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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에 해당되는 글 11건
2019. 4. 29. 11:41


아침 8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6시 반 경에 숙소를 나서다. 일요일 새벽이라 거리가 한산하다. 밤을 새고 놀다 피곤한 몸으로 길가에 널부러져 있는  젊은이들의 무리만 간간히 눈에 띤다. 4시간 반을 달려 불가리아의 소피아에 도착하다. 그 버스는 특이한 디자인이다. 밖에서 보면  웅장한 모습이고 안에서 전면을 보면 비행기의 조종석에 앉은양 전면이 넓게 펼쳐진다. 그런데 일단 달리니 사방에서 진동 소음이 난다. 머리위에 짐을 넣는 칸이 비행기의 것 처럼 덥개가 달려 있는데 정교하게 맞물리지 않아 소음을 낸다. 분명 공산권 국가에서 만든 것이다. 시장경쟁 체제에서는 이렇게 겉으로 웅장하고 속에는 실속이 없이 엉성한 것이 살아남을리 없다.
소피아의 숙소에서 한국인을 세명이나 만나다. 한사람은 젊은 청년으로 벌써 몇달간 유럽을 여행하고 있다는데 이층 침대에서 컴퓨터만 내리 혼자 들여다 본다. 다른 한명은 중년의 재미 한인 여성으로 미술을 한다는 것 같다. 또다른 한명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몇달간 유럽을 여행하고 있다는데 영어로만 간단히 인사했다. 외국 여행을 하다 숙소에서한국인을 만나면 가급적 말을 섞지 안으려 한다. 숙소에 다른 외국인들과는 활발하게 대화하지만 같은 한국인은 피한다. 한국인과 대화하며 자신의 배경과 현 상황이 노출되는 것이 피곤한 것이다. 한국인과 대화하면 익명성의 편안함을 지키기 어렵다.
숙소에 배낭을 두고 잠시 시내를 둘러보면서 공산권 국가의 분위기를 물씬 느꼈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어두운 표정이고 무기력한 사람들이 곳곳에 버인다. 중앙역 앞에 어머니가 아이를 않은 거대한 조각 탑이 보이길레 가까이 가보니 주변이 낡고 부서져서 초라하기 그지 없다. 오랫동안 유지관리를 하지 않은 것이다. 만들 때는 대단한 위업으로 선전했을텐데. 그뒤로 장갑차가 있고 곳곳에.경찰들이 삼삼오오 무리져 있다. 중앙로를 따라 위압적인 대형 건물이 연이어 있다. 건물위에는 주먹만한 문자 간판이 하늘을 배경으로 버티고 서 있다. 그것을 지휘하는 사람의 권위를 한껏 뽑내는 양. 광화문 광장에 세종문화회관 건물을 몇배 뻥튀기 하면 그리 될 것이다. 사람을 위압적으로 내리보는 그런 건물은 사람의 마음까지 위축시킨다.
공산주의는 실패한 실험이다.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본능을 부정 했다. 모든 것을 위로부터 계획으로 통제하려 함으로서 각 개인의 자발성과 창의를 말살했다.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디자인이 성공할 수 없다. 그러한 체제에서 사람들은 열심히 일 할 동기나 창의를 발휘하여 개선할 동기가 없다. 권력을 쥔 소수를 제외한 사람들의. 삶은 수동적이고 살 맛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루마니아의 부쿠레시티로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면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버스터미날에서 물어보니 자정이 넘어 출발하는 버스가 한대 있을 뿐이란다. 낮에 이동하는 다른 편을 물어보니 화를 내며 응대하지 않는다. 역에가서 철도편을 물어보니 아침 8시 50분에 출발해 10시간 걸려 저녁 8시에 도착하는 편이 있단다. 그러면 11시간 걸리는 것 아니냐니까 대화를 끝내지 않았는데 화를 내며 창구를 닫는다. 내가 공손하게 물어봤는데 말이다. 뺨을 맞은 느낌이다. 철도편으로는 10시간이 걸리고 50십 플레브 약 25 유로 드는 반면 버스로는 6시간에 29플레브가 든다. 버스가 철도보다 훨씬 시간이 덜들며 40프로 정도 가격이 싸다. 이리저리 알아보니 버스터미널 밖에서 출발하는 플릭스 버스는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보다 1시간 정도 덜걸린다. 철도 계원이 11시간이 아니라 10시간이라고 한 이유도 나중에 깨달았다. 부쿠레시티는 여기보다 1시간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사람들이 사회주의의 관습에서 벗어나려면 아직 멀었다.
저녁을 먹고나서 거리 산책을 나섰다. 숙소에서 오후에 잠을 자며 쉰뒤라 기운이 나서 모처럼 밤에 나선 것이다. 한참을 걷다 사람들의 뒤를 따라가보니 넓은 공원이 나타난다. 분수가 있고 정원이 조성되있고 젊은이들이 곳곳에서 데이트를 하고 보드를 타고 노인들이 벤치에 앉아 있고 거리의 악사들이 제법 그럴듯한 솜씨로 연주와 노래를 한다. 그 장소의 이름이 narional palace of culture  국민 문화의 궁전이다. 사회주의는 실패할 수밖에 없지만 잘한 것이 하나 있다.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공공재를 많이 만든 것이다. 도시가 크지 않은데도 지하철 노선이 복잡하며 지상으로는 전차가 자주 다닌다. 이 공원은 시민들 모두가 애용하는 것같다. 밤늦은 시각인데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들이 눈에 띤다. 젊은이들은 밤이 늦도록 불이 환한 분수가에서 논다.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사랑은 이루어지는구나 생각하며 아쉽지만 그곳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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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 28. 11:02


아침 산책을 하면서 과일을 한가득 샀다. 토마토 사과 자몽을 담다보니  무거워졌는데 3유로란다. 이탈리아도 그랬지만 이곳 그리스도 농산물 가격이 저렴하다. 바다가 바라보는 언덕에 있는 교회에서 주문을 외는 소리가 들리길래 올라가 보니 이른 아침인데 예배가 열리고 있다. 들어가 뒷자리에 앉아 한참을 있었다. 그리스 정교는  카톨릭 교회와 흡사하다. 신부가 무언가 주문을 끝 없이 왼다. 교회 현관 입구 양옆으로 거지가 진을치고 앉아 동전통을 내민다. 이 작은 도시에도 거지가 있는게 의아하다. 예배에 참석한 사람은 다섯명쯤 될까. 교회를 나와 언덕을 내려올려니 계단을 힘겹게 올라오는 할머니가 보인다. 이곳에서도 교회는 젊은이들이 외면하는 것 같다. 숙소로 돌아 오는길에 기로라고 부르는 그리스식 버거를 샀다. 샤워를 마치고 숙소 발코니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먹으니 무척 맛있다.
