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mond Morris. 1999(1967). The Naked Ape: A Zoologist's Study of the Human Animal. Delta Book. 241 pages.
저자는 침팬지의 행태를 연구한 동물학자이며, 이 책은 동물의 일원으로서 인간을 객관적으로 관찰한다. 인간은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의 중간 쯤의 행태를 보이며, 침팬지와 매우 흡사하다. 성, 성장, 탐구 활동, 싸움, 먹이활동, 안락을 추구하는 행위, 다른 동물과의 관계 등, 장을 달리하며 서술한다. 인간의 성에 관한 서술이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자세하며, 다른 주제는 상대적으로 간략히 다룬다.
인간은 높은 지력을 지니고 이성적으로 처신하는 듯 하지만, 사실 다른 동물과 다름 없이 동물적 본능에 의해 지배되어 살아간다. 다른 동물과 비교할 때, 집단적으로 노력을 투입하여 일을 하는 성향이 두드러진다. 인간의 모든 감정과 행태는 집단 생활이 원만하게 돌아가도록 맞추어져 있다. 예컨대 인간 사회에서 일부일처제가 기본인 이유는, 이러한 남녀의 짝짓기 행태가 다른 어느 방식보다 집단적으로 노력을 투입하여 살아가는 방식에 가장 잘 맞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 쓰여진 책답게, 인구의 폭발적 증가 문제를 곳곳에서 언급한다. 인류는 최고의 포식자가 되어 다른 동물을 모두 제압하고 빠르게 증가해 왔다.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서 동물 세계에서 밀도가 높을 때 발생하는 부정적 현상들이 인간 사회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높기는 하지만, 지구의 역사에서 많은 생물이 멸종되었듯 인간도 앞으로 멸종될 가능성이 있다. 인구 폭증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이다.
이 책은 진화적 관점에서 인간 행태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고전으로 취급된다. 동물과 인간을 객관적으로 비교하면서, 인간의 본질에 대해 통찰력을 제공한다. 이 책이 나온 후에 많은 연구 성과가 쌓였지만, 저자의 솔직하며 냉정한 서술은 여전히 읽는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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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ward Wilson. 2004(1978). On Human Nature. Harvard University Press. 209 pages.
저자는 개미 연구로 유명한 생물학자이며, 이 책에서 인간의 본성은 생물학적 기반 위에 있으며, 인간의 삶을 연구하는 사회과학은 인간의 본성, 즉 인간의 생물학적 속성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주장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인간의 본성은 생물학적 진화과정을 통해 형성되었다. 생존과 자손번식에 도움이 되는 속성이 선택되어 오늘날 인간의 본성이 되었다. 인간의 사회 활동은 이러한 인간의 본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인간의 본성에 위배되는 사회적 실험은 실패했다. 대표적인 예로, 자녀를 부모와 떼어내 공동으로 양육하는 공동체 운동이나, 남녀간의 가족 형성 원칙을 부정하는 집단적 공동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네가지 인간의 속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첫째는 공격성(agression) 이며, 둘째는 섹스이며, 셋째는 이타주의(altruism) 이며, 넷째는 종교이다. 공격성에 대해 말하자면, 인간은 모든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속한 집단(내집단)과 속하지 않은 집단(외집단)을 구분하고, 외집단에 대해 적대적이다. 이러한 속성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확산하는 목적에 기여한다. 내집단의 가장 작은 단위는 가족이며, 이 범위는 맥락에 따라 넓혀진다. 인종, 민족, 성별, 종교, 지역, 계급 등 사람들이 인간을 구분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사람들 사이에 교류가 늘면서 다른 기준의 중요성은 줄어드는 반면, 사회경제적 지위의 중요성은 남아있다.
둘째 섹스. 섹스는 가장 기본적으로는 후손을 번식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인간에게는 남녀간 결합을 형성하고 밀접한 관계를 유지시키는 목적이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인간이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오랜 시간동안 부와 모의 헌신적인 투자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과 달리, 여자는 발정기가 따로 없고, 항시 섹스가 가능하며, 일부일처의 가족이 기본으로 자리잡은 것도 같은 이유이다. 남성은 자신의 여자의 섹스를 독점하는 대신, 자신의 유전자를 지닌 자녀를 키우는 데 헌신하는 거래를 한다. 남성은 기본적으로 적극적이고 모험적인 반면, 여성은 인간관계에 민감하고 수동적인 이유 또한 남성과 여성의 성적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셋째, 이타주의. 인간의 이타적 행위는 본질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잇는 생물적 본성과 연결된 이기적 행위이다.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자신과 유전자를 일부 공유하는 친족이나 집단의 복리가 높아진다면, 결국 자신의 유전자가 후대로 이어지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넷째, 종교. 전통적 종교의 교리의 일부는 생물학적 본성에 위배되거나, 현대 도시 산업사회의 삶에 맞지 않는 부분을 담고 있다. 종교가 만드는 집단 헌신은 집단의 복리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중세시대에 마녀 사냥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안전핀 역할을 했다. 동성애를 금하는 종교의 가르침은 동성애가 인간을 포함한 동물세계에서 보편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을 부정한다. 동성애의 진화론적 존재 이유가 명확치 않지만, 동성애가 동성애자가 포함된 집단의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러한 유전자가 이어지고 있다. 전통 종교가 남성 우위의 이념을 주장하는데, 이는 과거 수렵채취 시절에 맞는 생존방식이지만, 현대 산업사회의 생활과는 맞지 않는다.
