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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에 해당되는 글 13건
2019. 6. 26. 11:36

Keith Payne. 2017. The Broken Ladder: How inequality affects the way we think, live and die. Penguin Books. 219 pages.

사람들은 불평등을 각자 어떻게 체험할까. 이러한 개인적 체험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저자는 자신이 어릴 때 마음 속에 각인된 불평등에 대한 체험을 토대로 심리학 연구 결과를 엮으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불평등에 대한 기존 논의가 대부분 객관적인 불평등 수준에 집중해 있음에 반해, 이 책은 불평등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감정, 행동, 사고에 촛점을 맞추어 심리학적으로 접근한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성질을 타고난다. 극단적 결핍 수준을 넘어서면, 사람들은 항시 자신과 남을 비교하여 자신의 상대 가치를 평가한다. 이러한 비교는 의식의 수준에서는 물론 무의식 수준에서 항시 작동되는 심리적 기제이다.  사람들은 남과 비교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데, 광고는 이러한 사람들의 성질을 교묘히 이용한다. 자신의 비교 대상은 지리적으로 및 지위 면에서 자신과 근접한 사람들이다. 이들과 자신 간에 격차가 클 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더 많은 위험을 무릅쓰는 행위를 주저하지 않는다. 

동물의 세계에서 삶의 상황이 열악할 때  위험을 무릅쓰는 행위를 감행하면서 진하게 살다가 일찍 죽는데, 이는 진화의 과정에서 종을 유지하기에 유리한 생존 전략이다. 반면 삶의 상황이 양호할 때에는 가급적 위험을 회피하며 긴 안목에서 계획을 세워 일을 추진하며 오래사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 같은 맥락에서 인간 또한 불평등이 높은 사회일수록 최상위를 제외한 모두가 상대적으로 상황이 열악한 상황에서 삶을 영위해야 함으로 위험을 회피하지 않고 미래를 고려하기 보다는 현재의 만족을 우선시하는 충동적인 삶을 선택하게 된다.  

미국 내에서 지역간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비교하던 혹은 미국과 북유럽 사회를 비교하건 유사한 결과를 얻는다. 불평등이 높은 지역이나 나라일수록 삶이 긴장되고, 사람들은 위험을 회피하지 않으며, 단기적 시간 계획으로 살아간다. 그 결과는 미국이 다른 선진국보다 폭력적이며, 범죄율이 높으며, 건강 수준과 평균 수명이 낮으며, 갈등이 심하다. 또한 불평등이 클수록 사람들은 종교에 몰입하며, 음모론과 같은 비합리적인 주장에 동조한다. 반면, 불평등이 낮을수록 사람들은 합리적이고 세속적이며 정치적으로 중도적인 성향이 강하다. 불평등한 보상은 사람들로 하여금 열심히 일하게 하는 자극제가 되지만, 현재의 불평등 수준은 이러한 긍정적인 수준을 훨씬 넘어서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불평등한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를 제시한다. 남과 비교하려 하기 보다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훈련을 하면, 상대적 비교가 낳는 비참한 느낌을 완화할 수있다고 조언한다. 이 책은 어떻게 불평등을 줄일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불평등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 건조한 반면,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함께 심리학 실험과 연구 결과를 동원하여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흥미롭다. 

2012. 10. 14. 12:15

   미국 사회에서 지난 30년간 소득 불평등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근로자의 실질 임금은 정체하거나 하락하는 반면, 최상위 1%의 소득은 크게 증가하였다. 대기업 CEO의 연봉은 평균적인 근로자 임금의 수백 배에 달한다. 전 세계로부터 “아메리칸 드림”을 쫒아 미국으로 많은 이민자들이 모여 들었지만, 근래에는 미국이 유럽보다 신분 상승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http://www.nytimes.com/2012/10/14/opinion/sunday/the-self-destruction-of-the-1-percent.html?hp&_r=0

