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412)
복숭아나무 (1)
미국 사정 (22)
세계의 창 (25)
잡동사니 (26)
과일나무 (285)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412건
2019. 7. 11. 10:53

Leonard Mlodinow. 2008. The Drunkard's Walk: How randomness rules our lives. 219 pages. Vintage Books.

인간은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서 항시 패턴을 찾으려 한다. 패턴을 파악하여 일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할 수 있다면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세상에 모든 일은 패턴, 즉 규칙에 따라 전개된다는 믿음은 결정론적 세계관이다. 과학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세상의 모든 일이 신의 뜻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이러한 세계관에서 사는 사람은 체계적인 관찰을 통해 자연 현상의 규칙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으므로 과학이 발달하지 못했다. 체계적이며 경험적인 관찰이 타당한 탐구 방법으로 수용되면서 자연 현상의 규칙을 발견함과 함께, 세상은 랜덤한 요소, 즉 우연적 혹은 임의적인 요소를 품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확률적인 규칙성을 발견한 것이다. 

이 책은 랜덤, 즉 임의성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확률 이론과 통계학의 발전 과정을 짚어 본 과학사 책이다. 확률론은 수학에서도 가장 기초가 되지만 일반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를 담고 있다. 저자는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사례를 다양하게 인용하면서 확률론을 알기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도박사의 승률 계산에서부터 시작된 확률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복권의 구조, 스포츠의 승률, 증권 가격의 움직임, 재판에서 평가되는 증거의 타당성, 사업 성공의 확률, 측정의 오차, 속성의 분포, 등등. 우리 삶에서 확률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곳이 없으므로 저자는 삶의 거의 전 영역에 걸쳐 확률의 원리를 적용하면서 통찰력을 제공하려고 한다. 

세상의 일은 개인의 능력, 환경적 요인, 랜덤한 요소, 이렇게 세가지가 결합되어 전개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랜덤한 요소를 과소평하하는 반면, 개인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 뮤츄얼 펀드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지난 이십년간 두드러지는 성과를 기록한 회사가 사실은 랜덤한 요소가 작용하여 그렇게 되었음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수년 동안 뛰어난 사업 성과를 낸 회사가 CEO의 특출난 능력 때문이 아니라 랜덤한 요소 때문에 그리 될 수 있음을 입증힌다. 반대의 경우, 즉 수년 동안 부진한 성과를 기록한 회사 또한 CEO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랜덤한 요소 때문에 그리 될 수 있다. 세상일은 랜덤한 요소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지나고 나서 보면 필연인 것 같고 규칙성을 추출해내지만, 그러한 사후적으로 추출한 규칙을 적용하여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를 예측하면 거의 빗나간다.  

우리의 삶에서 우연한 계기 때문에 인생의 진로가 바뀐 경우가 많은 것을 볼 때, 인생사에서 랜덤한 요소의 비중이 적지 않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랜덤한 요소를 거부, 내지 과소평가하는 반면 개인의 통제 가능성을 과대평가 하기 때문에, 일의 진정한 전개 원리를 외곡하여 인식한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학술적인 연구 결과를 동원하여 우리의 현실 인식이 크게 외곡되어 있음을 깨닫게 한다. 

세상사의 전개에서 랜덤한 요소의 비중이 그렇게 크다면 우리가 노력하는 것은 허사가 아닌가 하고 질문할지 모르지만, 저자는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랜덤한 요인 때문에 실패할 수 있고, 랜덤한 요인 때문에 성공할 수있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여러번 시도한다면 결국 자신의 능력에 상응하는 성공의 확률을 실현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은 조금만 더 노력하였다면 거듭된 실패 끝에 성공이 찾아올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게 중도에 중단하여 자신의 능력에 상응하는 확률적인 승률을 실현하지 못한다. 반면 억세게 운 좋은 사람은 단 한번의 시도에서도 자신의 능력에 벗어나는 예외적인 성공을 랜덤한 요인 때문에 거두기도 한다. 개별 사례가 랜덤하게 발생하는 것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지만, 많은 수가 모일 때, 즉 여러번 반복될 때 확률적인 규칙성이 적용되므로, 이는 인간사에 희망을 준다. 여러번 실패한 사람이, 여러번 시도해본 사람이 결국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통찰력을 주는 흥미있는 읽을 거리이다. 

2019. 6. 26. 11:36

Keith Payne. 2017. The Broken Ladder: How inequality affects the way we think, live and die. Penguin Books. 219 pages.

사람들은 불평등을 각자 어떻게 체험할까. 이러한 개인적 체험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저자는 자신이 어릴 때 마음 속에 각인된 불평등에 대한 체험을 토대로 심리학 연구 결과를 엮으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불평등에 대한 기존 논의가 대부분 객관적인 불평등 수준에 집중해 있음에 반해, 이 책은 불평등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감정, 행동, 사고에 촛점을 맞추어 심리학적으로 접근한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성질을 타고난다. 극단적 결핍 수준을 넘어서면, 사람들은 항시 자신과 남을 비교하여 자신의 상대 가치를 평가한다. 이러한 비교는 의식의 수준에서는 물론 무의식 수준에서 항시 작동되는 심리적 기제이다.  사람들은 남과 비교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데, 광고는 이러한 사람들의 성질을 교묘히 이용한다. 자신의 비교 대상은 지리적으로 및 지위 면에서 자신과 근접한 사람들이다. 이들과 자신 간에 격차가 클 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더 많은 위험을 무릅쓰는 행위를 주저하지 않는다. 

동물의 세계에서 삶의 상황이 열악할 때  위험을 무릅쓰는 행위를 감행하면서 진하게 살다가 일찍 죽는데, 이는 진화의 과정에서 종을 유지하기에 유리한 생존 전략이다. 반면 삶의 상황이 양호할 때에는 가급적 위험을 회피하며 긴 안목에서 계획을 세워 일을 추진하며 오래사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 같은 맥락에서 인간 또한 불평등이 높은 사회일수록 최상위를 제외한 모두가 상대적으로 상황이 열악한 상황에서 삶을 영위해야 함으로 위험을 회피하지 않고 미래를 고려하기 보다는 현재의 만족을 우선시하는 충동적인 삶을 선택하게 된다.  

