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ffrey Parker, Marshall Van Alstyne, and Sangeet Choudary. 2016. Platform Revolution: How networked markets are transforming the economy and how to make them work for you. W.W.Norton. 289 pages.
저자는 산업공학자들이며, 이 책은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전반적으로 검토한다. 플랫폼은 사람들이 만나는 인터넷 상의 가상 공간을 일컷는데, 이 공간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결되고 가치가 창출된다. 플랫폼 사업은 참여자를 효율적으로 연결해 줌으로서, 자체의 물질적 투자 없이 가치를 만들어 내며, 이렇게 만들어진 가치에서 파생되는 이익을 취한다.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해 주는 Uber, 집주인과 여행객을 연결해 주는 Airbnb, 상인과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신용카드, 앱 개발자와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Apple or Microsoft, 전문 기술자와 그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회사를 연결해주는 Upwork or Mechanical Turk, 상품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Amazon, 자본주와 창업자를 연결해주는 Kickstart, 여행객과 항공사 및 호텔을 연결해주는 Kayak or Travelog, 부동산 매각자와 매입자를 연결해주는 Zillow, 광고주와 독자 및 시청자를 연결해주는 미디어, 등 분야마다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여 기존의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정보 집약적일수록, 진입을 제한하는 장치가 시장 규모의 성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수록, 정보의 불균형이 있을수록, 시장이 잘게 분절되어 있을수록, 플랫폼 비즈니스가 출현하여 기존의 산업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고정 자산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산업에는 플랫폼이 진출하기 어렵다. 미래에 플랫폼이 크게 확대될 영역으로, 교육, 의료, 에너지, 금융, 물류와 운송, 일반 노동 및 전문가 알선 서비스를 든다. 특히 교육, 의료, 금융의 분야는 현재는 규제 장벽이 높아 플랫폼의 진출이 크게 돋보이지 않지만, 조만간 플랫폼의 역할이 비약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플랫폼은 자체적으로 대규모 자산을 투자하지 않으면서,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가치를 생산하고 이것을 소비하기 때문에, 일단 선순환의 동력이 걸리면 짧은 시일에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를 가진다. 즉 플랫폼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플랫폼의 가치는 높아진다. 플랫폼 운용자는 플랫폼에 참여하기 쉽고, 참여자들 사이에 가치의 생산과 소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설계해야 한다. 플랫폼에 가치있는 것이 없으면 소비자가 참여하지 않고, 소비자가 참여하지 않으면 가치를 생산할 생산자가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플랫폼 구축의 초기에는 어떻게 유의미한 규모의 생산자가 소비자가 계속 참여하도록 유도하는가가 관건이다. 가치있는 것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어 참여자를 끌어들이는 마중물 효과(priming effect)를 거두어야 한다.
플랫폼이 사회에 미치는, 특히 기존의 산업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의 정부 규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의 산업 종사자에 편향되어 플랫폼의 진출을 제한한다면, 혁신을 질식시키고 생산성 향상의 기회를 차단한다. 따라서 정부 규제는 기존 산업의 반발보다는 플랫폼이 창출하는 가치에 촛점을 맞추어야 한다. 플랫폼을 통해 새로이 창출되는 가치가 기존 산업에 미치는 피해보다 규모가 크다면 플랫폼의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 문제는 플랫폼의 초기에는 얼마나 가치를 창출할지 확실히 알지 못하는 반면, 피해의 규모는 보다 확실하고 목소리가 크다는 점이다. 저자는 가능한 한 플랫폼의 진출을 허용하고, 부작용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완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플랫폼 사업을 운용하려면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어떻게 유효 참여자 수를 늘릴지, 어떻게 수익모델을 짤지, 플랫폼을 참여자에게 얼마나 개방할지, 참여자들과 그들의 활동을 어떻게 규제할지, 플랫폼의 운용을 평가하고 관리할 지표는 어떤 것이 있는지, 다른 플랫폼과 어떻게 경쟁할지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구체적 방안을 제시한다. 정부가 플랫폼을 어떻게 규제할지 하는 문제도 논의한다.
이 책에는 많은 플랫폼의 사례가 나오며,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용할 때에 부닥치는 실제적 문제에 대해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들이 공학자인만큼, 프로그램 설계와 관련하여 기술적인 논의가 많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플랫폼의 작동 방식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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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estous Juma. 2016. Innovation and its enemies: Why people resist new technologies. Oxford University Press. 316 pages.
