신봉하고, 현장과 소통하는데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감동하게 된다. 비록 그는 경쟁자를 철저히 짓밟아버리고, 성과를 올리도록 종업원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 냉혹한 경영자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러한 경쟁을 거치면서, 다른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한,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소매점 왕국을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상생이라는 명목으로 대형 점포의 진출을 법으로 금하고 있는데, 그 때문에 한국의 유통업의 생산성은 매우 낮다.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대형 점포가 없는 지역에서 지역 주민은 낮은 품질의 제품을 비싼 가격에 구입하여야 함으로 소비자의 삶의 질은 그만큼 낮을 수 밖에 없다. 비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자영업자를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회사의 종업원으로 바꾸는 과정을 언제까지고 회피한다면, 결코 풍요로운 선진국이 될 수 없다.

2022. 1. 10. 13:19

강준만. 2010. 세계문화전쟁: 팍스 아메리카나와 글로벌 미디어. 인물과 사상사. 384쪽.

저자는 신문방송학과 교수이며, 이 책은 미국의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현상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미국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지배력을 획득하는 원인을 제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대표적인 분야를 차례로 검토한다. MTV, 미국 드라마, 애플의 디지털 기기, 구글, 위키피디아, SNS, CNN, 국가브랜드,  문화 민족주의,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 협약, 한류 등의 주제를 장을 바꾸어 차례로 검토한다.

문화는 하드파워에 뒷받침을 받는 소프트 파워이다. 미국의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이유는 미국의 군사력, 경제력과 연관된다. 근래에 한류가 아시아 및 개발도상국에서 뜨는 이유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중문화의 국제적 확산에는 부정과 긍정적 측면이 공존한다. 문화적 정체성, 문화적 다양성을 위협하는 측면과 함께, 문화적 보편성, 엔터네인먼트의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대중문화는 근본적으로 자본주의 경제 원리에 따라 작동되며, 국제적 확산 역시 자본의 논리가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나 미국 문화의 확산으로 인한 문화의 획일화 경향에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항시 새로운 것을 찾기 때문에. 

이 책은 인용문을 계속 조합하면서 자신의 말을 간간히 끼워넣는 저자의 글쓰기 방식을 답습하고 있지만, 그의 다른 책에 비교하여 논의의 촛점이 뚜렷하며 깊이 있는 논의를 한다. 자신의 말로 일관되게 쓴 책보다 잡다한 인용문을 계속 따라가는 것이 독자에게 힘들기는 하지만. 

 

2022. 1. 8. 14:18

강준만. 2013. 대중문화의 겉과 속. 전면 개정판. 인물과 사상사. 454쪽.

저자는 신문방송학과 교수이며, 이 책은 대중문화의 이론에서부터 시작하여 한국의 대중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대중문화 이론 논쟁, 스타 시스템, TV, 영화, 세계화, 대중가요, 광고, 기술과 미디어, 인터넷, 언론, 등이 다루어진다. 저자는 현재 한국의 대중문화와 관련된 핵심적 의문을 제기하고, 이러한 의문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나열하면서 중간 중간에 자신의 견해를 짜집기해 끼워 넣는다.

대중문화에는 긍정과 부정이 교차한다. 다수의 욕구에 부응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나, 서구의 고전적 가치에 반한다는 면에서 부정적이다. 대중문화는 자본의 이익추구에 기여하면서 거대한 산업으로 발전했다. 대중의 편안함과 호기심 충족에 기여하는 대중문화는 대중의 삶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대중의 삶은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다. 대중문화는 지루하거나 골치아픈 문제를 피하도록 도와준다. 긍정이건 부정이건, 대다수의 현대인은 거의 전적으로 대중문화에 휘감겨 산다.

직접적인 인용을 중심으로 글을 전개하기 때문에, 분석적인 깊이와 글의 호흡이 얕은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저자의 생산성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생각의 재료를 모아놓은 책이란 느낌이 든다. 이러한 재료를 소화해서 자신의 말로 일관되게 풀어놓았다면, 훨씬 읽기 쉽고 설득력이 있는 글이 됬었을텐데 하고 아쉬웠다.

2022. 1. 6. 17:02

Joseph Nye, Jr. 2011. The Future of Power. Public Affairs. 234 pages.

저자는 국제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그의 hard power v. soft power 논의를 종합 정리하고, 미국의 국제적 지위를 진단한다. 

power는 분야에 따라 구분되어야 한다. 안보 분야에서 군사력이 power의 핵심이지만, 경제, 문화, 과학 기술 등의 분야에서는 별도의 power 가 존재한다. power 는 상대가 누구냐에 좌우된다. 절대적인 수준이기보다는 상대와 비교해 나은 정도가 power이다. power 는 얼마나 자원을 많이 보유하는가 하는 측면과 함께, 이러한 자원을 실제 행위로 어떻게 전환하는가 하는 측면을 포함한다. power 는 상대를 내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직접적으로 강압하는 측면과 함께,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아젠다를 설정하고, 상대를 설득하고, 상대가 나에게 자발적으로 유인되도록 하는 간접적인 측면을 포함한다.  상대가 나에게 유인되는 문화적인 힘, 소프트 파워는 하드 파워를 전제로 한다. 소프트 파워와 하드 파워가 잘 결합된 형태를 스마트 파워 smart power 라고 정의하면서, 소프트 파워가 함께 갈 때 하드 파워도 강화된다고 주장한다.

21세기에 들어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영향이 확대되면서 power 의 원천은 확산되고 있다. 정보에 접하고, 정보를 생산하는 비용이 낮아지면서, 과거와 같이 정보를 독점하는데에서 나오는 힘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1991년에 소련이 무너지면서 일시적으로 세계에서 미국은 독보적 지위에 올라섰지만, 이후 BRIC, 특히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이 세계에서 점유하는 비중은 줄어들었다. 미국은 과거와 같이 세계위에(over) 지배하기보다 세계의 다른 나라들과 더불어(with) 지도적 역할을 하는 위치에 머물게 되었다. 미국은 군사력 분야에서는 절대적 파워를 가지고 있지만, 경제, 문화, 과학 기술 등에서는 그에 못미치며, 환경, 에너지 등의 문제에서는 파워가 약하다. 

세계에서 현재 미국이 차지하는 지배적 지위(hegemony)가 앞으로 중국으로 이전할 것인가, 혹은 세계에서 미국의 힘이 쇠퇴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부정적으로 답한다. 미국의 지위는 앞으로도 한동안, 적어도 21세기 전반부에는 쇠퇴하거나 중국으로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로, 미국의 군사력은 압도적이고, 미국의 경제는 생산성 향상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이민자가 계속 들어오고, 미국의 대학은 매우 우수하며, 미국의 대중문화는 세계를 지배하며, 미국이 추종하는 가치, 예컨대 민주주의, 인권, 자유, 등은 여전히 세계인을 매혹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대체할 대안은 아직 출현하지 않았다.

미국이 지배적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면, 세계인에게 공공재(public goods)를 공급하는 역할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세계 평화, 자유 무역, 항행의 자유는 과거 대영제국 시절에 영국이 공급하던 공공재이며, 세계인은 이를 이용하면서 영국의 지배에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과거와 차이점이라면,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 즉 세계의 빈곤퇴치에 기여하는 것을 미국의 역할에 추가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세계화가 크게 진전되었고, 국제무대에서 개발도상국들이 입다물고 가만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명한 국제정치 학자로서 정부의 고위 정책에 깊숙이 관여한 경험이 배어 있어, 저널리즘의 논의와 달리, 깊이와 균형감각이 돋보인다. 다만 이 책이 트럼프 대통령 이후에 쓰였어도 미국의 미래를 낙관했을까는 의문이다. 대체적으로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지만, 트럼프 이후 미국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낙관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22. 1. 1. 10:44

John Baylis, Steve Smith, Patricia Owens. 2020. The Golbalization of World Politics: An introduction to international relations. 8th ed. Oxford. 529 page.

저자는 국제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세계화와 국제관계에 촛점을 맞춘 교과서이다. 국제관계(International Relations)라는 학문분야의 주요 이론을 소개하며, 국제관계 분야에서 쟁점 주제들을 개괄적으로 검토한다. 이삽십명의 저자가 각자 장을 나누어 쓴 것이기 때문에, 주제에 따라 글의 질에 차이가 있다.