미국 내에서 지역간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비교하던 혹은 미국과 북유럽 사회를 비교하건 유사한 결과를 얻는다. 불평등이 높은 지역이나 나라일수록 삶이 긴장되고, 사람들은 위험을 회피하지 않으며, 단기적 시간 계획으로 살아간다. 그 결과는 미국이 다른 선진국보다 폭력적이며, 범죄율이 높으며, 건강 수준과 평균 수명이 낮으며, 갈등이 심하다. 또한 불평등이 클수록 사람들은 종교에 몰입하며, 음모론과 같은 비합리적인 주장에 동조한다. 반면, 불평등이 낮을수록 사람들은 합리적이고 세속적이며 정치적으로 중도적인 성향이 강하다. 불평등한 보상은 사람들로 하여금 열심히 일하게 하는 자극제가 되지만, 현재의 불평등 수준은 이러한 긍정적인 수준을 훨씬 넘어서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불평등한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를 제시한다. 남과 비교하려 하기 보다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훈련을 하면, 상대적 비교가 낳는 비참한 느낌을 완화할 수있다고 조언한다. 이 책은 어떻게 불평등을 줄일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불평등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 건조한 반면,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함께 심리학 실험과 연구 결과를 동원하여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흥미롭다. 

2019. 6. 19. 13:36

Michael Marmot. 2004. The Status Syndrome: How social standing affects our health and longevity. Henry Holt & Co. 271 pages.

가난한 사람이 부자보다 건강 수준이 안좋다거나 수명이 짧다는 사실은 가끔씩 신문에 보도된다. 사실 사람들은 주변 경험으로부터 이를 잘 알고 있지만 이러한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되면 마음이 불편하다. 수명의 차이는 인간의 도덕성에 위배되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은 사람들간 건강 불평등이라는 주제와 관련된 논의에서 가장 기본이 된다.  이 책은 저자가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하여 최근까지 반세기 동안 계속하여 진행한 연구인  '화이트홀 연구'(Whitehall study)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화이트홀'이란 영국 런던에 정부 청사가 밀집한 지역의 이름인데, 정부 관료를 대상으로 왜 건강 수준이 직급에 따라 차이가 나는지 밝히는 것이 이 연구의 핵심이다. 

생존을 위한 기본적 욕구를 충족할 수없을 정도로 결핍한 상태라면 물질적 수준이 향상되면 건강 수준이 향상된다. 그러나 기본적 욕구가 충족된 단계를 넘어서 사람들의 건강 수준에 차이가 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유전자의 차이나 음식이나 생활습관의 차이를 원인으로 흔히 거론하는데, 저자는 조직에서 차지하는 지위에 따라 건강 수준에 차이가 나는 현상에 주목한다. 하위 집단은 바로 위의 상급 집단보다 건강 수준이 낮으며, 중간 지위 집단은 그보다 바로 상위의 집단보다 건강 수준이 낮으며 일찍 죽는다. 즉 위계 조직에서 상대 지위에 따라 건강 수준과 수명이 정확히 비례관계이다. 일반적으로 건강 수준이나 수명을 따질 때에는 건강이 안좋은 사람과 오래 사는 사람, 즉 건강 수준에서 양극단의 사례를 거론하는데, 저자는 그 중간에 있는 사람들, 즉 위계적 조직이나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영국 정부의 관료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물질적인 기본 욕구는 모두 충족했다.  그에 따르면 위계 내에서의 상대적 지위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이다.  상대적 지위가 낮을 수록 일의 자율성 및 결정에 참여하는 정도는 떨어지는 반면, 지위가 올라갈수록 자율성과 참여 정도는 높아진다.  명령에 따라 수동적으로 단순한 일을 반복하는 것은 사람의 정신을 피폐하게 하여 건강을 해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이에 더하여 자율성과 참여의 정도에 따라 건강이 영향을 받는 관계가 단순히 최하위 노동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계층의 관료에게 해당된다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인간은 사회생활을 하는 이상 위계적 관계 속에서 살아야 한다. 직접 명령을 받지 않더라도 자신의 삶을 자신이 조정할 수있는 정도는 사회적 지위에 좌우된다. 지위가 높을수록 자신의 삶과 주변을 자신의 의지 대로 조정할 수있는 능력이 커지는 반면, 지위가 낮을 수록 자신의 삶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힘에 의해 휘둘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회의 불평등 정도가 높을 수록, 조직의 위계적 성격이 뚜렷할수록 지위에 따라 건강이 좌우되는 정도도 커진다. 북유럽 국가들이 그들보다 소득이 높은 미국보다 건강수준이 높은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 책은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건강 수준의 차이에 대해 체계적인 설명을 제시한 책이므로 아무리 일반 독자에게 다가가도록 쉽게 썼다고 해도 평이하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러나 저자가 자신의 평생의 연구 결과 얻은 핵심을 일반인에게 전달하겠다는, 그래서 사회 변화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겠다는 사명감이 느껴진다. 건강 수준의 격차에 관한 다양한 사례와 다양한 이론과 연구 결과를 풍부하게 소개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한걸음씩 펼쳐가는 노력이 엿보인다. 저자가 젊은 연구자였을 때 화이트홀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접한 뜻밖에 발견이 그의 이후의 일생을 결정하게 되었다는 말이 다가온다. 마치 퀴리부인이 우연히 방사능을 발견한 것이 그녀의 이후의 일생을 결정했던 사례가 사회과학에서도 가능한 것이다.       

'과일나무 > 사과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연이 지배하는 삶  (0) 2019.07.11
불평등은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0) 2019.06.26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  (0) 2019.06.16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0) 2019.06.16
북유럽 사회를 들여다보다  (0) 2019.06.05
2019. 6. 16. 22:17

Philip E. Tetlock and Dan Gardner. 2015. Superforcasting: the art and science of prediction. Crown Publishers. 285 pages. 

