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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에 해당되는 글 5건
2022. 10. 19. 21:48

Carl Zimmer. 2021. A Planet of Virus. 3rd ed.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32 pages.

저자는 과학 저널리스트이며, 이 책은 바이러스에 관한 다채로운 짧은 글들을 모아 놓았다. 바이러스는 유전자만을 가지고 있을 뿐, 대사활동을 할 수 없다. 혼자서는 에너지를 소모해 일을 하지도, 외부 환경에 반응하지도, 번식하지도 못한다. 숙주의 세포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는 방식으로 증식한다. 숙주의 세포 밖에 나와 있는 상태에서는 생명체라기보다는 단순히 유기물에 가깝다. 최초로 바이러스의 존재를 확인한 담배모자이크 바이러스에서부터 시작하여, 인플루엔자, 라이노바이러스, 파필로마 바이러스, HIV,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인 SARS, MERS, COVID-19 등과 Small pox 가 논의된다. 

바이러스는 워낙 크기가 작기 때문에 19세기 후반까지 존재가 밝혀지지 않았다. 20세기 들어 정밀한 현미경이 발명된 이후에야 바이러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바이러스의 유전자 개 수는 수십개에 불과하며, 유전자 복제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제어하는 기제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복제과정에서 많은 돌연변이를 만들어 낸다. 지구상 바이러스의 종류는 수백만개에 달하며, 지상은 물론 바다 속에도 매우 많이 존재한다. 바이러스의 대부분은 박테리아에 기생한다. 바이러스가 박테리아의 세포에 침투하여 증식한 후, 세포를 파괴하고 나와 다른 박테리아에 침투하는 방식으로 확산한다. 바이러스는 지구상 박테리아의 폭발적 증식을 제어하는 유용한 역할을 한다.

바이러스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되었으며 가장 단순한 준생명체이다. 바이러스가 유전자를 서로 섞거나, 혹은 숙주의 유전자와 자신의 것을 섞어 숙주의 유전자의 일부로 되기도 한다. 인간의 유전자 중 일부는 과거에 인간의 몸속에 침투한 바이러스의 유전자이다. 바이러스는 동물세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으며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때때로 동물세계에 기생하는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인간의 몸속에서 살 수있게 되고, 인간에게 해를끼치기도 한다. 바이러스는 종류가 많고 돌연변이를 많이 일으키기 때문에, 20세기초에 인플루앤자 바이러스나 근래에 HIV나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앞으로도 인간의 몸속에 침투하여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 언제냐가 문제일 뿐.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모기와 같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동물의 활동이 늘어나기 때문에, 앞으로 새로운 바이러스 질병이 창궐할 가능성은 과거 어느때보다 크다.

과거에 인플루엔자나 사스와 같은 바이러스 질병이 한동안 창궐하다 사라졌는데, 어디에서 바이러스 병원균이 유래했는지 알기도 어렵지만, 왜 사라졌는지도 알지 못한다.  바이러스가 증식하기 적합치 않은 환경이 조성되면서 사라졌으리라고 추측할 뿐이다. 바이러스는 박테리아와 같은 생명체가 아니기 때문에 항생제로는 치료할 수 없다. 다만 바이러스를 죽이는 바이러스가 존재하고, 이를 통해 바이러스 질병을 치료하는 방식이 유망해 보인다. 바이러스가 우리몸에 침투하여 증식하려 하면 우리몸이 항체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만들어 대응할 수 있다. 천연두 백신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바이러스의 종류가 많고 돌연변이를 자주하기 때문에, 특정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백신을 통해 우리몸에 항체를 형성하게 한다고 해도, 돌연변이한 다른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듣지 않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대해 근본적인 방어는 불가능하다.