인간의 생물적 속성을 과학적으로 탐구하여 체계적으로 알게 된다면, 인간 사회와 문화의 가용 범위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생물적 속성에 대한 체계적 지식은 인간에게 더 나은 사회와 문화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다. 근래에 인간 도덕의 생물학적 배경을 탐구하는 활동이 대표적 예이다.
이 책은 저자의 과학적 연구 활동을 바탕으로 인간 사회와 인문학에 확장해 자신의 생각을 제시한 글이다. 1970년대 중반에 쓰여져서 제시하는 사례나 핵심 논의가 약간 낡았다는 느낌이 든다. 이후 동물행동학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어 인간의 행동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깊어졌다. 그러나 저자가 주장하듯이 생물학적 지식에 기반해 인간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고 설계하려면 가야할 길이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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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s de Waal. 2019. Mama's Last Hug: animal emotions and what they tell us about ourselves. Norton. 278 pages.
저자는 침팬치의 행동을 연구하는 학자이며, 이 책은 동물의 감정을 인간의 감정과 비교하면서 근본적으로 둘은 서로 같다는 점을 밝힌다.
감정(emotion)이란 상황에 맞게 적절한 행동을 유도하는,진화과정을 통해서 발달된 장치이다. 동물은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 부딛치면 두려움을 느낀다. 이 감정은 동물이 특정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도록 하는데 도움을 준다. 두려움을 느끼는 동물은 특정 상황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행동을 취한다. 감정은 인지 능력보다 특정 상황을 더 효율적으로 평가한다.
저자는 어떤 상황에 처해 내부로부터 솟아오르는 감정(emotion)과, 이를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느낌(feeling)을 분석적으로 구분한다. 감정이란 언어적 표현 이전의 것이다.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가지고 있다. 특정 상황에 대해 유사하게 반응한다면, 인간과 동물은 유사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추론하는 것이 옳다. 인간은 자신의 내적인 상태를 말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감정을 느끼는 반면, 동물은 말하지 못하기 때문에 감정이라는 내적인 상태가 없다거나 인간과 다르다는 주장은 틀리다.
말로 표현할 수있는 감정의 종류는 많지 않다. 그러나 감정이란 본질적으로 복합적인 것으로서, 몇 가지로 단순히 구분할 수 없다. 예컨대 두려움(fear)과 걱정(anxious)이 복합된 미묘하게 다양한 감정이 존재한다. 생리적 변화로 볼 때 유사한 반응을, 상황에 따라 두려움 혹은 걱정으로 구분하여 지칭하지만, 실제는 그렇게 거친 범주로 재단되지 않는다. 고통, 두려움, 걱정과 같은 기본적 감정만이 아니라, 공감, 혐오, 수치심, 죄의식, 등 복잡한 감정들 또한 동물은 인간과 다름없이 가지고 있다. 분노, 공정함, 복수의 감정, 좌절감, 우울, 등도 동물에게서 관찰된다.
동물이 감정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하는 윤리적 문제와 얽혀있다. 사람들은 동물이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싶어한다. 고통을 느끼는 동물을 잔인하게 취급하는 현실은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육식을 하는 것은 생물적 조건이기 때문에 어쩔 수없지만, 어떻게 동물을 취급하는지를 투명하게 모두가 알도록 하는 것이 동물 윤리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다. 우리가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동물의 감정을 받아들이면 된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잔인하게 취급할 때 이를 보이지 않도록 하는데, 인간이 다른 인간의 상황을 투명하게 알도록 한다면, 인간은 타인에게 그렇게 잔인하게 할 수 없다. 동물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
저자는 침팬지를 연구하면서 인간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고 한다. 침팬지는 권력, 지위, 섹스를 추구하는 동물이다. 인간을 그러한 관점에서 들여다본다고 하여 인간이 더 사악하게 보이지는 않음을, 침팬지에 대한 그의 관찰에서 읽을 수 있다. 그의 글을 따라가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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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dolf Nesse. 2019. Good Reasons for Bad Feelings: Insight from the frontier of evolutionary psychiatry. Dutton. 269 pages.