심리학자인 저자가 수 년동안 진행한 연구 성과를 요약한 책이다. 그가 주도한 연구 프로젝트는 일 군의 일반 사람들에게 가까운 미래에 특정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구체적 확률치로 예측하도록 하여, 이 가능성 예측 게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있었는가를 분석한다. 미래 예측 게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람들이 사용한 방법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다양한 출처의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조사하며, 자신이 예측이 실패하였을 때 그 원인을 면밀히 검토하여 자신의 분석 방법을 점진적으로 개량하며, 직관에 의지하기보다는 객관적 사실에 의지하여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을 면밀히 비교한다.  사람들은 다양한 요인에 대해 복잡하게 계산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싫어한다. 반면 예측의 달인은 끈질기게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검토하고 비교 분석하고, 자신의 판단을 재검토하여 개선해 나간다. 이는 소위 전문가라 하는 사람들이 사실에 입각하여 자신의 견해를 수정하려하지 않는 독단적 태도와 대조된다. 소위 전문가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예측과 어긋나는 사실이 나타나도 자신의 견해를 애매한 표현으로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문제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하려 하지 않으며, 다양한 관련 자료를 모으는 노력을 거부하며, 자신의 판단을 재검토하고 오류로부터 배우는 것을 싫어한다. 요컨대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을 싫어한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사람들의 성향이 엉터리 예측을 반복하는 이유라고 진단한다. 이러한 사람들의 성향에 대한 그의 지적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다니엘 칸네만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저자는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훈련을 통해 점진적으로 향상될 수있는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학문적인 연구의 성과를 배경으로 쓴 책 답게 논의가 체계적이며 메시지가 분명하다. 그가 언급한 것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을 지적하자면, 우연을 인정하는 태도에 관한 언급이다. 세상의 일들은 다양한 가능성 중에서 하나가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어떤 일이 왜 그렇게 전개되었는가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여러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가 발생한 것은 우연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우연이 거듭되면서 여러 일이 여러 일을 낳은 것이므로, 미래란 기본적으로 불확실하다. 예측을 할 수있는 사안을 예측해야 하며, 예측을 할 수없는 사안을 예측하려고 하는 것은 허사이다.  분명한 것은 현재에서 먼 미래일수록 예측은 허사라는 사실이다. 예컨대 5년 내의 예측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으나, 10년 후의 예측은 전혀 가능하지 않다.  이 책에는 근래에 발생한 정치 경제 사례를 풍부하게 들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므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2019. 6. 16. 10:42

Kwame Anthony Appiah. 2018. The Lies Than Bind: Rethinking Identity, creed, country, color, class, culture. Liveright publishing co. 219 pages.

저자는 영국 출신의 철학자로 미국의 뉴욕대 교수로 있다. 이 책은 그가 BBC 라디오 강좌를 위해 쓴 원고를 보완한 것이다. 일반 독자를 상대하므로 전문용어나 이론적 논의를 최소화 하면서 정체성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가나 출신의 아버지와 영국의 전통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하여 영국에서 성장하면서 정체성의 어려움을 겪었다. 사람들의 정체성, 즉 '그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그리 간단히 답할 수없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사람들은 정체성을 본질적 특성의 반영으로 생각하지만 실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성, 종교, 민족, 인종, 계급, 문화 등 이 모든 정체성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다. 이 책의 제목  '사람들을 묶어주는 거짓말' 은 바로 이러한 사람들이 정체성에 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잘 못된 것일뿐 아니라 해악적인 요소를 포함한다는 그의 주장을 반영한다. 

첫번째 장에서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 정체성을 예로 하여 이것이 본질적(essential) 특성의 반영인지 사회에 의해 만들어진(construct) 것인지에 관한 이론적 논의를 소개한다. 사람들은 구분되는 범주에 대해 이름을 붙이며 이 이름은 본질적인 무엇을 지칭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남성은 여성과 본질적으로 구분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적인 성(gender)을 구분해야 한다.  사람들이 남성 여성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의 대부분은 '성 역할'이라 지칭하는 사회적 성에 해당한다. 사회적 성 정체성은 인간의 생물학적 본질을 지칭하기보다 사회가 만들어 낸 것으로 사회에 따라 다양하다. 인종 또한 사회가 만들어 낸 것이다. 백인과 흑인의 구분은 생물학적 측면에서 피부색의 차이를 반영하지만, 그 핵심은 서구의 세계 지배의 산물이다.  흑인을 백인보다 열등한 종으로 인식하고 흑인을 노예로 지배한 역사를 통해 인종은 서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정체성 항목이 되었다.  

종교적 정체성은 인종과 엮여 있다. 역사적으로 기독교도라는 정체성은 백인이라는 정체성과 함께 하며 서구 문명의 핵심이다. 민족 구분은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지 여부가 핵심이지만, 서구에서도 19세기에야 비로서 형성된 구분이다. 그 전에는 한 나라에 다양한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함께 살았으며, 언어의 구분 또한 애매하다. 따라서 민족은 매우 자의적인 구분이다. 가족이나 소규모의 부족 혹은 마을을 넘어선 큰 집단, 즉 서로 대면할 일이 없는 큰 집단을 하나의 민족이라는 단일 정체성 집단으로 만든 것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정치적 과정의 소산이다. 계급은 경제적 자산의 다과에 따라 만들어진 범주인데 과거에는 귀족, 지주, 평민 이라는 신분으로 구분되었으며, 근대로 오면서는 교육 수준, 소득, 직업 으로 구성되는 사회경제적 지위로 대표된다. 사회경제적 지위는 지위 집단간 뚜렷이 구분되는 경계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중시하는 경계 구분은 여전히 존재한다. 예컨대 대학을 졸업했는지, 몸을 쓰지 않는 사무직에 종사하는지, 등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나 사고방식이 구분된다.  아무리 개인의 성취를 중시하는 업적주의 사회가 도래한다고 해도 능력이나 업적 자체가 세대간에 세습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특정 계급 집단의 정체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책은 교과서적 사실을 다양한 예를 들어 알기 쉽게 풀어 쓴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정체성에 대해 일반적인 지식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하게 된다. 대립되는 논쟁을 소개하거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므로 평이하게 읽을 수 있다. 그것이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2019. 6. 5. 21:51