 The Self-Destruction of the 1 Percent

By CHRYSTIA FREELAND




   미국은 폐쇄적인 사회로 치닫고 있다. 저소득층의 자식이 상층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상류층은 자식에게 자신의 지위를 물려주기가 과거보다 수월하다. 부자는 중류층보다 세금을 적게 낸다. 기업의 인수 합병을 통해 경제력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엄청난 정치자금을 무기로 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공화당 후보인 미트 롬니나 뉴욕 시장인 블룸버그의 예에서 보듯이 거부들이 자신의 돈으로 대중의 여론을 조작하여 권력을 획득하려 한다. 미국의 선거는 어느 후보가 더 많은 돈을 모았는가에 좌우된다. 선거가 다가오면 엄청난 광고비를 써서 TV에 상대를 비방하고 자신을 칭찬하는 광고전을 벌인다. 이러한 광고에서 제시하는 정보는 거짓말과 과장의 범벅으로 시청자의 냉정한 판단을 흐려 놓는다. 여론을 주도하는 미디어 자체가 영리를 추구하는 대기업으로 돈 있는 사람의 편이므로, 사회 구성원 전체를 위해서보다는 대기업과 부자를 위한 나팔수 역할을 한다.

   대기업은 공정한 경쟁을 두려워한다. 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약자를 부당하게 억압하는 것은 물론, 대기업들 서로 간에 결탁하여 경쟁을 제한하려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경쟁자가 출현하는 것을 막으려고 시장의 규칙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어 놓는다. 설사 실패한다고 해도 자신이 피해를 보지 않게끔 교묘하게 처리한다. 세금으로 충당하는 엄청난 공적자금은 이들에게 돌아가며, 정부의 다양한 보조금의 수혜자 역시 이들이다. 

  부자들은 자신의 자식들에게만 특별한 교육을 시켜 우월한 지위를 획득하게 한다. 아래 계층과 접촉하거나 그들과 동일한 수준에서 경쟁하는 상황을 피한다. 미국 부자들이 자식을 사립학교에 보내는 것과 한국의 부자들이 자식을 외국인 학교에 보내는 것은 동일한 맥락이다. 부자의 자식들은 부모의 사업을 물려받거나,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땅집고 헤엄치는 장사를 하거나, 해외 브랜드의 독점 수입을 통해 쉬운 돈벌이를 택한다. 그들은 공정한 경쟁이 무엇인지 체험해 본 적이 없다. 

   이렇게 경쟁이 제한되고, 계층 이동이 차단되고, 부가 집중되고, 불평등이 높아지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사이에 적대 관계가 깊어지고, 갈등이 높아지고, 폭력충돌이 빈발할 것이다. 범죄가 높아지고, 안전을 확보하는 데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열심히 살려는 동기를 상실하고, 인재와 새로운 아이디어가 공급되지 않고, 생산성이 떨어지고, 결국 그 사회는 몰락한다. 첨부한 기사에서 과거에 베네치아가 그러한 길을 걸었다고 지적한다.

   미국 사회의 불평등 수준이 매우 높음에도 그럭저럭 버텨온 것은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 이념이 강한 설득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이 거짓으로 밝혀진다면 사람들은 더이상 미국을 매력적인 이민지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경향이 계속된다면 미국에 인재가 모여들지 않을 것이다. 소수의 엘리트가 승자독식의 게임을 통해 엄청난 부를 획득한다고 하여도, 그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면 다른 사회로 옮겨갈 것이다. 미국 밖으로부터 인재가 모여들지 않는다면 세계의 창의를 주도하는 미국의 지위 또한 무너질 것이다. 미래의 스티브 잡스나 버락 오바마는 미국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다.