바이러스의 유전자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근래에 과학자들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천연두 바이러스를 유기물에서부터 합성해낸 사례나, 유전자 조작 방식으로  COVID-19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개발해 낸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과거에 병원균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어낸 백신과 달리 유전자 조작 방식으로 만든 백신은 바이러스 병원균의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합성해 내어 우리 몸에 주입시켜서 항체를 형성하도록 하는 새로운 기술이다. 인류가 바이러스라는 유전자 정보를 가진 준생명체를 합성해내는데 성공하므로서 신의 영역에 들어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전문적인 지식을 일반 독자가 알기 쉽게 풀어서 쓰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글이 읽기 편하게 쓰여졌고 독자의 흥미를 계속 붙잡아 두는 긴장이 유지되기 때문에, 읽는 내내 재밌었다. 책이 너무 얇고, 각 주제에 대해 논의가 깊어지려고 하는 지점에서 글을 멈추고 다른 주제로 옮아가는 것이 성에 차지 않지만, 저자가 전문 연구자가 아니라는 한계 때문에 더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구별하게 된 것만으로도 시간을 쏟은 보람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구상 생명체의 세계에서 주역은 인간이 아니라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저자의 다른 책도 찾아서 읽어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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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3. 3. 16:52

Siddhartha Mukherjee. 2010. The Emperor of all maladies: A Biography of Cancer. Scribner. 470 pages.

저자는 암전문의학자이며, 이 책은 인류가 암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한 역정을 서술한다. 암을 둘러싼 과학적 연구와 의학지식의 발전 과정을 비전문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연구자의 입장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암은 서기 2500년전 이집트의 기록에도 나올만큼 인류와 함께 한 병이다. 근래에 인간의 수명이 크게 연장되면서 사망원인의 선두를 달리게 되었다. 암은 나이가 들면서, 특히 55세 이후에 주로 발병하기 때문이다. 1800년대 전반까지 암에 대한 치료법은 사실상 전무하였다.

암에 대한 치료의 시작은 종양을 떼어내는 수술적 방법에서부터 시작한다. 19세기 중반 마취가 도입되기 이전, 19세기 후반 세균의 존재가 확인되기 전부터 종양을 외과적 수술로 제거하는 치료가 이루어졌으나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수술로 제거하는 부위를 확대하여 암이 주변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 하였으나 암의 재발을 막지 못했다.

19세기 후반 방사능이 발견되고, 방사선에 노출될 때 암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방사선으로 신체 내부의 종양을 들여다보는 방법이 보급되었다. 강력한 방사선에 종양을 노출시켜 태워 없애는 방사선 치료가 시행되었다.

20세기 중반에는 독성물질로 암세포를 죽이는 화학 요법이 확대되었다. 미국에서 1950년대 무렵부터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암을 치료하는 기적의 약을 찾으려는 노력이 전사회적으로 벌어졌다. 국립 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가 설립되고, 암 연구를 위한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원을 뒷받침하는 법이 제정되고, 암을 퇴치하려는 사회운동이 전면적으로 시행되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암세포를 죽이는 다양한 독성물질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곧 한계에 부딛쳤다. 암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가 없었기 때문에, 암 치료법을 찾는 것은 상대를 알지 못하면서 공격하는 것이었다. 독성물질은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구분하지 못했으므로 암세포와 함께 정상세포도 무차별하게 함께 죽였다. 독성을 강화해서 암세포를 박멸하려는 노력은, 살아남은 암세포가 타기관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1970년대에 화학요법이 광범위하게 시행되었으나, 이러한 방법으로 암을 치료하거나 암환자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효과는 미미하였다.

