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d Gigerenzer. 2022. How to stay smart in a smart world: Why human intelligence still beats algorithms. Pneguin Books. 247 pages.
저자는 심리학에 배경을 둔 의사결정과 리스크 관리를 연구하는 학자이며, 이 책은 인터넷과 AI의 영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 가져온 문제점과 이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한다.
인공지능 AI의 응용 범위가 높아지고 있는데,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과는 다르게 작동하며, 강점과 약점에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인공지능은 불확실성이 없고 고정된 규칙이 적용되는 안정된 환경에서 놀랄만큼 높은 성과를 낸다. 체스 게임이나 동일한 업무를 반복하는 데서 인공지능은 인간을 이겼다. 반면 인간의 지능은 불확실하고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하기 위하여 진화한 산물이다. 인간이 활동하는 사회와 미래는 불확실성이 높으므로 인공지능이 잘 대응하기 어렵다. 주가와 금융위기를 예측하거나, 인간 행동을 미리 예측하거나, 질병의 발생과 전개 양상을 예측하는 등에서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낫지 않다. AI 의 능력에 대한 많은 논의는, AI를 개발하는 사람과 회사의 상업적인 동기 때문에 실제보다 과장되어 있다.
인공지능은 사람들의 행동과 가치관을 인공지능에 맞추어 바꾸는 방식으로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컨대, 근래에 자율주행차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현재 그대로의 교통 환경에서 완전한 자율주행차는 가능하지 않다. 대신, 인간이 인공지능 환경에 맞추어 적응하는 (adapt to AI)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다. 예컨대 자율주행차 전용 도로가 생기고, 그러한 도로에서는 인간의 주행이 금지되고, 모든 불확실한 변수가 제거된 교통환경이 그것이다. 이는 과거 자동차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 자동차 도로에 인간이 들어가서는 안되고 마차가 다니지 못하게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AI와 빅데이터 분석은 기본적으로 변수들 사이에 통계적인 상관관계를 통해 세상을 파악하는데, 이는 한계가 있다. 반면 인간은 이론적인 인과 관계를 통해 세상을 파악한다. 인과적으로 왜 그러한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면, 아무리 그러한 사건과 통계적으로 연관된 변수를 많이 알고 있다고 해도, 피상적이며 과거에 이미 발생한 상황에 이해가 국한된다. 과거에 발생하지 않은 방식으로 사건이 전개된다면, 과거의 사건에 바탕을 둔 상관관계 지식은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거에 일어난 사건의 변이를 잘 설명하는 모델을 만들었다고 해도, 이 모델이 앞으로 일어날 사건의 변이를 잘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모델을 만드는 데 사용되지 않은 사례에 대해 이 모델이 얼마나 잘 맞는지 검증해야 한다. 많은 사회과학 연구에서 제시하는 회귀분석 모델의 설명력은, 해당 연구에 사용되지 않은 다른 사례나 미래의 사건에 대해서는 설명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인간 세상은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인공지능은 감시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인터넷과 인공지능 서비스를 공짜로 이용하는 대신 자신의 사생활 정보를 몽땅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게 내어준다. 이 회사들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광고주에게 팔아 큰 이익을 얻는다. 사람들은 자신의 사생활이 타인에게 털리는 것을 염려하면서, 사생활을 털어가는 서비스 회사에게 사용료를 지불하는 대신 자신의 사생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선택을 원치 않는다 (privacy paradox). 인터넷과 인공지능 회사는 사용자들이 더 오래 더 많이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여 여러가지 장치를 개발하였다. 그 결과 사람들은 이러한 서비스에 중독되어 사용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계속된 비디오 공급에서 눈을 거두지 못하는 것, 자신의 페이스북을 수시로 열어보아야 하는 것, '좋아요'에 집착하여 무수히 자신의 영상을 올리고, 항시 이를 의식하면서 행동하는 것, 등등. 이러한 소비자의 행동은 고도의 심리적 조작의 결과이다. 사람들은 자극적 뉴스와 영상에 관심이 더욱 쏠리기 때문에,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이런 쪽의 콘텐츠를 더 많이 제시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의 견해는 더욱 극단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중국에서는 인터넷과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각 개인에 대해 사회 신용지수 social credit 를 산출하여 일상 전반에 활용하는 시범사업을 여러 도시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는 사람들의 금융 신용지수를 산출하여 금융 활동에 활용하는 것과 유사하다. 사람들이 하는 모든 행동은 사회 신용지수의 산출을 위해 점수로 입력된다. 사회 신용지수는 사람들이 사회 규범을 잘 지키도록 유도하는 순기능과 함께, 체제에 비판적인 의견과 행동을 억압하는 결과를 낳는다. 한편, 서구 사회는 중국과 달리 정부가 아닌 인터넷 기업들이 개인 정보를 샅샅이 수집하며, 이를 광고주에게 판매함은 물론, 정부의 정보기관에게 제공하여 사회에 위험한 인물을 감시하고 색출하도록 한다.