그리스 반도의 북서쪽 끝에 있는 이곳에서 북동쪽 끝에 있는 테살로니카 까지가는데 4시간이 걸렸다. 고속도로가 잘 닦여 있는데 도로에 차가 별로 없다. 간간이 승용차만 지나갈뿐 트럭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험준한 산악 지역을 계속 달리다가 동쪽 끝에 이르러서야 평야가 나타난다. 지금까지 버스 여행은 모두 플릭스버스라는 회사를 이용했다. 몇년전 영국에 머물며 여행할 때만 해도 이회사가 그렇게 크지 않았았다. 유로라인 이라는 회사도 제법 컸는데 이번에 여행해 보니 이 회사가 장거리 버스 시장을 거의 장악한 것 같다. 어느 나라를 가던 터미널에  이버스 소속의 차가 압도적으로 많다.
플릭스 버스는 효율적으로 운용된다. 대부분 인터넷으로 표를 예약하고 휴대전화에 티켓을 다운로드 받아 승차시에 운전사에게 그것을 보이면 운전사가 자신의 휴대폰으로 큐알코드를 인식한다. 젊은이들은 휴대전화를 운전사에게 보이고 노인은 집에서 티켓을 프린트 해 오거나 터미날에서 표를 산다. 플릭스 버스의 운행 노선은 서유럽은 물론 동유럽 전지역에 거미줄 처럼 퍼져 있다. 현지 업체와 제휴하여 운영하기에 나라마다 서비스 품질이 조금씩 다르다. 인터넷으로 예약하려 하면 운행 시간에 따라 요금의 차이가 크고 출발 시각에 임박해서 예약하려면 가격이 비싸진다.
그리스는 이회사의 운행노선 지도에 안나온 나라이기 때문에  터미날에 가서 물어볼 때까지 버스를 타고 어디를 어떻게 갈지 알 수 없었다. 그리스는 유럽연합에 가입해 있지만 장거리 버스 시장을 외국 업체에 개방하지 않은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버스 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진다. 버스는 새것이었지만 차안에서 인터넷이 안되고 충전플러그가 없으며 화장실 문을 잠거 놨다.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 부터 타고 오는 장거리 승객이 없어서이겠지만 화장실 청소를 하기 싫어서일 것이다.  네시간을 타는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20분 정도 쉬는 시간에 볼일을 해결해야 한다. 톨게이트에서 어떤 여성이 운전수에게 사정을 하니 화장실에 다녀오게 했다.
근래에 우리나라에서 공유택시 사업을 택시 업계의 반발을 의식해서 허용하지 않는데 분명 잘 못하는 것이다. 경쟁은 발전의 원동력이다. 교수들도 정년보장을 받으면 연구력이 떨어진다. 봉급을 훨씬 덜 받는 젊은 비정년의 교수들이 논문을  많이 쓴다. 경쟁이 없으면 신기술 개발 노력을 하지 않고 품질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경쟁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경쟁이 없다면 사람들은 게을러지고 기득권의 장벽으로 이익을 보호하려 하기에 경쟁을 받아들여야 발전이 있다.
미국이 그렇게 문제가 많은 나라임에도 혁신과 신기술 개발이 그곳에 몰리는 이유는 다른 나라보다 더 경쟁을 허용하는 사회 시스템때문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세계의 인재들이 미국으로 몰린다. 미국의 대학원이나 연구소에는 내국인보다 다른 나라에서 온 인재가 훨씬 더 많다. 새로운 기술과 운영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기존의 기득권 집단과 필연적으로 충돌하는 것이기에 경쟁을 차단하는 사회는 발전이 없다. 유럽을 보면 미국보다 기득이권의 보호 장치가 더 단단하여 답답한 느낌이 든다. 유럽연합이 뭉치게. 된것도 미국과 경쟁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유럽은 미국과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경쟁을 덜 허용하고 전통과 기득이권을 더 보호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테셀로니키의 터미널을 나와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 중심으로 이동하여 숙소까지 걸었다. 지도가 가르키는대로 언덕위에  달동네를 아무리 올라가도 숙소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곳에 숙소가 있다는게 이상하다.  인테넷에는 이 집의 평이 매우 좋았다. 힘들게 물어 물어 찾아가 체크인을 하며 주인과 이야기 하면서 답을 찾았다. 주인이 매우 유능한 사람이다. 여행자가 궁금해 할만한 것을 묻지도 않는데 상세히 이야기 하며 무엇보다 첫인사가 오느라고 수고했다 커피를 하겠냐 차를 하겠냐 이다. 그런일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 사람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듣지 못랬다. 차를 마시면서 그와 또한명의 직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원 벤치에는 다른 여행자들이 마치 오랜 친구인 것 마냥 이야기를 나눈다. 그 중심에는 주인이 있다. 그는 수시로 사람들의 대화에 참여하면서 분위기를 이끈다. 놀라운 것은 시내 관광을 하는 지도를 직접 인쇄하여 나눠준다는 점이다. 그 지도에는 이 숙소의 위치가 대문짝 만큼 표기되 있다. 그는 이런 산동네 구석에 있기 아까운 인재다.
 나도 그 숙소의 분위기에 동참해 사람들과 이야기 하다 저녁을 얻어 먹었다. 터키에서 온 사람이 우리나라의. 감자탕 비슷한 것을 한 냄비 끌였다. 이야기를 건네보니 그는 이 도시에서 일하며 장기 투숙하는 사람이었다. 맛좀 봐도 되겠냐고 했더니 앉으란다. 그날 저녁에는 방을 같이 쓰는 영국에서 온 젊은 커플과 세르비아에서 온 장기 투숙하는 남자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했다. 영국에서 온 커플은 지난 한달 동안 서유럽을 돌아다녔고 앞으로 두달더 동유럽과 터키를 여행할거란다. 그들은 숙소에서 저녁을 해먹었는데 둘 사이가 편안해 보였다.
세르비아에서 온 사람은 인상이 강하고 비속어를 써가며 격하게 말한다. 거친 사람들과 어울리며 영어를 배웠나보다. 비행기 조정에 관심이 많아 비행기를 조정하려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한다. 나에게도 비행기를 한번 운전해보란다. 자신의 나라에 가면 몇백 유로만 내면 간단한 교습을 받고 비행기를 조정할 수 있는데 한번 비행기를 조정해보면 중독될거란다. 그는 말하는 품으로보아 군에서 제법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분위기 좋은 호스텔에 가면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관찰할 수 있어 좋다. 방을 홀로 쓰는 호텔보다 호스텔을 선호하는 이유이다.
오후에는 시내를 돌아다니며 감자칩에 요구르트 소스를 듬뿍 뭍힌 먹거리를 사서 아리스토텔레스 광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천천히 먹었다. 여러 사람들이 사먹기에 나도 샀는데 아무래도 바가지를 쓴 것 같다. 콜라 컵 규모의 것인데 3.2 유로를 냈다. 그 바로 옆 전통 시장에서 소시지를 600그램 사며 3유로를 냈는데 뭔가 이상하다. 나에게는 3 유로가 큰 돈이 아니지만 그래도 바가지를 썼다는 생각이 드니 뒷맛이 개운치 않다. 그리스는 우리나라의 10년전 모습과 흡사하다.