화학 요법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암을 예방하는 노력에 관심이 높아졌다. 인류의 질병 퇴치 역사는 병에 걸린 사람을 고치는 것보다는 위생환경의 개선이나 백신 등으로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을 통해서 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암 치료에도 적용하려는 노력이 전개되었다. 암을 유발하는 요인에 대한 발견이 이어졌다. 굴뚝 청소부의 음낭에서 암이 많이 발생하고, 석면을 다루는 노동자에게서 암이 많이 발생하고,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에게서 간암이 많이 발생하고, 위장내의 바이러스가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속속 발혀졌다. 특히 흡연자에게서 폐암이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역학조사를 통해 확인되면서 담배회사와의 법정 싸움이 벌어졌다. 담배회사들은 1980년대에 들어서야 결국 담배가 암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였으며, 이후 흡연을 경고하고 줄이려는 사회적 노력이 벌어졌다. 유방 및 자궁 경부의 정기검사를 통해 유방암과 자궁암을 예방하는 노력은, 55세 이후의 고령층에게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980년대 무렵부터 서서히 암의 생물학적 기전에 대한 과학적 발견이 이어졌다. 암은 돌연변이한 유전자가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암 유전자는 일반 세포의 두가지 기능, 즉 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기능과 세포의 증식을 제어하는 기능의 양쪽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 원인이라는 점이 확인되었다. 암 유전자는 세포 증식을 무한히 계속하며, 세포 증식의 통제를 무력화시키기 때문에 세포가 무한히 증식하여 덩어리를 이루는 것이다. 또한 암 유전자와 그것의 작동 방식은 단일한 유형이 아니라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오랜 기간동안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누적된 결과, 마침내 암으로 발전하게 된다. 암은 수년 동안의 변이가 아니라 수십년간의 변이가 축적된 결과이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몸속 어딘가에 암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품고 있다.

일부 종류의 암에 대해 특정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일부 종류의 유방암 세포, 일부 종류의 혈액암 세포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독성물질이 개발되면서, 과거에 무차별적인 독성물질의 부작용을 제거한 화학요법이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일부 암세포의 유전자와 결합하여 그 유전자의 세포 증식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약물도 개발되었다. 화학 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결합하고, 암의 유전자 활성화를 막는 약물까지 더해지면서 암 치료의 성공율은 높아졌다. 특히 혈우병과 유방암 치료에서 성공이 두드러졌다.

암 세포로 돌연변이할 가능성이 높은 유전인자에 대한 발견도 이어졌다. 특정 유전자를 보유한 가족의 여성들에게서 유방 암 발병 확율이 높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러한 여성들은 사전적으로 유방을 제거하거나 아니면 암 유전자의 활성화를 막는 약물을 사전에 복용하는 조치가 권장되었다.

암에 대한 치료가 근래에 빠르게 발전하기는 하지만, 암을 완전히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암은 정상 세포의 분열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이이므로, 인간이 정상적인 생명활동을 하는 한 돌연변이의 암세포가 출현할 가능성이 항존한다. 암 세포를 치료하려는 다양한 노력은 그에 맞추어 돌연변이를 통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새로운 암 세포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암 세포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암 세포의 변이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새로운 치료 방법을 개발하면서 정상적인 생명 활동을 연장하는 것이 최선의 암 치료이다.   

이 책은 과학적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잘 그리고 있다. 기존의 이론에 대한 의문과 도전이 왜, 어떻게 전개되며, 우연적인 사건이 의문을 푸는데 어떻게 기여하는지, 끈질긴 추적이 어떻게 결실을 맺는지, 혹은 좌절을 맛보는지, 등등이 차근히 서술된다. 1980년대까지 암의 작용기전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 없이 깜깜한 상태에서, 그야말로 물량공세로 사방을 두드리면서 치료방법을 찾지만, 결국 미미한 성과만을 거둔채 좌절을 맛본 과정이 인상적이다. 암은 1980년대까지 효과가 있는 치료 방법이 없이 사실상 걸리면 죽는 병이 었다. 현재에도 췌장암이나 방광암 등은 치료방법이 없이 사실상 죽는 병으로 남아 있다. 저자는 책의 맨 끝에서, 암의 작동 방식에 대해서 여전히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암은 어떻게 전이되며, 왜 정상세포과 달리 세포 증식이 무한히 일어나는지, 그결과 수십년이 넘은 암세포가, 숙주는 오래 전에 사망했는데, 실험실 유리관에서 여전히 증식을 계속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복잡한 과학적 논리와 의학적 전문 용어가 많이 등장함에도, 400쪽이 넘는 분량을 흥미진진하게 단번에 읽었다. 이렇게 긴 책을 질리지 않고 읽기는 쉽지 않은데, 저자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대단히 훌륭하다. 풀리쳐 상을 받은 작품답다.