저자는 정신의학자이며, 이 책은 사람들이 느끼는 우울, 슬픔, 걱정, 죄책감, 약물 중독, 정신분열 등의 부정적 감정과 정신병의 원인을 진화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우리의 몸/마음이 병에 취약한 것은 진화적 관점에서 볼 때 다음 여섯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리 몸이 현대의 생활방식에 맞지 않기 때문(mismatch), 병원균이 우리보다 더 빠르게 진화하기 때문(infection), 자연의 선택과정으로 만들어지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constraints), 우리 몸의 모든 요소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지니기 때문(trade-offs), 자연의 선택과정은 우리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손을 최대로 번식시키는 쪽으로 맞추어져 있기때문(reproduction), 고통과 걱정과 같은 부정적 감정은 외부의 위협에 대응하는데 유용하기 때문(defensive responses).
우울과 같은 부정적 감정 자체가 생존에 유리한 기능을 가진 경우도 있지만, 생존에 유리한 특성의 부작용으로 부정적 감정이 발현하는 경우도 있다. 우울한 감정은 자신의 현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나, 어떻게 해도 도달하기 힘든 현실에 맞닥뜨릴 때 나타나는데, 이는 더이상의 무모한 투자를 중단하게 만드는 적응 기제이다. 동물의 감정이란, 진화적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기제이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위험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빨리 죽는다.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좌절하고 우울에 빠져 움츠러들고 행동을 멈추는데, 다른 방향에서 새로운 기회가 보이면 에너지가 솟아 오르며 다시 행동에 착수한다. 도달할 수 없는 목표에 계속 에너지를 투입하는 사람은 진화의 과정에서 퇴화했다. 어느 정도 하다가 아무래도 효과가 나지 않으면 부정적 감정이 점점 커지는데, 이는 진화적으로 적응한 결과이다.
많은 사람들은 왜 애시당초 도달하기 힘든 목표를 추구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도달하기 힘든 목표를 원하는 "희망" 이라는 감정은 인간을 발달시키는 원동력이다. 높은 목표를 희망하지 않고 현재의 상태에 자족하여 사는 성질을 가진 인간은, 비록 희망이 많은 경우 꺽이더라도 높은 목표를 추구하는 성질을 가진 인간과의 생존경쟁에서 패하여 도퇴했을 것이다. 요컨대,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겪는 우울이란 감정은, 생존경쟁에 유리한 능력, 즉 높은 목표를 희망하고 이를 향해 노력하는 능력의 부작용이다. 불교에서는 인간의 고통과 번뇌의 근원을 욕망에 두고, 욕망을 버리면 번뇌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진화론의 관점에서 볼 때 합당한 주장이 아니다. 욕망이 없는 동물은 오래전에 생존경쟁에서 도퇴되었을 것이다. 즉 사람들이 도달하기 힘든 것을 원하고 좌절과 우울을 맛보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이러한 경험을 하지 않는 인간은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할 수 없다. 아무리 높이 올라가더라도 항시 그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원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모두 적든 많든 좌절과 우울을 맛보며 살 수 밖에 없다.
슬픔이나 후회란, 미래에 유사한 상황에서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이다. 슬픔을 느끼고 후회를 할 수록 내가 어떤 부분에서 잘못했는지, 왜 그런 결과가 빚어졌는지를 반추하게 되고, 이러한 반추를 통해 얻어진 교훈은 미래에 생존능력을 높인다.
진화의 과정은 숙주의 건강과 행복을 높이는데 목표를 두지 않고, 후손을 최대한 많이 번식시키는데 목표를 둔다. 후손 번식과 숙주의 건강/행복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은 불확실한 위험에 대해 지나치게 반응하는 결과인데, 이는 생존에 도움이 되지만 숙주의 행복을 감소시킨다. 반대로 지나치게 걱정을 하지 않는 사람은 불확실한 위험에 무모하게 행동하기 때문에, 만일 불확실한 위험이 만에 하나 진짜 위험일 경우 돌이킬 수 없이 큰 낭패를 당하게 되어, 진화의 과정에서 결국 도퇴된다.
정신분열증이나 자폐증과 같은 신경 질환은 인간의 복잡한 두뇌 활동의 부작용일 수 있다. 인간의 두뇌는 복잡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능력은 잘못될 위험성 또한 높다. 인간의 두뇌 능력이 덜 고도화되어 있다면 신경 질환에 걸릴 위험도 덜하겠지만, 이는 숙주의 생존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같은 이유로 하여, 인간의 면역능력은 매우 우수하여 외부로부터의 병원균을 공격하고 자신의 몸을 방어하는데 효율적이지만, 또한 때때로 자신의 몸에 공격을 가하기도 한다. 인간의 몸/정신은 생존 능력과 이러한 능력에 부수되는 위험성 사이에 미묘한 균형을 잡고 있는데, 이 균형이 조금이라도 어그러지면 병이 된다.