저자는 기술 확산과 국제개발을 연구한 학자로서, 이 책은 왜 혁신적 기술이 사회의 반대에 부딛치게 되는지, 그러한 반대를 극복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설명한다. 역사적으로 사회의 반대를 이긴 다양한 혁신 사례를 소개한다. 커피, 활자 인쇄술, 마가린, 농업 기계화, 교류 전기, 기계식 냉장고, 녹음 기술, 유전자 조작 작물, 유전자 변형 연어, 등의 사례가 각각 별도의 장으로 논의된다.
커피는 16세기에 이디오피아에서 중동을 거쳐 17세기에 유럽에 전파되었다. 아랍에서는 사람들이 커피 하우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정치에 대해 비판하는 것에 위정자들이 위협을 느껴 커피 하우스를 탄압하였다. 유럽에서는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면 전통 음료인 포도주와 맥주의 소비가 줄어드는 것에 위협을 느껴 커피를 반대하였다. 이들이 커피를 반대하면서 겉으로 내세운 명분은 건강, 문화적 정체성, 국가 안보의 위협 등이었지만, 이들이 말하지 않은 진짜 이유는 정치적 혹은 경제적 이유였다.
활자 인쇄술은 중국에서 아랍 세계로 일찍이 전파되었지만 아랍의 위정자, 특히 성직자들은 활자 인쇄술로 코란을 인쇄하는 것을 반대하였다. 활자 인쇄술이 아랍을 거쳐 유럽에 전파되어 성경이 대대적으로 보급되고 종교혁명과 과학발전으로 이어져 유럽이 앞서나가는 것에 위협을 느낀 다음에야 아랍의 위정자들은 활자 인쇄술을 적용하여 일반 서적을 인쇄하는 것을 허용하였다.
마가린은 1870년경 네덜란드에서 개발되었지만, 낙농산업의 격렬한 반대에 부딛쳐 보급이 늦었다. 낙농업자들은 마가린을 '가짜 버터'라고 지칭하고 건강에 안좋은 열등한 것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퍼뜨리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구사하여 마가린의 보급을 막았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 중 물자 부족이 심각해졌을 마가린의 보급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마가린은 버터보다 열등한 것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유럽의 낙농국가들은 다양한 규제를 동원하여 마가린의 생산과 수입을 막고 있다.
19세기 말까지 농업은 대부분 사람, 말, 당나귀의 힘에 의존하였다. 트랙터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고장이 잦고 효율이 그렇게 좋지 않았기 때문에 동물을 이용하는 것보다 생산성이 낮았다. 말이나 당나귀와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트랙터의 도입에 큰 위협을 느껴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조직을 결성하였다. 이들은 트랙터가 궁극적으로 동물을 대체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므로, 트랙터의 도입을 전적으로 반대하기보다, 말과 당나귀를 이용하는 전통적인 농사의 문화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트랙터와 동물을 병행하는 쪽으로 여론을 몰고 갔다. 트랙터의 기술이 발전하고 효율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결국 농사에 동물을 사용하지 않게 되었지만, 대신 여가의 목적으로 말을 이용하는 산업이 나타났다.
19세기 중반 전기가 발명되었을 때 에디슨은 직류전기를 사용한 전등을 보급하여 큰 명성을 거두었다. 그러나 웨스팅하우스가 발명한 교류 전기가 직류 전기보다 더 효율적임이 밝혀지면서, 에디슨은 자신이 투자한 직류전기 중심의 체제가 앞으로 교류전기로 대체될 것임을 직감하였다. 에디슨은 자신이 투자한 자본이 회수될 때까지 교류 전기가 보급되는 것을 저지하는 전략을 구사하였다. 교류전기를 사형을 집행하는 전기의자와 연관시켜, 교류전기는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교류냐 직류냐의 문제가 아니라 전기를 어떻게 관리하는가가 전기 안전의 관건임이 비교실험을 통해 알려지게 되고, 전기를 활용한 이기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교류 전기가 직류 전기를 대체하였다.
20세기 초에 기계식 전기 냉장고가 처음 출현하였을 때 이전의 얼음 산업은 큰 위기를 맞이하였다. 겨울에 얼음을 채취하여 보관해 두었다 여름에 내다 파는 얼음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기계식 냉장고의 냉매로 쓰는 암모니아 가스가 쉽게 폭발되는 성질때문에 위험하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여 한동안 기계식 냉장고의 보급을 막았다. 그러나 기계식 냉장고의 기술이 향상되어 폭발 사건이 줄어들고, 소형화되어 가정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가축을 도축하는 곳과 정육을 소비하는 곳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문제가 없고 야채 또한 생산지에서 소비지로 냉장 운송하여 소비자 가격을 크게 낮추게 되면서 기계식 냉장고는 급속히 보급되었다.