1990년에 냉전이 끝난 이후 국제관계는 과거에 현실주의(Realism)와 자유주의(Liberalism)지배하던 분야에서 다양화되었다. 이제 국제관계는 국가 단위를 넘어서 초국가적 다자 기구나 국제적 비영리단체와 같은 새로운 행위자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또한 국제관계에서 국가의 생존과 안보가 유일한 기준이었던 것에서 인간의 기본권이나 복리와 같은 새로운 가치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각 주제를 깊이 다루고 있지 않지만, 최근까지의 상황을 반영하여 국제사정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유용하다. 정치경제적 시각을 도입하여 문제를 해석하는 글들은 이념적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일부 글에서는 저자의 주제에 대한 통찰력이 보이지만 또 다른 글들은 피상적이고 산만한 서술을 하고 있다. 좋은 글들을 선별한다면 괜찮은 교과서가 될 것이다.   

2021. 12. 22. 16:57

Hedley Bull. 2012(1977). The Anarchical Society: a study of order in world politics. 4th ed. Palgrave. 308 pages.

저자는 국제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국제 정치와 "국제 질서"(international order)의 성격을 규명한다. 국제정치란 국가들 사이의 관계이다. 국제관계에는 국가간에 폭력을 통제하는 단일한 중앙 기구가 없기 때문에, 한 영토와 국민에 대하여 폭력을 독점하는 기구인 국가 내에서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질서가 유지된다. 국가들 사이에는 상호관계로 엮여진 국가들의 체제(states system)가 존재한다. 국가들의 체제에서 질서를 추구하는 것과 정의를 추구하는 것은 별개이며, 현실에서는 두개의 가치가 상충된다. 국가들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정의롭지 않으며, 국제정치는 정의를 기준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국제사회(international society)에는 국가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지키는 규범이 있다. 그러나 이 규범은 법과는 달리 정치적인 것으로, 이를 위반해도 강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모호하고 유동적이다. 이 규범은 국가들 사이에 전개되는 사건들을 통해 뒷받침되고 상황에 따라 변한다. 국제정치에서 폭력 사용을 가급적 꺼리는 규범이 존재하지만, 질서 유지를 위해 폭력 사용이 용인되기도 한다. 국가들은 가급적 국제적 규범을 지키려고 하지만, 자신의 이익에 따라 규범을 위반하거나 바꾸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국제정치에서 질서를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기제는 국가들 간에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 이다. 상황이 변화하여 힘의 균형이 깨지면 새로운 연합이나 분열, 전쟁 등을 통해 힘의 균형을 회복하게 된다. 국가들 사이에 전쟁은 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기제이다.

강대국은 국제질서를 유지하는데 관심이 크다. 국제질서를 교란시키는 요인 혹은 국가에 대해 통제력을 행사한다. 냉전시절에 미국과 소련은 서로 간에 직접적인 폭력 행사를 자제하였으며, 세계의 구석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대해 확대되지 않도록 관리하였다. 현재의 국제질서는 강대국을 중심으로 만들어 진 것이며, 그들의 이익에 기여한다. 국제질서에서 중소국가의 견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국제질서가 서구의 선진국에 유리하도록 자원과 권력의 불평등 분배를 용인하므로, 제삼세계 국가들은 정의가 바로세워지도록 바꾸는데 관심이 크다. 

핵무기는 국제질서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였다. 국가간 폭력이 발생했을 때 폭력 행위의 대상은 물론 폭력 행위를 시작한 당사자까지 존립이 위협받게 되었다. 핵무기는 폭력의 발생을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deterrance)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핵무기가 확산되면 폭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핵무기를 동원하는 비합리적 폭력 사용 상황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핵전쟁이 두려운만큼 핵무기 사용을 상호간 자제하겠지만,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여 전통적 무기를 사용하여 제한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

현재의 국가들의 체제에서 국가들 사이에 종종 폭력이 행사되고, 국제정치가 정의롭게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국가 중심의 국제질서를 바꾸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그러나 그 대안으로 거론되는, 전세계를 관장하는 권력의 중앙집중, 지역단위의 결합체 형성, 국가이외에 다른 행위자, 예컨대 다국적 기업, 국제단체, 등을 포함한 새로운 국제체제, 등은 현실적이지 않거나 각자 나름의 한계를 안고 있다. 저자가 보기에 국가들의 체제는 20세기 이전에 비해 20세기 후반으로 가면서 서로 간에 규범을 지키는 정도가 약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중심의 현재의 국제체제는 질서를 확보하는 최선의 방안이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국제 정치 세계에서 질서, 법, 폭력, 갈등, 등의 개념을 국내 정치에서 아이디어를 끌어와 이해하려고 하는데, 이것은 분명한 오류이다 라고 단언한다. 질서를 확보하기 위해 전쟁이 벌어지고, 질서와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정의를 추구하는 것과 충돌한다는 지적에서 저자의 통찰력이 번득인다. 이 책은 1970년대에 쓰여져서 냉전 종식 이후의 상황과 맞지 않는 지적이 곳곳에 있다. 이 책의 또다른 단점은 문장이 복잡하여, 마치 법률 문구를 읽는 느낌이다. 논리적으로는 정치하지만, 독자에게 친절하게 쉽게 쓰여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통찰력이 있는 책이다.

2021. 12. 12. 19:54

Mel Greaves. 2000. Cancer: the evolutionary legacy. Oxford University Press. 266 pages.

저자는 세포 생물학자이며, 이 책은 암의 생성 기전에서 부터, 다양한 종류의 암의 특성, 암의 예방과 치료에 이르기까지 암과 관련해 밝혀진 지식을 체계적으로 잘 설명한다.

암은 인류의 역사와 같이 해왔으며, 동물에게서도 종종 발견된다. 암은 세포가 증식할 때 유전자 복제의 오류, 즉 돌연변이의 산물이다. 우리의 면역체계는 유전자 복제의 오류를 탐지하고 잘못된 유전자를 가진 세포를 죽이는데, 암세포는 이러한 면역체계를 속이면서 증식을 계속한다. 우리의 몸의 정상적인 세포는 일정 회수의 복제를 거듭하면 사멸하도록 되어 있는데, 암세포는 이러한 자동 사멸 장치를 무력화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암세포는 면역 체계의 감시에서 벗어나 무한히 증식을 계속할 수 있다. 다만 우리의 신체 기관은 세포가 증식을 계속하는 데 물리적 한계가 있기때문에, 암세포는 어느 정도 증식하면 특정 기관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 다른 기관으로 전이하여 증식을 계속한다.

유전자 복제 과정에서 오류는 자주 발생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오류는 세포 생성의 초기 단계에 사멸하거나, 설사 존속한다고 해도 암세포로 발전하지 않는다. 양성 종양의 대부분은 암세포로 발전하지 않는다. 엄청난 스트레스가 지속될 때 암세포로 발전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우리 몸의 내부에서부터 나오는 경우가 많으며, 우리 몸의 외부로 부터 가해지기도 한다. 또한 특정 암에 걸리기 쉬운 유전자를 물려받은 후손에게서 특정 암의 발병율이 높다.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암의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우리 몸의 내부에서 가해지는 스트레스의 대표적 예는 여성의 생식 기능과 연관된 스트레스이다. 여성은 매달 월경을 하면서 성 호르몬의 홍수를 경험한다. 여성의 몸이 임신을 준비하는 과정은 유방, 자궁, 난소에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여성에게서 유방암과 자궁경부암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이다. 남성의 경우 전립선 암도 비슷한 이유로 자주 발생한다. 우리 몸의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스트레스의 대표적 예는 흡연으로 인한 타르에 폐가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폐암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이외 우리 몸에서 외부 환경과 접촉하는 지점에서 암이 자주 발생한다. 피부암, 식도암, 위암, 직장암 등이 예이다. 외부의 독소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암 자체는 병균에 의해 전염되지는 않지만, 병균이 우리 몸을 공격하면서 가하는 스트레스로 인해 돌연변이가 발생하여 암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성병이 생식기 암의 발생 가능성을, 헬리코박터 균이 위암의 발생을, 헤파티티스 균이 간암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엄청난 스트레스가 가해져 암세포가 생성되었다고 해도, 이것이 증식하여 우리 몸에 해를 끼치는 단계에 도달하기까지 보통 수십년의 세월을 필요로 한다. 암의 대부분은 생식 기능이 종식된 시점, 즉 여성의 경우 폐경 이후, 남성의 경우에도 50대에 주로 나타난다. 거꾸로 말하면, 중년 이후에 주로 발병하는 암의 시초는 수십년 전 젊은 시절에 스트레스에 노출되면서 만들어진 암세포에서 부터 시작된다. 만일 암 증상이 생식 기능이 종식되기 이전에 발현된다면, 그러한 유전자는 후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암의 원인이 존재한다고 하여 반드시 암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위험이 커지면 암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스트레스에 노출된 모든 사람에게서 암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일생 담배를 즐긴 사람 중에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암에 걸린 사람보다 더 많다. 스트레스에 노출된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악성 암세포로 발전할 것인가 여부는 확률적 문제이다.