저자는 진화론적 관점을 인간의 병리현상에 적용한 의학자로 유명하다. 이 책은 일상적인 감정에 대해 이야기 하나, 상당히 학술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많은 연구들을 인용하면서 논의를 세세하게 전개하기 때문에, 일일이 내용을 이해하면서 읽어내리는데 많은 노력을 투입해야 했다. 읽다보니 얼마 읽지 않아 내가 두번째 읽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음에도 끝까지 다시 읽었다. 두번을 읽어 이해도가 처음보다 더 높아진 것 같지는 않지만, 여하간 통찰력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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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d Saad. 2011. The Consuming Instinct: what juicy burgers, ferraris, pornography, and gift giving reveal about human nature. Prometheus Books. 293 page.
저자는 마케팅 전공의 경영학자이며, 사람들의 소비행위를 진화론을 적용해서 설명한다. 인간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진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소비 행위는 그러한 진화적 욕구를 충족하는 수단이다. 왜 사람들이 어떤 소비 행위를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행위가 진화적 욕구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진화적 욕구는 크게 네가지이다. 첫째는 물리적 생존이며, 둘째는 이성의 짝을 만나서 번식하는 것이며, 셋째는 혈연적인 집단 즉, 가족과 친족을 만드는 것이며, 넷째는 우호적인 집단의 일원이 되는 것, 즉 친구를 만드는 것이다.
각각의 영역에서는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된다. 물리적 생존의 영역에서는 결핍으로부터 벗어날 확율을 높이는 것, 섹스의 영역에서는 다음 세대를 번식을 하는 데에서 남자와 여자는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다는 점(differential parental investment), 가족과 친족의 영역에서는 개체가 아니라 유전자의 단위에서 다음 세대로 확산한다는 것(inclusive affinity), 우호적 집단 구성원과의 관계에서는 내가 속한 집단을 외집단보다 우선시하고 (in-group over out-group), 일대일의 교환관계 (tit for tat)관계가 지배한다는 사실이다.
남성은 도박이나 위험한 행위에 빠지기 쉬운 반면, 여성은 육체적 미를 높이는 행위에 지나치게 빠지기 쉽다. 남성은 포르노에 탐닉하나, 여성은 성적인 비쥬얼 이미지에 덜 끌린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남들에 대한 뒷담화에 흥미를 가지는데, 이것이 사람들이 티브이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남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에 호기심을 갖는 것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진화적 욕구의 발로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 인간의 욕구는 시대와 장소를 불문한다. 따라서 진화적 필요에 근거한 욕구를 겨냥한 마켓팅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통한다. 인간은 미래의 불확실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다. 따라서 미래의 희망을 파는 마켓팅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희박한 근거를 제시하더라도 희망을 믿고 싶어한다. 종교와 자기개발 산업이 대표적으로 미래의 희망을 파는 분야이다. 소비자가 감정에 좌우되어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이유는 그러한 행위가 진화적 욕구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속이 비어 있을 때 많은 양을 구매하는 것은 결핍에 대한 회피 욕구 때문이다.
인간의 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사회과학은 진화론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 인간의 행위에 대해 왜 그런지를 설명하는 근거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생존과 번식의 욕구를 벗어날 수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관찰되는 다양한 현상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서술한다. 기존에 많이 알려진 논의를 인용하여 설명하기에 신선함은 덜하다. 진화론의 패러다임이 우리의 일상을 설명하는 데 설득력이 있음을 확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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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Bloom. 2010. How Pleasure Works: the new science of why we like what we like. WW Norton. 221 pages.
저자는 발달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사람들이 즐거움을 느끼는 근원을 진화론으로 설명한다. 인간이 어떤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천성적인 본질주의자(essentialist)이다. 본질주의란 사물에는 상황에 따라 변하지 않은 본질이 존재하며, 사람들은 이러한 본질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사물을 접하고 인식한다. 이는 상황에 따라 변하는 피상적 외면에 따라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과 반대된다. 어떤 대상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즐거움은 이 대상의 본질과 연관되어 있다. 진품 그림, 유명인사가 직접 접촉한 물건, 현장 공연, 등이 모조 그림이나 복사품보다 더 즐거움을 주는 이유는 이것이 대상의 본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본질주의적 인식은 인간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 상황에 따라 달리 변하는 것을 각각 다른 것으로 인식한다면, 그것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 사람들이 특정 음식을 선호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우리의 맛 감각이란 대상의 본질에 대한 인식에 영향받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영양학적 이유 이외에, 우리가 진짜라고 믿는 것일수록 더 맛있게 느낀다. 인조고기보다 천연 고기를 더 맛있게 느끼며, 코카콜라가 익명의 콜라보다 더 맛있으며, 천연 환경에서 채취했다고 믿는 생수가 수도물보다 더 맛있다.
섹스가 즐거운 이유는 종의 번식을 위한 필요에서 발달한 감각때문이다. 남성과 여성은 다른 방식으로 섹스를 접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짝을 찾는데 훨씬 까다로우며, 소수의 배우자의 헌신을 구한다. 남성은 여성의 성적인 외도에 분개하고 질투하는 반면, 여성은 남성이 자신에게 쏟을 자원을 다른 사람에게 쏟는 위험 때문에 질투한다. 따라서 여성은 배우자가 자신에게 쏟을 자원을 다른 사람에게 크게 이전하지만 않는다면 남성의 성적인 외도에 대해 감정적 분노를 덜 느끼는 반면, 남성은 여성이 다른 남성과 성적으로 결합한다는 오로지 그 사실 때문에 참지 못한다. 섹스 상대의 과거의 성적 전력은 성적 매력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 이것 역시 자신의 유전자를 번식시키려는 진화적 욕구이다.