2022. 2. 10. 17:01

 

Nicholas A. Christakis. 2019. Blueprint: the evolutionary origins of a good society. Little Brown Spark. 419 pages.

저자는 의사이며 사회학자로서, 이 책은 인간의 사회와 문화는 진화의 결과이며, 모든 인간에게 공통된 유전 인자의 발현임을 다양한 문화, 동물, 실험을 통해 입증한다.

인류의 모든 사회는 공통된 특질을 가지고 있으며, 다음 여덟가지로 요약된다. 각각의 개체성(individual identity)를 인정하고 인식하는 능력, 배우자와 자식에 대한 사랑, 우정, 사회적 네트워크, 협동, 자신이 속한 집단을 편애하는 성향, 어느 정도의 위계질서, 사회적 학습과 교육.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이러한 일련의 인간의 특질이 잘 발휘된 사회는 흥한 반면, 이러한 특질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거나 인위적으로 억제한 사회는 쇄하였다. 대양을 항해하다 난파하여 섬에 고립된 사람들의 집단, 이상 사회를 만들려는 의도에서 계획적으로 조직한 사회, 실험이나 인터넷의 가상환경에서 만들어진 사람들의 집단이라는 세가지 경우의 사회를 검토한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사람들 사이에 협동은 사회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데, 사람들의 변화가 거의 없는 환경이나 반대로 사람들의 유동이 매우 심한 환경은 사람들의 변화가 어느 정도 있는 환경보다 협동의 수준이 낮다. 물질적 환경이 열악한 환경에서는 생존을 위해 높은 수준의 협동이 형성되는 반면, 물질적으로 풍요한 환경에서는 협동의 수준이 낮다.

인류 역사에서 일처일부제가 지배한 이유는, 그 이외의 다른 방식의 친밀한 결합, 즉, 일처 다부제, 다처 일부제, 난혼 등이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사회의 존속에 불안정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일처다부제의 사회에서는 짝을 찾지 못하는 다수의 남성이 위험한 행동, 폭력, 범죄에 쉽게 빠져든다.

인간을 포함한 고등 동물은 대부분 친구를 가지고 있다. 친구는 자신과 유전자를 공유하는 친척의 범위를 넘어서서 넓은 범위의 자원에 접할 수 있도록 해주며, 불확실한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의 성격을 띤다.

인간이 각각의 개체성을 인정하고 상대를 인식하는 능력은, 상호적인 협동관계를 형성하기 위하여 필수적이다. 이간의 협동에 대한 본능은 협동에 위배되는 사람을 벌주려는 성향과 함께 한다. 사람들은 나의 이익이 희생되더라도 협동을 위배하는 사람을 벌주려고 나선다. 사람들은 공정을 선호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자신에게 손해가 가더라도 공정하지 못한 분배는 배격한다. 인간의 도덕율의 상당 부분은 인간의 본능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간의 유전자는 문화의 대체적인 틀을 규정짓는다. 문화와 사회적 규범이 생물학적 유전자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과거에 학자들은 부정했다. 생물학적 결정론이나 환원주의를 경계했다. 그러나 근래로 오면서 인간의 사회활동과 유전자의 연관을 긍정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인간은 근래로 올수록 덜 폭력적이고, 문화와 지식의 축적을 통해 물질적으로 더 풍요롭고, 서로를 인정하고 관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 변화는 유전자와 문화가 상호작용하면서 진화한 결과이다. 진화하는 인간의 미래는 밝다.

이 책은 인간과 동물의 진화와 관련하여 엄청나게 많은 다양한 사례를 인용한다. 유사한 많은 정보를 망라하면서 길게 길게 서술하여 독자의 인내력을 힘들게 한다. 앞에서 본듯한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하여 나오기에 다 읽어내느라 무척 힘들었다. 절반 정도의 분량으로 썼다면 훨씬 좋은 책이 됬을 것이다.