2019. 4. 28. 10:13


아침 산책을 하면서 과일을 한가득 샀다. 토마토 사과 자몽을 담다보니  무거워졌는데 3유로란다. 이탈리아도 그랬지만 이곳도 농산품 가격이 싸다. 바다를 바라보는 언덕에 있는 교회에서 주문을 외는 소리가 들리길레 올라가 보니 이른 아침인데도 예배가 열리고 있다. 들어가 뒷자리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참석ㅈ그리스 정교는 확실히 카톨릭과 흡사하다. 신부가 무언가 주문을 끝도 없이 왼다. 교회 현관 입구 양쪽으로 거지가 진을치고 동전통을 내민다. 이작은 도시에도 거지가 있는게 의아하다. 예배에 참석한 사람은 다섯명쯤 될까. 교회를 나와 언덕을 내려오니 힘겹게 계단을 올라오는 할머니가 보인다. 이곳에서도 교회는 젊은이들이 외면하는 것 같다. 숙소에 오는길에 기로라고 부르는 그리스식 버거를 샀다. 숙소 발코니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먹으니 무척 맛있다.
그리스 반도의 서북쪽 끝에 있는 이구메니챠에서 동북쪽 끝에 있는 테셀로니카 까지가는데 4시간이 걸렸다. 고속도로가 잘 닦여 있는데 도로에 차가 별로 없다. 트럭을 거의 보지 못했다. 길은 험준한 산악 사이를 계속 달리다가 동쪽 끝에 이르러서야 평야가 나타난다. 지금까지 버스여행은 모두 플릭스버스라는 회사를 이용했다. 몇년전에 영국에 머물며 여행할 때만 해도 이회사가 그렇게 크지 않았았고 유로라인 이라는 회사도 제법 컸는데 이번에 여행해 보니 거의 이회사가 장거리 버스 시장을 장악한 것 같다. 어느 나라를 가던 터미널에  이버스 소속의 차가 압도적으로 많다.
플릭스 버스는 매우 효율적으로 운용된다. 대부분 인터넷으로 표를 예약하고 휴대전화에 티켓을 다운로드 받아 승차시에 운전사에게 그것을 보이면 운전사가 자신의 휴대폰으로 큐알코드를 인식하는 방식으로 운행된다. 젊은이들은 휴대전화를 보이고 노인은 집에서 티켓을 프린트해온다. 플릭스 버스의 운행노선은 서유럽은 물론 동유럽 전지역에 거미줄 처럼 퍼져 있다. 현지 업체와 제휴하여 운영하기에 나라마다 서비스 품질이 조금씩 다르다. 인터넷으로 예약하려 하면 출발 시각에 따라 요금의 차이가 크고 출발 시각에 임박해서 예약하려면 가격이 제법 올라간다.
그리스는 이회사의 운행노선 지도에 안나온 나라이기 때문에 실제 터미날에 가서 물어볼 때까지 버스를 타고 어디를 어떻게 갈지 알 수 없었다. 유럽연합에 가입해 있지만 장거리 버스 시장을 외국 업체에게 개방하지 않은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버스 서비스의 품질이 열악하다. 버스는 새것이었지만 차안에서 인터넷이 안되고 충전플러그가 없으며 화장실은 문을 잠그어 놨다.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 타고 오는 장거리 승객이 없어서도 이유겠지만 화장실 청소를 하기 싫어서도 이유겠지. 네시간을 타는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20분 정도 쉬는 시간에 볼닐을 해결해야 한다.
근래에 우리나라에서도 공유택시 사업을 택시 업계의 반발을 의식해서 허용하지 안고 있는데 분명 잘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쟁은 발전의 원동력이다. 교수들도 정년보장을 받으면 연구력이 떨어진다. 봉급을 훨씬 덜 받는 젊은 비전년의 교수들이 논문을 훨씬 많이 쓴다. 경쟁이 없으면 신기술 개발 노력을 할리가 없고 품질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려는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다. 경쟁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경쟁이 없다면 사람들은 게을러지고 기득권의 장벽으로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려 하기에 경쟁을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이 그렇게 문제가 많은 나라임에도 혁신과 기술개발이 그곳에 몰리는 것은 다른 나라보다 더 경쟁을 허용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세계에 인재들이 미국으로 몰린다. 미국의 대학원이나 연구소에는 내국인보다 다른 나라에서 온 인재가 훨씬 많다. 새로운 기술과 운영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기존의 기득권 집단과 필연적으로 충돌하는 것이기에 걍쟁을 차단하는 사회는 발전이 없다. 유럽을 들여다보면 미국보다 기득이권의 보호가 더 철저하여 답답한 느낌이 든다. 사실 유럽연합이 뭉치게. 된것도 미국과 경쟁을 의식해서이다. 그러나 유럽은 미국과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경쟁을 덜 허용하는 기득이권과 전통을 더 보호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테셀로니키의 터미널을 나와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 중심으로 와 숙소까지 걸었다. 언덕길에 다닥다닥붙은 달동네를 아무리 올라가도 숙소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곳에 호스텔이 있다는게 이상하다.  인테넷에는 이 집의 평이 매우 좋았었다. 힘들게 물어 물어 찾아가 체크인을 하면서 주인과 이야기 하면서 해답을 찾았다. 주인이 매우 유능한 사람이다. 여행자가 궁금해 할만한 것을 묻지도 않는데 상세히 이야기 하고 무엇보다 첫인사가 오느라고 수고했다 커피를 하겠는지 차를 하겠는지 이다. 차를 마시면서 그와 또한명의 직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원 벤치에는 다른 여행자들이 마치 오랜 친구인 것 마냥 이야기를 나눈다. 그 중심에는 주인이 있다. 그는 수시로 사람들의 대화에 참여하면서 분위기를 이끈다. 이런 산동네 구석에 있기 아까운 인재다.
 나도 그 분위기에 동참해 사람들과 이야기 하다 저녁을 얻어 먹었다. 터키에서 온 사람이 우리나라에. 감자탕 비슷한 것을 한 냄비 끌였다. 이야기를 건네보니 그는 이 도시에서 일하며 장기 투숙하는 사람이었다. 맛좀 봐도 되겠냐고 했더니 앉으란다. 그날 저녁에는 한방을 쓰는 영국에서 온 젊은 커플과 세르비아에서 와 장기. 투숙하는 남자 한명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했다. 영국에서 온 커플은 지난 한달 동안 서유럽을 돌아다녔고 앞으로 두달더 동유럽과 터키를 여행할거란다. 숙소에서 저녁을 해먹는데 둘 사이가 안정적이고 편안해 보였다.
세르비아에서 온 사람은 인상이 강하고 슬랭을 써가며 말을 격하게 한다. 거친 사람들과 어울리며 영어를 배웠나보다. 비행기 조정에 관심이 많아 비행기를 조정하며 겪는 어려움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한다. 나에게도 비행기를 한번 운전해보란다. 한번 조정을 해보면 중독죌거란다. 그는 말하는 것으로보아 군에서 제법 시간을 지낸 것 같다. 분위기가 좋은 호스텔에 가면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관찰할 수 있어 좋다. 방을 홀로 쓰는 호텔보다 호스텔을 선호하는 이유이다.