암이 우리 몸의 세포 복제의 오류에서 기인한다면 암 발생을 줄이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에 대해, 저자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답한다. 암을 완전히 예방하거나 완전히 치료하는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암의 발생을 줄이려면 스트레스 요인을 미리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담배를 피지 않고,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고, 운동을 많이 하고, 등으로 스트레스 요인을 줄이면 암 발생 가능성은 감소한다.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양성 종양을 조기에 발견하여 제거하는 것도 암을 예방하는 길이다.

암에 걸리면, 수술로 암 부위를 제거하고, 방사선을 쬐어 암세포를 태워 버리고, 화학요법으로 독성을 가하여 암세포가 증식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모두 한계가 있다. 암 부위를 제거한다고 해도 암 세포가 다른 기관으로 전이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 방사선 치료나 화학 요법은 암세포만이 아니라 그 주변에 있는 정상세포도 죽여버리는 무자비한 방법인데, 방사선이나 독소에 내성을 가진 암세포가 출현하며, 다른 기관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 조기 발견과 스트레스 요인을 줄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 책에서 암세포의 발생 기전을 생물학적으로 엄밀하게 설명하는 부분은 이해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전반적으로 암에 대해 이해가 트이는 느낌을 받았다. 통찰력을 주는 책이다.

2021. 12. 9. 17:17

Paul Bloom. 2016. Against empathy: the case for rational compassion. HarperCollins. 241 pages.

저자는 사회심리학자이며, 감정이입보다는 이성적 접근이 세상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타인이 느끼는 것을 내가 느끼는 감정이입 emphy 은 일견 긍정적일 것 같지만, 부정적 측면이 더 많다. 감정이입은 서치라이트와 같아서 좁은 촛점에 관심을 집중하기때문에, 편견을 낳으며, 문제를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방해한다. 감정이입은 현재 이곳에서의 상황에 집중하게 함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발전할지에 대해 이성적인 추론과 이러한 추론에 바탕을 둔 이성적인 대응을 어렵게 한다.  감정이입은 내편과 남의 편을 구분하게 만들며, 공평한 접근을 어렵게 만든다.

인간은 원래 공평하지 않다. 만일 어떤 사람이 나와 가까운 것과 나와 먼 것을 둘다 공평하게 취급한다면, 나와 가까운 것을 편애하여 불공평하게 행하는 사람과의 경쟁에서 밀려나, 결국 진화의 과정에서 소멸할 것이다. 감정이입은 나와 가까운 것을 편애하는 진화 과정의 산물이다. 나의 가족, 나의 친구, 나의 공동체의 사람들의 감정이 나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인간의 본능인데, 이러한 편협한 감정에 휘둘린다면 크게 볼 때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들 뿐이다.

사람들이 감정이입에 의존하여 공적인 문제를 다룬다면 정의란 존재할 수없다. 감정이입을 억제하고, 상대의 사정을 이해하는 이성적 접근을 통해서만 전체적으로 정의롭고 효율적인 사회가 될 수있다. 상대의 상황을 파악하는데 감정이입 emphasy 대신에 공감 compassion 으로 충분하다. 상대가 겪는 고통을 나도 느끼는 감정이입이 아니라, 상대가 겪는 고통을 인지하고 이해하는 공감능력으로 충분하다.

인류의 역사에서 감정이입 때문에 타인에 대해 폭력과 잔인함이 행사된 경우가 많다. 나 및 나와 가까운 사람에게 가해진 고통은 나와 먼 타인에게 가해진 고통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며, 나 및 나와 가까운 사람에게 가해진 부정의는 타인에게 가해진 부정의보다 훨씬 심각하게 보인다. 그 결과 나와 가까운 사람의 감정을 나도 느끼는 감정이입은 사태의 정확한 파악과 효율적인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 

이책은 한 주제에 대해 저자의 생각을 연습한 결과물 처럼 보인다. 인간의 심리 작용이 감정에 의해 좌우된다는 연구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해 인간 심리의 기본은 이성에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글이 마치 대화하듯이 술술 읽히는 장점은 있으나, 가벼운 심리학 저술이 그러하듯이, 그리 큰 통찰력을 주지는 못한다.

2021. 12. 6. 18:45

Mancur Olson. 2000. Power and Prosperity: Outgrowing communist and capitalist dictatorships. Basic Books. 199pages.

저자는 저명한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그의 집단행동론을 적용하여 한 나라가 부강하거나 가난한 이유를 설명한다. 국가가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철저히 보호하고, 소수 이익집단에 의해 전체의 이익이 훼손되지 않는다면, 시장의 힘이 제대로 작동하여 자원 활용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부강해진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먼저 권력의 논리 (the logic of power)를 제시한다. 인간 사회는 여러 작은 규모의 폭력 집단들이 보호비 명목으로 사람들을 강탈하는 무정부 상태로 시작하였다. 이들은 그들이 강탈하는 사람들의 복리나 생산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강탈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강탈하며, 사람들로부터 더 이상 강탈할게 없어지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또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강탈을 계속한다. 이러한 여러 폭력 집단 중에서 세력을 키워, 이들이 보호 내지 착취하는 대상이 커지고 한 곳에 정주하는 지배 세력이 되면, 이제 그들의 강탈 행태는 과거 작은 폭력 집단이었을 때와 달라진다. 그들은 피착취민의 생산력이 고갈되지 않도록 강탈을 조절하며, 나아가 사람들의 생산력을 높여서 그들이 강탈할 근거를 두텁게 하는 데로 관심이 이전한다. 폭력집단의 세력이 매우 커지면 그들이 착취하는 사람들과 함께 국가를 형성하며, 폭력집단이 피지배집단으로부터 강탈하는 보호비는 다름아닌 국가의 세금이 된다. 국가는 영토내에서 폭력을 독점하는 조직이며, 근본적으로 지배집단의 이익에 기여한다. 

지배집단은 피착취민으로부터 거둔 세금의 일부를 피착취민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한다. 국가가 생산하는 공공재가 바로 그것이다. 대외적인 안보, 국내의 치안, 도로 등의 바로 그것이다. 피착취민은 지배집단이 제공하는 공공재 덕분에 안정적으로 생산활동에 종사할 수있기 때문에 그들의 지배/착취를 지지하기까지 한다. 피착취민으로부터 세금을 거두는 것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지배집단은 피착취민의 대표와 타협하고 그들의 복종을 이끌어내도록 회유한다. 피착취민들이 얼마만큼의 세금을 낼지 그들의 대표를 통해 지배집단과 밀고당기는 과정에서 의회가 탄생하였으며, 영국의 명예혁명이 일어났다.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공공재를 적절히 조달하는데, 민주주의가 권위주의 정부보다 장기적으로 더 효율적이다.

집단적인 노력을 투입하여 수행해야 하는 일에는 항시 무임승차자 Free rider 의 문제가 발생한다. 소수의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하여 집단 전체의 이익에 배치되게 행위하는 문제는 무임승차자 문제의 일부이다.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합리적인 행위이지만 집단 전체로볼 때는 비합리적으로 일이 돌아간다. 모든 사람들에게 법이 균일하게 집행되도록 강제하는 장치를 통해, 소수의 사람들이 집단 전체의 이익에 배치되게 행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구 소련의 계획경제는 자원의 배분이 효율적으로 될 수 없었다. 지배집단이 생산수단의 집단화를 통해 생산자들로부터 과도하게 뽑아낸 이익을, 자신들의 권력을 보호할 목적으로 국민에 대한 권위주의적 감시와 군비경쟁의 비용으로 과도하게 지출하였다. 시장기구를 통한 자원의 배분이 아니라 위로부터 명령에 의하여 자원을 배분하는 방식은 비효율적일 수 밖에 없다. 생산자들은 자신의 노동의 결과물 중 생존의 수준을 넘어서는 부분은 전부 수탈당하므로, 효율성을 높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생산성을 높인다고 해도 거의 모두 수탈당할 것이 확실하다면 아무도 최소한의 선을 넘어 추가적으로 노력을 기울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는 항시 존재하는 내부로부터 및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대응하여 변화해야 한다. 이때 생산성이 낮은 분야로부터 생산성이 높은 분야로 자원이 이동해야 경제 전체의 부가 증가한다. 소련의 계획경제는 상황 변화에 대한 적응이 매우 더디었다. 상황이 변화하여 어떤 기업이나 생산 방식이 비효율적이 되더라도, 위로부터의 명령에 따라 자원이 계속 그 비효율적인 부문으로 할당되는 반면, 새로이 생겨난 효율적인 부문에는 자원이 제대로 배분되지 못했다. 투입보다도 더 낮은 산출을 하는 비효율적인 부문은 정부의 보조금으로 연명을 하면서 전체의 생산력을 갉아먹었다. 비효율적인 부문에 종사하는 경영자와 노동자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전체의 이익에 배치되게 행한 것이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소련의 생산성은 서방세계에 뒤쳐졌으며, 서방 세계와 경제 격차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면서 국민들이 정부에 이반하였다.