사람들이 이야기에 끌리는 이유는, 그것이 거의 대부분 사람들의 관계 맺기와 연관되어 있기때문이다. 이야기에 담긴 인간관계의 복잡한 양상에 대한 지식은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의 생존과 번식에 필수적 기술이다. 사람들이 이러한 지식과 기술을 직접 경험으로 습득하려면 희생과 위험이 클 것이지만, 이야기 혹은 허구를 통해 이를 큰 비용 없이 습득할 수있다. 즉 이야기에 대한 인간의 본원적 흥미는 생존 본능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해피 엔딩만 아니라 슬픈이야기나 폭력적 이야기에 흥미가 동하는 이유도 동일하다. 남의 고통과 비극은 나의 즐거움이라는 말은 어느 정도는 맞는다. 그러나 실제 벌어지는 현실로서 남의 고통이 지나칠 경우, 공감이 작용하여 관찰자에게도 고통을 준다. 그러나 허구는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데, 이는 사람들이 이야기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허구는 실제 일어나는 일이 아니므로 아무리 고통스런 사건이 벌어져도 공감의 강도가 낮다.
이책은 저자의 연구결과와 엄청난 독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솜씨좋게 버무려 놓은 책이다. 논의가 조금 산만한 느낌이 들지만, 그런대로 읽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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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holas A. Christakis. 2019. Blueprint: the evolutionary origins of a good society. Little Brown Spark. 419 pages.
저자는 의사이며 사회학자로서, 이 책은 인간의 사회와 문화는 진화의 결과이며, 모든 인간에게 공통된 유전 인자의 발현임을 다양한 문화, 동물, 실험을 통해 입증한다.
인류의 모든 사회는 공통된 특질을 가지고 있으며, 다음 여덟가지로 요약된다. 각각의 개체성(individual identity)를 인정하고 인식하는 능력, 배우자와 자식에 대한 사랑, 우정, 사회적 네트워크, 협동, 자신이 속한 집단을 편애하는 성향, 어느 정도의 위계질서, 사회적 학습과 교육.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이러한 일련의 인간의 특질이 잘 발휘된 사회는 흥한 반면, 이러한 특질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거나 인위적으로 억제한 사회는 쇄하였다. 대양을 항해하다 난파하여 섬에 고립된 사람들의 집단, 이상 사회를 만들려는 의도에서 계획적으로 조직한 사회, 실험이나 인터넷의 가상환경에서 만들어진 사람들의 집단이라는 세가지 경우의 사회를 검토한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사람들 사이에 협동은 사회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데, 사람들의 변화가 거의 없는 환경이나 반대로 사람들의 유동이 매우 심한 환경은 사람들의 변화가 어느 정도 있는 환경보다 협동의 수준이 낮다. 물질적 환경이 열악한 환경에서는 생존을 위해 높은 수준의 협동이 형성되는 반면, 물질적으로 풍요한 환경에서는 협동의 수준이 낮다.
인류 역사에서 일처일부제가 지배한 이유는, 그 이외의 다른 방식의 친밀한 결합, 즉, 일처 다부제, 다처 일부제, 난혼 등이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사회의 존속에 불안정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일처다부제의 사회에서는 짝을 찾지 못하는 다수의 남성이 위험한 행동, 폭력, 범죄에 쉽게 빠져든다.
인간을 포함한 고등 동물은 대부분 친구를 가지고 있다. 친구는 자신과 유전자를 공유하는 친척의 범위를 넘어서서 넓은 범위의 자원에 접할 수 있도록 해주며, 불확실한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의 성격을 띤다.
인간이 각각의 개체성을 인정하고 상대를 인식하는 능력은, 상호적인 협동관계를 형성하기 위하여 필수적이다. 이간의 협동에 대한 본능은 협동에 위배되는 사람을 벌주려는 성향과 함께 한다. 사람들은 나의 이익이 희생되더라도 협동을 위배하는 사람을 벌주려고 나선다. 사람들은 공정을 선호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자신에게 손해가 가더라도 공정하지 못한 분배는 배격한다. 인간의 도덕율의 상당 부분은 인간의 본능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간의 유전자는 문화의 대체적인 틀을 규정짓는다. 문화와 사회적 규범이 생물학적 유전자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과거에 학자들은 부정했다. 생물학적 결정론이나 환원주의를 경계했다. 그러나 근래로 오면서 인간의 사회활동과 유전자의 연관을 긍정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인간은 근래로 올수록 덜 폭력적이고, 문화와 지식의 축적을 통해 물질적으로 더 풍요롭고, 서로를 인정하고 관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 변화는 유전자와 문화가 상호작용하면서 진화한 결과이다. 진화하는 인간의 미래는 밝다.