Michael Booth. 2014. The Almost Nearly Perfect People. New York: Picador. 374 pages

이 책의 저자는 영국에서 성장하여 덴마크 부인을 만나 그곳에서 오랜동안 살면서 그곳 사람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을 웬만큼 이해하였다. 그 바탕위에 모든 세계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주제인 "북유럽 사회는 어떻게 그렇게 모범적인가?" 하는 질문을 다각적으로 천착한다. 덴마크에서 시작하여, 아이슬랜드, 핀란드, 스웨덴으로 나아가면서 각각의 나라에 대해 서술한다. 북유럽 사회를 오랫동안 관찰하고 글을 써온 기자의 통찰력과 풍부한 유머가 녹아있어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물론 영미 사정에 능통하지 않은 필자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고유명사와 구절이 많지만. 

저자는 북유럽 사회야 말로 지금까지 인류가 건설한 사회 중 가장 완벽하다고 인정한다. 완벽한 사회는 어떤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높은 신뢰, 사회적 통합, 경제적 평등, 성평등, 합리주의, 겸손, 잘 균형잡힌 정치경제 시스템, 높은 삶의 질이 저자가 칭송하는 북유럽 사회의 공통된 특징이다. 북유럽 국가 사람들은 풍요롭고, 안정되고, 합리적이고, 평등하고, 부당한 경우를 당하지 않는 삶을 살며, 그 들은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말 합리적으로 방안을 찾아 조정하고 실천해 왔다. 그야말로 모범적인 사회와 사람들이 아닌가? 그들은 이러한 자신의 사회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각자가 자신의 의무를 지고 필요한 희생과 타협을 회피하지 않는다.  북유럽과 비교할 때 미국이나 영국의 불평등하고 엉망인 모습은 뚜렷이 대조된다. 

어떻게 북유럽 사람들은 이러한 사회를 건설할 수있었을까? 그는 여러가지로 원인을 분석한다. 봉건제가 발달하지 않았으며, 오래전부터 상대적으로 평등한 사회였다는 역사적 배경, 사람이 살아가기 힘든 자연환경은 불평등을 억제하며 협동을 장려한다는 점, 오랫동안 인종 민족적으로 동질적이었으므로 사람들 사이에 신뢰와 이해의 정도가 깊다는 점, 헌신적이며 유능한 정치 지도자가 계속 나타났다는 점 등을 원인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북유럽 사회의 강점을 인정하면서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님을 곳곳에서 언급한다. 현재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두가지이다.  첫째는 매우 이질적인 배경의 이민자가 늘면서 본토인과의 통합에 어려움이 크며, 이들 사이에 격차가 크기 때문에 북유럽 사회의 근간인 사람들의 동질성과 신뢰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근래에 이민을 반대하는 극우 집단이 세력을 확장해가는 것은 우려할만하다. 둘째는 출산율이 낮고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복지사회의 재정적 미래가 위협에 처해 있다. 덴마크는 가계의 빚이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높으며, 스웨덴은 1990년대 경제위기 때 복지제도를 과감히 축소하였음에도 복지재정 부담이 높다. 이미 개인의 조세 부담율이 50%에 달하여 더 이상 높일 여지가 없으므로 앞으로 복지재정이 불안해 질 수있다.  

저자는 북유럽 사회가 안정되고 신뢰수준이 높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규율에 순응하는 북유럽 사람들의 삶은 따분하고 역동성이 부족하다고 꼬집는다.  맞는 말이기는 하다. 개발도상국이나 심지어 미국 만해도 언제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르지 않는가?  그렇지만 세대간 지위 이동의 가능성은 북유럽 사회가 미국을 포함한 다른 어느 나라보다 높다. 북유럽에서도 여전히 부모를 잘 만나야 성공 가능성이 높지만, 그 정도가 다른 사회보다 훨씬 덜하다.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말만 요란할 뿐 세대한 지위이동은 상대적으로 낮다. 또한 북유럽 사회는 미국을 포함한 다른 어떤 사회보다 개인의 다양성과 선택의 자유를 존중한다.  종교의 자유, 성의 자유, 낙태의 자유, 전통의 구속으로부터의 자유, 심지어 가족 배경으로부터의 자유, 등 모든 면에서 북유럽은 개인을 가장 존중하는 나라이다.   

저자는 북유럽의 미래를 낙관하며 끝맺는다.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유럽 사회는 여전히 인류가 건설한 가장 완벽한 사회이며, 현재 당면한 문제는 지금까지 그들이 문제를 해결한 과정을 고려할 때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전에 스웨덴의 연구소에서 지낼 때, 그들과 이야기하며 느꼈던 그들의 자신의 사회에 대한 자긍심을 떠올렸다. 우리 나라의 신문에는 늘상 정치인의 소아적이며 얄팍한 술수가 판치고, 미국에는 트럼프라는 어리석은 사람이 분탕질을 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북유럽이 계속 앞서 나가서 세계인의 등대가 되기를 기원한다.  흥미있게 그러면서도 진지하게 읽었다.     

    

   

2019. 5. 18. 22:24

Jonah Lehrer. 2009. How We Decide. Houghton Mifflin Harcourt. 265 Pages

사람들이 어떤 것에 대해 결정하기란 어렵다. 특히 문제가 복잡해 질 수록 결정하기가 어렵다. 선택지가 많거나 관련되어 고려해야할 변수들이 많을 수록 어려워진다. 당면 문제에 대해 이성적으로 많이 생각할수록 현명한 결정을 내린다는 주장이 과거에는 지배했다. 플라톤이나 칸트와 같은 이성주의자들의 견해가 그것이다. 그러나 장고끝에 악수둔다는 격언이 있지 않은가? 저자는 과거의 철학자들이 이성을 우선시하고 감정을 비이성적인 것으로 치부한 전통에 반기를 든다. 근래에 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에서 인간의 행위에서 이성보다 감정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을 옹호한다.