19세기 말 소리를 녹음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과거 음악활동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대부분 일자리를 잃었다. 녹음이 가능하지 않던 시절에 사람들은 연주회에 가거나 행사장에 악사를 초청하여 음악을 즐기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레코드가 보급되면서 생음악에 의존도는 크게 낮아졌다. 레코드의 보급으로 사람들은 전보다 훨씬 더 많이 더 자주 음악을 즐기게 되었다. 레코드는 음악의 내용도 바꾸어 놓았다. 과거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중심이고 가수의 노래는 부수적인 것이었는데, 레코드가 보급되면서 가수의 노래가 전면에 나서고 악기 연주는 배경으로 물러났다. 레코드의 보급 덕분에 스타 가수가 출현하게 되었다. 음악 활동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협회를 조직하여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 했으나 대부분은 실직을 하였다. 이후 음악 종사자 조직의 처절한 투쟁을 통해 음악의 저작권이 설정되고, 방송국에서 음악을 틀때마다 로열티를 받는 등으로 음악 저작권에 보상을 하는 관행이 정착되었다.
1985년 벨기에에서 자연의 박테리아에 존재하는 해충을 죽이는 독소 유전자(Bt)를 식물의 유전자에 이식시키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이 유전자 조작 기술을 옥수수, 목화, 감자, 쌀, 콩, 알파파 등에 적용하여 해충의 피해를 크게 줄이며 농업 생산성을 혁기적으로 높이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유전자 조작 기술이 개발될 당시 환경 위험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져 있던 때라 환경운동 단체의 반대가 심했다. 과학적 실험에서는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씨앗으로 자라난 식물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었으나, 반대론자들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위험이 앞으로 새로이 밝혀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반대하였다. 유전자 조작을 반대하는 쪽에서 유전자 조작 식물이 위험하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 조작 식물을 개발한 쪽에서 이것이 위험하지 않음을 입증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유전자 조작 기술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유전자 조작 작물을 괴물 식품(Frankenstein food) 등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덮어씌우면서 환경 운동의 쟁점으로 부각시켰다. 유전자 조작 식물을 반대한 이유는 그 식물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이유때문이 아니라, 그 식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때문인데, 이는 식품의 위해성을 판정할 때 생산과정이 아니라 생산된 결과물에 대해 평가를 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난다.
유전자 조작 식물을 반대한 숨겨진 이유는 이 기술을 개발한 대기업, 특히 몬산토가 이 식물의 재배에 대해 독점적 권리를 보유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유전자 조작 식물의 재배가 허용되어 농업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으나, 유럽에서는 유전자 조작 기술을 금지했고 미국으로부터 유전자 조작 식물로 만들어진 식품의 수입도 막았다. 표면적으로는 인체에 위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으나, 숨은 이유는 유럽이 미국 대기업의 기술독점에 종속되는 것을 염려해서이다. 유전자 조작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아프리카의 국가들도 유전자 조작 식물의 재배를 금지했는데, 이는 아프리카가 유럽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조작 식물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과학적 증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세계무역기구 WTO는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수입규제를 부당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사람이 직접 섭취하지 않는 목화나 목초에는 유전자 조작 기술이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으나, 곡물의 재배에서는 미국 이외에 이를 허용한 국가가 많지 않다.