2021. 1. 5. 16:07

David P. Barash. 2018. Through a Glass Brightly: Using Science to see our species as we really are. Oxford University Press.

저자는 진화생물학자이다. 이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번째 부분에서는 인간중심주의, 즉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세계관을 과학적 사실을 인용하여 비판하며, 두번째 부분에서는 인간이 어떻게 동물과 유사하며 또 다른지 진화생물학의 연구 성과를 인용하여 설명한다.

2부에서 논의하는 인간과 동물의 비교는 진화생물학의 주요 쟁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지적 능력, 부모와 자식간 갈등, 상대를 속이는 행위, 일부다처 논쟁, 호전적 행위, 이타적 행위, 자유의지,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과 문화적 특성간 불일치 등이 그것이다. 각각의 주제에 대해 흥미로운 사례와 함께 이론적 논의를 전개하면서, 생물체의 진화 과정에서 인간이 동물로부터 멀리 벗어나 있지 않음을 밝힌다.

인간의 지적 능력은 자연 세계에서 인간의 생존을 위해 발달시킨 기술이다. 다른 생물체는 자신의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다른 기술을 발달시켰듯이, 인간의 지적 능력 역시 인간의 생존 환경에 맞추어진 생존 기술의 하나일 뿐이다. 인간의 생존 환경을 벗어난 논리적, 통계적 추리에서 인간은 매우 서툴다. 인간의 지적 능력은 정도의 문제일뿐, 동물세계에서도 유사한 능력을 흔히 관찰한다.

진화적 시각에서 볼 때, 우리의 몸은 유전자를 전파시키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부모와 자식은 유전자의 절반만을 공유함으로, 유전자 생존의 측면에서 볼 때 부모의 이익과 자식의 이익이 완전히 일치 하지는 않는다. 부모의 유전자를 많이 퍼뜨리려는, 즉 많은 자식을 얻으려는 부모의 이익과, 각 개인으로서 자식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형제간 갈등이 발생한다. 형제간의 갈등,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은 도덕의 문제로 정의하지만, 사실은 생물학적 토대 위에 서있다.

생물체들간 의사 소통이란, 참가자 각자가 이익을 얻기 위해 상대를 조작하고 통제하려는 노력의 일부이다. 신호를 발하는 사람은 거짓된 신호로 상대를 조작하려 하며, 신호를 받는 사람은 거짓 신호 뒤에 숨은 진실을 해독함으로서 상대에게 조작당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확보하려 한다. 사회생활을 많이 하는 동물일수록 기만하고 이를 탐지해내는 무기 경쟁은 고도로 발달했다. 인간은 신호의 진실성을 의심하기보다는 일단 믿는 쪽으로 진화하였다. 그럼에도 인간의 의사 소통에서 거짓은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런 일부이다.

인간의 조상에게 일부다처제가 자연적 현상이었다. 동물의 암컷과 수컷간 몸 크기의 차이, 행위 방식의 차이를 바탕으로 유추할 때, 인간 역시 일부다처제가 자연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다처제는 짝이 없이 홀로사는 수컷을 많이 만들고, 이들이 잠재적 사회불안과 폭력의 근원이기 때문에 인간 사회는 일부일처제를 도덕률로 하여 남녀관계를 규제한다. 그러나 여전히 능력이 많은 남성은 여러 여성을 거느리는 일부다처의 생활을 비공식적으로 영위한다. 저자는 자연적 현상이 반드시 인간에게 바람직한 것이 아닌 대표적인 예로 일부다처제를 든다. 인간은 문화로 자연적 현상을 제어하고 있다. 그렇기에 규범에서 일탈하는 사례도 많이 발생한다.