저자는 그 분야에 오랜 훈련을 쌓은 전문가들의 경우 많은 변수가 연관된 복잡한 문제를 대했을 때 이성보다는 느낌 혹은 직관이 더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오래도록 경험을 축적했을 때, 그들이 문제를 접하여 받는 느낌이란 다름 아니라 복잡한 정보를 처리한 결과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성은 동시에 다양한 정보를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문제가 복잡해질 경우 처리 능력에 제한에 부닥쳐 오류를 만들어 내는 부실한 컴퓨터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의 감정은 오랜 경험과 지식이 축적된 고도의 컴퓨터이기 때문에 이성의 정보처리 한계를 뛰어 넘을 수있다. 우리의 감정이 이렇게 고도의 정보처리 컴퓨터가 된 것은 진화의 산물이다. 감정은 우리의 생존에 근접한 문제일수록 더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을 발휘하도록 진화의 과정을 통해 발달해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감정이 항상 올바른 결정으로 유도하지는 않는다. 문제가 복잡하지 않을수록 이성적으로 따지는 것이 효과적이며, 과거에 접해보지 않은 새로운 문제일수록 이성적으로 깊이 파고드는 것이 창의적인 접근방법을 찾아내는 데 효율적이다.  반면 문제가 복잡해 질수록 전문가의 느낌이나 직관이 큰 통찰력을 발휘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문가의 오랜 경험과 축적된 지혜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은 자신이 범한 오류를 반추하여 개선할 점을 생각해 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지혜를 축적하게 된다. 저자는 오류를 분석하여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생각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인간을 동물보다 앞서게 하는 비결이다. 

이 책의 장점은 무수한 예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쉽게 이해할 수있도록 제시하는 것이다. 엄청나게 다양한 예가 나오는데 이러한 예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친숙한 것들이다. 이 책에서 거론되는 대표적인 예로는 비행기 조종사의 결정, 풋볼 선수가 필드에서 벌이는 결정, 포커 선수가 포커판에서 전개하는 결정, 일반 사람들이 마트에서 쇼핑할 때 하는 결정, 자동차나 집을 구입하는 결정, 화재현장에서 소방관의 결정, 등이다. 이러한 예들은 거의 모두가 학술적인 연구결과와 함께 엮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최근의 심리학, 신경과학, 행동경제학의 연구 결과를 종횡무진하게 인용한다.  

근래에 연구의 조류가 감정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는 것은 흥미롭다. 사실 감정이란 이성과 달리 그 과정을 분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신경과학과 진화론을 결합하여 인간의 감정도 이성 못지 않게 충분히 효과적이고 유력한 문제해결 능력을 품고 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것이 이 책의 묘미이다. 그러나 무모한 감정적인 대처는 그야말로 무모함일 뿐이다. 오랜 경험과 반추를 통해 쌓여서 만들어진 능력은 감정의 영역일까 이성의 영역일까? 이 책은 이성과 감정을 양분하는 지적 전통은 틀렸다고 말한다.   

저자의 직업이 과학 기자라는 점이 백퍼센트 발휘된 결과물이다. 그 많은 연구들을 들여다보고 주변의 예들을 수집한 저자의 부지런함에 놀라지 않을 수없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한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흥미있는 한편으로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2019. 5. 7. 16:27


어제는 힘든 하루였다. 하노버를 아침 7시에 떠나는 버스에 맞추어 일찍 터미널에 나갔으나 버스는 80분이나 연착했다. 버스에 타서도 고속도로가 막혀 오후 2시가 넘어서야 네덜란드의 그로닝엔에 도착했다. 고속도로가 긴 구간에 걸쳐 한 방향을 막고 전면 재포장공사를 하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중간에 휴게소에서 45분이나 쉬었는데 운전사가 자신이 오늘 아침 6부터 운전을 했기 때문에 이제 쉬어야 한다고 하면서 휴게소로 들어갔다. 도중에 회사와 전화를 하여 다음 교대자와 연락을 취하는 것 같은데 차가 막혀 교대자가 있는 도시까지 갈래면 아직 멀었던 것이다. 승객들은 아무도 군소리를 하지 않고 차에서 얌전히 기다린다. 숙소에 빨리 가도 특별히 할일은 없었으나 여행이 막바지로 다가가면서 몸과 마음이 지친 것 같다. 허리가 뒤틀리고  차창 밖의 풍경이 마음에 다가오지 않는다.
앞으로도 가야할 여정이 많이 남았다면 그리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예전에 한동안 마라톤을 뛴 일이 있다. 21킬로의 하프 마라톤을 여러해 동안 봄가을로 대회에 참가하여 뛰었는데 마지막 몇킬로가 무척 힘들었다. 반환점을 돌 때까지는 중도에 포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뛰고 일단 반환점을 돌면 뛰는만큼 종착점에 가까워지는 것에 힘을 얻어 뛴다. 그런데 종착점이 이삼킬로 앞으로 다가오면 이제 얼마 안남았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어져서인지 무척 힘들다. 그야말로 마지막 피를 짜내는 기분으로 어찌어찌 하여 끝낸다. 마라톤을 뛸 때마다 출발선에 서면 매번 끝까지 뛸수 있을지 불확실하여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로닝겐 숙소에 도착해서는 마음이 푸근해졌다. 이제 길을 헤메는 일은 끝났다. 이곳에서 이틀 밤을 묵으며 책을 읽고 산보를 하며 슬슬 지내다 버스로 두시간 거리에 있는 암스텔담 공항으로 출국하면 된다. 다행히 이곳 숙소는 편안한 분위기이다. 오래전에 문을 닫은 것같은 공장 마당에 콘테이너를 들여와 숙소로 개조했다. 숙소가 세개의 콘테이너이고 콘테이너 두개를 마주 이어 붙인 것이 거실겸 부엌이다. 이외 화장실겸 샤워를 하는 콘테이너 하나와 창고와 주인이 잠을 자는 콘테이너가 따로 있다. 주인은 30살쯤 되보이는 젊은 여성인데 이곳을 끔찍히 아끼는 것같다. 내가 묶은 콘테이너 안에도 액자와 작은 화분이 여러개 있다. 저녁 9시가 넘어서까지 거실에서 책을 읽었는데 그녀의 남자 친구가 찾아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한다. 그가 가고 나서는 라디오를 듣고 뜨게질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아침에 눈을 떠서는 이곳에 바로 인접한 공원에 갔다. 입에 김이 서리고 손이 시리지만 견딜만하다. 공원은 꽤 넓었다. 간간이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을 마주칠 뿐이다.  이 나라가 물을 잘 관리한다는 사실은 공원에서도 보인다. 사방으로 좁은 실개천과 연못이 있다. 연못위로 아침햇살을 받으며 물안개가 피어. 오른다. 한참을 걸어 들어가니 사슴 수십마리를 기르는 곳이 보인다. 야생 닭 비슷한 것도 함께 있는데 사슴과 닭이 함께 지내는 데 문제가 없다. 공원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살리려고 노력하여 쓰러진 나무에서 이끼가 자라고 수풀이 우거져 있었지만 세심하게 관리한 흔적이 엿보인다. 길이 질척이는 곳은 두꺼운 철판을 깔아 다니기 편하게 해 놓았고 길과 실개천이 만나는 곳곳에 콘크리트로 납작한 원기둥 모양의 징검다리를 놨다.
인생에는 답이 없다. 열심히 일하고 힘들면 쉬고 일상에 지치면 기분전환삼아 여행을 하며 원기를 회복하면 다시 일에 몰두하는거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뒷정리를 하며 마음이 지치고 힘들었다. 아이가 독립하여 떠나고 허전한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 다시 일에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은 불확실한 미래를 직시하며 열심히 살아야 한다. 슬슬 사는 것은 없다. 죽거나 까무러치거나 하는 마음으로 정신 똑똑이 차리고 살라는 어머니의 말이 들려온다.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 모임에 참여할 분을 찾습니다.  (0) 2023.02.02
책 읽는 즐거움  (0) 2020.02.19
독일 사람들  (0) 2019.05.06
인생의 갈림길  (0) 2019.05.05
스마트 폰의 힘은 대단하다  (0) 2019.05.04
2019. 5. 6. 23:13