이 책은 인간과 동물의 진화와 관련하여 엄청나게 많은 다양한 사례를 인용한다. 유사한 많은 정보를 망라하면서 길게 길게 서술하여 독자의 인내력을 힘들게 한다. 앞에서 본듯한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하여 나오기에 다 읽어내느라 무척 힘들었다. 절반 정도의 분량으로 썼다면 훨씬 좋은 책이 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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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 Bekoff. 2007. The Emotional lives of animals. New World Library. 166 pages.
저자는 생태학/진화생물학자이며, 이 책은 동물도 사람과 유사하게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여러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역설한다. 동물이 사람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다면, 사람들이 동물을 취급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이나 동물은 모두 주위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감정을 진화시켰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는 동물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남의 감정을 파악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효과적 의사소통을 위해 필수적이다. 동물의 감정은 생존에 필수적인 일차적인 감정과 덜 중요한 이차적인 감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에는 고통, 공포, 분노, 쾌락, 등이며, 후자에는 슬픔, 질투, 권태, 호기심, 등이다. 생물 세계의 진화의 연속선 상에서 인간은 동물과 감정 능력을 공유한다. 인간과 동물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감정을 느끼는 능력에서는 동일하다.
동물도 공정함(fairness)과 공감(empathy)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동물의 놀이 과정에 내포된 감정을 연구한 결과, 놀이 과정에서 암묵적으로 합의된 공정한 규칙(fair play)을 지키는 것은 동물에게도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동물은 놀이 과정을 통해 협동하는 능력을 기른다. 진화의 원리를 적자생존의 경쟁으로만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경쟁과 협동이 함께 할 때 생존의 가능성이 커진다.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타자의 감정을 추체험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자신을 타인의 입장에 놓고 그가 느끼는 감정을 자신도 공감한다.
사람들은 애완 동물을 상대할 때에는 동물이 감정을 지니고 있음을 직관적으로 안다. 그러나 자신의 애완 동물을 상대하는 상황이 아닌 경우, 동물을 감정 능력이 없는 물건으로 취급한다. 과학자들은 실험 동물을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물건과 같은 존재처럼 취급하며, 가축을 기르는 사람들은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대우한다. 그들이 자신의 애완견이었다면 그렇게 했겠느냐고 저자는 질문한다. 동물이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동물을 잔인하게 취급해서는 안된다. 그들의 감정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동물을 대해야 한다. 과학 실험을 위해, 인간의 식생을 위해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저자는 책 전체를 통해 동물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동물이 인간과 동일하게 느낀다는 사실은 기독교가 인간을 동물과 구별된 특별한 존재로 보는 교리에 반하므로, 사람들이 좀처럼 이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동물과 인간이 특별히 구별되지 않으므로, 그가 동물과 인간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역설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진다.
동물이 감정이 있다고 해서 동물을 덜 잔인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논리로 연결되지 않는다. 인간이 감정이 있다고 하여 인간이 서로를 잔인하게 죽이고 착취하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인간이 동물을 잔인하게 취급하는 이유는 동물이 감정이 없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무자비하게 대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상대가 자신과 외양이 다르면 다를수록 죄책감을 덜 느끼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이용한다. 백인들은 자신과 외양이 다른 흑인들을 착취하며, 흑인보다 자신과 외양이 더 다른 존재인 동물을 훨씬 더 심하게 착취한다. 저자의 순수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동물 복지를 높이는 일은 동물이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 만으로는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지구상에서 인간이 줄어드는 것이 동물 복지를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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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 Nettle. 2007. Personality: What makes you the way you are. Oxford University Press. 248 pages.
저자는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인간의 성격을 5개의 독립된 차원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외향성(extraversion), 신경증적 특성(Neuroticism), 자기통제성(Conscientiousness), 타인친화성(Agreeableness), 개방성(Openness)이 그것이다. 이 다섯개의 차원은 가장 강한 정도에서 가장 약한 정도까지 연속적인 척도를 구성한다. 사람들은 다섯개 차원 각각의 연속선 상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다.
첫번째, 외향성(Extraversion)은 보상에 대한 반응에 민감한 정도이다. 외향성이 높은 사람은 보상을 가져오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구한다. 이들은 모험추구적이며, 호기심이 많으며, 사교적이며, 성적으로 적극적이며, 성공지향적이다. 이들은 신체적 위험에 빠지거나 가족관계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외향성이 낮은, 즉 내향적인 사람은, 신중하고, 침착하고, 자족적이며, 타인과 조정하는 것을 어려워 한다. 변화가 심하고 생존이 어려운 환경에서는 외향적인 사람이 생존에 유리한 반면, 안정되고 풍요한 환경에서는 내향적인 사람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
두번째, 신경증적 특성(Neuroticism)은 위협에 민감한 정도이다. 신경증적인 사람은 외부의 위협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항시 경계하고, 비관적이고, 초조해하며, 쉽게 우울에 빠지는 반면, 덜 신경증적인 사람은 외부의 위협에 대범하고 느긋하며, 낙관적이다. 포식자가 우글거리는 환경에서는 신경증적 성향이 강한 사람이 생존에 유리한 반면, 포식자가 드문 환경에서는 신경증적 성향이 약한 사람이 생존에 유리하다.