원시 부족을 연구한 인류학자들은 인간이 태생적으로 호전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이 공격적이기는 하지만 집단간 싸움을 벌이는 호전성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반드시 적자생존에 도움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협동을 통해 이익을 얻는 경우가 싸움을 통해 이익을 얻는 경우보다 많다. 인간이 집단적으로 싸움을 하는 호전성을 띠게 된 것은, 농경을 시작하면서 상대로부터 뺏앗을만한 가치 있는 것을 비축하고 지도자의 지휘하에 조직적으로 싸움하는 능력을 발달시키면서부터이다. 원시 수렵채취인들에 대한 체계적 연구에 따르면 인류의 조상은 대체로 협동했으며 집단간 평화가 지배했다.

인간의 이타적 행위가 진화론의 이기적 인간 모델에 어긋난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 인간은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 사는데, 자신의 유전자를 일부라도 지닌 친족의 생존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유리한 때에는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위를 한다. 이타적 행위를 통하여 집단 내에서 자신의 평판을 높임으로서, 간접적으로 자신의 유전자의 확산에 도움이 되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즉 인간의 이타적 행위란, 개별 인간의 몸의 측면에서 볼 때는 희생일지 모르지만, 유전자의 측면에서 볼 때에는 이기적 행위인 것이다.

인간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행위를 통제한다는 것은 환상이다. 인간의 몸 안에는 수백만의 미생물이 함께 살고 있다. 이들 미생물이 우리의 행위와 사고작용에 영향을 미친다. 누가 누구에게 얹혀사는지 불확실 하다. 또한 유전자가 우리의 몸, 우리의 사고작용, 우리의 행위를 조정한다면, 우리가 자유의지를 가졌다고 볼 수 있는가? 인간은 자신이 의식하면서 행위하지 않는다.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간의 자아란 상상의 산물이다. 인간의 이타적 행위는 인간이 의도하기보다 유전자의 이익을 위하여 저지르는 행위라는 사실이, 인간의 자유의지를 반박하는 사례가 될 수있다.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은 매우 서서히 진화를 통해 형성된 반면, 인간의 문화적 특성은 빠른 시일에 급격히 변화해 왔다. 특히 지난 이백년간의 산업화의 결과 인간의 문화적 특성은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과 매우 멀리 떨어졌다. 이제 인간은 서로에 대해, 또 자연환경에 대해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게 되었는데, 인간은 그러한 파괴력을 생물학적으로 실감하지 못한다. 수백만명을 죽이는 핵무기 공격 행위가 한명의 상대를 물리적으로 죽이는 경험보다 실감하기 힘든 시대가 도래했다.

이 책은 저자의 오랜 연구 경험이 녹아 있는 글이다. 저자는 과학적 사실을 설명하면서 문학 작품을 많이 인용하는데, 이는 결코 좋은 글쓰기가 아니다. 설명의 명확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저자는 본인이 좋아서 다양한 시의 일부를 수시로 인용할지 몰라도, 과학적 주제를 접하는 독자는 주제의 정확한 이해에 더 관심이 있지, 저자의 시적 감흥에 쉽게 공감하지 않는다. 제 1부에서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주장을 문학 작품을 길게길게 인용하면서 과학적 사실을 군데군데 언급하는데, 서양의 기독교 문화권에 속하지 않은 독자에게 이러한 설명은 불필요하게 장황해 보인다.

글자의 크기가 매우 작아 책을 읽는 내내 고문 받는 느낌이었다. 독자를 배려하지 않은 편집이다.

2019. 11. 9. 22:28

Richard Dawkins. 1995. River out of Eden: A Darwinian vies of life. Basic Books. 161 pages.

'이기적인 유전자'로 유명한 저자가 유전자를 중심으로 한 진화론을 보다 흥미있게 해설한 책이다. 생명의 진화란 유전자의 증식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우리의 육체는 유전자를 담는 그릇에 불과하며, 유전자의 생존과 후대에 증식이 생명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유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생물체가 고통을 느끼는지, 도덕적으로 올바른지, 공정한지, 건강하고 오래사는지 여부는 중요치 않다. 생물체의 어떤 기관의 목적이 무엇일까를 탐구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은 한가지, 그 생물체가 담고 있는 유전자의 생존과 증식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유전자는 오로지 자신의 생존과 증식의 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만 진화의 방향을 몰고간다. 생명이란 정보의 덩어리 즉, 유전자 혹은 알고리즘이외에 다른 어떤 것도 아니다. 육체는 이 정보를 담는 수단에 불과하다.

