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 Greene. 2018. The Laws of Human Nature. Viking. 586 pages.
저자는 잘 나가는 자기개발서 작가이며, 이 책은 인간 본성의 약점은 무엇이며, 왜 그런 문제가 발생하며, 이를 극복하고 이용하는 전략을 제시한다.
각 장은 인간 본성의 문제를 하나씩 격파하는 방식으로 서술한다. 각장의 서술은 일률적으로 패턴에 따라 전개된다. 먼저 간단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왜 일이 그렇게 전개되었는지 진단을 내린다. 다음으로, 관련된 인간 본성의 문제가 무엇인지일반화의 맥락에서 서술하고,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지목하고, 최종적으로는 그러한 문제를 어떻게 스스로 극복하며, 상대가 보이는 그런 문제를 어떻게 이용할지 서술한다.
저자가 파악한 인간본성의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18개장에서 각각을 다루는데 많은 부분이 겹친다. 인간은 감정에 따라 비이성적으로 움직인다. 자기 중심적이다. 대외적으로 마스크쓰고 있다. 때때로 충동에 휩싸인다. 욕망한다. 단견적인 시야를 가지고 있다. 자기 방어를 한다. 내부의 어두운 감정을 억누르고 있다. 타인을 질투한다. 자신에 대해 과대망상증이 있다. 목적 없이 살아간다. 집단 압력에 순응한다. 공격 성향을 가지고 있다. 등등.
이러한 인간 본성의 약점/문제들은 유전적인 성향에도 원인이 있지만, 그보다는 어렸을 때 부모와의 경험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이러한 문제의 존재를 파악해야 한다. 조용히 물러나 자신과 거리를 두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관찰을 하면 이런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자신을 모니터하면서 고치려고 노력하면 어느 정도 고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심하게 가진 타인을 대할 때에는, 그에게 휘말리지 않도록 경계하고 거리를 두는게 좋다.
저자는 프로이트와 융의 정신분석학 이론을 추종한다. 인간 본성의 문제들은 스스로 의식할 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에 있으며, 어릴때 부모와의 경험이 이러한 문제의 결정적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고치려고 노력한다면 어느정도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상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보는 관점을 바꾼다면 문제를 역이용하여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전형적인 자기개발서의 공식을 따른다. 먼저 문제를 인식하고, 고치려고 노력하면 고칠 수 있으며, 나아가 상대를 통제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세상이 그렇게 간단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많은 인간의 문제들은 환경의 산물이기 때문에 개인의 의지로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예컨대, 인생의 목적을 가지고 그것에 헌신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은 목적 없이 닥치는 대로 대응하며 살아간다. 인생의 목적은 스스로 만들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은 동일한 논리와 피상적이고 유사한 서술을 반복하여, 정말 읽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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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 마사토 (김윤수 옮김). 2014. 부자의 그릇: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 다산 북스. 223쪽.
저자는 경제금융 교육 전문가이며, 이 책은 저자의 과거 경험을 소재로 쓴 우화를 통해 어떻게 돈을 관리해야 하나에 관해 교훈을 제시한다. 돈은 사람들의 이성적 사고를 마비시킨다. 사람들은 돈의 힘에 휘둘려서 기존에 생각하던 방식이나 기존에 소중히 여겼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망쳐버리기까지 한다.
돈은 삶에서 꼭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을 혼란하게 하고 감정에 휘말리게 한다. 이 책의 우화에 등장하는 화자는 자신의 과거 사업 실패 경험을 이야기 한다. 그는 주먹밥 판매 사업을 시작하였을 초기에 매출이 급상승하여 흥분한다. 새로 개발한 제품이 엄청나게 성공할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 자신의 재무와 관리 능력의 범위를 넘어 여러개의 매장을 빚을 내어 서둘러 확장한다. 그러나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신제품에 대한 평판은 썰물처럼 빠져버리고, 결국 빚에 몰려서 사업의 핵심 기여자들과 결별하고, 가족에게 소홀하여 이혼 당하고, 길거리에 나앉는다. 열심히 했지만 자신의 능력에 대한 판단을 그르쳐 실패한 것이다. 자신의 능력에 맞는 수준으로 서서히 사업을 키워 나갔다면 성공했을텐데, 일시적으로 돈이 벌리는데 흥분하여 신중함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잃은 것이다.