1990년대 중반 미국 매사츠세츠주의 한 회사에서 연어의 유전자를 변형하여 사료를 적게 먹으면서 절반의 생육기간에 두 배 이상 크기로 키우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 이십여년 동안 미국 의회에서 청문회가 열리기도 했으나 이 식품의 위해성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하였으며 현재까지 시판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유전자를 조작하여 식물의 생산성을 높이는 문제는 식물을 변형시키는 문제인 반면, 연어의 유전자를 변형하는 것은 동물을 변형시키는 문제임으로 사람들이 인식하는 위험도는 훨씬 크다. 유전자 조작 기술의 경우 생산성을 높이는 문제와는 별도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작업에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사람들이 혁신적인 기술에 반발하는 것에서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는다. 많은 경우 경제적 이유가 기술 도입에 반대하는 진짜 이유인데, 이러한 심층적 이유를 무시하고 단순히 설득을 하여 합의를 도출하려는 노력은 시간만 허비할 뿐 성공하기 어렵다. 기술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고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상을 할지, 그들을 어떻게 다른 일자리로 옮아가도록 할지에 대한 고민과 구체적 노력이 함께 할 때에만 '창조적 파괴' creative distruction 기술은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이 책은 주제는 흥미로우나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과 문체가 매우 건조하고 형식적이어서 읽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마치 보고서를 읽는 듯하며, 정책 교훈을 도출하는 부분에서는 지루하기까지 하다. 특별히 어려운 영어를 구사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읽어내려가는게 힘들까 하는 생각을 했다. 혁신적 기술을 받아들이는 문제에서 가장 쟁점적인 대상인 핵 기술이 논의에서 완전히 빠진 것이 아쉽다. 유전자 조작 식물에 대한 논의는 저자의 전문 분야라 그런지 내용이 알차고 저자의 깊은 이해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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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irdre McCloskey. 2010. Bourgeois Dignity: Why Economics can't explain the modern world. University of Chicago Press. 450 pages.
저자는 영국의 산업혁명을 연구한 경제사학자로, 이 책은 어떤 요인이 영국의 산업혁명을 낳고 이후 200년간 16배 이상의 실질 소득 상승을 이끌었는지 설명하는 저자의 삼부작 중 두번째 책이다. 저자는 부르주와(bourgeois), 즉 상공업자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생각, 태도, 윤리, 아이디어, 담화의 변화가 이러한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가져온 핵심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 경제발전을 설명하는 데 동원하는 물질주의적 인과론을 배격한다. 물질적 조건이 생산성의 비약적 향상을 이끈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그것을 실제에 적용한 파괴적 혁신이 비약적 발전의 사이클을 돌게 하였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상공업(business)을 존중하는 태도가 출현했다. 과거 동서양의 모든 사회는 지주, 귀족, 관료, 무인, 문필가, 예술인을 숭상한 반면, 물건을 만들고 팔고 사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천대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용적 목적에 활용하여 돈을 벌며, 기존의 방법을 개혁하여 효율을 높이는 상공인들은 기존의 지배질서를 어지럽힐 위험이 있는 사람으로 경원시하였다. 이러한 구질서에서는 기존의 방법을 답습하여 비즈니스에서 부를 축적하면 어떻게든 이를 벗어나 지주, 관료, 귀족 계층으로 올라서려고 할 뿐, 더 좋은 방법을 고안하여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유럽의 봉건체제에서 지주 계층을 우대하고 상공업을 천시한 것이나, 중국의 유교 질서, 인도의 카스트제도, 이슬람 세계에서 상공업을 천시한 것은 같은 맥락이다.
상공인들이 자신의 일에 대해 자긍심(dignity)을 갖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할 자유(Liberty)를 갖게 됨으로서, 그들은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여 파괴적 혁신(distruptive innovation), 파괴적 창조(distruptive creation)을 계속해 나갔으며, 그 결과 엄청난 생산성의 향상을 가져왔다. 일반인이 상공업을 비하하지 않고 존중하는 태도로 변화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16세기 계몽주의(Enlighment), 과학혁명(Scientific Revolution), 종교혁명(Reformation), 인쇄술의 발전, 17세기에 부르주아로 구성된 의회가 왕을 견제하게 된 명예혁명(Glorious Revolution), 도시의 발전, 무역의 발전, 등 여러 요인이 오랜 시간 동안 중첩되어 작용하면서 네덜란드에서 점차로 비즈니스를 존중하는 태도가 출현하였으며, 이것이 영국으로 바로 이전되었다.