유전자는 세대를 거쳐 복제 되며, 지리적인 격리 등 환경적 요인으로 유전자가 서로 다른 종으로 갈리는 과정을 거친다. 우리와 유전자가 근접할수록 보다 최근에 이 갈리는 과정에서 나누어졌다.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는 성염색체와 달리 어머니의 계통을 통해서만 다음 세대로 복제되는 특성을 가진다. 인간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거슬러 추적한 결과 소위 African Eve 라고 부르는 아프리카에 살던 한 여성이 현대인 모두의 여자쪽 조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녀와 동시대에 살았던 여성들의 후손은 현재 살고 있는 사람에게까지 유전자가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녀가 현생 인류의 최초의 조상은 아니다. 최초의 조상은 아마도 남성일 가능성이 크다. 동물의 세계에서 보면 수컷이 암컷보다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은 후손 속으로 증식시키기 때문이다. 현재 살고 있는 사람의 유전자는 오랜 세월 동안 진화적 선택에서 가장 생존가능성이 높은 것이 살아남은 결과이다. 우리의 유전자보다 생존 가능성이 낮은 것은 그간의 생존 경쟁에서 패배하여 후손을 남기지 못했다.

생물체가 놀랍도록 정교하게 짜여진 것을 보고, 이렇게 정교하고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신뿐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오류이다. 진화의 과정은 유전자의 증식의 가능성을 높이도록 생물체의 시스템을 정교화시키는데, 현재 관찰되는 어떤 생물체의 정교함에 못미치는 전 단계를 다양한 생물체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벌꿀이 자신의 동료에게 먹이의 위치를 알리는 특징적인 춤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설계되어 만들어진 듯이 보이지만,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신호 체계의 복잡성을 더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특정 생물체의 유전자 증식의 목적에만 부합하도록 정교화된 경우를 흔히 본다. 특정 곤충의 감각 능력은 그들의 생존 욕구에 맞도록 진화되면서, 인간의 감각과 지능으로 볼 때에는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유전자의 효용함수, utility function 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개별 생물체의 유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생존과 증식의 가능성을 가장 높이는 선택을 말한다. 개별 생물체의 유전자에게 이익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그 종 전체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개는 소수의 수컷이 많은 암컷을 거느리기 때문에, 많은 수컷은 교미할 기회가 없이 죽는다. 종 전체의 유전자의 증식으로 볼 때 가장 효율적인 방안은 수컷대 암컷의 비율을 1:9로 하여 낭비되는 수컷이 없도록 하는 것이 다. 그러나 개별 생물체의 유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수컷대 암컷의 비율이 5:5로 될 때에만 진화적 평형상태를 유지한다. 만일 성비가 1:9라면 모든 부모는 자식이 수컷이되도록 할 때 자신의 유전자의 증식이 최대화되므로, 암컷대비 수컷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화가 전개될 것이다. 5:5가 되면 자식이 수컷이건 암컷이건 유전자의 후대 증식 가능성이 동일하므로 평형상태에 도달한다.  이 경우 만일 수컷을 낳으면 다수의 수컷은 교미를 하지 못하여 유전자의 증식이 제로이지만, 소수의 수컷은 많은 암컷을 거느리므로 유전자의 증식 비율이 크다. 따라서 수컷을 낳을 때 유전자 증식의 기대값은 암컷을 나을 때와 동일하게 된다. 