인터넷과 인공지능이 가져온 인터넷 서비스 중독과 감시 사회에서 벗어나는 길은 있다. 현재처럼 서비스를 공짜로 이용하는 대신 자신의 사생활 정보를 내주는 방식이 아니라,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신 요금을 지불하는 구독 방식으로 전환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그런데 현재는 사람들이 서비스 요금을 지불하기를 거부하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도록 하고, 요금을 징수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정책에 대해 거대 인터넷 기업들은 적극 반대하겠지만, 정부가 주도하여 사회적 합의를 이끌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저자는 자신이 제안하는 서비스 요금 유료화를 강제하는 정책이 실현되리라고 확신하는 것 같지 않다. 저자의 서술을 따라가다보면, 인공지능이 가져오는 미래가 반드시 사람들을 더 행복하거나 편안하게 만들 것 같지 않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잘 할 수 있도록 인간의 행동과 사회 환경을 바꾸어 가리라는 예감이 든다. 중국의 사회 신용지수의 예에서 보듯, 사회질서와 통제에 대한 가치관도 바뀔 것 같다. 개인의 자유를 핵심 가치로 두는 사회에서, 사람들 사이에 조화와 질서를 우선시하는 사회로. 싱가포르식 사회 모델이다. 통찰력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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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ert-Laszlo Barabasi. 2014(2002). Linked: How everything is connected to everything else and what it means for business, science, and everyday life. Basic Books. 238 pages.
저자는 물리학에 배경을 둔 Network Science 학자이며, 이 책은 네트워크의 속성과, 실제 세계에서 네트워크가 적용된 사례를 설명한다.
세상의 많은 것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노드(node)와 링크(link)로 구성된 네트워크는 어떤 모습일까? 학자들은 노드가 연결되는 방식은 랜덤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저자가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의 World Wide Web에 존재하는 웹페이지들이 하이퍼링크를 통해 연결된 모습을 분석한 결과, 이러한 생각은 틀리다는 것을 발견했다. 인터넷의 네트워크는 허브(hubs) 들의 위계체계로 되어 있다. 몇개의 웹페이지에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웹페이지들로부터 링크가 집중된 반면 다른 페이지와 링크가 거의 걸려있지 않은 것에 이르기까지, 웹페이지의 링크의 빈도는 연속적인 위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많은 수의 웹페이지와 연결된 노드를 허브(hub)라 하며, 허브는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러한 속성의 네트워크를 전문용어로 scale-free networks 라고 한다.
만일 노드가 연결되는 방식이 랜덤하다면, 링크의 빈도 분포는 정규분포 곡선을 따를 것이다. 즉 대부분의 노드는 비슷한 수의 링크를 가지고 있고, 소수의 노드들만 아주 많거나 혹은 아주 적은 링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가 발견한 허브의 위계체계를 가진 네트워크에서 링크의 빈도분포는 지수분포(power law)를 따른다. 소수의 노드는 엄청나게 많은 링크를 가진 반면 대부분의 노드는 매우 소수의 링크만을 가지고 있다.