2012. 3. 17. 12:30

   미국에서 중류층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들고 있다. 전통적으로 노조가 조직된 제조 산업에서 일하며 중류층 생활을 하던 생산직 근로자들은 외국으로 공장이 이전하면서 일자리를 잃어버렸다. 제조업의 메카였던 중서부 지역은 대량 실업과 인구 감소로 고통을 겪고 있다. 사무직이라고 사정이 그리 좋지는 않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과거에 열 명이 하던 일을 이제 한명이 처리할 수 있고 단순 사무 업무는 외국으로 급속히 빠져나가고 있다. 컴퓨터로 하는 일은 국내에서 하던 혹은 멀리 인도에서 하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싼 임금을 찾아서 외국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콜센타나 자료 입력 등의 단순한 업무만 이전했다면, 근래에는 프로그래밍, 회계, 재고 관리, 인사, 고객 관리, 법률 서비스, 등 거의 모든 사무직 업무들이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일자리가 해외로 이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개발도상국 대졸자의 임금은 미국인의 임금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미국 대졸자의 생산성이 개발도상국 사람들보다 크게 높지 않으므로 기업의 입장에서는 해외로 이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영어에 문제만 없다면 개발도상국의 대졸자가 미국의 대졸자보다 생산성이 높은 경우도 많다. 미국의 자본주의에서 기업의 목적은 국내에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므로 해외로 일자리를 이전하는 행위를 탓할 수 없다. 세계 전역에서 생산과 소비를 하는 다국적기업의 경우 비경제적인 이유로 어느 특정국에 일자리를 몰아주는 것은 기업의 고객이나 주주의 기대에 어긋나는 비윤리적 행위이다.

  어찌보면 미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나라 사람보다 생산성이 낮은데 훨씬 더 많은 보수를 받아온 것이 문제이다. 과거에는 일자리의 이전이 불가능했으므로 두 나라 근로자들 사이에 보수의 비교가 어려웠지만 이제 일자리를 옮기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생산성과 보수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각자 실력과 노력에 맞게 유사한 수준의 보수를 받게 되는 것은 더 공평한 세계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에 문제이지만. 

  결국 미국에 남는 일자리는 두 종류밖에 없다. 하나는 컴퓨터가 담당하기 힘든 창의적인 업무이며, 외국에서 대체할 수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다른 하나이다. 사무직이건 생산직이건 단순 반복적인 일자리는 싼 임금을 찾아서 조만간 대부분이 외국으로 이전할 것이 분명하다. 새로운 혁신과 높은 수준의 두뇌 활동을 요하는 연구와 개발, 디자인과 마케팅, 고급 기술과 기획 등의 일만이 해외 이전의 위험에서 자유롭다. 이것과 정반대의 성격의 일, 즉 점포에서 손님을 응대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공사장에서 일하거나 애를 보는 일은 결코 해외로 이전할 수 없다. 이러한 일을 해외로 이전할 수는 없지만 대신 해외로부터 싼 임금도 마다 않는 사람을 국내로 들여와서 맡게 한다. 결국 중류층의 일자리는 사라지는 것이다.

  미국의 중류층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은 미국인에게는 슬픈 일이지만 개발도상국 사람들에게는 좋은 일이다. 선진국으로부터 이전하는 일자리는 기존의 것보다 상대적으로 보수가 좋으므로 이 나라의 중류층을 늘이는데 일조한다. 인도와 중국의 중류층이 근래에 급속히 성장한 것은 미국 산업의 구조조정의 결과이다. 즉 미국만 보면 소득 분배가 양극화된 것이지만, 미국과 인도와 중국을 함께 연결해서 보면 과거보다 소득 분배가 더 평준화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여하간 미국으로 볼 때 소득구조가 양극화되는 것은 크게 우려되는 현상이다. 빈부의 격차가 벌어지고 중류층이 줄어들면 부자 혹은 빈자에게 호소하는 극단적인 주장이 호응을 얻는 반면 온건한 주장은 지지기반을 잃으므로 정치적으로 불안정해진다. 빈부격차가 뚜렷해지면 사회적인 결속력이 줄어들고 범죄와 여러 사회문제들이 증대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세계화에 따라 구조적인 이유로 벌어지므로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 어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기업들이 해외로 생산기반을 이전하여 경쟁력을 높이는 데 특정 업체만 국내에서 버티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자본주의와 자유를 최고의 원리로 하는 미국으로서도 정부가 나서서 기업의 활동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 해결책은 없을까? 다음 글에서 해결책을 논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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