모든 사회에는 사람들 사이에 자발적으로 거래가 생겨나며 이를 통해 경제 전체로 큰 이익을 거둔다. 그러나 물건의 단순한 교환을 넘어선 복잡한 거래는 사회적으로 복잡한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어야만 이루어질 수 있다. 여유 돈을 가진 사람이 기업가에게 돈을 빌려주고 투자하는 것은 금융제도가 갖추어질 때에만 가능하다. 장기적 안목에서 생산에 필요한 기계를 구입하고, 불확실하지만 연구 개발에 매진하고, 사람들 사이에 위험을 공동으로 묶어 보험을 만드는 등, 생산성 높은 복잡한 경제행위는 제도적 뒷받침이 없다면 이루어질 수 없다.

세상 일의 성패에는 운이 많이 작용한다. 어떤 사업, 어떤 방법이 성공할지 미리 알 수 없다. 운이 따라서 성공한 사업이나 방법으로 거둔 수익을 그 사람이 모두 누리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반면, 실패한 사업이나 방법은 불운 때문에 그리되었을 수 있으므로, 실패의 책임을 온전히 혼자 짊어지라는 것 역시 불공평하다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실패한 사업이나 방법에 국가가 보조금을 투입하여 계속 지속되도록 한다면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실패한 사업/방법으로부터 성공한 사업/방법으로 자원이 이동하도록 해야 전체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자원 활용이 된다. 시장은 바로 이러한 기능을 수행한다. 시장의 효율성이 발휘된다면, 사람과 자원의 잠재력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발휘될 것이다.

사유재산을 보호하고 계약을 강제하는 제도적 장치는 생산성이 높은 복잡한 경제행위를 위하여 꼭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제도는 선진국에는 구비되어 있으나 개발도상국에는 결여되어 있다. 한편, 소수의 이익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 하면서 전체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에도 만연해 있다.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제도와 소수의 집단의 이기적 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면, 시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여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혁신이 계속되면서 부강해질 것이다. 반대로 사유재산의 보호가 미흡하고, 일부 집단이 자신의 이익을 전체에 우선하는 행위가 제지 없이 마구 자행된다면, 그 경제에서 생산성 높은 경제활동은 이루어지지 않고 국민은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일생 동안의 연구가 집약된 결과물이다. 문장이 길고 복잡하여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현학적인 이론을 구사하지 않아 일반인도 논의를 따라갈 수있다. 정치경제학적 접근으로 드물게 탁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고 바로 젊은 나이에 죽었는데, 그가 오래 활동을 했다면 통찰력있는 많은 작품을 남겼을텐데 안타깝다. 다시 읽어볼만한 좋은 작품이다.

2021. 11. 19. 11:12

Daniel Nettle. 2007. Personality: What makes you the way you are. Oxford University Press. 248 pages.

저자는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인간의 성격을 5개의 독립된 차원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외향성(extraversion), 신경증적 특성(Neuroticism), 자기통제성(Conscientiousness), 타인친화성(Agreeableness), 개방성(Openness)이 그것이다. 이 다섯개의 차원은 가장 강한 정도에서 가장 약한 정도까지 연속적인 척도를 구성한다. 사람들은 다섯개 차원 각각의 연속선 상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다. 

첫번째, 외향성(Extraversion)은 보상에 대한 반응에 민감한 정도이다. 외향성이 높은 사람은 보상을 가져오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구한다. 이들은 모험추구적이며, 호기심이 많으며, 사교적이며, 성적으로 적극적이며, 성공지향적이다. 이들은 신체적 위험에 빠지거나 가족관계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외향성이 낮은, 즉 내향적인 사람은, 신중하고, 침착하고, 자족적이며, 타인과 조정하는 것을 어려워 한다. 변화가 심하고 생존이 어려운 환경에서는 외향적인 사람이 생존에 유리한 반면, 안정되고 풍요한 환경에서는 내향적인 사람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

두번째, 신경증적 특성(Neuroticism)은 위협에 민감한 정도이다. 신경증적인 사람은 외부의 위협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항시 경계하고, 비관적이고, 초조해하며, 쉽게 우울에 빠지는 반면, 덜 신경증적인 사람은 외부의 위협에 대범하고 느긋하며, 낙관적이다. 포식자가 우글거리는 환경에서는 신경증적 성향이 강한 사람이 생존에 유리한 반면, 포식자가 드문 환경에서는 신경증적 성향이 약한 사람이 생존에 유리하다. 

세번째, 자기통제성(Conscientiousness)은 욕구를 절제하는 능력이다. 자기통제력이 강한 사람은 계획을 하고, 충동을 억제하는데 능하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규율을 고집하거나, 자발적인 주도성이 약하다. 자기통제력이 강한 사람은 대체로 전문직이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많다. 반면 자기통제력이 약한 사람은 충동적이며, 삶이 엉클어져있고, 술이나 도박 등에 탐닉하여 헤어나오지 못한다. 안정된 환경에서는 자기통제력이 강한 사람이 생존에 유리하지만, 변화가 무쌍한 환경에서는 계획이나 규율을 고집하기보다 임기응변에 능한 사람이 생존에 유리하다.

네번째, 타인친화성 (Agreeableness)은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읽고 배려하는 능력이다. 타인친화성이 높은 사람은 주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반면, 이것이 지나칠 경우 자신의 이익을 소홀히 하고 지위경쟁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타인 친화성이 낮은 사람은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에 무관심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냉정한 계산에 따라 태연이 타인을 이용한다. 사이코패스는 타인친화성이 낮은 극단적 예이다. 대체로 여성은 남성보다 타인친화성이 높다. 타인친화성이 높은 사람이 다수인 환경에서는 타인친화성이 낮은 즉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타인친화성이 낮은 소수의 사람들이 생존에 더 유리한 반면, 반대의 환경, 즉 타인친화성이 낮은 사람이 다수인 환경에서는 타인친화성이 높은 소수의 사람들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 

다섯번째, 개방성(Openness)은 정신적인 연상(mental association)의 폭이 넓은 정도이다. 개방성이 높은 사람은 창의적이고 다양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데 능하며, 예술적 민감성이 크다. 그러나 이들은 비현실적 믿음이나 비실용적 생각에 빠질 위험이 높으며, 극단적으로는 정신병에 걸릴 수 있다. 창의성과 정신병은 동전의 양면이다. 개방성이 낮은 사람은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기보다 관례를 따르는 것을 선호한다. 안정된 환경에서는 개방성이 낮은 사람이 생존에 유리하나, 변화무쌍한 환경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개방성이 높은 사람이 생존에 유리하다.

인간의 성격 특성은 태생적인 것이다. 근본적인 성격 특성은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성격 특성이 현실의 삶에서 어떻게 발현되는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성장 환경에 따라, 주변 상황에 따라, 우연적인 요소 때문에, 동일한 성격 특성의 사람도 다른 시나리오의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구체적 삶의 내용이 다르다고 해도, 그 밑바닥을 흐르는 성향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성격 특성은 각 차원마다 정규분포 곡선을 그린다.  각 성격 특성 차원에서 중간 정도의 사람들이 많지만, 시대, 지역, 집단에 따라 다수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도 한다. 인간의 성격특성이 정규분포 곡선을 그리는 이유는, 진화의 과정에서 각 성격 특성 차원에서 다양한 강도의 사람들이 나름대로 생존에 유리한 다양한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어느 성격 특성의 조합이 다른 성격 특성의 조합보다 절대적으로 좋다고 말할 수 없다. 각 성격특성 차원의 양 극단은 장점도 있지만 약점도 동시에 내포한다. 환경에 따라 성격특성 차원에서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가 결정된다.

이 책은 심리학의 성격특성 이론을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한다. 다섯개의 성격특성 차원과 이를 진화론과 연결시켜 설명하는 것이 흥미롭다. 저자는 모든 성격특성이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특정 성격특성이 더 낫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설득력이 떨어진다. 예컨대 자기통제성은, 극단적인 계획 집착이 아닌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매우 필요한 특성이다. 이책을 읽으면서 나의 성격을 되돌아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자신의 성격 특성의 장점을 잘 발휘하도록 노력하라는 저자의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2021. 11. 12. 09:40

Pankaj Ghemawat. 2018. The New Global Road Map: Enduring strategies for turbulent times. Harvard Business Review. 213 pages.

저자는 경영학자이며, 이 책은 세계화의 속도가 둔화되는 현실을 진단하고, 이러한 변화에 기업이 대응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2000년대에 들어 세계화의 속도는 둔화되고 있다. 영국의 브랙시트나 미국의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변화를 대변한다. 그러나 아직 세계화가 역전되는 단계까지 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세계화로 인한 이익이 손실보다 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 세계화는 느리게나마 지속될 것이다.