왜 세상의 많은 네트워크는 허브의 위계체계라는 속성을 지닐까? 그는 네트워크가 두가지 원칙을 따르면, 이러한 속성의 네트워크가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짐을 증명했다. 첫째 원칙은,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노드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씩 하나씩 덧붙여져 성장하며, 두번째 원칙은 이렇게 새로이 출현하는 노드가 기존의 노드들 중에 가장 링크가 많이 걸린 것에 새로운 링크를 건다는 원칙이다. 기존의 노드들 중에 링크가 가장 많이 걸린 것이 네트워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므로 새로 출현한 노드가 이것에 링크를 걸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노드와 링크를 하나씩 더해 나가는 실험을 하면, 허브의 위계체계를 가진 네트워크가 출현한다. 이를 복잡계(complexity), 즉 몇가지의 단순한 원칙이 자기 반복적으로 적용되면서 복잡성이 높아지는 체계라고 한다.
그가 이러한 네트워크의 원칙을 발견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인터넷 세계뿐 아니라 실제 세계에 존재하는 많은 네트워크들이 이러한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항공노선의 망, 과학세계에서 학자들 사이의 인용의 망, 공동 영화출연을 통해 헐리우드 배우들이 서로 연결된 망, 사람들 사이에 친소관계의 망, 전염병이나 유행이 확산되는 망, 등은 모두 이러한 허브의 위계체계를 가진 네트워크이다. 물론 모든 네트워크가 허브의 위계체계를 가진 네트워크는 아니다. 예컨대 미국의 대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망을 보면,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망의 링크가 지수분포를 보이지 않는다.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네트워크는 매우 강하다. 웬만큼 많은 수의 노드들에 문제가 발생해도 다른 노드들 사이에 연결을 유지한다. 반면, 허브들만 골라서 체계적으로 공격을 한다면, 이러한 네트워크들도 파괴될 수 있다. 네트워크의 이러한 속성을 알면, 조직의 운영이나 여론과 유행의 전파 등 여러 경우에 효과적으로 네트워크를 통제할 수있다. 소수의 허브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면 네트워크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지도를 파악하고 접근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사이에 문제해결 능력의 차이는 크다.
이책은 저자의 연구 결과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책이다. 월드와이드웹을 분석하여 네트워크의 특성을 발견한 그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책 후반에 이러한 네트워크의 속성이 다른 구체적인 사례에 적용되는 것을 서술하는 부분에서는 약간 피상적이다. 아무래도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네트워크와 복잡계에 흥미를 갖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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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ter Isaacson. 2014. The Innovators: how a group of hackers, geniuses, and geeks created the digital revolution. Simon & Schuster. 488 pages.
저자는 과거에 시사주간지 타임즈의 편집장을 지내고 전기작가로 몇권의 베스트 셀러를 냈다. 이 책은 컴퓨터와 연관된 처음부터 최근까지의 역사를 사람 중심으로 풀어쓴 글이다. 이야기는 19세기 중반 바이런 시인의 딸인 아다 러브레이스로 부터 시작한다. 그녀는 시적인 감성과 과학에 대한 열정이 결합된 여성으로, 그당시 화제를 모았던 찰스 베비지의 계산기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19세기 말에 자카드기 방적기에서 아이디어를 딴 펀치카드 시스템을 적용한 계산기가 인구센서스를 집계하였다.
컴퓨터의 발명은 2차세계대전의 소산이다. 전쟁중에 적군의 암호를 풀 목적으로 미국과 영국은 독자적으로 컴퓨터를 발명했다. 필요와 능력과 자원이라는 삼요소가 결합되었을 때 발명이 이루어진다. 관련 아이디어가 이미 돌아다니고 있을 때, 발명가는 이를 구체화시킨다. 어떤 발명에나 공을 이룬 인물은 있지만, 대부분의 발명은 집단적 노력의 소산이다. 특히 두 사람이 결합하여 효율적인 팀을 만들었을 때 좋은 발명품이 나온다. 반도체, 집적회로, 소프트 웨어, 퍼스널 컴퓨터가 그러한 두명의 뛰어난 팀들의 소산이다.