저자는 기존에 경제학자들이 산업혁명과 경제발전의 원인으로 주장한 것들을 각개격파 방식으로 반박하면서 왜 그것이 진정한 원인이 될 수 없는지 설명한다. 40여개 장에 걸쳐 기존의 주장을 반박하는 학술 논쟁을 계속 전개한다. 물적 자본이나 인적 자본이 축적되어 산업혁명이 출현하고 이후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이 아니며, 투자를 더 많이 한다고 하여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것도 아니다. 노예제, 식민지, 제삼세계의 착취나 노동자가 생산한 잉여의 착취로 부터 얻은 이익 덕분에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아니다. 식민지와 제삼세계의 착취는 그들에게 큰 고통과 피해를 안겨 주었지만, 그로부터 얻은 이익은 대단치 않으며 결코 비약적 생산성 증가를 이끌 수없다. 지리적 이점이나 풍부한 자연자원이 산업혁명과 경제발전을 이끌지도 않았다. 경제학자들이 흔히 주장하는 경제적 탐욕의 동기나 절제와 합리적인 생활태도, 막스베버가 주장하는 개신교 윤리 또한 비약적인 생산성 증가를 가져온 원인이 아니다. 무역의 증대가 생산성의 비약적 향상을 이끌지 않았으며, 노벨경제학자 올리버 노스가 주장하듯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제도 및 법에 따른 지배(rule of law)와 같이 인센티브를 보장하고 부정과 부패를 막는 합리적 제도가 생산성의 비약적 향상을 가져오지 않았다. 그의 주장은 이러한 요인들이 과거 로마제국, 중국, 인도, 이슬람세계에서 한때 존재했으나 산업혁명과 비약적인 생산성 향상을 이끌지 않았던 사실에서 입증된다.
저자는 산업혁명과 이후의 비약적 생산성 향상을 가져온 경제발전은 오로지 파괴적 혁신에 의해서만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기존의 방식을 개혁한 사람들(tinkerer)은 이윤동기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노력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혁신 자체에서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았으며, 이는 상공인의 자긍심(dignity)과 자유롭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펼칠 수있는 환경(liberty)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일반인들이 비즈니스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고 사회가 이들의 자유를 구속한다면 새로운 아이디어와 파괴적 혁신은 만들어질 수없으며, 산업혁명과 이후의 비약적 생산성 향상은 인류 사회에 도래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도 서구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상공인을 낮추어보는 경향이 있다. 비즈니스를 장사꾼과 공돌이가 하는 것이라고 천시하면서 인문학, 예술을 숭상한다. 그들은 돈버는 비즈니스에 종사하기보다는 학자나 관료가 되거나 비영리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고상하게 생각한다. 동서양의 지식인들은 시장의 효율성에 맡기기보다는 중앙에서 조정하고 통제하는 것이 더 큰 선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사회주의 체제가 비효율로 인해 붕괴했음에도 여전히 시장보다 규제를 문제해결의 방식으로 선호한다.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비즈니스를 통제하려 한다. 근래에 사회주의가 붕괴한 자리에 환경주의(environmentalism)가 들어서 규제를 좌지우지한다. 그러나 부를 창출하고, 가난을 척결하고, 자연파괴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에는 시장과 파괴적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답이다. 섯불리 가난한 사람을 위하는 규제 정책이나 비영리 활동은 오히려 정체와 후퇴를 낳을 뿐이다. 의도가 선하다고 해서 무능한 결과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지난 200년 동안 엄청난 부의 창출과 빈곤으로부터의 탈출은, 인문학이나 관료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파괴적 창조를 지속한 상공업, 비즈니스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저자는 경제역사학자로서 학술적으로 뛰어나며,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한 특이한 지식인이다. 그는 시장 규제에 반대하는 자유방임주의(libertarian)의 입장에서 기존의 학계와 지성계를 통렬히 비판한다. 이 책은 그의 박식한 배경을 종횡무진 발휘하여 기존의 연구들을 샅샅이 꿰뚫으면서 비판하기에 논의를 제대로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그의 학술적으로 엄격하면서 탈권위주의적인 태도에서 나온 돈키호테식의 솔직함은 기존의 권위적인 사고의 틀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관점과 통찰력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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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d Stone. 2013. The Everything Store: Jeff Bezos and the Age of Amazon. Back Bay Books.
블룸버그 비즈니스에서 기자 생활을 한 저자가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를 중심으로 하여 아마존의 성장 과정을 서술한 책이다. 아마존은 인터넷 브라우저가 일반에게 보급된 해인 1994년에 창업했다. 베조스는 뉴욕의 금융회사에서 일하다가 인터넷의 가능성에 눈뜨게 되고 인터넷 망을 통한 비즈니스를 하기로 결심하고 회사를 그만둔다. 온라인으로 판매할 아이템을 찾다 서적을 취급하기로 결정한다. 서적은 중간도매상이 있어 제조업자를 일일이 상대할 필요가 없고, 표준화된 아이템이므로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구매하는데 거부감이 적으며, 오프라인 책방이 갖지 못한 온라인숍만의 장점인 long-tail item 즉 소수만이 찾는 아이템도 제공할 수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의 예상은 적중하여 시애틀의 집 차고에서 시작한 비즈니스는 감당할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제프 베조스는 어렸을 때 매우 똑똑하여 영재교육을 받았으며 엄청난 성취동기와 추진력을 가진 아이로 성장한다. 이러한 성격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그의 생부는 덴마크계 이민자로 그가 아기일 때 그의 어머니와 헤어진후 다시는 만나지 않았으며, 그의 양부는 쿠바계 이민자로 베이조스에게 잘 대해주었다. 그는 어머니의 정성 덕분에 텍사스의 소도시에서 성장하여 프린스턴 대학에 진학하고 뉴욕의 금융계에서 일하게 된다.