기업 경영자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들은 세계화의 정도를 과대 평가한다. 세계화의 이익이나 세계화의 폐해를 과장되게 언급하는 언론과 활동가에게 속은 것이다. 그는 이를 globalony 라고 부른다.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이라고 해도 대부분 몇개의 나라에서 매출과 이익의 대부분을 거두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경제활동을 전체적으로 본다면, 각 국가의 경계내에서 이루어지는 부분이 경계를 넘어서 이루어지는 부분보다 훨씬 크다. 국가간에 이루어지는 경제활동은 전체의 5분의 1에 불과하고, 5분의 4는 국가의 경계 내에서 이루어진다. 특히 미국의 세계화 수준은 선진산업국 중 가장 뒤쳐져, 아프리카의 나라들 수준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국가들 사이의 활동 보다는 각 국 내에서의 활동이 중심을 이룰 것이다. 그는 이를 "law of semiglobalization" 이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나라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먼 나라나 자신과 많이 다른 사람들보다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는 합리적인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적인 친화 문제이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home bias 라고 지칭한다.

국가의 경계를 넘어 이루어지는 활동은 지리적, 문화적, 제도적, 경제적 거리가 가까울수록 활발한 반면, 거리가 멀수록 급격히 줄어든다. 다국적 기업의 활동은 바로 이 "거리의 법칙" law of distance 에 따라 전개된다. 세계화의 속도가 줄어들고 있지만, 거리의 법칙은 어김없이 작용한다. 서로의 거리가 멀수록 국가간 활동이 줄어드는 반면, 거리가 가까운 지역의 활동은 계속 살아남는다. 어떤 국가에 어떤 산업, 어떤 기업이 진출하는 것이 좋을지 결정하는 요인은 국가, 산업, 기업의 특성에 따라 다르다. 모국으로부터 멀수록 진출이 어렵다는 사실은 보편적 진리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시장의 절대적 규모에 눈이멀어 거리의 법칙을 무시하고 지리적, 문화적, 제도적으로 거리가 먼 지역에 진출하려고 하는데, 이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전략이다. 가급적 지리적, 문화적 , 제도적 거리가 가까운 지역에서부터 진출해야 한다. 거리가 멀수록 비용이 많이 들어 이익을 거두기 어렵다. 

영국은 브랙시트를 통해 유럽의 대륙 국가들과의 유대를 약화시키는 대신, 미국 및 대영제국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려 하는데, 이는 거리의 법칙을 무시한 비현실적인 발상이다. 영국은 브랙시트 이후에도 유럽의 대륙국가와의 활동이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활동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 및 영국과 맺는 활동이 국가간의 활동 중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당연하다.

다국적 기업들은 전세계를 아우르는 보편적이며 통일된 전략의 강점과 개별 지역에 특화된 현지화 전략의 강점을 적절히 배합해야 한다. 세계화가 축소된다고 해도, 현지 기업에 비해 다국적 기업의 강점인 전세계를 일관하는 통일된 전략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다국적 기업들은 세계화가 현지기업과 현지인들에게 불러오는 고통에 대한 반발의 타겟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경제적 효율성과 공정성은 반드시 함께 가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고, 효율성 못지 않게 공정성을 높이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

저자는 전형적인 경영전략가로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많이 한듯하다. 이 책은 그러한 강연의 원고 같은 인상을 준다. 세계화에 대한 경영자들의 오해를 지적하고, 일견 당연해 보이는 사실을 통찰력이라고 언급한다. 분석의 깊이나 대응 방안은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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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 6. 21:20

Joshua Goldstein. 2011. Winning the War on War: the decline of armed conflict worldwide. Plume. 328 pages

저자는 국제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유엔의 평화유지군 활동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세계는 근래로 올수록 폭력이 줄어들고 있으며, 특히 국가간 전쟁은 현저히 감소하였다. 1948년에 처음 시작된 유엔의 평화유지군 활동은 유엔의 여러 역할 중에서 중요성을 점차 더해왔다.

유엔의 평화유지군 활동은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분쟁 지역에 파견된다. 그간 아프리카의 분쟁지역에 주로 파견되었는데, 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 체제를 확립하는 데 유의미한 기여를 했다.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이 효과가 없다는 비판은 객관적인 증거에 반한다. 

유엔의 평화유지군은 분쟁이 발생한 이후에야 파견을 결정하고, 군인을 모집하고, 파견에 필요한 준비를 하므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문제는 분쟁 발생 초기에 개입할 때 가장 효과가 큰데 이러한 중요한 기회를 놓친다는 점이다. 마치 불이 난 다음에 소방관을 모집하고 소방차를 준비하는 격이다. 강대국의 군대와 비교해 형편없이 빈약한 예산과 병력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면에서, 유엔의 평화유지군 활동은 유엔의 사업 중 효과성이 매우 높다. 

평화유지군은 적의 공격에 대응하는 전투병의 역할만이 아니라, 치안을 유지하고, 평화체제의 정착을 관리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원칙적으로 평화유지군이 파견되는 나라의 동의를 얻고 나서야 그곳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지만, 인권을 크게 유린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해당 나라의 동의 없이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기도 한다. 이 경우 국가의 주권을 절대적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국제질서의 원칙과 충돌하게 된다.

분쟁이 일어날 조짐은 미리 탐지할 수 있다. 따라서 분쟁 발생이 예상되는 지역에 평화유지군을 미리 파견한다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거두겠지만, 최소한의 평화유지군을 상비군으로 유지하자는 주장은 강대국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보건 분야에서 사전 예방이 사후 치료보다 더 효과적이고 비용이 적게 들 듯이, 미래에는 평화 분야에서도 분쟁이 발생한 다음 개입하기보다 사전 예방 조치가 평화유지 활동의 주가 되어야 한다.  

"정의 없는 영구적 평화는 없다" 는 주장이 진보적 평화운동가들 사이에서 옹호되지만, 정의와 평화는 별개의 문제이다. 정의롭지 못한 상황에서도 유혈분쟁이 터지지 않고 평화로운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정의가 구현되어야만 평화가 가능하다면, 그러한 평화는 가시적인 미래에 확보하기 어렵다. 평화가 없는 상태, 즉 분쟁은 엄청난 인간적 희생을 동반하므로, 정의가 구현되는가 여부와는 별도로,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적극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국가간의 전면전은 갈수록 줄어들어 1990년대 이래 매우 드물어졌다. 내전, 즉 정부군과 반군사이의 전투가 전세계의 분쟁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내전은 대부분이 인종 민족적 소수자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다수의 주류 집단에 반발하는 것인데, 분쟁의 원인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대의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고, 실제는 소수의 주동자 들이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 대의를 팔아먹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조직 범죄집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의 소득 수준이나 경제성장율이 낮을 수록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아진다. 국민의 소득이 낮으면 세수가 적어 국민에 대한 국가 권력의 장악력이 떨어져 내전의 위험이 높다. 또한 전쟁 자금을 조달 할 수 있는 천연자원이 많을수록 내전의 가능성이 높다. 석유, 다이아몬드, 구리가 대표적 예이다.

국가간 대규모 전쟁이 크게 줄어들었고, 평화유지군이 개입하여 내전을 종식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사람들이 해결책으로서 폭력적 수단을 허용하는 정도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만일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이 더욱 활성화된다면 분쟁이 없는 세계의 도래도 가능할 것이다. 가난한 나라의 분쟁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들의 소득을 높이는 것이므로, 가난한 나라의 경제성장을 돕는 것이 분쟁 없는 세계를 만드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이다.

이 책은 유엔의 활동을 객관적으로 정리한 글이므로 그리 재미있게 읽히지 않는다. 평소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던 유엔의 평화유지군 활동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2021. 10. 18. 17:20

Eric Klinenberg. 2012. Going Solo: the extraordinary rise and surprising appeal of living alone. Penguin books. 233 pages.

저자는 사회학자이며, 이 책은 300명 이상의 사례를 인터뷰한 연구 결과이다. 20세기 후반들어 혼자사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에서 단독가구가 전체 가구수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65세 이상의 절반이 혼자 산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매우 상반된 특성을 보인다. 대학을 졸업하고 괜찮은 직업에 종사하면서 혼자사는 젊은이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극도로 가난하고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있다. 20~30대의 왕성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한편에 있으며, 노년기에 배우자를 여의고 홀로 사는 사람들이 다른 편에 있다. 혼자사는 사람이 느는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텐데, 북유럽 사회와 같이 인구의 절반이 혼자사는 단계에까지 갈 수도 있다.