그예 버스를 놓쳤다. 아침 10시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에 삼십분이나 전에 나갔고 내가 타야 할 버스를 바로 눈 앞에서 빤히 바라보았음에도 그 버스가 출발하고 정류장에 사람들이 다 빠진 후에야 그 버스가 내가 타야 할 버스였음을 깨달았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니 여러 요인이 겹쳤다. 간이 버스 터미날이라 안내가 부실한 점, 버스 전면에 보통 주요 중간 경유지를 디지털로 안내하는데 이 버스는 최종 도착지만 프린트로 붙여 놨다는 점, 운전사가 사람들에게 빠른 독일어로 중간 경유지를 외치는데 나는 전혀 알아 듣지 못한 점, 내 주변에 아랍어를 하는 흑인 청년 세명이 어찌나 큰소리로 이야기하며 법썩을 떨든지 주의가 분산된 것 이다. 그들 중 한명은 버스에 몰래 탑승하였으며 어떻게. 운전사가 알았는지 버스가 출발한 후에 다시 돌아와 그를 내려놓았다.
 
무엇보다 나의 선입견이 작용하여  똑바로 인식하는 것을 막았다. 나는 하노버로 가려고 하는데 버스는 뒤셀도르프가 행선지로 표기되어 있었다. 내 머리 속에서 뒤셀도르프는 드레스덴의 서쪽에 있고 하노버는 북쪽에 있기 때문에 버스티켓에 뒤셀도르프 행이라고 표기되어 있고 그것을 확인했음에도 잊어 먹었다. 버스를 놓치고 버스 회사의 사무실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그 버스가 하노버를 지나 뒤셀도르프로 돌아가는 것이 맞단다. 버스 팃켓을 환불하고 두시간 뒤에 출발하는 버스 표를 새로 샀다. 이 Flixbus는 출발시간에 가까울수록 또 자리가 찰수록 가격이 올라간다. 창구에서 구입하면 구입수수료를 3 유로 추가로 내야 한다. 독일회사 답게 무섭게 효율적으로 운영한다. 원래  버스표를 34 유로에 샀는데 추가로 20 유로를 더 내고서야 다음 버스표를 살 수있었다. 계원은 나의 사정을 듣고 동정을 표했지만 원칙대로 철저히 처리한다. 12시에 파리를 향해 출발하는 버스를 이번에는 제대로 타고 하노버에 6시가 넘어 내렸다.
하노버는 북부의 상업 도시인데 독일의 주요 도시들이 다 그렇듯 도심의 건물이 모두 현대식이다. 2차 대전에 공습으로 완전히 파괴되어 새로 건설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옛모습을 보이는 건물도 있는데 이는 전후에 복구하면서 옛 건물의 외관을 살려 재생한 때문이다. 독일은 방문할 때마다 감탄한다. 가로가 잘 정돈되어 있고 조그만 것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효률적으로 마련해 놓았다. 사람들은 규칙을 잘지키며 성실하게 자기의 책임을 다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엉뚱하게 사기를 치려 하지 않으며 서로간에 신뢰도가 높다. 국토가 넓어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물가가 싸고 공간이 넓고 녹지가 많다. 이런 조건이 모두 만족되니 풍요롭고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다. 대학 등록금은 무료이고 어느 도시를 가던 균등하게 삶의 질이 높다. 서구의 나라들 중 가장 살기 좋은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 독일을 꼽겠다. 북구의 나라들도 독일과 유사한 분위기이나 그곳은 겨울이 길고 춥고 낮이 짧아 삶이 힘들다. 영국은 계급차이가 두드러져 마음이 편치 않다. 노동계층을 향한 중류층의 젠체하는 모습과 그들을 향한 노동계층의 적의와 자조적 태도는 지켜보는 나를 씁슬하게. 만든다. 우리 사회는 그렇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마져. 든다. 프랑스는 오래 살아보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감정적이며 합리성이 떨어져 독일만큼 풍요롭지 않고 가난한 사람이 많이 보인다. 미국은 개인의 자유를 다른 사회보다 지나치게 강조해서 부작용이 심각하다. 빈부의 차가 심하고 인종주의가 강하여 백인 중산층이 아닌 다른 모든 사람은 힘들게 살아야 한다.
독일 사회를 볼 때마다 감탄하지만 오늘 경험했듯이 이 사람들은 원칙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외부인인 나에게 냉담한 인상을 풍긴다.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한국과 같이 사람들이 감정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고 엉터리로 두리뭉수리 넘어가려고 하고 눈뜨고 코베일 까봐 조심해야 하는 사회와 독일은 정반대이다. 이사람들도 코너에 몰릴 때는 극단적인 행위도 한다. 유태인을 말살하려 했으니 말이다. 미국의 백인들처럼 인종주의가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아리안 민족의 우수성에 대한 자부심은 이들의 심성 밑에 깔려 있다. 그들에게 무엇을 물어보면 친절하기는 하지만 나를 내려다보는 듯한 인상을 받아 그리 마음이 편치 않다. 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우월의식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숙소를 어렵게 찾아가니 이곳은 여행자를 위한 호스텔이라기보다 싸구려의 외국인 노동자 숙소이다. 공용 공간이 전혀 없이 침대만 여러개 있는 방과 공동 화장실겸 샤워실이 전부이다. 방에서도 사람들이 서로 인사하거나 말을 섞는 법이 없다. 큰 트렁크가 침대마다 옆에 놓여 있고 옷가지와 잡다한 물건들이 주변에 흩뜨러져 있는 수가 이들은 여행하며 잠시 머무는 사람이 아니라 집을 떠나 이곳에서 일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중에 한국인 청년도 있었다. 한국을 떠난지 일년 반쯤됬다고 하는데 그 동안 어학원에서 독일어를 배웠으며 내일 중요한 취업 면접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전기 계통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도 이곳에 있는 다른 사람과 같은 행색이다. 별로 예의를 갖출 생각을 않고 방에서 빤스 바람으로 지내며 큰 소리로 전화를 오래 한다. 동구에서 온 다른 사람도 그의 아내와 이야기하는 것인지 큰 소리로 전화를 한시간 이상이나 해서 내가 나가서 하던지 혹은 목소리를 낮추어 달라고 조심스레 이야기했더니 나보러 나가라고 하며 화를 낸다. 힘들게 사는 사람이구나 치부하고 더이상 괘념하지. 않았다. 삶이 힘들면 예의를 갖추는 것은 사치이다. 독일 사람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규칙을 잘지키고 자신의 주어진 역할을 성실히 한다면 어느 사회나 이렇게 될텐데 하고 생각하며 다시금 부러워했다. 독일은 내 마음속에 진정한 선진국이다.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읽는 즐거움  (0) 2020.02.19
마지막 일 마일이 힘들다  (0) 2019.05.07
인생의 갈림길  (0) 2019.05.05
스마트 폰의 힘은 대단하다  (0) 2019.05.04
나도 술을 마실 수 있다면  (0) 2019.05.03
2019. 5. 5. 13:28