태평양의 연어는 강 상류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가 성장하여 원래 태어난 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생식을 하고 나서는 바로 죽는 것으로 일생을 마감한다. 반면 대서양의 언어는 이러한 생식 과정을 한 생애 동안 여러번 반복한다. 왜 이렇게 다르게 진화하였을까? 태평양 연어의 서식지인 강은 험하여 이를 거슬러 오르는데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마지막 에너지를 다하여 강을 거슬러 오르고 생식을 한 다음 바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에너지를 아끼면서 강을 오르고 생식 이후에도 다시 살아가도록 하는 선택보다 유전자의 후대 증식의 관점에서 보다 합리적인 선택이다. 반면 대서양의 연어가 서식하는 유럽의 강은 그리 험하지 않으므로 한 생애 동안 여러차례 강을 오르고 생식을 하도록 하는 것이 유전자의 증식에 합리적이다. 유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생물체가 어떻게 고통을 받고 얼마나 살고 어떻게 죽는가 하는 것은 고려사항이 아니다. 고통없이 오래 사는 것보다 고통을 받으면서 짧게 살다 다음 세대를 낳고 죽는 것이 제한된 자원을 사용하면서 유전자의 증식에 더효율적이라면 당연히 후자 쪽으로 진화한다.

우주에서 신성 supernova 은 몇 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방출하고 재로 변하는 별을 이른다. 에너지의 폭발과 유사하게 우주에서 정보의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한 정보의 폭발은 지구에서만 발견된다. 지구에서 일어난 정보의 폭발의 시작은 미미하다. 정보를 자기복제하는 기제, 즉 생명체가 시작되면서부터이다. 정보의 자기 복제는 광물질의 결정이 만들어지는 것과 유사하게, 화학적 결합체인 분자가 자신을 복제틀로 하여 자신과 대칭적인 동일한 존재를 생성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이것을 저자는 복제 폭탄 replicator bomb라고 부른다. 우리의 DNA를 구성하는 네가지 종류의 분자 A,T,C,G는 A가 T에 대칭적인 존재이며, C가 G에 대칭적인 존재이다. 이 네 종류의 분자가 무수히 엮어지면서 정보의 복잡성을 높여갔다. 이 분자들은 복제를 기하급수적으로, 즉 2, 4, 8, 16, 이런 식으로 하면서 수를 늘렸으며 분자들이 덩어리를 구성하여 세포가 되고, 세포가 덩어리를 구성하여 개별 생물체가 된다. 이 분자들은 복제를 하면서 ATCG의 조합을 조금씩 달리하게 되는 데, 이것이 종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기제이다. 다양한 종들은 서로 경쟁을 하면서 복제의 효율성을 높여간다.

정보의 복제 속도가 높아지고 복잡성이 증가하는 과정은 인간에 이르러, 지난 이삼백년간에 걸쳐 가속화되며 마침내 지구 행성 밖으로 정보를 보내는 단계에 도달하였다. 이렇게 정보의 절대 규모가 커지고 복잡성이 증가하는 끝은 어딘지 알지 못한다. 슈퍼노바의 경우처럼 지수적인 팽창을 하다가 결국 가용 자원의 극에 도달하여 폭발로 끝날 수있다. 혹은 정보가 행성 밖으로 이동하면서 우주의 다른 곳에서 새로운 복제의 사이클을 만들 수도 있다. 우주로 나간 정보가 지구의 인간과 교신이 끊어진다면, 환경이 바뀌면서 생물체가 다른 종으로 정보의 강이 갈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주의 다른 곳에서 새로운 종으로 만들어 질 수도 있다.

이 책을 두번째 읽었다. 과거에 이해되지 않던 부분이 조금더 이해되는 듯하다. 리차드 도킨스는 엄청난 사람이다. 냉정한 학자이면서 천재적인 명석함이 번득인다. 그의 책을 읽으면 경외감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그가 서술하는 것의 요지는 일견 단순한 듯 하면서 우주의 진리를 관통한다는 느낌이 든다. 도킨스는 진화론에서도 특히 삶의 중심을 유전자에 두는 정말로 냉혹한 골수 진화론자이다. 그의 확신이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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