오후에는 시내로 내려와 돌아다니면서 감자칩에 요구르트 소스를 듬뿍 뭍힌 먹거리를 사서 아리스토텔레스 광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녀 천천히 먹었다. 여러 사람들이 사먹기에 나도 샀는데 아무래도 바가지를 쓴 것 같다. 콜라 컵 규모의 것인데 3.2 유로를 냈다. 그 바로 옆에 전통 시장에서 소시지를 600그램 샀는데 3유로를 냈는데 뭔가 이상하다. 나에게는 3유로가 큰 돈이 아니지만 그래도 바가지를 썼다는 생각이 드니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그리스는 우리나라의 10년전 모습과 흡사했다.




2019. 4. 27. 13:16



그리스로 가는 배편이 오후 1시인지라 아침 시간을 느긋하게 보냈다. 산책을 하고 숙소 침대에서 뭉기며 티브 채널을 돌렸다.  주인 아저씨가 다반에 아침상을 차려들고 방문을 두드린다. 오늘도 뭔가를 흘렸다. 숙소를 나와 한참 걸어간 후에야 충전기를 두고 온게 생각나 오던 길을 되돌아 갔으며 저녁 때 샤워를 할 때 치솔을 숙소에 두고 왔음을 깨달았다. 집중력이 흐려진 것이다. 쉴 때가 됬다.
그리스의 이구멘치아로 가는데 7시간 반이 걸 렸다. 배를 타는 것은 처음 약간 흥미로울 뿐 비행기 여행과 마찬가지로 금방 지루해 진다. 사람들은 홀 의자에 자리를 차지하고 잠을 청한다. 승객은 많지 않다. 배는 제법 큰데 콘테이너 트럭을 실어 나르는데 주로 이용되는 것 같다. 아시아인은 나 혼자였다.
나는 결국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동안 책을 넣어 온 것을 후회했는데 결국 용도가 있다. 글을 읽는 것이 직업인지라 여행하는 동안은 가급적 안보려 했는데. 오랜만에 글다운 글을 읽으니 반갑기도 하지만 내용이 머리에 잘 안들어 온다. 읽은 곳을 또 읽고 하며 힘겹게 나갔다.  Stephen Pinker 의 Language Instinct 라는 책인데 과거 이 사람의 책을 여러권 읽으면서 감탄했다. 나도 그처럼 통찰력이 있는 글을 쓰고 싶다.  현실은 초라하기에 나에게 화를 내는 것이다.
나의 아버지는 명예를 얻으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으나 무위로 끝내고 돌아갔다. 어머니는 종종 밥만 끓이고 사는 것은 사나마나라고 했다. 나도 별 볼일이 없다. 배에서 뭉기며 내가 앉은 바로 앞 매점에서 일하는 아가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일을 하기 싫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내가 보는 것을 의식했는지 판매대 뒤로 숨는다. 나는 구멍가게에서 멍하니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을 보면 때때로 저 사람의 어머니가 자식이 저러자고 귀한 애를 낳은 것은 아닐텐데 하고 생각한다. 사람이 소중하려면 그에 걸맞는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나의 어머니가 나의 진짜 모습을 보면 실망할 거다. 마지막에는 결국 나를 포기했다.
이구멘차의 호텔에 현지 시각으로 밤 10시에 들어갔다. 시차가 한시간 앞당겨졌다. 이곳은 작은 항구도시이다. 숙소에 짐을 내려 놓고 시내를 잠시 돌았는데 바닷가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곳에 사람들이 북적인다. 이 늦은 시각에 사람들은 무언가를 먹고 마신다. 모두들 최고로 빼 입고 나온 모습이 눈에 띤다. 남성은 정장차림이고 여성은 공들여 멋을 냈다. 젊은이들은 데이트를 하고 중년 가장은 자식들을 거느리고 식사를 한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와 이 늦은 시간에 레스토랑에 앉아 있는게 특이하다. 아이들은 레스토랑 앞에서 뛰며 논다. 그들도 크면 그들 부모 처럼 밤늦은 시간에 아이들을 데리고 길가 레스토랑에서 시간을 보낼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쌍쌍이 레스토랑에 앉아 희롱하며 논다. 좋은 시절이다. 그들을 보며 인생의 낙이 뭘까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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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 26. 12:47



로마에서 아침 9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 가니 차창 밖 풍경이  지금 까지와 완연히 다르다. 멀 리 언덕 위로 집과 마을이 보이고 올리브 밭 포도 밭 풀 밭이 번갈아 가며 계속 된다. 수로가 안보인다. 흙은 바짝 말라 있고 햇빛은 따갑게 내리 쬔다. 물이 귀한 지중해성 기후 지역에 들어섰다. 사막 같이 건조한 곳에 올리브와 포도를 재배하는 것이 신기하다.
남쪽으로 더 내려가니 끝없이 이어진 평지가 펼쳐진다. 길이 곧아서 지평선을 보며 앞으로 간다. 지평선을 계속 쳐다보려니 최면에 빠진 것 마냥 졸려서 한동안 잤다. 깨어 보니 차는 여전히 그대로 달리고 있다. 이태리는 넓고 정 말 다양하다. 로마까지 오는 고속도로에는  콘테이너 트럭이 줄지어 있었는 데. 남으로 갈 수록 점점 줄더니 이제는 자취를 감췄다. 산업이 발달하지 않고 가난하기 때문일 것이다. 차창밖으로 지나치는 집들은 낧고 허름하다.
나는 탁 트인 공간을 무척 좋아한다. 사람이 북적이는 곳에 가면 질식할 것 같아 얼 른 나온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다. 혼자가 낫다. 내 속에 성난 괴물이 앉아 있다.  그것이 머리를 쳐들지 못하도록 억누르지만 그래도 그것은 나의 행동과 사고를 움직이는 주인이다.

언제부터 그 괴물이 내 안에 자라기 시작했는지 어렴풋이 안다. 나는 어머니 말을 잘 듣는 순한 아이였다. 어릴 때 사진을 보면 스르르 웃음이 난다. 초등학교 때 사진을 보면 천진 난만하게 티없이 웃고 있다. 재잘거리며 웃음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중3 때 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반장을 하면서 형편이 어려운 급우들을 보게 됬다. 학교에 안 나오면 선생님이 나보고 걔 집에 가서 보고 오랬다. 지금도 그들의 가난이 떠오른다. 하꼬방 어두컴컴한 방안에 누워 있었다. 그들은 수업시간에 잠만 잤는데 왜그러냐고 물으니 어차피 고등학교에 가지 않는데 공부는 왜 하냐고 했다. 담배를 피고 불로 팔을 지지면서도 나에게는 담배를 피지 말 라고 그랬다.