1940년대에 컴퓨터가 발명되었으며, 1950년대에 반도체가 발명되고, 1960년대에 집적회로가 발명되고, 1970년대에 퍼스널 컴퓨터가 발명되고, 1980년대에 일상 업무에 컴퓨터가 널리 활용되기 시작했으며, 1990년대에 웹과 검색엔진이 발명되었으며, 21세기에 들어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디지털 혁명의 공통점은 엔지니어가 변화를 주도했다는 사실이다. 세일즈맨이나 금융맨이 주도했다면 이러한 비약적인 발명은 가능하지 않았다. 상상력이 풍부한 엔지니어가 미래를 예상하고 열정적으로 만들어냈다. 정부의 지원, 시장의 이윤 동기, 자원봉사자의 헌신이라는 세가지의 상이한 방식이 모두 적용되면서 발명을 이끌어 냈다. 어느 한 방식만 지배했다면 이러한 변화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 책은 컴퓨터와 관련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커버하려고 하였기 때문에 서술이 산만하고 지루했다. 무척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였으며, 등장인물의 성격과 에피소드 중심으로 서술한 점에서 전기 작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디지털 혁명 자체에 촛점을 맞추었으면 더 좋은 책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매우 다른 책이 되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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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면 많은 사람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각자의 세계 속에 몰입해 있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지 않는 사람은 눈이 어두운 노인이거나 눈을 감고 있는 사람들뿐이다. 사실 스마트폰을 산지 얼마 안되었기에 사용법을 익히고 새로운 앱을 시험해 보느라 바쁜 것은 이해한다. 나는 전철을 타면 사람들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낸다. 맞은편에 앉은 저 사람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무슨 재미로 살까, 어떤 고민을 안고 헤메고 있나, 어떻게 저런 표정의 얼굴이 만들어졌을까, 젊었을 때는 어떻게 살았을까, 저사람은 과연 어떤 희망을 가졌을까, 여자는 남자와 어떻게 다를까, 등등 사람을 보면서 이모저모로 관찰하노라면 연민의 정이 느껴지고, 호기심이 피어오르고, 덧없다는 느낌도 들고,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페이스북 계정을 처음 만들면, 알만한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추천해 주어 친구를 맺게 한다. 오랫 동안 소식을 몰랐던 사람을 새삼 발견하고 신기해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넷 상의 접촉은 실제 대면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기에 선뜻 연락을 취하지는 않는다. 페이스북의 관계가 피상적이라는 느낌이 들어 친구 초청에도 응하지 않고 아예 들어가 보지도 않는다. 내 페이스 북 계정에는 친구가 한명도 없다.
사람들이 강박적으로 자주 휴대전화를 열어보고 이메일을 체크하는 것을 보면 불쌍한 생각이 든다. 누군가 찾아주기를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지만, 막상 상대와 접촉하면 왠지 불편해지는 것이 요즈음 사람의 심사이다. 나는 그 이유를 안다. 사람들의 사고와 삶의 방식이 개인주의적으로 된 것이다. 집단의 압력에 구속되던 상태에서 해방된 것까지는 좋은데, 의미있게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각자 자신의 틀을 지키면 서로 접촉하기가 조심스럽다. 상대가 쉽게 접근해 오면 나를 무시하는 느낌이 들어 튀기고 싶은 변덕이 발동한다. 내마음을 열고 먼저 다가가고 싶건만 막상 상대를 마주치면 왠지 상대의 못난 구석이 먼저 눈에 띠어 물러서 버리곤 한다. 나도 상대에게 그렇게 보일 것임을 알고, 나 자신이 별 볼일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말이다.
각자 자신의 것을 지키고 자신에게 충실하면 의미있는 무엇을 발견할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자신 속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삶의 울림을 찾지 못한다. 자신만의 세계를 찾으라는 조언은 그릇되다. 아무래도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다. 가장 감동을 받을 때는 남과의 연결 속에서 무엇을 할 때이었던 것 같다.