서적 온라인 사업을 시작한 이래 취급하는 물량이 급속도로 늘면서 베조스는 물론 그와 함께 일하는 사람은 모두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서 일해야 했다. 베이조스는 똑똑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사람을 선별하여 고용하는 데 많은 정성을 쏟지만, 베이조스의 무서운 추진력과 경쟁적인 성격 때문에 중도에 그만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베조스의 집중력, 추진력, 판단력에 감복하고 사업의 성장 속도에 도취하여 유능한 사람들이 계속 모여든다.
서적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사업은 월마트와 같은 소매 유통업과 달리 고객 개개인의 여러 주문을 조합하여 배송해야 하는 특이한 사업모델이다. 마치 부품을 조립하여 완성품을 만드는 일과 유사하다. 처음에는 고객의 주문에 대응하여 도매상에 주문하고 이것을 받아서 고객에게 배송하는 단순 중개업으로 출발하였지만, 취급 물량이 늘면서 자신의 재고를 두고 판매하는 사업으로 발전하였다. 문제는 책의 가지수가 많고 연말에 주문이 일시에 몰리기 때문에 고객 개개인의 주문을 제한된 시간 내에 소화하는 것이 매우 복잡하다는 사실이다. 네바다에 건립한 거대한 배송창고에서,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주문을 예측하여 재고를 관리하고 배송 업무를 효율화하는데 엄청난 노력을 쏟았다.
서적에서 CD와 DVD 로 사업을 확장하였으며, 이어서 장난감, 가전제품, 신발, 의류 등으로 차례차례 취급하는 상품 범주을 넓혀 나간다. 아마존이 온라인 쇼핑계에 진입한 다른 경쟁자를 물릴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물류 배송의 효율성과 추천 시스템을 들 수있다. 고객이 일년에 70불만 내면 배송을 무료로 해주는 프라임 시스템은 충성 고객을 늘리는 엄청난 성공을 불러온다. 소비자에게 업계 최저의 가격을 보장하는 가격제도 역시 경쟁자를 물리치는 강력한 무기로 작용한다. 아마존 회사 내부에서 컴퓨터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구축한 웹 서비스 시스템은 일반인들이 저렴한 가격에 컴퓨터 기능을 임대하여 사용하는 아마존 웹서비스 AWS로 발전하여 큰 성공을 거둔다. 애플의 아이파드와 아이튠을 이용한 음악스트리밍 시장을 벤치 마킹하여, 아마존의 킨들로 디지탈 서적을 판매하는 사업 역시 출판사와 저자의 엄청난 반발을 물리치고 성공한다. 아마존이 상대적으로 크게 성공하지 못한 분야는 음악 스트리밍 사업에서 애플을 따라가지 못한 것과 비디오 스트리밍 사업에서 넷플릭스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식료품 유통사업은 아마존이 근래에 진출한 분야로 월마트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마존의 온라인 유통채널은 기존에 오프라인으로 존재하던 분야에 새로이 진입하여 시장을 빼앗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오프라인 책방이 망했으며, CD와 DVD 매장이 사라졌으며, 장난감 전문점이 사라졌다. 대규모 물량을 앞세워 업계 최저가 보장 정책을 밀어 붙이면서 중간 도매상이나 소규모 매장은 설자리를 잃었다. 아마존은 극도로 내부 비용을 절감하는 정책을 펴고, 마진을 최소로 하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비효율적인 요소를 철저하게 도려내는 노력을 지속함으로서 경쟁자가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었다. 이러한 정책은 냉혹하게 경쟁자를 몰아내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소비자에게 편익이 집중되도록 하여 소비자의 만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아마존의 소비자 중심주의는 온라인 시장 규모를 키웠으며 매출을 급속도로 증가시킴으로서, 비록 창업이래 한해도 수익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투자자의 각광을 받아 큰 어려움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베조스가 사내외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한 사업 중 하나인 마켓플레이스 프로그램은 그의 냉정한 효율 지상주의를 반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아마존이 재고를 비축하면서 판매하는 아이템에 더하여 외부 사업자가 아마존의 플랫폼에서 자신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아마존은 플랫폼 중계료로 매출의 7퍼센트 정도를 뗀다. 주로는 중고 서적이나 물품이 새로운 상품과 함께 판매 목록에 나란히 제시되어 고객으로 하여금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아마존이 업계 최저 가격제 정책을 추진하므로 아마존이 재고를 비축하여 판매하는 것과 동일한 신품을 외부 사업자가 판매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때로 아마존이 제시하는 가격보다 외부 사업자가 제시하는 가격이 더 낮은 경우가 발생하면, 아마존의 구매 담당자는 이 가격에 맞추기 위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아마존이 재고를 비축하지 않은 많은 다양한 상품들을 외부 사업자가 취급하므로서 아마존이 고객에게 제시하는 상품의 다양성을 크게 높인다. 아마존은 외부사업자가 취급하는 상품의 소비자 호응도를 관찰하다가 잘 팔리는 아이템이 나타나면 재고를 비축하여 직접 판매한다. 외부 사업자는 아마존의 플랫폼의 이점을 이용하여 쉽게 장사를 수 있지만, 잘 팔리게 되면 자신들의 아이디어와 상품 개발 능력을 빼앗기게 된다.