고등학교에 올 라가서는 정말 힘들었다. 시험을 계속 보는게 힘에 부쳤고 저녁 늦게까지 학교에서 자습을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우열반을 나누고 반에서도 성적순으로 자리를 정했는데 그 경쟁이 힘들었다. 나보다 낮은 성적의 아이들이 얼마나 자존심 상할까 의식하며 상위를 차지한 것에  미안해 했다. 말수가 줄었고 어머니가 나에게 음울한 아익라고 했다. 다시 뒤 돌아보기 싫은 시간이다. 대학에 가서는 교정에 항시 전경이 진을 치고 있고 데모와 최루탄 냄새를 맡으며 억압을 느꼈다. 이영희의 베트남 전쟁을 분석한 글을 읽으며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운 사실이 거짓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나서 주위를 돌아보니 위선과 거짓과 부정의가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이 태연히 아무일도 없는 양 지내는 것이 참을 수없었다. 부정의는 자연에 가까운 상태이고 인간은 제도를 통해 욕심을 제어하면서 발전해왔다는 것을 점차 머리로 이해했지만 가슴속에 도사린 분노는 사라지지 않았다. 나도 그 부정의에 동참하기에 마음이 불편한 것이리라. 영화 대부의 주인공이 머리를 싸매며 괴로워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서 나는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기위해 넓은 공간을 찾는다. 넓게 열린 공간을 보면 환장한다. 물을 만난 물고기 처럼.

7시간을 달려 브린디시란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 이탈리아 반도의 장화 발뒤꿈치에 위치해 있다. 도시외곽에서 버스를 내린후 중심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의아했다. 마치 핵폭탄 맞은 것 마냥 햇빛은 따갑게 내려 쬐는데 거리가 비어 있다. 상점은 모두 셔터를 내렸고 제법 큰 슈퍼마켓은 아직 4시 밖에 안됬는데 문을 닫았다. 바닷가 가까이 도시 중심으로 가니 그제야 사람이 보인다. 그리스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이먼곳에 왔는데 알고보니 이곳은 그리스 로마시대에 건설된 항구도시로 그당시 유적이 남아 있는 관광 도시였다. 지금은 시즌이 아니라 철시한 것이다.
숙소를 어렵게 물어 찾아가니 외따른 골목속에 있는 민박집이다. 현관 문을 열고 어두컴컴한 통로를 지나며누조그만 정원이 나타나고  계단을 올 라가면 또 조그만 정원이 나타난다. 비밀의 공간 같다. 칠십가까이 되보이는 할머니가 안내하는데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 결국 아들을 불러내서 간신히 필요한 몇 마디를 했다. 그녀석의 영어도 신통치 않아 의사소통이 힘들다. 이탈리아에서는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어디를 가던 영어로 물으면 이탈리아 말로 뭐라고 뭐라고 한다. 혼자 쓰는 방은 과분할 정도로 좋았다. 통나무 판자로 사방벽이 둘러치고 천장에 나무 서까래가 드러난 오래된 집이다. 주인 할머니가 쓸고 닦아 깨끗하고 단정하다. 손바닥 만한 정원에는 각양각색의 화초를 가꾸고 있다.
수백년은 됬음직한 집 사이로 난 골목길을 무작정 돌아다녔다. 바닥에는 주먹만한 검은 색 돌이 깔려 있고 희고 넓은 대리석 조각으로 차도를 포장한 특이한 길이다.  가까이에 대리석이 많이 나나보다. 중세 때부터 그랫을 것 같은 길을 해가 뉘엿뉘엿 지는데 한참이나 싸돌아다녔다. 황혼녁에  비스듬이 벽에 비친 주황색 빛이 아름다웠다.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파 어지럼증이 찾아 올 무렵 어느 구석에서 피자집을 발견했다. 부부가 하는 조그만 가게 였는데 주민들이 계속 찾아와 피자를 찾아가고 인사만 건네고 가기도 간다. 피자를 주문했는데 한판에 4.5 유로란다. 토마토 소스와 치즈를 듬뿍 얹고 종이처럼 얇은 프로슈토로 전면을 뒤덮은 피자이다. 약간 짰지만 바삭바삭하고 맛있다. 조그만 홀 탁자에 앉아 부부가 일하는 모습을 보며 천천히 먹었다. 손님이 뜸해진다. 반판을 배부르게 먹고 나머지는 싸왔다. 여러 일이 일어난 하루였다. 오늘 마침내 가지고 다니던 외투를 차에 두고 내렸다. 깨달았을 때는 이미 버스가 떠난후. 인생은 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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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수월하게 진행된다 했더니 신용카드가 결제되지 않아 다음 일정을 예약하지 못하게 됬다. 인테넷으로 무엇을 구입하려면 결제가 항상 문제이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인터넷으로 카드 결제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 구입을 꺼렸다. 근래 한국  사정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새로운 사이트에서 결제하려면 긴장된다.  해외 여행 을 하면서 카드가 잘될 지 확실치 않았는데 결국 문제가 발생했다. 미국에 있는 딸애의 도움으로 어찌하여 급한 불은 껐다. 역시 미국 것은 되는데 한국 것으로는 안된다. 성인이 된 딸애의 도움을 본격적으로 받은게 처음인 것같다. 대견하기도 하지만 가급적 걔의 인생에 내가 간여하지 않으려 한다. 인생은 혼자 개척할 때 묘미가 있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여행하면서 약한 나라 사람의 서러움을 종종 목격한다. 어제 국 경을 통과할 때 내 옆에 앉은 알바니아 여자에게만 세관 경찰이 꼬치꼬치 캐묻고 결 국 여권을 가져가 조회했다. 한국이 부자 나라가 된 것을 해외 여행을 할 때 실감한다. 한국 관광객이 세계 곳곳을 누비기에 이제는 어디서 여권을 보자해도 위축되지 않는다. 태어나는 나라는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 아닌데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선진국 사람들의 위세부리는 모습을 보면 속이 불편하다.
오늘은 버스 출발 시간에 여유가 있어 새벽에 주위를 산책했다. 나는 새로운 곳에 가면 새벽에 호젓이 산보하는 것을 좋아한다. 인적이 드문 거리를 거닐면 힘이 난다. 볼 로냐의 중세 거리를 홀 로 걷는 시간은 참 좋았다.  간밤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청소하는 사람을 간간히 본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가게를 열 려고 준비하는 모습과 일찍 출근하는 사람을 만난다. 나도 서울에 돌아가면 저리 바쁘게 살겠지 생각하니 한가히 돌아다니는 이 시간이 더욱 맛나게 느껴진다. 일생에 자주 오지 않는 기회이다. 요긴하게 써야 할텐데. 모르겠다.
이탈리아로. 들어가면서 조금 긴장한다. 후진국은 질서가 잡혀 있지 않고 뭐가 잘 안된다. 문제를 호소해도 막무가내로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나 달라 인터넷으로 결제가 잘 안되는 것이다. 숙소에도 인터넷이 잘 안되어 애를 먹었다. 문제를 설명해도 그냥 무시한다. 6시간을 타고 로마에 도착했다. 거리가 지저분 하고 주변이 잘 정돈되있지 않고 사람들이 질서를 지키지 않는게 딱 우리나라의 수준이다. 국민소득으로 따지면 이탈리아의 중부지방은 한국과 비슷하다. 이 나라는 남북의 소득 격차가 커서 북부는 서유럽의 부자나라못지 않지만 밑으로 내려갈 수록 사람들이 못사는게 느껴진다. 소득에 따라 사람들의 행태나 도시의 모습이 차이가 난다.