사람들이 돈을 어떻게 쓰는지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돈은 그 사람을 비추는 거울이다. 사람에게는 각자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돈의 크기가 있다. 돈을 관리하는 능력, 부자의 그릇을 키울 때,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돈을 맡기고, 부자가 될 수 있다. 돈은 결국 다른 사람으로부터 오기 때문이다. 돈은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하지만, 돈에 지배당하지 않고 돈과 공생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 책은 돈을 버는 특별한 비결을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 빠질 수 있는 위험 중 하나를 예로 제시할 뿐이다. 좋은 아이디어와 운이 결합하면 돈을 벌 수 있지만, 짧은 시일내 큰 돈을 벌겠다는 성급함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에, 부자가 되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한다. 결국 자신의 돈관리 능력 범위 내에서 서서히 부를 쌓아 나가고, 그러면서 자신의 능력이 길러지는 만큼 돈도 함께 벌리게 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자신의 능력과 운이 닿는 만큼 돈이 들어온다는 메시지는 별로 특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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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 2022. 역행자: 돈, 시간, 운명으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얻는 7단계 인생 공략집. 웅진 지식하우스. 289쪽.
저자는 온라인 상담사업, 유투버, 온라인 마케팅 사업으로 성공하였으며, 이 책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에서 성공하는 길을 제시한다. 사람들은 본능과 자아가 지시하는 길을 따라 습관적으로 살아가는데, 그러면 성공할 수 없다. 본능을 거스르고, 지금까지 살면서 구축된 자아를 버려야만 성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저자는 본능이 지시하는 대로 사는 사람을 순행자로, 본능을 거스르며 사는 사람을 역행자라고 지칭한다. 인생은 게임과 같은 것인데, 게임을 잘 하려면 게임의 규칙과 이기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하려고 하는 분야에 관해 집중적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면,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다. 다음 일곱가지의 길을 순차적으로 수행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첫째, 자의식 해체. 사람들은 강고한 자아를 가지고 있다. 이 자아는 변화나 새로운 정보에 대해 부정으로 일관하고, 외면하며, 자신의 상태를 합리화하는 데 능하다. 성공하는 첫번째 길은, 이러한 강고한 자아를 해체하는 일이다. 자신은 어리석으며,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틀리다는 것을 인정할 때, 다른 사람의 경험이나 새로운 정보에 마음을 열고 배우려고 다가가게 된다.
둘째, 정체성 만들기. 자신이 되고 싶어하는 상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나간다. 이를 위해 관련된 서적을 열심히 읽고, 자신의 환경을 그러한 새로운 상에 맞게끔 바꾸어 가면서, 자신에게 변화의 압력을 가한다. 남들의 성공 수기를 열심히 읽으면 일종의 세뇌 작용이 일면서, 그러한 새로운 모델로 자신을 몰아가게 된다.
셋째, 유전자 오작동 극복. 인간의 뇌는 기존의 방법을 답습하면서 새로운 것, 변화를 거부하고, 안정을 지향하는 쪽으로 진화해 왔다. 이러한 본능을 극복해야 한다. 주위 사람의 눈을 과도하게 의식하거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극복해야 한다.
넷째, 뇌 자동화. 운동을 통해 근육을 향상시키듯, 뇌의 기능도 훈련을 통해 최적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세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하나는 2년 동안 매일 책을 두시간씩 읽고 글을 쓰는 훈련을 한다. 저자가 이를 실천해 보니 생각의 발전, 뇌의 효율성이 엄청나게 향상되었다고 강조한다. 두번째는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적당한 일에 착수한다. 복리로 이자가 불어나듯이 조금씩이라도 매일 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성과가 보이지 않을지라도 장기적으로 엄청난 결과를 낳는다. 세번째는, 뇌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시도를 한다. 지금까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의 책을 읽어보고, 지금까지 안가본 길을 걸어보고, 충분히 수면을 취하여 뇌가 활발히 작용하도록 한다.