아침 8시 좀 넘어 버스에 올라 3시 경에 독일 드레스덴에 도착하다. 중간에 프라하에서 버스를 갈아타느라 한시간을 기다렸다. 프라하는 몇년 전에 방문했는데 사방에 건물이 올라가고 활기차다. 체코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대부분의 구간에서 포장공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동유럽이 빠르게 발전하는 것을 실감했다. 
오늘 아침에 하마터면 버스를 놓칠 뻔했다. 아침 산책을 하다보니 숙소에서 좀 떨어진 옛 성까지 가게 되어 이를 둘러보느라 지체된데다가 어제 통성명을 한 싱가포르에서 온 청년과 대화가 길어졌기 때문이다. 호스텔 부엌에서 아침을 먹고 있는데 그도 아침을 먹으려 들어와 함께하였다. 그는 영국 대학에서 전기 공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박사 논문을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체코 여행을 하고 있었다. 박사를 받고 일자리를 찾는 문제로 그와 길게 이야기 했다. 싱가 포르로 돌아가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문제 없으나 가급적 유럽에서 취직해 한 동안 일하다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단다.
문제는 유럽 시민이 아니면 좋은 일자리를 잡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전에 스웨덴 연구소에서 만난 중국인도 똑같은 이야기를 하던 것이 떠올랐다. 그녀는 똑똑하고 적극적인 여성이었는데 결국 벨기에의. 조그만 대학에. 일자리를 구하긴 했지만 아쉬워했다. 이 청년은 영국에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해서인지 현재 폴란드에서 인턴을 하고 있단다. 박사를 받으면 본격적으로 일자리를 잡으려 하는데 폴란드에서는 영어만으로는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어 정착을 주저하고 있었다. 폴란드는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일자리를 잡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운 모양이다. 어제 숙소에서 만난 또다른 폴란드 청년은 현재 ING 은행에서 일 하고 있는데 그도 기회가 닿으면 서유럽 직장으로 옮기고 싶어했다. 현재 다니는 직장이 국제적으로 유명한 회사 아니냐니까 서유럽에서 일하면 훨씬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단다.
싱가포르 청년과 이야기하다 그가 내게 어떻게 현재 일을 하게. 되었는지 물어 이야기가 길어졌다. 나는 대학을 졸업했을 때 미래에 무엇을 할지에 대해 아무런 아이디어가 없었다. 그당시에는. 취업하는 것이 쉬웠기 때문에 무역회사에 들어갔다. 내가 세상을 너무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사람을 많이 접하고 사람들과 부대끼는 일이 무얼까 생각하다가 세일즈맨을 지원했다. 부서 배치를 받을 때도 지원기능을 담당하거나 혹은 대규모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보다  중소기업 제품을 팔면서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일에 배속되었다. 덕분에 회사 생활이. 온통 잔국을 돌아다니고 사람을 만나 씨름하는 일로 채워졌다. 그가 물었다. 왜 4년이상이나  그 일을하다 직업을 바꾸었냐고. 그는 중간에 중단 없이 학업을 계속하여 올해 30세에 박사를 받게 되었는데 그도 한 때 취직할까 망설였던 모양이다.
직장에서 한가지 일을 3년 정도 하니 웬만큼 길이 보이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 감이 왔다. 사람들이 무엇에 울고 웃으며 왜 갈등하고 일이 결국 어떻게 해결되는지에 대해 어느 정도 궁금증이 해소된 것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철없고 무모한 청년이었지만. 그래서 본격적으로 무엇을 할지 생각할 수 있게 됬다. 이. 길을 계속 가면 어찌 전개될지 생각했는데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세일즈맨으로  실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주위에 중소기업 사장들을 보며 나중에 독립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학가기로 마음을 먹고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출장을 다니면서 영어단어를 외어 시험을 봤는데 나쁘지 않은 성적이 나왔고 몇몇 미국 대학에 지원했는데 전액 장학금을 주겠다는 대학이 있어 돈 문제도 해결되었다. 결혼 문제도 해결하고 가고 싶어 주위에 여자를 소개해 달라고 광고를 했지만 그일은 결국 해결하지 못하고 유학길에 올랐다. 유학 자금을 집에서 조금이라도 댈 수 있었다면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유학을 갈 마음을 먹었을 수 있다.  그 가능성이 완전히 막혀 있다고 생각했기에 취직할 생각을 했을 것이다.