근래로 올수록 혼자사는 사람이 느는 것은 경제적 풍요의 결과이다. 과거에는 본인이 원치 않더라도 경제적 이유 때문에 함께 살 수 밖에 없었으나, 극도로 가난한 사람을 제외한다면, 이제는 많은 사람이 개인의 소득과 사회복지 시스템의 덕택에 혼자 살 수 있게 되었다. 개인의 삶의 성취를 최우선하는 개인주의 가치관을 쫓아서, 사람들은 본인이 원치 않는다면 불행한 결합에서 벗어날 자유를 획득하였다. 사람들은 내키지 않는 상대와 결혼해야 하는 경제적 사회적 압박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며, 불행한 결혼을 끝내는 것을 주저치 않는다.

20세기 후반에 혼자사는 사람이 증가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첫째, 개인의 감정과 성취을 최우선하는 가치관의 확대, 둘째, 여성의 교육 수준 향상과 취업 확대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됨, 셋째, 도시 생활의 증가, 넷째,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사람들 사이에 소통이 쉽고 빈번해짐, 다섯째, 교육 기간이 늘고 수명이 연장되어 노년기가 느는 등으로 생애 주기가 바뀐 점.

혼자사는 사람이 증가하는 이유는 혼자사는 것이 꾀 할만하기 때문이다. 혼자산다고 하여 고립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젊은 사람들은 혼자 살면서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영위한다. 직장 생활에 바쁜 것은 물론이고, 일 이외에 여가생활에서 사람들과 많이 교제한다. 혼자 사는 것은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대로 공간과 시간과 에너지를 마음대로 쓰는 자유를 누린다는 장점이 있다. 결혼 생활은 잘 되면 좋지만, 갈등할 때에는 혼자사는 것보다 못하다. 결혼한 사람이 혼자사는 사람보다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더 좋다는 많은 연구 결과는 잘못된 비교이다. 왜냐하면 결혼했다 문제에 부딛쳐 이혼한 사람을 결혼한 사람의 표본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혼해서 배우자와 함께 살기 때문에 혼자사는 것보다 더 건강한 것이 아니라,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에 결혼생활을 문제없이 지속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즉 결혼의 실용적 장점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착각하고 말하는 것일 수있다.

젊은 시절은 물론이고 중년에 이르기까지 혼자사는 것은 살만하다. 그러나 노년이 되고 건강이 악화되어 가까운 사람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할 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불안이 나이가 들수록 다가온다. 몸이 병들고 쇠약해져 타인의 도움을 일방적으로 필요로 할 때, 친구는 가족을 대체할 수 없다. 사람들은 거동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늦게까지 자신의 집에서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어한다. 미국인들은 양로원을 죽으러가는 곳이라고 인식하며, 실제로 양로원에서의 삶은 생명을 연장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만큼 열악하다. 부자들은 비싼 요금을 내고 반자립적인 생활을 제공하는 assisted home 에서 살기도 하지만, 일반 사람들에게 이것은 가능한 대안이 아니다.

앞으로 혼자 사는 사람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도심에 이들의 주거 수요을 충족하는 소형 주거의 아파트를 많이 공급해야 한다. 노인들이 생의 마지막 단계까지 자신의 집에서 독립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복지 서비스가 확대되어야 한다. 혼자사는 노인의 문제는 미국인들이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데, 노인들의 물질적 사회적 욕구를 충족하도록 돕는 사회가 놓은 사회이다. 미국의 중류층 삶의 전형인 교외의 단독주택은 혼자사는 사람의 욕구와는 어긋남으로 앞으로 수요가 감소할 것이다.  

이 책은 혼자사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양태를 서술하는 것으로 대부분 채워져 있다. 혼자사는 것도 충분히 할만한 일이며, 이러한 선택의 자유를 뒷받침해주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는 메시지를 제시한다. 혼자사는 것이 결코 고립된 방식의 삶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결혼을 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사회는 결코 좋은 사회가 아니다. 혼자 살다가 때때로 같이 살기도 하고, 원하는 동안 함께 사는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가 더 좋은 사회이다. 저자는 이러한 방식의 삶이 일반화된 스웨덴을 이상적으로 그린다. 스웨덴은 빈부나 연령에 관계없이 자신이 원하면 언제건 혼자살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기에 혼자사는 방식이 조금도 이상할게 없는 사회라고 한다. 살다보면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있고 서로 맞지 않는 것을 발견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참으면서 계속 함께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옛사람의 말은, 살기 어려운 시절의 이야기로 치부해야 한다. 인생은 한 번 뿐이므로 자유롭게 해보는 데까지 해보다 죽는게 더 나은 삶이다. 쉽게 읽어 내릴 수 있는 책이다.

2021. 10. 16. 20:34

David Packward. 1995. The HP Way: How Bill Hewlett and I Built Our Company. HarperCollins. 193 pages.

저자는 휴렛패커드 회사의 설립자 중 한 명이며, 이 책은 휴렛패커드 회사의 경영과 성장 과정에 촛점을 맞춘 자서전이다. 휴렛과 패커드는 1930년대에 스탠포드 대학의 학생으로 만나 이 회사를 설립한다. 두사람 모두 공학도이며, 이 회사의 정체성 역시 기술적 수월성에 두고 있다. 그는 책 전체에서 여러번 휴렛패커드는 기술을 중심으로 한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패커드는 생산을 맡았으며, 휴렛은 기술 개발을 맡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하였다. 그들은 학창시절부터 서로 자주 교류하였고,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주기적으로 여가활동을 함께 하면서 일체감을 다졌다.

스탠포드 공대의 Fred Turmen 교수는 두사람의 진로과 회사의 설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 교수에게 이끌려 공학을 전공했으며, 신기술에 바탕을 둔 회사 설립과 운영으로 방향을 잡게 된다. 정밀 전자계측기, 레이더기기, 마이크로웨이브 기기, 정밀 의료기기, 과학 실험기기, 등의 개발과 제조를 주로 하여, 이차세계대전과 한국 전쟁 동안 폭발적인 방위산업 수요에 힘입어 회사가 크게 성장하였다. 1980년대 이후에는 대중 소비재인 컴퓨터와 프린터 산업에서 큰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휴렛패커드는 회사의 경영 목표를 주주 뿐만 아니라 종업원, 지역사회, 등 회사 관계자(stakeholder) 모두에게 기여하는 (contribution) 데 두었다. 주주 의익의 극대화가 아니라,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종업원의 삶에 기여하는 것에서 회사의 존재의의를 찾았다. 종업원에게 이익을 분배하고,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하였으며, 경영진과 구성원의 소통을 중시하고, 현장에 가까운 구성원의 적극적 의사 개진을 장려하는 비권위적 기업 문화를 뿌리내렸다. 회사 구성원들은 회사의 일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을 넘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여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며 성취의 기쁨을 누릴 수있도록 회사 구성원의 창의력(initiative)를 장려하는 기업 문화를 만들었다.

휴렛패커드는 의사결정을 분권화한 조직으로 유명하다. 각 부문 장에게 의사결정의 권한을 위임하여, 회사 운영에 관료적 절차를 최소화하였다. 경영자가 회사의 목표에 동조하는 한, 위로부터 세세하게 간섭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MBO(management by objective) 경영 원칙을 실현하였다. 중간 경영자는 의사결정의 간섭을 받지 않는 대신 성과에 따라 평가받는 문화를 만들었다. 회사가 관련 기술 분야에서 항시 최선두에 있는 것을 경영의 원칙으로 하여, 회사 매출의 6~10% 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했으며, 회사의 매출이나 이익을 쫒아 다른 회사가 개발한 제품을 따라하는 것을 피했다. 회사의 기술 영역과 연관이 크지 않은 분야로 무작정 확장하여 재벌화(conglomerate)하는 것을 피했으며, 과도한 차입 확장을 피하는 대신, 경영자 보수를 포함한 비용을 절약하고 이익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회사의 능력에 맞게 성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그가 이 책을 쓸 때까지  휴렛패커드의 고위 경영자는 모두 공학도 출신이며, 내부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에게 경영을 맡기는 문화를 고수하였다.

저자인 패커드는 회사 경영을 넘어서, 스탠포드 대학의 이사장으로 오랫 동안 재임하였으며, 1970년대에는 국방차관을 하면서 국방부의 무기조달 관련 일에도 깊숙이 관여하였다. 휴렛패커드는 초기 실리콘 밸리의 발판을 닦은 기업으로서, 스탠포드 대학과 산학협동 사업을 시작하여 활성화시켰다. 회사의 기술진들이 회사에 재직하면서 회사의 지원으로 스탠포드 대학원의 강좌를 들으며 석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산학협동을 통해 회사의 기술진이 최신 기술을 습득하고 대학 연구진과 공동 연구개발을 활발하게 수행했으며, 유능한 신진 공학도를 회사로 끌어들이는데 크게 기여 하였다.