다섯째, 본능을 거스르며 사는 역행자의 지식을 체득한다. 자기 것을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 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인데, 이를 극복하고 남에게 베푸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남에게 후하게 줄 때에만, 그 사람이 나에게도 베풀기 때문이다.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확율에 따라 베팅한다. 성공확율이 높은 쪽으로 꾸준히 의사결정을 해나가면 결국 성공하게 된다. 설사 단기적으로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고 다음번에는 더 업그레이드 된 접근을 하게 된다. 하나의 깊은 능력보다는, 각각의 분야에 대해 깊지는 않지만 다양한 여러 능력을 조합했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와 독보적 능력이 만들어진다. 하나의 깊은 능력은 천부적 재능과 오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범인은 접근할 수 없지만, 여러 능력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길러 조합하는 방식은 보통사람에게도 가능한 성공의 길이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기른다. 이 능력은 독서를 통해 동서고금의 지혜를 많이 접하므로서 길러질 수 있다. 먼저 안되는 이유를 댈 것이 아니라 일단 실행을 해본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아가 발전해야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이 됬건 일단 실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여섯째, 경제적 자유를 얻는 구체적 루트는 다음과 같다. 돈을 버는 근본 원리는,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고, 상대를 행복하게 해주는데 있다. 돈을 벌려면, 사람들이 어떤 것에 불편해 하고, 어떤 것에 행복을 느끼는지 알아내야 한다. 일상에서 불편한 것, 힘들게 만드는 것에 항시 관심을 열어놓면 사업 아이템이 보인다. 저자는 이별로 괴로워 하는 사람을 온라인으로 상담하고, 마케팅으로 고민하는 사업가들에게 마케팅을 도와주고, 인생의 오작동을 바로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돈을 벌었다. 돈을 크게 벌려면 자신의 노동만으로 버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신이 축적한 자산, 예컨대, 부동산, 주식, 책, 유튜브 강좌, 등이 자신이 자는 시간에도 계속 일을 하여 돈을 벌도록 해야 한다. 어떤 사업이건 성공하려면, 무턱대고 뛰어 들어서는 안되며, 관련 책을 열심히 읽고, 관련 유튜브를 시청하고, 관련 오프라인 강연을 쫒아다니는 등으로, 그 길을 터득해야 남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저자는 주말 오후 한가한 시간에 변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에 자신을 투자할 것을 권유한다.
일곱째, 역행자의 쳇바퀴. 인생은 새로운 도전을 항시 요구한다. 한 단계의 성공에 도달하면 한단계 더 높은 성공을 갈망하게 되는 것이 인간이다. 본능을 거슬러서 사는 역행자의 인생은 결국 도전과 성장의 연속이다. 그러면서 성장, 성공의 단계가 높아지게 된다. 역행자의 길을 가지 않고 본능이 지시하는 대로 살아간다면, 시시포스의 굴레에서 헤메며 불행하게 살게 된다. 성장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성장이 멈추게 되면, 열등감이 쌓이며 주위에 성장하는 사람을 시기하고 헐뜯는 불행한 인생으로 빠지게 된다. 돈은 인생의 목표는 아니지만, 인생을 자유롭게 해주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돈이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글 솜씨가 대단한 사람이다. 논리의 흐름이 부드럽고, 곳곳에서 적절한 사례를 구사하면서 읽기 쉽게 썼다. 저자의 꿈이 크게 성공한 작가라고 하는데, 이 정도로 재미있게 설득력 있는 글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성공에 대한 그의 조언도 어느 정도는 타당한 것 같다. 그의 글에서 배울 점이 많으며, 여하간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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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Watson Jr. 1990. Father, Son & Co.: My life at IBM and beyond. Bantam book. 446 pages.
저자는 IBM 회사의 2대 회장이며, 이 책은 IBM 회사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일인칭 시점에서 인간적 삶에 촛점을 맞추어 쓴 자서전이다.
저자의 아버지, 즉 IBM의 창업자는 1900년대 초반 저울과 시계를 제작 판매하는 작은 회사의 세일즈맨으로 시작했다. 그는 이 회사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하던 제품이던 기계식 계산기의 중요성을 일찌기 간파했다. 그는 회사를 인수하고 기계식 계산기 사업을 크게 일으켰, 저자가 아버지가 일군 회사에 들어갈 무렵에는 상당한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저자는 학창시절 별로 우수한 학생이 아니었으며, 아버지의 연줄로 브라운 대학에 간신히 입학하였다. 대학시절 학교생활에 흥미를 붙이지 못하고 여자와 파티를 전전하며 시간을 보냈으며, 자신의 미래에 불확실한 불안감으로 가득찼다. 대학 졸업후 공군에 입대하여 비행기 조종사가 되었으며, 장군의 눈에 들어 러시아를 횡단하는 미션에 참여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된다.