페이스북이 그렇게 많은 접속건수를 기록하지만 그것이 사람들 간의 직접적인 대면 관계를 대치하지는 못한다. 인터넷에 시간을 많이 쏟는 사람은 외로운 사람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물론 둘 간에 인과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외로운 사람이 인터넷에 더 몰두하기는 할 것이다. 인터넷을 많이 들여다보다 인터넷 세상으로 빠져든다는 환상은 매트릭스나 아바타와 같은 영화에서 소재로 사용되었다. 세컨드 라이프라는 프로그램에서 인터넷 속의 대리적인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아직 인간의 진화 수준은 인터넷 가상 세계에서보다는 물리적으로 대면하는 관계 속의 삶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동굴에서 나와 서로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그러나 서로에게 구속되는 것을, 또한 상대의 영역에 침범하는 것을 두려워하기에 각자의 동굴 속에 머물러 있다. 인터넷이라는 제한된 통로를 통해 상대와 접하려고 하나, 편리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별로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미국 사회에 외로움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이 많으며 그들에게 대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직업이 번성하고 있는 것은 슬픈 일이다. 혼자만의 삶을 지킬 수 있는 물질적인 여유가 있는 선진국 사람들은 외로움이라는 비용을 비싸게 치른다. 가난한 나라에서라면 본인이 원치 않아도 항시 남과 부대껴야 하니 부자나라의 개인주의적 삶에는 양면성이 있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하라면 그래도 선진국 사람의 개인주의적이며 외로운 삶이 집단의 압력에 이리저리 밀치면서 살아가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 나는 도저히 뗄 수없는 끈끈한 관계나 함께 망가져본 경험이 있는 허물없는 사이가 한편으로는 부럽지만 썩 내키지는 않는다. 일생 함께 점심을 같이해야 하는 직장 동료라는 말은 나에게 구속으로 다가올 뿐이다.
관계 맺는 일이 그렇게 힘들다니. 선진국 사람과 같이 제한적으로 또 계약적으로 관계를 맺으면 결코 그 관계가 편안해 질 수 없다. 하긴 나도 그리 관계 맺는 데 능한 사람은 아니다. 누구에게도 눈치 보지 않고 내식으로 살아가는 개인주의적인 삶이 편하기는 하다. 그래도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며 끊임없이 남들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나도 마음속 구석에 사람들과 관계 맺고자 하는 갈망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일게다. 나도 따지고 보면 외로움에 절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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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미국에서는 조셉 코니라는 사람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사람은 우간다의 군벌 두목으로 어린 아이들을 유괴해서 총을 쥐어준 뒤 이들을 조정해서 무차별적으로 만행을 저지르는 나쁜 인간이다. 아프리카에는 이런 사람이 한둘이 아닐 텐데 이 사람이 새삼 유명해진 이유는 일군의 미국 젊은이들이 이 사람을 제거하여 아이들을 고통에서 해방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비디오를 만든 것이 엄청난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만든 29분짜리 비디오가 유튜브에 지난 3월 5일에 올라온 이후 오늘까지 8천 6백만명이 시청을 하였다. 이 비디오에서 그들은 미국에서 행복하게 자라는 아이와 우간다에서 고통 받는 아이들을 대비하면서 미국의 힘으로 코니를 잡아 정의를 바로세우자고 호소한다.
Atlantic_AmericanNationalism.hwp
이 비디오를 만든 젊은이들은 우연히 우간다를 여행하다가 코니의 만행을 접하고 8년전에 “보이지 않는 어린이”(Invisible Children inc.)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그동안 주로 참상을 고발하는 영상물을 만들어 퍼뜨리면서 모금활동을 하고 미국 정부에 동참을 호소하였으나 미국 정부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만든 영상물이 인터넷을 통해 크게 호응을 얻고 주요 언론에서 이 비디오의 경이로운 성과를 보도하게 되었다. 그들은 마침내 정치인을 움직여 중앙아프리카에 100명의 군사고문단을 파견하게 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코니의 만행을 중단시키도록 미국 정부가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었다. 이번 비디오에서는 다가오는 4월 20일을 D-day로 잡고 미국 젊은이들이 궐기하여 세상을 바꾸자고 호소한다.