이 책은 미국의 경영대에서 한동안 필독서로 추천되었다. 저자가 서술하는 휴렛패커드의 성장과정과 기업 문화는 매우 이상적이다. 자서전이라는 한계를 감안한다고 하여도, 기술적 수월성을 기업의 정체성으로 하는 경우 최선의 시나리오를 보는 것 같다. 그러나 휴렛패커드는 이 책이 쓰여진 1990년대 중반 이후에 컴퓨터와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어 이전만큼 기념비적 업적을 거두지는 못하였다. 기업환경이 변하였고, 정보통신 분야에서 거대기업이 스타트업만큼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리라. 이 책을 읽으면서, 성실하게 열심히 노력하고 운도 따라서 큰 성취를 하면서 화려한 인생을 살다간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듯했다.

2021. 10. 14. 23:09

Matt Ridley. 1996. The Origins of Virtue: Human instincts and the evolution of cooperation. Penguin Books. 265 pages.

저자는 인기있는 과학 저술가이며, 이 책은 인간의 도덕율의 기원을 과학적으로 파헤친다. 인간 사회의 도덕율의 핵심은 각자 이기적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 본능을 사회의 공공선을 위해 제어해야 하는 딜레마이다. 

인간은 생물계의 일원으로서 철저히 개인의 이기적 이익에 따라 살아간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함께 살면서 역할 분업을 통해 전문화의 효율을 거둠으로서 종의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집단 생활이 잘 이루어지려면,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구성원들 사이에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leman)"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위하여 상대를 배반하는 것이 집단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희생하는 것보다 성공하는 전략이다. 죄수의 딜레마 문제는 공공선과 개인의 이익이 충돌하는 모든 사회적 상황에 적용된다. 협력보다 배반을 선택하며, 자신이 해야 할 기여를 소홀히 하면서 남의 노력의 과실을 무상으로 누리려 하는 무임승차 (free rider) 문제 등, 사람들이 함께 살 때 당면하는 도덕률의 문제는 모두 동일한 논리를 내포한다.

생물의 진화는 개인간의 경쟁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개체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는 개체보다 자손을 퍼트릴 가능성이 크다. 게임이론에 따르면 게임을 반복해서 수행해야 하는 경우, 즉 거래를 한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지속해야 하는 경우, 상대를 배반하는 행위보다는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자신의 이익을 양보하는 전략이 궁극적으로 승리하는 전략으로 판명났다. 즉 사람들이 관계를 오랫동안 지속하는 공동체속에서 살아갈 때,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희생하는 전략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지나치게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제어하는 것은 인간 본능의 일부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공공선을 위배할 경우 죄책감을 느끼며, 공정하지 않는 상황에 분노하고, 심지어 자신에게 손해가 날지라도 공공선을 위배하는 타인을 벌주려는 강한 욕구를 느낀다. 즉 인간의 감정 체계는 사적인 이익을 위하여 공공선을 위배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장치이다. 이는 진화의 결과이다. 즉 이러한 감정을 통해 서로를 견제하는 사회의 구성원이 그렇지 않은 개체보다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크다. 구성원이 협력하여 공공선을 잘 구현하는 집단이 생산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심, 수치심, 죄책감 등의 감정은 인간을 공공선을 위하여 움직이도록 하는 완벽한 장치로까지 발달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공공선을 위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왜냐하면 다수가 공공선을 위해 사적인 이익을 제한하는 집단이 전체적으로는 생산성이 높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사적인 이익을 우선시하여 공공선을 위배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는 한결같이 구성원들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 집단의 규율을 어기는 사람을 벌주고 통제하는 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또한,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동일시하도록 설득하는 다양한 문화적 장치를 발전시켰다. 종교적 헌신, 소속 집단에 충성하는 것 등은 모두 개인과 집단을 동일시하도록 만드는 문화적 장치이다.

인간은 상호간 교역(trade)을 통해 각자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교역 참여자 전체의 이익을 높이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낸다. 아담스미스의 분업이론 및,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은, 교역이 어떻게 이를 가능하게 하는지 설명해준다. 각자 잘하는 분야에 특화하여 서로 간 교역을 함으로서, 전문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통해 교역이 참여자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win-win 현상을 가능케 한다. 인간은 국가나 법 규범을 만들기 훨씬 이전의 원시시대 때에도 교역을 했다.

인간이 집단에 소속되어 공공선을 위해 사적인 이익을 제한하는 성향은, 자신을 소속 집단과 동일시하고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부족주의'(tribalism) 본능을 낳았다. 부족주의는 자신이 소속하지 않는 타집단에 대해 부정적 편견, 차별, 적대감을 가지게 만든다. 인종적 차별에서 스포츠 경기에 이르기까지 인간에게 부족주의는 다양한 차원에서 발현된다. 집단이 구성원을 통제하는 사회적 장치는 집단 간에 갈등을 낳는다. 결국, 집단간 갈등과 전쟁은 사적인 이익을 우선시하는 인간 본성을 집단이 규제하는 집단 생활의 필연적 산물이다.

국가와 같은 공공의 규제를 통해서 공동의 자원을 관리하는 것보다는, 공동의 자원에 대해 개인의 사적 소유를 허용함으로서 각자가 자기 소유물을 관리하도록 하는 방법이 더 효율적이다. 국가과 같은 큰 집단에게 관리를 맡기면 무임승차의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여 결국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commons)을 초래한다. 반면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한 자산을 소중하게 유지하고 관리한다.

저자는 작은 국가를 선호한다. 국가에게 맡기기보다는 각자 사적인 이익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공공선을 가장 잘 구현하는 전략이라고 본다. 각자 자신의 의사와 능력에 따라 생산하고 교역할 때 생산성이 가장 높게 발휘된다. 그러면 낙오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는 공공의 자원으로 낙오자를 구제하기보다, 개인이 각자의 의사에 따라 자선을 베푸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자원의 생산과 배분을 전적으로 각자의 능력과 시장 경쟁에 맡기면 불평등이 심해진다는데 있다. 인간의 능력은 동등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뒤떨어지는 사람의 지위는 더 열악해진다. 사람들은 자신의 자손에게 자신의 이익을 물려주고 싶어하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하지 않으면 부익부 빈익빈은 세대를 거치면서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유전된다. // 여하간, 저자는 엄청난 독서를 바탕으로 이를 잘 버무려서 논의를 전개하는 재간을 가지고 있다.

2021. 10. 8. 16:03

Alan Krueger. 2019. Rockonomics: A Backstage tour of what the music industry can teach us about economics and life. Currency. 269 pages.

저자는 유명한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대중음악 산업을 경제학적 시각에서 분석한 연구 성과물이다. 음악산업은 1990년대에 디지털화되고, 2000년대에 스트리밍 방식이 음악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혁명적 변화를 겪고 있다. 

디지털화된 음악은 다음의 세가지 이유 때문에 승자독식의 시장(winner-takes-it-all market)을 형성한다. 첫째, 사용자가 늘어도 추가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 확장성(scaleablity), 개별 음악가와 음악은 서로 대체할 수 없는 고유의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uniqueness), 음악의 소비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를 따라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사회적 연결망 속에서 음악을 소비한다. 남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나도 좋아하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남들에게 추천한다. 사람들이 특정 음악에 선호를 형성하는 방식은, 그와 유사한 것을 많이 접할수록 좋아하는 감정이 커지는 편향성을 띤다. 특정 가수나 특정 곡의 인기가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우연이거나 사소한 원인 때문에 특정 음악에 대해 처음에 소수의 사람들의 선호가 쌓이기 시작하면, 뒤이어 눈덩이처럼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bandwagon effect)이 발생하면서 인기가 높아진다. 성공한 가수나 음악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성공이 사소한 우연에서 비롯된 것이며, 자신과 비슷한 역량의 다른 가수나 곡들이 뜨지 못한 경우가 무수히 많다고 고백한다. 음악 소비자들의 취향은 변덕이 심하기 때문에 어떤 가수의 어떤 곡이 뜰지 미리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음악 종사자들은 매우 큰 스트레스를 지고 살아가게 된다.   