전역후 아버지의 회사에 들어가 아버지의 밑에서 회사 경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회사가 기계식 계산기에 주력하던 시절, 일찌감치 전자식 계산기, 즉 컴퓨터의 잠재력에 눈떴다. 아버지를 포함한 회사의 기존 경영진의 반대를 무릅쓰고 회사의 미래를 컴퓨터 분야로 전환하는데 성공함으로서 독립적 경영 능력을 입증하였다. 컴퓨터가 개발된 초기 단계에, 마침 미국이 전쟁에 참전하여 컴퓨터에 대한 정부 수요가 급속히 늘어난 기회를 IBM은 공격적으로 포착하였다. 저자의 판단은 맞아떨어져, 정부의 대규모 수요 덕분에 IBM 은 컴퓨터 분야에서 가장 먼저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였으며, 이후 민수용 컴퓨터 분야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획득하게 되었다. IBM은 1950~1960년대에 컴퓨터 확산의 황금기를 거치면서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였다.
저자의 아버지, 즉 1대 창업자는 노년이 되어서도 회사의 경영권을 자식에게 물려주려 하지 않았다. 저자와 아버지는 둘다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로, 회사 경영을 둘러싸고 부딛치고 화해하기를 반복하였다. 결국 아버지가 죽기 바로 직전에야 아버지로부터 최고 경영자의 지위를 물려받을 수 있었다. 아버지는 저자의 남동생이 IBM 의 해외 사업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록 조정하였다. IBM은 그러한 아버지의 조치와 동생의 유능한 경영 능력 덕분에 미국내의 사업 못지 않게 해외 사업이 별도로 큰 규모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조치는 국내 사업을 담당하는 저자와 해외 사업을 담당하는 남동생 간에 간극을 만들었으며, 남동생이 저자보다 먼저 죽을 때까지로 둘 간에 감정적 거리를 지속하였다.
저자는 50대 중반에 심장마비 증상을 겪으면서 경영 일선에서 은퇴하였다. 급속한 속도로 성장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스트레스가 그의 건강을 악화시켰음을 깨닫고, 은퇴 이후에는 한동안 요트를 타고 비행기를 조정하면서 여행을 다녔다. 한편, 그는 기업가로는 드물게 진보적 이념의 소유자였으므로, 1960년대 케네디 대통령 시절부터 민주당 정치인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1970년대 연방 정부의 핵무기 관련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맡았으며, 이후 그의 공적 역할은 카터 대통령 시절 소련 대사직으로 이어졌다.
이 책은 미국의 대표적 기업가의 성장 과정을 회사와 인간적인 면모의 양쪽에서 비교적 솔직히 서술한다. 미국에서 한 시대를 풍미하며 성공한 사람의 삶과 그를 둘러싼 사건의 다양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경쟁을 추구하는 냉혹한 기업가의 면모가 가끔씩 엿보이나, 자서전 답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그려진다. 대부분의 큰 성공이 그러하듯, IBM의 성장 역시 시대의 변화가 제시하는 중요한 기회를 포착한 것이 핵심이었다. 저자가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지지 않으며, 거대한 기업을 일구고 운영하는 것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곳곳에서 미국의 상류층 생활 방식을 읽을 수 있다. 그는 돈과, 지위, 명예, 권력, 요트, 별장, 비행기, 아름다운 아내, 많은 자식, 등 그야말로 모든 것을 얻은 사람이다.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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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J. Sandel. 2020. The Tyranny of Merit: What's become of the common good? Farrar, Straus and Giroux. 227 pages.
저자는 사회철학자로, 이 책은 미국 사회에서 성과주의 혹은 업적주의(meritorcracy)가 지배하면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응 방향을 제시한다. 성과주의 혹은 업적주의는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원칙을 의미한다. 이러한 원칙이 지배할 때, 상위의 지위를 차지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상위 지위를 얻었다는 자긍심을 갖고 사는 반면, 하위 지위의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과 노력이 모자라서 어렵게 산다고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다. 성과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은 패배한 사람을 낮추어보는(condescend) 반면, 패배한 사람은 수치심과 함께 승리자에 대해 불만과 분노에 가득차게 된다. 미국에서 트럼프가 당선되고, 영국에서 유럽탈퇴 결정이 이루어진 배경에는 이들, 성과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의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
1980년대 이래 세계화와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의 시장 경쟁력은 높아졌으며 소득이 크게 증가한 반면,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은 좋은 일자리를 잃고 열악한 서비스 일자리만 남은 처지에 빠졌다. 지난 사십년 동안 미국의 경제는 잘 나갔는데, 상위소득자의 소득은 현저히 증가한 반면, 중하위 소득자의 소득은 정체되었다. 그 결과 소득 불평등은 높아졌다.