제프 베조스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여 효율을 높임으로서,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안주하여 기득권을 누리던 시장 지배자를 뒤흔들고 파괴하는 것은 선이라는 철학으로 자신과 종업원을 설득한다. 이러한 신념하에 경쟁자를 무자비하게 몰아붙여 결국 항복하게 하는 전략은 많은 사람들의 원성을 사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변화에 대한 개방성과 철저하고 냉혹하고 영민한 판단이 전에는 없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업계 최고의 위치를 만들어 낸 것이다. 온라인 쇼핑,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 디지털 북 시장은 제프 베조스가 만든 것이다. 이것에 대한 오리지널 아이디어는 그가 만든 것이 아니지만, 이것을 실제 사업으로 성사시키고 소비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있도록 한 것은 그의 공적이다. 마치 스티브 잡스가 기존에 있던 아이디어를 모아서 스마트폰을 만들고 사업으로 성공시켰듯이.
그는 인터넷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혜안이 있었으며, 다른 사람에 앞서서 사업을 밀어붙였기 때문에 그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의 엄청난 추진력과 냉정한 판단에 부응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고 말한다. 아마존이란 직장은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렵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베조스는 잘 못하는 부하에게는 단도직입적으로 철저하게 몰아붙이는 성미였다. 직원의 성과를 수치로 냉정하게 평가하여 하위 성과자를 내보내는 인사관리 시스템은 직원을 항시 불안한 긴장속에 있도록 한다. 창조적 파괴를 하는 선구자에게는 사람들과의 화합보다는 일을 추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제프 베이조스와 스티브잡스의 유사점을 발견한다.
이 책은 저자의 엄청난 조사작업이 뒷받침 되어 만들어졌기에 내용이 풍부하다. 사업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상세히 묘사하고 군더더기 수식도 덧붙이기에 장황한 면도 있다. 그럼에도 아마존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면서 부닥치는 문제와 도전들을 구체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제프 베조스와 아마존을 경쟁자를 무자비하게 절벽으로 몰아붙이는 괴물로 느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파괴적 혁신 creative innovation 을 하는 진정한 시대의 개척자라는 인상을 받는다. 이런 사람들이 성공할 수있기에 미국이 강한 것이리라. 한국이나 유럽에서라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상생을 주문받고, 파괴적 혁신을 중단하라는 기존 업계의 정치적 압력에 시달리다 결국 시들었을 것이다. 아마존은 출판계의 반발을 무시하고 작가가 온라인을 통해 직접 출판하는 시장을 열었다. 비록 사업으로는 아직까지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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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d Stone. 2017. The Upstarts: Uber, Airbnb, and the battle for the new silicon valley. Back Bay Books. 347 pages.
저자는 블룸버그 뉴스의 기자로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기존 업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떻게 성장했을까에 관해 서술한다. 택시와 숙박업계는 규제가 심하고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이다. 이 두 회사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대표적 성공사례이다. 자신의 차를 남고 공유하는 것과 집에 비는 방을 관광객에게 제공한다는 유사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2010년을 전후한 시기에 사업을 시작하여 크게 성공했다. 모르는 사람을 자신의 차에 태우거나 집에 묵게하는 것은 이들의 사업이 성공하기 전에는 낯선 아이디어였다.