훗날 내가 제출한 유학관련 서류를 보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영어가 엉망인데다가 내용이 부실하여 아것을 보고 어떻게 나를 선발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지금까지 살면서 중요한 인생의 갈림길이 있었다. 후회하는 일들이 여럿 떠오르지만 그중 가장 최근의 것은 유학을 가기로 결정하고도 회사를 계속다녀  유학준비를 부실하게 해서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한 것이다.  내가 전공한 사회학은 대학에 취업 하기 어렵다. 박사를 받고 미국에서 취업하는 것이 어려웠다. 한국에서는 학교 평판에 따른 차별이 더욱 커서 결국 내 전공으로 대학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인정에 끌려 막판까지 일하다가 미국 대학 학기가 시작하는 9월을 한달 앞두고야 직장에서 나왔다. 나중에 나의 관심은 사회학보다 경제학이 더 맞고 경제학을 전공했으면 순탄한 길을 가게 됬으리란 것을 깨달았지만 길은 오래 전에 갈라져 버렸다.
사실 인생의 갈림길은 좀더 이전에 나뉘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때 인문계와 자연계 중 선택할 때 인문계를 선택했는데 어떻게 그런 선택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인문계와 자연계의 차이를 별로 의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형과 누이가 인문계 쪽으로 갔으므로 별 생각 없이 선택했을거다. 국어나 역사보다는 수학이나 물리에 더 흥미를 느꼈고 성적도 더 좋았는데. 나중에 대학을 얼마쯤 다니고 나서 화학에  흥미가 발동했으나 전공을 바꿀 용기는 나지 않았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사람들 간의 관계는 여전히 나에게 어려운 일이고 사회 현상을 이해하는 데는 정답이 없어 지금도 어렵게 느낀다. 자연과학이 훨씬 친숙하고 흥미가 있다. 그 길로. 같으면. 마찬가지로 힘들고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지도 모르지만.
이런 이야기를 그와 주거니 받거니 하느라 시간가는 것을 깜박했다. 나는 무엇에 몰두하면 시간가는 것을 잊어먹어 곤경에. 처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가 순박해 보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해서 과거 의 나를 떠올리며 호감이 갔다. 문득 시간이 꽤 지났음을 깨닫고 시계를 보니 버스 출발시간이. 20분밖에. 안남았다. 서둘러 짐을 챙겨 죽어라하고 뛰어 터미널에 도착하니 내가 탈 버스가 막출발하려 하고 있었다.
드레스덴은 무척 추웠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찬 공기가 뼈속까지 시려온다. 사람들은 두꺼운 파카를 입고 다닌다. 물어보니 오월에 이런 날씨가 특이한 것이 아니란다. 내일은 눈이 예보되어 있단다. 숙소에 들어와 쉬고 있는데 밖에서 세상이 떠나가라 큰 소음이 들리고 집이 쿵쿵 울려 나가 보았다. 끝이 안보이는 젊은이들의 무리가 군데군데 대형 스피커를 단 차량을 두고 행진을 한다. 무슨 일이냐니까 오늘이 tolerance day 즉 관용의 날이라 기념 행진을 한단다. 과거에 이날을 기념할만한 일이 있었냐니까 아무도 모른다. 분명히 뭔가 계기가 있었을텐데 그에 대한 기억은 중요치 않고 젊은이들이 모여 흥겹게 지내는 이벤트만 남았다. 중고등 학생 나이에서 부터 어린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젊은 커플까지 다양하다. 한 손에 맥주병을 들고 마시며 떠들고 흥겹게 춤을 추며 지나간다. 모두들 흥에 겨워 허리를 흔들흔들하며 걷는다. 그들을 따라가 보니 가까이에 있는 큰 공원에서 행진을 멈추고 모여 논다. 날씨가 추워서 밖에. 그렇게 오래 있는게 힘들텐데도 많이 참가했다. 펑크 복장을 한 히피 차림도 있지만 대부분은 반듯한 대학생과 직장인으로 보인다. 스피커로 계속 무언가 계속 떠들기에 무슨 내용이냐고 물으니 이웃과 주위를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내용이한다. 그들의 풍요와 개방성과 자유로운 정신이 부러웠다. 나도 그들의 일부가 되고 싶어 추운 날씨에도 군중 틈에 끼어 꽤. 오랫동안 서성거렸다. 그들이 정말 부러웠다.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지막 일 마일이 힘들다  (0) 2019.05.07
독일 사람들  (0) 2019.05.06
스마트 폰의 힘은 대단하다  (0) 2019.05.04
나도 술을 마실 수 있다면  (0) 2019.05.03
만나고 헤어지고  (0) 2019.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