숙소를 나서 로마의 관광지를 돌며 어지러움을 느꼈다. 콜로세움을 마주하고 나도 이곳에 왔구나 하는 생각은 잠시일 뿐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인파 소음 물건파는 사람들의 호객 등 번잡하기 그지 없다. 지금이 관광철이 아닌데도 이러하니 관광시즌에는 지옥이 따로 없을 것이다. 로마에 대한 기억이 어떠냐고 물으면 더위와 소음과 인파속에서 길을 잃고 엄청 헤멨다고 대답할 것이다. 가로에는 안내 지도가 하나도 없어 길을 잃기 쉽상이다. 이 골목을 돌아도 비슷하고 저리로 가봐도 방향을 전혀 못잡겠다. 길을 물어보려 해도 주위가 모두 관광객이고 가게 점원에게 물으면 손사래를 친다. 그래도 친절한 사람의 도움으로 간신히 숙소에 돌아왔다. 인터넷 지도가 있어서 인지 사람들은 길을 묻지 않다. 모두 휴대폰만 들여다 보며 방향을 잡으려 한다. 그런데 내 휴대폰은 먹통 이니 고생한 것은 당 연하다.  숙소에 도착할 무렵에는 완전히 진이 빠졌다.
휴대폰 로밍을 하지 않은데는 이유가 있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길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방향감각이 좋다고 자부하는 것도 있지만 길을 잃고 헤메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흥미있는 모습을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지 사람의 살아가는 모습과 속사정을 보려면 겉으로 보이는 곳을 벗어나야 한다. 길을 잃고 헤매면 우연히 그런 모습을 마주친다. 물 론 엄청 걷는 것이 댓가이다. 과거 내 여행 에서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모두 그렇게 얻어진 것이다. 현지인들이 먹는 허름한 식당 에 들어가고 동네 교회에서 벌어지는 행사에 참석하고 힘들어하거나 권태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갖가지 모습을 마치 동물의 생태를 관찰하듯 들여다 본다. 로마는 어디를 가나 뒷골목까지도 모두 관광지라 금방 나의 흥미를 잃었다. 어쨋든 힘든 하루였다. 여행의 묘미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치는 것이니  어려움도 감수해야 한다. 이것도 경험이다. 우리 인생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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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버스에 맞 추려고 새벽 5시 반에 숙소를 나섰으나 버스는 두시간 늦게 왔다. 아침 찬공기에 모두들 떨고 혹시 버스를 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왔다갔다 한다. . 나는 되는대로 할 심산이기에 느긋하게 주위 사람들을 관찰하며 기다린다. 내옆에 있는 인도에서 온 가족은 금장신구를  온몸에 두루고 있다. 다른편에 앉은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젊은 여인은 담배를 계속 피운다. 스트레스에 싸인 모습이 찌푸려진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스위스에서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로 가는 길은 험했다. 끝도 없이 긴 터널을 여러개 지나고 양 옆으로 깍아지른 절벽사이로 아슬아슬 하게 도로가 나있다. 빙하에 깍여져서 U자형 공간의 바닥을 지난다. 양옆 바위에는 옆으로 줄이 그어 있다. 자연의 힘은 대단하다. 스위스 국경을 지나니 바로 평야가 펼쳐진다. 스위스 사람들은 산속에만 사는 것이다. 7시간을 달려 오후 세시를 넘어서야 볼로냐에 도착했다. 오늘은 버스를 너무 오래 탔다.
숙소를 어렵게 찾았는데 특이하다. 오래된 건물 속에 들어있는 고급 아파트의 한층을 이렇게 싸구려 숙소로 쓰다니. 바닥이 모두 대리석으로 되있고 화장실에는 변기 옆에 비데용 변기가 따로 있고 거실에는 대리석 바가 차려져 있다. 사람들은 그곳에 걸터 앉아 이야기를 한다. 23 유로를 냈다.
볼 로냐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다. 중세시대의 투박한 벽돌 건물이 옛날 그대로 이다. 육중한 건물 사이로 난 습하고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꽤 걸었다. 바닥은 벽돌이나 자갈로 되있으며 이끼가 덮여 있어 미끄럽다. 그 건물 속에 사람이 살고 있다. 내가 묵은 숙소도 외관은 그런 중세 건물이지만 속은 현대식이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골목길을 호젓이 걷고 아무도 없는 거대한 벽돌 건물에 둘러 싸인 공터에 앉아 과거를 상상해보는 것은 새롭다.
그곳에 앉아 문득 왜 이렇게 정신나간 사람 마냥 돌아다니는지 자연 생각이 미쳤다. 외로운 여행자로 아무도 모르게 이 구석에 걸터 앉아서 말이다. 많이 생각해 보았다. 사실 이 여행도 오래전부터 이리하리라고 정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글을 매일 쓰는 것도 여행 첫날 밤에 깨서 잠이오지 않아 시작한 것이다. 답이 없다는 것을 안다. 그냥 살다 가는거란 것을. 한 때  삶이 괴롭고 더이상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는 것이 지겹게 느껴져 바다물에 빠져도 봤다. 그순간 나에게 의지하고 있는 어린 아이가 떠올라 죽을 힘을 다해 헤엄쳐 나왔다. 내가 없으면 걔가 힘들게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
여행하면서 사람들을 보면 힘들게 사는 모습을 본다. 젊은 남녀 커플은 사랑의 열기에 들떠서 연신 서로 쓰다듬고 키스를 하지만 그 옆에는 삶에 지치고 몸이 무거운 노년의 무표정한 얼굴이 있다. 그들도 한 때 젊고 들뜬 시절이 있었으리라. 어머니의 유물을 정리하면서 나의 어머니도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꽃같은 모습의 젊은 시절이. 지금 저럽게 자유분방한 젊은이가 몇십년 후에는 또 저렇게 삶에 지친 모습으로 변하다니 허무하다. 그래서 부처는 출가했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그것도 해답이 아닌 것 같다. 이세상에 있는 한 그 굴레에서 도피할 방법은 없다.
앞을 모르고 걸어간다. 확실한 것은 조만간 죽는다는 사실뿐. 그래서 삶에 두려움은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탈출구가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안다.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간다. 개미나 소가 그렇듯이. 길을 걷다 고급 레스 토랑의 현관에서 죽은 참새를 발견했다. 나는 어릴 때 새가 죽으면 모두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다. 하늘로 올라가는지.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가되고 싶었다. 내가 새라면 갈매기의 꿈에나오는 새 처럼 올라갈 수 있는데 까지 한껏 높이 올라가 보고 싶다. 나는 꿈을 많이 꿨는데 자유스런 해방감보다는 중력을 이기며 추락하지 않으려고 힘겹게 날개를 퍼덕이며 안타까와하다가 깼다. 그러면 그 느낌이 너무나 절실해서 깨서도 한동안 여운이 남아 있다.