세번째, 자기통제성(Conscientiousness)은 욕구를 절제하는 능력이다. 자기통제력이 강한 사람은 계획을 하고, 충동을 억제하는데 능하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규율을 고집하거나, 자발적인 주도성이 약하다. 자기통제력이 강한 사람은 대체로 전문직이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많다. 반면 자기통제력이 약한 사람은 충동적이며, 삶이 엉클어져있고, 술이나 도박 등에 탐닉하여 헤어나오지 못한다. 안정된 환경에서는 자기통제력이 강한 사람이 생존에 유리하지만, 변화가 무쌍한 환경에서는 계획이나 규율을 고집하기보다 임기응변에 능한 사람이 생존에 유리하다.
네번째, 타인친화성 (Agreeableness)은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읽고 배려하는 능력이다. 타인친화성이 높은 사람은 주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반면, 이것이 지나칠 경우 자신의 이익을 소홀히 하고 지위경쟁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타인 친화성이 낮은 사람은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에 무관심하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냉정한 계산에 따라 태연이 타인을 이용한다. 사이코패스는 타인친화성이 낮은 극단적 예이다. 대체로 여성은 남성보다 타인친화성이 높다. 타인친화성이 높은 사람이 다수인 환경에서는 타인친화성이 낮은 즉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타인친화성이 낮은 소수의 사람들이 생존에 더 유리한 반면, 반대의 환경, 즉 타인친화성이 낮은 사람이 다수인 환경에서는 타인친화성이 높은 소수의 사람들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
다섯번째, 개방성(Openness)은 정신적인 연상(mental association)의 폭이 넓은 정도이다. 개방성이 높은 사람은 창의적이고 다양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데 능하며, 예술적 민감성이 크다. 그러나 이들은 비현실적 믿음이나 비실용적 생각에 빠질 위험이 높으며, 극단적으로는 정신병에 걸릴 수 있다. 창의성과 정신병은 동전의 양면이다. 개방성이 낮은 사람은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기보다 관례를 따르는 것을 선호한다. 안정된 환경에서는 개방성이 낮은 사람이 생존에 유리하나, 변화무쌍한 환경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개방성이 높은 사람이 생존에 유리하다.
인간의 성격 특성은 태생적인 것이다. 근본적인 성격 특성은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성격 특성이 현실의 삶에서 어떻게 발현되는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성장 환경에 따라, 주변 상황에 따라, 우연적인 요소 때문에, 동일한 성격 특성의 사람도 다른 시나리오의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구체적 삶의 내용이 다르다고 해도, 그 밑바닥을 흐르는 성향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성격 특성은 각 차원마다 정규분포 곡선을 그린다. 각 성격 특성 차원에서 중간 정도의 사람들이 많지만, 시대, 지역, 집단에 따라 다수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도 한다. 인간의 성격특성이 정규분포 곡선을 그리는 이유는, 진화의 과정에서 각 성격 특성 차원에서 다양한 강도의 사람들이 나름대로 생존에 유리한 다양한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어느 성격 특성의 조합이 다른 성격 특성의 조합보다 절대적으로 좋다고 말할 수 없다. 각 성격특성 차원의 양 극단은 장점도 있지만 약점도 동시에 내포한다. 환경에 따라 성격특성 차원에서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가 결정된다.
이 책은 심리학의 성격특성 이론을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한다. 다섯개의 성격특성 차원과 이를 진화론과 연결시켜 설명하는 것이 흥미롭다. 저자는 모든 성격특성이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특정 성격특성이 더 낫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설득력이 떨어진다. 예컨대 자기통제성은, 극단적인 계획 집착이 아닌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매우 필요한 특성이다. 이책을 읽으면서 나의 성격을 되돌아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자신의 성격 특성의 장점을 잘 발휘하도록 노력하라는 저자의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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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t Ridley. 1996. The Origins of Virtue: Human instincts and the evolution of cooperation. Penguin Books. 265 pages.
저자는 인기있는 과학 저술가이며, 이 책은 인간의 도덕율의 기원을 과학적으로 파헤친다. 인간 사회의 도덕율의 핵심은 각자 이기적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 본능을 사회의 공공선을 위해 제어해야 하는 딜레마이다.