근래로 올수록 대학 졸업장이 경쟁에서 승리하는데 필수적인 조건이 되었다. 문제는 미국 성인의 3분의 1만이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이다.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3분의 2의 사람들이 이러한 변화를 접하면서 어떤 감정을 가질지 미국의 엘리트들은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엘리트들은 이들에게 어려운 처지에서 벗어나려면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가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낮은 지위의 사람들의 마음의 상처를 더 쓰라리게 하고 분통을 살뿐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라도 성공할 수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은 이를 이루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전혀 위안이 되지 않는다. 미국은 서구 유럽과 비교하여 사회이동이 덜 활발한 사회이므로, 미국의 아메리칸 드림의 이념은 더 많은 미국인을 좌절에 빠뜨린다.
미국의 대학이 사회적 성공을 위해 필수적 경로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대학 교육은 지위 상승이동의 경로가 되지 못한다. 우수한 대학의 학생 중 상위층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으므로, 우수한 대학은 사실상 상위층의 지위 대물림의 수단이 되었다. 상위층 자녀는 대학 준비과정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으며, SAT 성적은 부모의 소득 수준과 비례한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은 지난 사십년간 갈수록 치열해졌다. 우수한 대학에 입학하는 경쟁에 몰려 젊은이들의 정신과 인생이 좀먹는 정도에 이르렀다.
요컨대 성과주의가 심해지면서 미국의 정치는 파행에 빠져 비민주적 대중영합주의가 득세하였으며, 많은 중하층 사람들이 좌절과 분노에서 자기파괴적 행위를 하며, 중상층 젊은이들도 경쟁에 치여서 전인적인 삶에서 멀어지고 있다. 어떻게 성과주의의 폐해를 막을 것인가?
저자는 우선 우수한 대학의 대학입시 방식의 개혁을 제안한다. 성과에 따라서 줄을 세워서 입학을 결정하는 방식을 버리고, 대신 일정 학업 능력을 넘어선 학생들 풀에 대해 추첨을 통해 입학을 허용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우수한 대학 졸업장을 얻는 것이 완전히 개인의 성과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통제하지 못하는 우연이라는 요소가 개입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사실 사회적 성공이 완전히 개인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통제하지 못하는 다양한 요인이 개입되어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사회적 성공의 핵심 경로인 대학 입시에서부터 운의 작용을 개입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성과경쟁에서 승리한 사람이 이것은 완전히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만 이룬 것이라는 자긍심에서 실패한 사람을 낮추어보는 태도가 조금은 사라질 것이며, 경쟁에 실패한 사람도 이것이 자신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에 쓰라림이 덜 할 것이다.
개인이 시장경쟁에서 거둔 성과가 아니라 개인이 사회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개인의 가치가 결정되도록 사회제도를 조정해야 한다. 저자는 이를 '분배에서의 정의'(distributive justice)에 대비되는 용어인 '기여에서의 정의'(contributive justice)라고 지칭한다. 개인이 시장경쟁에서 거둔 성과는 개인의 소득으로 귀결되는 데, 이는 그가 사회에 기여한 정도와 반드시 일치 하지는 않는다. 이 두가지가 어긋나는 경우, 이 두가지를 근접시키려는 사회적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컨대 금융시장에서 투기를 통해 엄청난 소득을 거둔 사람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두어서, 사회에 기여한 정도보다 보상을 덜 받은 사람, 예컨대 청소부나 학교 선생님에게 나누어주는 것이다. 재산 소득에 세금을 많이 부과하는 대신, 노동 소득에는 세금을 면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있도록 최저한의 사회적 조건을 마련해 준다면, 성과주의에 따른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문제의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 아무리 능력에 따라 경쟁해서 패한다고 해도 인간다운 삶이 보장된다면 패자의 쓰라림은 덜 할 것이다. 또한 승자와 패자의 보상의 간격이 크지 않다면, 즉 소득 불평등이 크지 않다면, 승자와 패자의 갈림이 덜 쓰라릴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공공재(common good)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승리와 패배에 관계없이 누리는 부분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성과주의의 부작용을 말하지만, 사실 성과주의는 서구 경제와 사회의 발전을 이룬 동력이다. 능력과 노력을 가진 사람에게 중요한 자리를 배당하고 보상을 많이 주는 시스템은, 사회발전을 추구하는 가장 과학적 기술적 접근방식이다.과거에 신분사회, 즉 능력과 노력에 관계없이 태어난 지위에 따라 삶이 결정된 사회의 부정의와 비효율을 생각한다면 성과주의가 얼마나 우수한 체제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성과주의의 부작용을 걱정하기 전에, 능력과 노력에 따라 보상한다는 성과주의 이념이 완벽히 구현되지 않은 것을 먼저 문제삼아야 한다. 부모의 지위에 따라 자식에게 기회의 차등이 주어지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멀다. 저자가 지적하는 미국이 당면한 성과주의의 부작용이란 것은, 사실 성과주의 자체의 부작용이라기보다는 성과주의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데 따른 문제이다.