나의 삶은 이번 여행과 다르지 않다. 미리 계획한 여정이 없고 정신나간 놈 마냥 그냥 달리기만 한다는 점에서. 과거에 마라톤도 해봤지만 별거 없었다. 섹스는 더더군다나 더 별거 없다. 매일 숙소에 도착하면 다음날의 일정을 잡는다. 이곳 볼로냐는 중세를 맛볼 수있는 독특한 곳이지만 날이 새면 다시 떠날 것이다. 머물러 있고 싶지 않다. 떠돈다고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그래도 한곳에 있는 것틀 참을 수 없어 발걸음을 옭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사는 거겠지. 이제는 나에게 의지하던 아이도 독립해 제 갈길을 가고 있다. 내 삶을 꼭 더 지속해야 할 이유가 없기에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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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여섯시에 버스에 올라 다섯시간을 타고 쮜리히에 도착하다. 스위스 국경 검색을 통과하자 마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좌우로 산이 보이는 계곡 사이로 구불구불 도로가 나있다. 작물을 재배하는 평지는 거의 없고 가파른 경사면을 맨맨하게. 밀고 초지를 조성해놨다. 산 경사면 곳곳에 집이보이고 마을이 있다. 지금까지 달려온 독일에는 좌우로 넓은 평 원이 보이고 숲과 경작지가 번갈 아 지나가고 인가가 전혀 없는 지역이 많았던 것과 사뭇 다르다. 스위스 사람들은 왜 이렇게 힘든 산골에 인구밀도도 높게 살까.
나는 스위스 사람들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 주위 유럽국가들의 끝없는 전쟁속에서 끈 질기게 독립을 지켜 온 것은 놀 랍다. 산골에 살았기에 가능 했을 것이다. 그 댓가는 억척스럽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차창 밖으로 가파른 높은 곳에 밭을 일구고 집을 지은 것을 보면 꼭 저기서 저렇게 자연을 파괴하면서까지 살 아야 하나 생각한다. 인간은 가장 큰 자연 파괴자이다. 스위스 곳곳에서 환경 을 생각한다고  자랑스럽게 밝히는 문구를 보지만 그들이 산골에 빽빽히 사는 것 자체가 엄청난 환경파괴이다.
스위스는 잘사는 나라다. 어딜 가든 깨끗이 정돈되 있고 그림같은 집과 마을과 가로를 만 난다. 어디서 그 돈이 나오는지 생각하게 된다. 스위스는 금융업과 관광업이 주요 산업이다. 첨단 기술 산업도 발 달했긴 하지만. 스위스의 은행은 철저한 비밀주의 원칙을 지켸 세계 전역에서. 검은 돈을 끌어 모았다. 독재자들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큰 돈을 모은 사람들은 이곳에 돈을 예치하고 발뻗고 잔다. 나찌에 의해 죽임을 당한 유태인들이 맡긴 엄청난 액수의 저금을 이들은 조용히 꿀꺽했다. 박정희 대통령 의 부정한 돈도 이곳에 예치되있다고 한다. 가난한 나라 국민들의 피를 짜낸 돈으로 이들은 잘 사는 것이다. 근래에 미국이 스위스 은행에서 돈세탁을 방지하도록 예금을 실명으로 하는 제도를 도입하라고 압력을 넣지만 이들은 발을 끌며 도입을 미루고 있다. 그렇게되면 스위스 은행의 매력은 사라질 것이다. 스위스 사람들은  과거에 주변 나라에서 용병 으로 많이 일했다. 지독한 사람들이다.

어머니는 나에게 정신 똑똑히 차리고 살 라고 말하곤 했다.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로 산다는 말도 입에 달고 살았다. 전쟁통에 북한에서 맨몸으로 내려온 남편을 만 나 전처의 자식들까지 건사하느라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어머니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다. 어머니는 나를 매일 밥상 머리에  앉히고 국민학교 과정 을 모두 가르쳤다. 숙제를 안하면 수련장 을 다풀지 않으면 나가 놀 수 없었다. 내가 공부를 게을리 하면 어머니는 눈물 로 호소하며 나를 정신차리게 했다. 머리가 신통치 않은데도 이만큼 된 것은 순전히 어머니 덕이다.
어머니는 본인이 하지 못한 것을 내가 이루기를 바랐을 것이다. 내가 내 자식에게 바라듯이. 어머니 처럼 고생하지 말 라고. 어머니는 내가 훌륭한 일 을 이루기를 바랬다. 밥만 끌이고 살다 죽는 것은 가치 없다고 하며 열심히 노력해서 큰 뜻을 이루라고 했다. 이렇게 사는 나의 모습을 보며 어머니는 많이 실망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억척같이 살아서 뭐하냐고 속으로 항시 반항했다.
나는 술도 담배도 안하고 스포츠에 관심이 없으며 여자 권력 돈은 나와 무관하다. 명 예는 바랏지만 이루지 못해 마음을 접었다. 나 자신에게 때때로 묻는다. 무슨 재미로 사냐고. 왜 또하루를 더 살아야 하냐고.

끈질기게 악착같이 남의 돈까지 그러모아서 스위스 사람들은 부유하게 산다. 산골에서. 스위스는 이민자의 귀화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이 내머리에 차있기에 스위스의 부유한 거리와 아름다운 집을 보면서 그리 호감이 가지 않는다.
쮜리히의 호숫가에는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곳을 지나 더 걸으면 주민들이 나와 노는 곳을 만난다.  여느 풀밭처럼 사람들은 일광 욕을 즐기고 아이들은 뛰어 놀고 간간히 고기를 구워먹는 모습이 보인다. 물가에 풀밭을 지나 주거지역으로 들어가니 한가롭게 산책하는 노인이 많이 눈에 띤다. 까페에 나와 앉아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쮜리히 호수를 바라보는 집들은 세계 전역에서 은퇴한 부자들이 노후를 보내는 장소로 유명하다. 이들은 한창 때 엄청난 보수를 받는 지위의 사람들이었으리라. 지금은 불안정하게 걷는 그들을 보면서 그리 동정이 가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만 혼자 잘먹고 잘사는 가술에 능한 사람들이다. 나는 그럴 능력도 못되지만 나만 잘먹고 잘 사는데는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뭐하나 뜻있는 일을 이룬 것도 없는데. 그래서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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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 22. 11:34




아침을 느긋하게 먹고 숙소를 나서 하이델베르그 앞산을 올 랐다. 서울에 청계산 만한 높이로 두시간쯤 걸으면 정상 이다. 가는 길에 오래된 교회에서 노래 소리가 흘 러나오기에 들어가보니 성가 연습을 하고 있다. 오늘이 부활절 주일이라 특별히 성가 공 연을 준비하여 리허설 을 하는 것같다. 제단에서는 사제가 예배를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반시간 이상이나 앉아있었다. 예배시간이 가까와 오자 신도들이 하나둘 씩 자리를 채우길레 조용히 빠져나왔다. 어쩌다 교회를 가게되면 음악에 끌 려 가슴이 벅차오르곤 한다. 믿음은  다가오지 않지만 교회는 나에게도 효용이 있다.