인간은 생물계의 일원으로서 철저히 개인의 이기적 이익에 따라 살아간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함께 살면서 역할 분업을 통해 전문화의 효율을 거둠으로서 종의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집단 생활이 잘 이루어지려면,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구성원들 사이에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leman)"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위하여 상대를 배반하는 것이 집단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희생하는 것보다 성공하는 전략이다. 죄수의 딜레마 문제는 공공선과 개인의 이익이 충돌하는 모든 사회적 상황에 적용된다. 협력보다 배반을 선택하며, 자신이 해야 할 기여를 소홀히 하면서 남의 노력의 과실을 무상으로 누리려 하는 무임승차 (free rider) 문제 등, 사람들이 함께 살 때 당면하는 도덕률의 문제는 모두 동일한 논리를 내포한다.
생물의 진화는 개인간의 경쟁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개체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는 개체보다 자손을 퍼트릴 가능성이 크다. 게임이론에 따르면 게임을 반복해서 수행해야 하는 경우, 즉 거래를 한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지속해야 하는 경우, 상대를 배반하는 행위보다는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자신의 이익을 양보하는 전략이 궁극적으로 승리하는 전략으로 판명났다. 즉 사람들이 관계를 오랫동안 지속하는 공동체속에서 살아갈 때,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희생하는 전략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지나치게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제어하는 것은 인간 본능의 일부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공공선을 위배할 경우 죄책감을 느끼며, 공정하지 않는 상황에 분노하고, 심지어 자신에게 손해가 날지라도 공공선을 위배하는 타인을 벌주려는 강한 욕구를 느낀다. 즉 인간의 감정 체계는 사적인 이익을 위하여 공공선을 위배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장치이다. 이는 진화의 결과이다. 즉 이러한 감정을 통해 서로를 견제하는 사회의 구성원이 그렇지 않은 개체보다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크다. 구성원이 협력하여 공공선을 잘 구현하는 집단이 생산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심, 수치심, 죄책감 등의 감정은 인간을 공공선을 위하여 움직이도록 하는 완벽한 장치로까지 발달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공공선을 위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왜냐하면 다수가 공공선을 위해 사적인 이익을 제한하는 집단이 전체적으로는 생산성이 높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사적인 이익을 우선시하여 공공선을 위배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는 한결같이 구성원들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 집단의 규율을 어기는 사람을 벌주고 통제하는 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또한,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동일시하도록 설득하는 다양한 문화적 장치를 발전시켰다. 종교적 헌신, 소속 집단에 충성하는 것 등은 모두 개인과 집단을 동일시하도록 만드는 문화적 장치이다.
인간은 상호간 교역(trade)을 통해 각자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교역 참여자 전체의 이익을 높이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낸다. 아담스미스의 분업이론 및,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은, 교역이 어떻게 이를 가능하게 하는지 설명해준다. 각자 잘하는 분야에 특화하여 서로 간 교역을 함으로서, 전문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통해 교역이 참여자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win-win 현상을 가능케 한다. 인간은 국가나 법 규범을 만들기 훨씬 이전의 원시시대 때에도 교역을 했다.
인간이 집단에 소속되어 공공선을 위해 사적인 이익을 제한하는 성향은, 자신을 소속 집단과 동일시하고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부족주의'(tribalism) 본능을 낳았다. 부족주의는 자신이 소속하지 않는 타집단에 대해 부정적 편견, 차별, 적대감을 가지게 만든다. 인종적 차별에서 스포츠 경기에 이르기까지 인간에게 부족주의는 다양한 차원에서 발현된다. 집단이 구성원을 통제하는 사회적 장치는 집단 간에 갈등을 낳는다. 결국, 집단간 갈등과 전쟁은 사적인 이익을 우선시하는 인간 본성을 집단이 규제하는 집단 생활의 필연적 산물이다.
국가와 같은 공공의 규제를 통해서 공동의 자원을 관리하는 것보다는, 공동의 자원에 대해 개인의 사적 소유를 허용함으로서 각자가 자기 소유물을 관리하도록 하는 방법이 더 효율적이다. 국가과 같은 큰 집단에게 관리를 맡기면 무임승차의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여 결국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commons)을 초래한다. 반면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한 자산을 소중하게 유지하고 관리한다.
저자는 작은 국가를 선호한다. 국가에게 맡기기보다는 각자 사적인 이익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공공선을 가장 잘 구현하는 전략이라고 본다. 각자 자신의 의사와 능력에 따라 생산하고 교역할 때 생산성이 가장 높게 발휘된다. 그러면 낙오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는 공공의 자원으로 낙오자를 구제하기보다, 개인이 각자의 의사에 따라 자선을 베푸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자원의 생산과 배분을 전적으로 각자의 능력과 시장 경쟁에 맡기면 불평등이 심해진다는데 있다. 인간의 능력은 동등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뒤떨어지는 사람의 지위는 더 열악해진다. 사람들은 자신의 자손에게 자신의 이익을 물려주고 싶어하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하지 않으면 부익부 빈익빈은 세대를 거치면서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유전된다. // 여하간, 저자는 엄청난 독서를 바탕으로 이를 잘 버무려서 논의를 전개하는 재간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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