기회가 완벽히 평등하게 주어졌음에도 실패하는 사람의 좌절과 분노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들에게 인간적으로 살만한 수준의 삶을 보장하고, 그들의 자녀에게 부모의 실패와 완전히 독립된 기회의 평등을 보장한다면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다. 자신은 능력과 노력이 모자라 실패했더라도, 자신의 자녀가 부모의 실패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새로운 인생의 게임을 시작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결코 게임을 파괴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게임이 정말 공정하고 믿는다면 자신의 실패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자식에게 새로운 공정한 게임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결코 자신에게서 게임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백인 노동계층이 좌절하고 분노하는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불안과 함께 자신의 자녀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현실에 반발하는 것이지, 성과주의 그자체에 반발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열심히 했음에도 자신에게 돌아온 몫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빈약하다고 느낄 때, 분노한다. 게임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생각에는 오류가 있다. 세계화가 되면서 그들보다 더 가난한 제삼세계의 사람들이 그들만큼 열심히 살지만 그들보다 덜 가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다만 그들보다 더 열심히 산 것은 아닌 월스트리트에서 일하거나 대도시에 교육 많이 받은 사람들이 엄청난 몫을 가져가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것이 그들의 분노의 근원이다. 불평등이 그들의 분노와 좌절의 원인이며, 지난 사십년 동안 그들의 소득이 정체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남은 잘 나가는데 나는 뒤쳐지고 있다는 생각만큼 사람을 좌절시키고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이 책은 저자의 강의 명성만큼 좋은 책은 아니다. 같은 말을 반복하며 논의가 답답하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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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영어로 밥을 먹고 살지만,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외국인으로서 실용적인 용도에서이다. 그러나 현실은 영어 구사력이 실용적인 용도를 넘어서서 지위의 상징으로 기여하기도 한다. 대체로 국제적인 업무를 하는 직업은 보수나 사회적인 지위가 높으므로 영어 구사력과 사회적 지위가 함께 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국어를 잘 못하면서 영어를 잘 하는 것을 더 높이 쳐준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영어를 잘 하는 것은 영어를 잘 못하는 주변 한국인에 대해서는 콧대를 세울 수있는 수단일지 모르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나라에서는 이방인이 자신들을 모방하는 아류 정도로 취급될 수밖에 없다. 한국이 국제화되는 것은 꼭 필요하지만, 영어권 국가의 이등 시민 쯤으로 인정되기를 기대해서야 말이 되겠는가?
약소국의 시민으로 태어나 강대국의 언어를 배우고 그들과 거래를 통해 자신의 삶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어쩔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 모국의 언어도 배우면서 강대국의 언어를 동시에 익혀야 하는 힘든 운명을 타고 났다. 미국인은 외국말을 전혀 배우지 않고도 잘 살아갈 수있는데 말이다. 미국의 지도자가 외국어를 하는 것을 본적이 없으나 한국의 지도자가 외국에 나가 힘들게 영어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접할 때 마다 마치 나의 모습을 보는 듯 동병상련의 심정을 느낀다.
그러나 강대국의 언어를 배우면서 자신의 말을 잊어버린다면,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일이며, 장기적으로는 그 나라의 이등 시민으로 편입되는 길이다. 단기적으로는 자신의 나라에서 주변사람들보다 상위의 지위를 획득하는 길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본다면 어릴때부터 미국으로 자식을 유학보내고 혹은 외국인 학교에 보내면서 한국말 보다 영어를 더 유창하게 하도록 하는 전략이 그릇된 방식은 아닌듯하다. 단지 성공 목표가 너무 낮으며 주변 사람들을 주눅들게 하는 하류의 전략이라는 것만 빼놓으면 말이다. 그렇게는 큰 지도자가 될 수 없으며 자신만 잘먹고 잘사는 성공한 사람을 양성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 사회가 그런 사람으로 넘쳐난다면 살기 힘든 사회가 될 것이다. 그 속에서 내 자식은 상대적으로 잘먹고 잘산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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