대단하지 않은가? 인터넷의 위력을 새삼 실감한다. 한 달도 못되는 사이에 8천만 명이 그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마침내 정치인조차 이들의 움직임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이 젊은이들의 활동에 대해 식자층의 의견은 찬반으로 나뉜다. 소위 힙스터라 지칭되는 미국 중상류층 젊은이들의 치기어린 활동이 아프리카의 어린이에게 얼마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회의를 표하는 사람이 많다. 반면 자신의 일상사와 관련이 없는 세계 반대쪽에 사는 사람의 고통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미국의 숭고한 이념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나는 양쪽의 주장 모두에 공감한다. 코니가 어린 아이를 유괴해서 총질하게 만드는 것의 원인은 빈곤과 교육 부족에 있다. 이러한 문제를 제거하지 못한다면 코니를 잡는다고 해도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나 어린아이를 착취해서 나쁜 일을 할 것이다. 교육 받지 못하고 먹을 것이 없고 질병의 위협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총을 쥐어주고 먹을 것을 주면서 사람을 죽이라고 하는 것은 특별히 나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들 모두에게는 죽음이 바로 곁에 있기에 남을 착취하고 사람을 죽이라고 명령하는 사람이나 남을 죽이는 사람이나 큰 일이 아니다. 기아와 질병이 가져오는 죽음의 위협에서 해방시키고, 그들을 제대로 교육받도록 하고, 그들에게 일자리를 준다면 그들도 앞날을 개척할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 것이며 남의 생명을 존중할 것이다. 요컨대 서구인이 누리는 문명의 혜택을 함께 나누는 것이 아프리카인이 비참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는 지름길이지, 군벌 한명을 추적하여 사살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미국 정부가 젊은이들의 일시적인 관심에 눌려서 아프리카 한가운데 100명의 군사고문단을 파견했지만 그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 듯하다. 아프리카 중앙지대는 미국의 이해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 중동이나 아시아와는 달리 매스컴에서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미국인은 아프리카 대륙 한가운데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며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프리카에 대한 미국 젊은이들의 관심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자신의 이해와 무관한 대의를 위해 오래 일하기는 힘들다. 이 단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들이 지금까지 모금된 돈의 대부분을 비디오를 제작하는 데 썼을 뿐 실제 아프리카의 고통 받는 어린이의 복리를 향상시키는 데 쓴 돈은 쥐꼬리 만큼이라고 비판한다. 이 젊은이들이 비디오를 통해 유명해지고 모금으로 거둔 돈을 자신들의 활동비로 쓰면서 끝날 가능성은 다분히 크다. 아프리카인의 비참을 이용하여 자신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고 자신의 명성을 추구하는 얄팍한 사람들이라고 매도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노력을 가상하게 여기는 이유는, 잘 먹고 편히 사는 미국의 젊은이들이 이웃의 고통에 눈을 돌리는 것은 어찌되었건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들의 활동에 그리 호감이 가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 미국의 중상류층 백인 젊은이들은 아프리카도 좋지만 자신의 나라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수많은 흑인에게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거리 하나만 건너면 비참한 지경에서 살아가는 흑인이 얼마나 많은가? 미국 흑인 남성 셋 중 하나는 감옥에 가는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이웃의 병원비를 내 돈으로 내서는 절대 안된다고 외치면서 전국민의료보험을 반대하는 것이 미국인이 아닌가? 미국에서 정의가 바로 선다면 많은 나라들이 미국을 뒤따라서 좋게 바꾸지 않을까? 나는 우리 사회의 나쁜 면이 부분적으로 미국의 나쁜 측면만을 본받아서 그리되지 않았나 의심을 할 때도 있다. 미국은 이러저러하다고 아는체 하는 식자층에게 미국에서 비참한 사람들의 삶을 당신이 아느냐고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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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온라인 마케팅의 중요성이 커진다. 이미 사용해본 사람의 의견을 게시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온라인 마켓팅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사람들은 무엇을 구매하기 전에 여러 판매자를 비교하고 다른 소비자들의 의견을 참조한다. 사람들은 판매자보다 실제 구매자의 말을 더 믿으므로 인터넷에서 이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인터넷에 게시되는 의견이 얼마나 객관적이냐는 점이다. 익명이 보장되는 인터넷의 속성상 판매자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긍정적인 의견을 남발할 수 있고, 혹은 반대로 경쟁자나 악의의 소비자가 부정적인 의견으로 매도할 수 있다. 신뢰할 수 없는 정보는 있으나마나 하다. 인터넷의 정보가 이러한 약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구매를 할 때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참고하곤 한다.