 산정상 근처에는 나찌시대에 만든 노천 극장 이 있다. 산 모롱 이를 돌아서니 홀 연히 웅장한 극장 이 나타난다. 산의 경사를 이용해서 만들어서 무대가 저 아래로 내려다 보이고 무대에 서면 앞으로 청중 이 부채꼴 모양으로 펼 쳐진 구조이다. 나찌가 한창 세력을 확장하던 1935년에.만들어져.이곳에서 대규모 청년 선전 집회가 열 렸단다. 해가 내리쬐는 계단 구석 그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방문객을 구경하고 가져온 점심을 먹고 나찌에 대해. 또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다.
히틀러는 젊을때 내성적이고 비사교적인 미술학도였다. 히틀러를 보면 나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사람의 앞날은 모른다. 백인이 유색인을 낮추어보는 것은 지금도 여전하니 그 시대에 유대인을 싫어한 것은 이상할게 없다. 문제는 그러한 감정을 실행 에 옮겨 말살하려. 한것이 특이할 뿐이다. 독일이 전쟁 에 패해 경제가 파탄 났기에 사람들은 히틀러의  민족주의 선동 에 쉽게 혹했다. 지금까지 이웃으로 함께 살던 유대인의 재산을 빼앗고 몰아낸 것은 보통 사람들이다. 대다수의 독일인은 그당시 자신의 삶이 고달프기에 이러한 주위사람들의 만행 에 동조하고 묵인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건 할 수있다. 그당시 독일사람들이 특별히 악했던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속임수를 쓰고  약자를 무시하고 이용해먹는 일은 우리 모두 기회만 허락된다면 언제라도 저지른다. 내가 그러하다는 것을 잘 알기에. 아마 남들도 그럴 것이다. 청문회에 서는 사람들 모두가 그런 것으로 봐서 보통 사람들. 모두가 그러함에 틀 림이 없다. 그시대에 내가 살았다면 아마 나도 그런 동조자의 일원이었으리라.
자신의 죄를 고백하면 신이 용서한다는 교회의 장 치는 유용하다. 사람들은 마음의 짐을 털어내고 싶어한다. 가난한 사람은 크게 나쁜 짓을 하지 않기에 부자보다 천국에 잘갈거라고 하지만 그들은 기회가 많지 않을 뿐 그들 역시일상적으로 소소한 부끄러운 짓을. 많이 할거다. 선진국이란 부정 을 저지를 기회를 차단하는 장치가 잘 갖추어져 사람들에게 좀처럼 그런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회이다. 물 론 힘있는 사람들은 그런 그물망으로 잘 올가매지지 않지만.
 그곳에. 앉아 주위의 독일 사람들을 보며 여러 생각을 했다. 그들 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바로 여기서 흥분에 들떠 나찌에 충성을 맹서하고
 독일 민족을 구원한다는 대의에 감격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리라.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기억 하며 잘 살아가기는 힘들겠지. 하이델베르그 대학은 헤겔이나 막스베버와 같은 대가가 있던 대단한 대학이지만 또 나찌에 동조하는 청년 운동이 활발했던 나찌 민족주의 운동 의 본산이다.
그렇게 잊혀지며 역사는 흘 러가고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난다. 주위에 어린 자녀들과 같이온 가족이 간간이 눈에 띠었다. 그들은 나처럼 계단에 앉아 따뜻한 봄날을 즐기며 싸온 도시락을 까먹고 웃고 떠들다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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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 21. 13:02




아침 나절을 라인강변에서 지내다 오후에 다섯 시간을 달려 하이델베르크 에 도착하다. 버스에서 어린 아이 셋을 데리고 씨름하는 흑인 엄마를 만나다. 위에 애는 다섯살이나 됬을까 막내는 두살이 못되보인다. 문제는 그 막내녀석이다. 안아달라고 계속 보채며 조금이라도 내려 놓으면 무지하게 울어댄다. 운전사가 여러번 그녀에게 아이를 울지 않게  달 래라고 주의를 주고. 이층으로  자리를 옮기라고 강하게 요구해도 그녀는 어찌어찌  버티며 자리를 지킨다. 어디서 탔는지  모르지만 애가 잠든 잠시의 시간을 제외하고 내리 애가 우는 소리를 들으며 지냈다.
버스 여행은 좋은 점이 있다.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좋은 기회다. 좁은 공간에서 긴시간을 함께 있으면 그들이 남에게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차창으로 지나치는 풍광과 때때로 정차를 위해 들르는 도시의 모습을 훑어 보는 것도 매력이고.
중간에 버스안이 한가해져서 이층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그곳은 딴세상이다. 아래층에는 증노년에 아이를 동반한 유색인들이 많은데 위층은 이십대의 백인 젊은이들 천지다. 훨씬 자유롭고 애정 행각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곳이다. 아마 내가 이층 사람들 중 에 가장 나이가 많았을 거다.
 아래층 흑인엄 마는 주위의 눈총과 압력속에서 굴 욕을 삼키며 꾿꾿이 버텼지만 힘든 표정 이 역력하다. 운전수에게  당신은 아이들을. 모른다. 당신도 어린 때가 있지 않았느냐고 항변하지만.

이번 여행 은 사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지난 이년 동안 힘들었던 시간을. 뒤로할 생각에서 감행했다. 치매로 고생하던 어머니와 함께하지 못하고 어머니의 바람을 거슬 려. 모질게 굴은 나의 옹졸함을 후회하며 그간 많은 밤을 뒤척였다. 어머니는 나에게 독특한 방법으로 지혜를 남겨 주었다. 유물을 정리하며 나에게 보여주지 않은 어머니의 일면을 알게 된거나 남긴 돈을 정리하면서 사람들 간에 이익갈등 은 적당히 좋게는  해겴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한단계 깊어지는 순간이다. 그걸 깨닫고 나니 내가 얼 마나 좁게 세상 을 보고 순진하게 살 아왔는지 내가 얼 마나 어리석은지 뼈속으로 절감한다. 그러고나니 세상 사는데 자신감이 조금더 든다.
어머니의 젊을  때. 모습은 여리게 보이는 데 어려운 환경 에서. 우리를  키우느라 강인하였다. 굴욕적인 순간  고민하고 주저하고 안타까워한 시간들이. 얼 마나. 많았을까. 어머니의 기대를 내동댕이친 기억이나 어머니를 배반한 일을. 떠올 리며 안타까와 한다.
그렇게 또한 세대가 지나가는 것이다. 엄 마를 그렇게 고생시키는 그 아이도 그런 사실 을 알 지. 못할. 것이다. 제가 잘났다고 생각하겠지. 내가 그랬던 것 처럼. 어머니가 없는 나는 이제 고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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