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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에 해당되는 글 4건
2023. 1. 16. 12:34

한혜경. 2022. 기꺼이 오십, 나를 배워야 할 시간: 오래된 나와 화해하는 자기 역사 쓰기의 즐거움. 297쪽.

저자는 사회복지를 교수를 하다 은퇴하여 노년에 관한 글을 쓰는 작가이다. 이 책은 저자가 진행한 '자기 역사 쓰기' 강좌에 참여한 사람들의 수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어떤 것이며, 어떤 효과를 낳는지에 대해 서술한다. 

사람들에게 50세는 성취와 실패, 기쁨과 실망의 경험이 축적되어,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해 웬만큼 알게 되는 나이이다. 수명이 늘어 이제 3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하기에, 은퇴를 앞두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자신의 지나온 과거를 글로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의식 밑바닥에 숨어 있던 외곡과 자신을 힘들게 만든 요인을 발견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상처가 일생동안 자신을 따라다녔음을 깨닫는다. 이러한 아픈 기억을 자신에게 드러내는 자각의 과정을 통해, 더 이상 이것에 지배되지 않는 마음의 힘을 얻는다.

자신의 과거를 정리하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발견하는 과정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자신을 부정하던 관성에서 벗어나,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삶의 고유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에게 소중한 것을 찾으려고 하게 된다.  지금까지 바쁘게 살던 관성에서 벗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더 이상 늦기 전에 해보려고 시도하게 된다. 회사 일에 매몰된 인간에서 벗어나, 직업이나 직장과는 별도로 진정한 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은 저자의 사회복지와 심리학에 대한 전문지식을 배경으로 사람들의 삶과 나이듦에 대해 잘 해석하고 있다. 사람들은  인생의 고개를 넘어 내리막을 바라보면서, 지나온 삶에 대한 회의와 함께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의문을 품게 되는데,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처럼 자신의 지나온 삶을 글로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면 좋겠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엮어낸 저자의 솜씨가 돋보인다. 이 글을 읽으면 누구라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길 것이다.

 

2022. 1. 19. 22:08

한혜경. 2021. 은퇴의 말: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25가지. 교유당. 249쪽.

이책은 저자가 과거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일할 때 수행했던 은퇴자 관련 면담조사 연구를 바탕으로 썼다. 한국의 남성 은퇴자들이 은퇴하고 나서 과거 현역시절 자신의 삶에 대해 후회하는 사항을 기술한다.

일밖에 모르고 살았고, 자신의 건강과 감정에 신경을 쓰지 않았고, 가족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시간과 정성을 투자하지 않았다. 그 결과 그야말로 아무런 준비없이 은퇴를 맞이하여, 과거에 그렇게 살았던 자신을 후회한다. 현역시절에 제법 성공한 사람은 물론 힘들게 일하며 살았던 사람까지 다양한 양태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총 25개의 꼭지 중 맨마지막 장에서만 돈 문제를 언급한다. 은퇴 후의 삶을 의미있게 살기 위해 돈은 중요하지만, 돈만이 전부는 아니다. 은퇴후에 무엇을 하며 살지,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려 살지를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 한국의 일반 남성 가장의 삶, 그들의 내면의 생각과 감정을 엿보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저자의 주장과 같이 은퇴 후를 미리미리 준비하면서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들었다.  한국의 남자들이 그렇게 산 것은 그들의 욕심과 어리석음 때문도 있지만, 그들이 처한 집단 규범, 주변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압력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거의 대부분의 사람은 - 아무리 예상되는 일이라고 해도- 일이 닥치기 전까지 미리 대비하지 못하고 사는 것이 일반적이다. 은퇴 후를 의미있게 살기 위해 미리 자신의 삶을 조정할 능력이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 여하간, 저자의 정갈한 글 솜씨에 홀려, 책을 잡자마다 단숨에 읽어내렸다.

 

2022. 1. 19. 16:24

한혜경. 2021. 은퇴의 맛: 은퇴 전문가 한혜경의 지지고 볶는 은퇴 이야기 28가지. 교유당. 261 쪽.

저자는 과거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근래에 은퇴하였으며, 이 책은 은퇴를 하고 나서 자신과 삶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겪은 생각과 감정을 기술한 글의 모음집이다. 현직 교수 시절에 10년 동안 은퇴자들에 대해 심층 인터뷰 조사연구를 한 것이 바탕에 녹아 있다. 많은 은퇴자들의 경험을 들여다 보았기에, 자신의 은퇴 경험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주변 사람과의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은퇴자의 경험을 이야기 한다.

스트레스 쌓여 바쁘게 살던 현역 생활에서 벗어나게 됬을 때, 과거 나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 투명하게 잘 보인다. 은퇴자의 생활이란 자신이 즐겨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무리하지 않고 하는 것이 최선이다. 은퇴해서는 젊었을 때와 달리, 목표를 향하여 전력 질주하는 것이 미덕이 아니다. 욕심을 부리지 말고, 자신의 주제에 맞는 정도로 살아야 한다. 사회의 규범과 틀을 의식하면서 그에 맞추어 살려고 하는 것은 바른 은퇴 생활이 아니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비교적 솔직하게 드러내는 용기를 가지고 있으며, 매끄럽게 글을 써서 읽는 재미가 있다. 행간에서 저자의 개성과 인간미가 드러나, 한 사람을 새로 알게 되는 맛이 있다. 저자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다양한 관심을 기르려 노력하기에 흥미롭고 내용이 있는 글을 쓸 수 있었으리라. 참 오랜만에 글을 읽으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재능이 대단치 않다고 버릇처럼 언급하지만, 글쓰는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다.  우연히 책을 손에 잡고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

 