우버Uber와 리프트Lyft는 2008년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GPS 위치추적이 가능해지면서 사업의 가능성이 열렸다. 차를 함께 사용하는 것, 스마트폰으로 차를 부르는 것, 지도 상에서 위치를 추적하는 것 등의 기술과 아이디어는 이미 다른 회사들이 개발하였다. 우버는 샌프랜시스코에서 기사 딸린 고급 승용차(리무진)를 스마트폰으로 부르는(우버 블랙이라고 후에 이름붙임) 사업을 2010년에 출범하여 샌프란시스코에서 제법 크게 성공하였다. 리프트의 전신인 짐라이드Zimride 는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카풀링을 중개하는 서비스를 2008년에 시작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플랫폼을 통해서 일반인이 자신의 승용차로 고객을 운송하는 서비스는 리프트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먼저 시작하였으며, 우버가 바로 뒤이어 뛰어들었다.
일반인이 자신의 승용차로 고객을 운송하도록 하는 플랫폼 사업을 이들이 시작하자 지역 택시 업계의 반발이 엄청났으며, 택시 업계의 반발에 부응해 정부 또한 이들의 사업을 금지하려 하였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시장과 규제기관장이 파괴적 기술혁신에 대해 호의적이고 기존 택시업계의 보수적 변화 거부 태도에 부정적이었던 덕분에, 결국 우버의 사업은 기존의 택시와는 다른 업종으로 정의되면서 'Transportation networking companies' 라는 새로운 범주로 허가를 획득하였다.
우버의 공유 운송 플랫폼 사업이 다른 도시에서도 샌프란시스코에서 같이 쉬운 합법화의 길을 걷지는 않았다. 뉴욕시에서는 드블라시오 시장이 택시 업계에 대해 동정적이었으며, 시의 규제기관이 우버의 법을 무시하는 공격적 행태에 부정적이어서 마지못해 제한적으로만 허가를 내주었다. 이러한 허가를 얻기위해 우버는 시민들의 정치적 압력을 동원하였다.
에어비앤비의 사업 역시 순탄한 길을 걷지 못했다. 호텔 허가 없이 숙박업을 하는 것에 대해 호텔 업계는 물론 지역 주민의 반발 또한 매우 컸다. 에어비앤비의 사업이 확대되면서 이 플랫폼을 악용해 본격적으로 숙박업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들에 대해 주민의 반발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 역시 순수한 동기에서 자신의 집을 빌려주는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압력을 행사한 덕분에 제한적이나마 합법화가 이루어졌다.
두 회사 모두 인터넷 덕분에 유휴 자산과 노동력을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빌려주는 공유 중개 플랫폼이 기술적, 경제적으로 가능하게 되면서 성공하였다. 공유 플랫폼을 통해 부업의 기회를 얻고, 이를 통해 편리하고 저렴한 서비스를 누리게 된 소비자가 늘면서 지금까지 관련 산업을 지배하던 규제의 틀을 깨는 것이 가능했다. 기존 산업은 높은 규제의 틀 속에서 높은 진입장벽을 치고 있었으므로,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이러한 체제를 완전히 무시하는 서비스를 선보였을 때, 기존 업자들은 불공정 거래라고 반발하고, 안전을 구실삼아 격렬하게 반대했다. 정치권은 처음에는 업자의 편이 었지만, 시민의 요구가 높아졌 때 변화를 수용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가져온 서비스가 기존 업자의 서비스보다 편리하고 저렴했기에 결국 그들에게 유리하게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이 책은 실리콘 밸리 업계를 오랫동안 취재한 기자의 경험이 밴 심층 탐사기사의 성격이다. 중요한 맥락을 놓치지 않고 잘 취재했으며, 이야기의 흐름을 무리없이 전개하였다. 회사의 성장을 피상적으로 잡다하게 기술하기보다는, 이들의 사업이 어떻게 기존 업계의 규제를 극복했을까라는 특정 주제에 촛점을 맞추었기에 더 흥미있다. 그러나 분석적이기보다는 사건과 인터뷰 중심의 서술이라,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드는 '왜 그렇게 되었을까'하는 의문에 대해 심층적 설명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기업관련 책으로 이만하면 매우 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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