미국에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인터넷 리뷰 사이트가 여럿 있다. 소비자들이 직접 올리거나 혹은 리뷰 사이트의 직원이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고 올린 의견을 게재한 인터넷 사이트가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은 것이다. 많은 사람이 방문하여 게시된 의견을 참조한다면 그 회사는 광고를 유치하여 돈을 벌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객관적인 정보를 게시하여 방문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에도 한때 맛집 정보 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게재한 정보의 신뢰도가 형편없기에 실패하였다.
여기에 소개하는 '앤지스 리스트'(Angie's list)나 '옐프'(Yelp)는 대표적인 인터넷 리뷰 사이트로서 크게 성공하여 주식을 상장하기까지 했다. 앤지스 리스트는 집수리 분야에 특화하였으며 의견을 올리는 사람의 실명을 요구하여 거짓된 정보 생산을 차단하였다. 또한 유료 회원으로 가입해야만 리뷰를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인터넷에서 공짜 정보를 얻는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돈을 내게 하면 방문자를 몰아낼 위험성이 크다. 그러나 집수리 분야의 경우 약간의 돈을 내더라도 유용한 정보를 얻는 것의 이익이 크기에 유료 회원이 미국 전역에서 백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집수리 서비스란 잘못 선택하면 물리기 힘들고 손해가 크기 때문에 좋은 정보의 가치가 큰 것이다.
옐프는 주로 레스토랑 리뷰에 특화하였는데 거짓 정보를 차단하는 노하우를 구축하여 성공하였다. 자체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거짓 리뷰를 자동으로 거르고, 자체 직원이 직접 나가서 소비자의 평가를 재검토하고, 거짓 리뷰를 게재하는 사람을 체계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을 사용하여 효과를 거두었다. 업체로부터 광고를 수주하면서 이것이 리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원칙을 엄격히 지켰다. 물론 호의적인 평가를 받은 업체의 광고가 주로 들어온 것은 사실이다.
거짓 리뷰를 차단하는 프로그램은 어떻게 작동할까? 구체적인 사실을 묘사하기보다 사용자의 주관적인 느낌을 남발하거나, 과장된 수사를 써서 칭찬하거나, 지나치게 평가 점수가 높거나, 합리적으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깍아 내리고 비난하는 말을 반복하는 등을 거짓 리뷰로 처리한다. 그럼에도 잘 쓴 리뷰의 경우 거짓과 진실을 구별하기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소비자가 올리는 리뷰를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약점은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리뷰를 써야 할 동기가 약하다는 점이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살 때마다 리뷰를 써달라는 요구를 받지만 나는 한번도 이에 응한 적이 없다. 소비자가 사용 후기를 자발적으로 쓰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설사 쓴다고 해도 부정적인 경우가 훨씬 많다. 불만을 느낄 때 항의하는 맥락에서 쓰는 경우가 만족을 느껴 칭찬을 하기위해 쓰는 경우보다 많다. 인터넷에 자신의 의견을 쓰는 것은 적극적인 행위이므로 웬만큼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으면 이해 상관이 없는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칭찬을 올리는 경우는 좀처럼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터넷 상에 부정적인 의견이 올라오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물건이나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본이고, 만일 부정적인 의견이 올라올 때 이 의견에 신속히 응답하고 성실하게 조치하는 것이 최선이다. 판매자가 소비자의 불만에 경청한다는 인식을 줄 때 부정적인 의견을 올린 사람이 그 의견을 수정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이 회사의 그런 태도를 보고 처음에 제기된 부정적인 평가에 비중을 덜 두거나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인터넷 상에서 소비자의 의견을 모니터하고 대응하는 것을 전담하는 회사도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은 정보를 생산하고 이에 접근하는 것이 쉽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보의 신뢰성이 취약하다. 유용하고 신뢰할만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평판을 얻으면 그 자체로 큰 사업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잘 보이려고 거짓말도 불사하고 남을 깍아 내리는 데 빠르므로 사람들의 호 불호의 의견이 쌓여서 좋은 평판을 구축한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 그러나 평판이란 사람들의 의견에서부터 나오므로 이를 잘 관리하는 방법을 개발한 업체는 큰 돈을 벌 수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물건과 서비스의 정보를 객관적으로 제공하는 사업으로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욕구는 매우 크다. 모두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에 불만을 느끼면서 객관적인 정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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