2012. 8. 24. 21:30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에서도 50대 중반이 되면서 직업 전선에서 물러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한창 일할 연령인 25세에서 54세 사이에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970년대까지 95%를 넘었으나, 1980년대 이후 미국의 경제 상황이 바뀌면서 이 비율이 급격히 감소하여 근래에는 80%후반에 머물고 있다. 경제활동 참가율이란 해당 연령대의 인구 전체 중에서 일을 할 능력이 있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의 비율을 의미한다. 일할 능력은 있으나 일자리를 찾지 못하여 구직을 포기한 사람은 경제활동인구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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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대 후반 남성들이 근래에 경제활동에서 더 많이 퇴장하는 데에는 구조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기술 변화가 급속하여 낡은 기술을 가진 중년을 직장에서 선호하지 않는데다,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하여 연공서열을 쌓아 높은 임금을 누리던 남성 근로자들은 싼 임금을 찾아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해고 되었을 때, 주변에 싼 임금을 주는 서비스 직종에서 새로이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쌍용 자동차에서 강제 해고된 사람들이 시급 오천원의 임시직에서 일하려고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의 아내들이 과거보다 더 많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좀 더 여유가 있다. 미국에서 기혼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1980년대 이후 꾸준히 상승하여 연령대에 따라서는 70%를 넘어섰다. 과거에는 남성이 밥을 벌어 와야 한다는 압력이 대단하여 직장이 열악하더라도 어떻게든 참고 다녔으나, 부인이 돈을 벌어온다면 남성은 실직을 해도 한숨 놓고 과거에 일하던 수준의 보수에 걸 맞는 직장을 알아볼 뿐 열악한 일자리를 찾아 고생하려고 하지 한다.

  50대에 일자리를 벗어난 중년 남성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일찍 일에서 은퇴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모든 은퇴한 남성들이 유사한 방식으로 하루를 지내고 있지는 않다. 뉴욕 타임즈 매거진에 소개한 사례는 비교적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로 보인다. 집에서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사람이 제일 많다. 과거보다 잠을 많이 잔다. 일을 할 때는 평일에 8시간 이하로 자던 사람들이 은퇴하고 나서는 9시간 이상 잔다. 텔레비전의 시청시간이 눈에 띠게 늘었다.

  평소에 하고 싶었던 취미활동에 몰두하는 사람도 있다. 음악을 좋아 하던 사람은 하루에 많은 시간을 음악을 들으며 보내고, 악기를 좋아 하던 사람은 매일 악기 연습에 많은 시간을 쓰고 때때로 동호회 연주 모임에도 나간다. 일을 하지 않으면서 책을 많이 읽게 된 사람도 있다. 그동안 마음속에만 품고 있던 것을 새로이 배우거나 해보는 사람도 많다. 소설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새로운 악기를 배우는 사람이 많으며 교양 강좌를 듣고 여행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사실 50대 후반 60대 초반의 나이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왕성한 나이이므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만 아니라면 자신이 해보고 싶은 것을 더 늦기 전에 시도해보고 갈 때까지 가보고 싶은 때이다.

  사실 은퇴라는 것이 경제적인 어려움만 아니라면 해볼 만하다. 그러나 현실은 50대 중반에 은퇴하면 나쁜 점이 훨씬 많다. 경제적 어려움은 시간이 가면서 가중된다. 웬만한 부자가 아니라면 30년 이상 근로 소득 없이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을 멈추면 미국에서는 처음에 실업 수당이 나오고 몸이 아프게 되면서 장애 수당을 받는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미래에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사기에 걸려드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 압박 때문에 과거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열악한 조건에서 일을 하는 중년 남성이 점차 늘어난다.

  경제활동에서 은퇴하기에는 50대 중반이 이른 나이이므로 경제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압력을 많이 받는다. 일을 해야 할 나이에 일을 하지 않으면 놀고먹는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덮어씌워 지면서 자긍심을 훼손당한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으며 주위의 인정을 필요로 한다.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기생충 취급한다면 계속 살아야 할 가치를 부정당하게 된다. 남성의 경우 놀고먹는다는 자아 이미지는 견디기 힘들기에 사회생활이 움츠러들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 쉽다.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정신적으로 피폐해 지면 오랜 세월 함께 하던 주위사람들, 특히 자신의 배우자 마져 떠나게 된다. 

  사실 누구나 직장생활이 힘들기에 빨리 은퇴할 나이가 되어 마음 편히 놀고먹는 생활을 기다리는 마음이 굴뚝같다. 문제는 사회에서 인정하는 은퇴 연령이 점점 뒤로 늦추어 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몇 십년 전만해도 경제활동연령은 59세에 종료되고 60세 부터는 노인, 즉 사회적으로 당당하게 은퇴 생활을 해도 되었다. 현재 64세까지로 되어 있는 경제생활연령은 조만간 뒤로 늦추어 질 것이 분명하다. 근래 여론조사에서 70세부터 노인이 시작된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라 하며, 건강 상태로 볼 때 70세까지는 일하는 데 크게 지장이 없다고 하니 경제활동 연령이 69세로 늦추어질 날이 멀지 않았다. 지금 대로라면 연금 재정이 파탄날 것이 분명하기에 연금 개시 연령도 뒤로 늦추어 질 것이 분명하니 50대에 은퇴하기는 글렀다. 마음 편히 놀고먹을 수 있는 날이 훨씬 뒤로 늦추어 지는 것이다. 무엇을 하건 필사적으로 일하면서 최소한 60대 초반까지는 버티어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50대 중반에 은퇴하여 조금 먹더라도 여유자적하며 살고 싶지만 꿈같은 이야기이다. 직장 생활에 쫒기지만 않는다면 더 뜻있게 삶을 살 수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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