인터넷 덕분에 소수의 사람들만이 좋아할 틈새 상품도 빛을 볼 수 있으므로, 소수의 음악에 인기가 편중되는 현상이 완화되리라는 예측은 틀렸다. 인터넷이 도입되고, 스포티파이(Spotify)나 애플뮤직과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모든 곡들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음에도, 사람들의 선호는 소수의 곡에만 집중되어 있다. 최상위의 곡이 사람들이 듣는 노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음악 소비가 음악 자체의 본질적 가치를 반영하기보다는, 지극히 사회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1999년에 냅스터가 사람들간에 음악 파일의 공유를 가능하게 하면서 불법 음악 복제 행위가 크게 확대되었다. 그 결과 1999년을 고비로 하여 그 이후 음악 산업 전체의 수입은 크게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스트리밍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사람들이 시간과 수고를 들여 음악을 불법 복제하기보다, 매월 약간의 돈을 내고 서비스를 구독하면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무제한으로 편리하게 즐길 수 있게 되면서 불법 복제는 크게 줄어들었으며 음악 산업 전체의 수입도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스트리밍 서비스의 보급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며, 음악 산업의 수입도 따라서 증가할 것이다.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누리는 효용에 비해 음악 산업이 거두는 수입은 매우 작다. 사람들은 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집안일을 하거나, 파티에 참여하거나, 식사나 운동을 하거나, 등 다른 일을 하면서 배경으로 매일 몇시간씩 음악을 듣는다. 그러나 사람들이 음악을 듣기위해 지불하는 돈은 미미하다. 그 결과 대다수의 음악가들은 생계비를 버는 것도 힘겨워 한다. 대부분의 음악인들은 음악을 하는 것 자체가 즐겁기 때문에 음악을 하는 것이지, 돈을 버는 목적은 부수적이다. 음악가를 지망하는 사람은 매우 많고, 매년 엄청나게 많은 수의 음악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음악으로 돈을 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수의 스타를 제외하고 음악을 하여 거두는 수입은 미미하다. 많은 무명의 음악가들은 행사에 뛰고, 음악 레슨을 하고, 다른 직업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돈이 벌리지 않음에도 본인이 좋아서 음악을 한다.  

음악계의 스타의 수입도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의 소득과 비교하면 현저히 작다. 사람들은 대부분 녹음된 음악을 공짜에 가깝게 듣기 때문에, 인기 음악가들도 자신의 음반으로부터 거두는 수입은 매우 작다. 거의 모든 스타들은 현장 콘서트를 통해 거두는 수입에 주로 의존한다. 음반 판매나 방송국에서 자신의 음악을 방송하는 것은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기여하며, 이러한 인지도를 이용하여 현장 콘서트에 팬들을 모아 돈을 버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 콘서트에 상당한 수의 팬을 동원할 수 있는 스타는 많지 않으므로, 대부분의 음악가들은 수입이 미미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앞으로 스트리밍 서비스가 확대되면 음악가의 사정이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은 스트리밍 산업의 초기 단계이므로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는 확실치 않다. 영화와 음악을 함께 묶어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나타날 수 있다. 아마존이나 애플과 같이 다른 본업에 도움을 주는 역할로서 음악 스트리밍이 계속 기능할 수도 있다. 일단 음악을 제작하면 복제하는데 거의 비용이 들지 않고, 음악 산업 자체의 재정 규모가 크지 않은 반면, 음악이 사람들의 일상과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기 때문에, 다른 산업에 음악을 덧붙이는 다양한 방식이 출현하리라 예상한다. 여하간, 현재 음악은 사람들이 누리는 효용에 비하여 비용을 거의 지불하지 않으면서 많은 시간을 즐기므로, 사람들에게 큰 복리를 제공한다. 이 책은 광범위한 자료와 체계적 분석을 바탕으로 대중 음악 산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분석한 질 높은 연구 성과이다. 이 책을 통해 음악 산업 전반에 눈을 뜨게 됬다.       

2021. 9. 30. 21:24

Corey Abramson. 2015. The End Game: How inequality shapes our final years. Harvard University Press. 148 psges.

저자는 사회학자이며, 이 책은 저자가 2년반동안 참여관찰연구방법을 적용해 캘리포니아에 사는 노인들을 관찰하고 심층면접한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미국의 노인들이 어떻게 노년을 지내는지, 노인들의 젊은 시절의 사회경제적 지위, 즉 교육, 직업, 재산의 수준에 따라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서술한다.

미국에서 노인들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관계없이 모두 신체적 능력의 쇠퇴로 인한 어려움을 공통적으로 경험한다. 특히 미국의 노인들은 사회적으로 젊은이들과 구분되는 열등한 지위의 존재로 취급되며, 사회의 전면에서 물러나 그들만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노인들은 거동할 수 있는 한 독립적으로 살면서, 인생의 가장 마지막 단계까지 요양원에 가는 것을 미룬다. 독립적으로 사는 노인들이라도, 그들의 삶에 젊은이는 거의 관여되어 있지 않다. 요컨대 미국의 노인들은 젊은이와는 유리된 그들만의 생활을 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 노인들이 대체로 젊은이들와 함께 어울려 사는 상황과 뚜렷이 구분된다.

미국의 노인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돌아다니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대중교통이 미비하고 신뢰할 수 없으므로, 자신의 차를 직접 몰거나, 혹은 주위 사람에게 라이드를 부탁하거나, 정부에서 운행하는 복지 셔틀버스를 이용하여 돌아다니며 용무를 본다. 고령이 될 수록 이러한 수단들 모두가 점점 동원하기 어려워지면서, 일상에 필요한 용무를 보는 것은 물론 다른 노인들과 교류하는 것이 어려워지며 사회적으로 단절되게 된다. 

재산이 있는 사람은 노인이 겪는 어려움을 이겨내는 다양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 도우미를 고용하거나, 택시를 부르거나, 등등. 재산이 있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보다 인간 관계망이 넓기 때문에 유사시에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선을 여럿가지고 있다. 반면 가난한 사람은 인간 관계망이 좁고, 정부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할 경우, 관료적 절차에 휘둘려 어렵게 어렵게 필요한 것을 구하면서 살아간다. 

 노인들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방식은 개인적으로 동원하는 자원만이 아니라 그들이 사는 지역 사회의 환경에 따라 차이가 크다. 중류층 노인이 사는 동네에는 공공 서비스가 잘되어 있다. 복지관의 셔틀 서비스, 교육 서비스, 노인 대상 다양한 복지서비스가 마련되어 있으며, 노인에게 제공되는 자원봉사자나 자원봉사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반면 가난한 사람이 사는 동네는 공공 서비스가 결핍되어 있으며, 노인을 도와주는 자원봉사 프로그램도 결여되어 있다. 즉 노인복지 환경에도 빈익빈 부익부의 경향이 있다. 

노인들은 젊은 시절의 경험과 지식에 따라 노인 문제에 대처하는데 차이가 난다.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은 관료나 의사를 상대하고 필요한 정보와 도움을 수배하는 데 능숙하다. 반면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은 이러한 지식과 기술이 부족하므로 상대로부터 없수임을 당하며 힘들어 한다.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몸을 잘 관리하며, 의료적 도움을 적극적으로 구하여 건강이 악화지 않도록 하는데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반면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은 과거에 의료계를 대하면서 어려웠던 기억이 있고 게다가 돈도 없기 때문에, 몸이 불편해도 의료적 도움을 구하는 데 소극적이다. 이들은 '몸은 자연이 알아서 치유한다는' 철학을 가진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신의 몸을 위하여 생활을 절제하기보다, 현재의 만족을 우선시하여 몸에 나쁜 행위도 꺼리지 않는다. 

저자는  미국의 노인은 젊은 시절에 불평등한 지위와 경험이 노인 시기까지 연장되어 삶의 기회의 차이를 경험한다고 결론맺는다. 이는 노인이 되면 젊은 시절의 불평등의 영향력은 줄어들어 모두 삶이 비슷해진다는 가설을 부정한다. 육체적 능력의 쇠퇴로 인하여 젊은 시절의 불평등에 관계없이 모두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노년기의 어려움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서 젊은 시절의 불평등이 노인 시기까지 연장된다는 말이다. 저자는 곳곳에서 노인들 사이에, 몸에 대한 철학, 생각하는 방식, 태도와 동기 등과 같은 문화의 차이를 언급한다. 그러나 노인들 사이에 문화의 차이가 왜 나타나는지를 살펴보면, 결국 젊은 시절의 교육,직업, 소득과 같은 사회경제적 차이가 노인들 간에 문화의 차이를 가져온다는 점을 확인한다. 그렇다면, 노인의 삶을 설명하면서 문화를 사회경제적 지위와는 별도의 독립 변수로 고려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참여관찰 방법을 적용하여 미국 노인들의 일상과 사고방식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기 때문에 미국인의 삶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일반적으로 미국인의 삶에 대한 대부분의 이야기가 거의 전적으로 젊은이들에 치중되어 있기에, 이 책은 가치가 있다. 노인들의 삶에 대해 들여다보는 것이 우울하게 만든다고 이 연구를 비판하는 미국인도 있다고는 하지만, 노년기는 우리 모두 거쳐야 할 시기이기에 외면할 수는 없다.  저자의 경력이 짧아서이겠지만, 반복이 많고 애매한 서술이 많다는 점은 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