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369)
미국 사정 (22)
세계의 창 (25)
잡동사니 (26)
과일나무 (285)
배나무 (10)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미국'에 해당되는 글 21건
2019. 12. 7. 10:57

Zbigniew Brzezinski. 2012. Strategic Vision: America and the Crisis of Global Power. Basic Books. 202 pages.

카터 대통령의 안보 보좌관을 지낸 저자가 미국과 국제질서의 변화에 대해 조망한 책이다. 크게 세 부문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첫째 세계사의 흐름을 요약하면서 서구 유럽의 영향력이 쇠퇴하는 것을 지적하며, 둘째 1990년 냉전체제가 끝난 이래 미국의 세계 지배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미국이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하며, 셋째 미국이 세계를 이끌던 권좌에서 물러나면 앞으로 국제 질서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한다.

서유럽은 16세기 이래 기술 발전, 산업혁명, 세계 정복의 길을 밟으며 세계를 주도하는 주체가 되었다. 그러나 20세기에 두차례의 전쟁으로 함몰하였으며 미국에게 권좌를 이양하고 물러났다. 현재 서유럽은 국내의 복지에 주력하며 인구 노령화로 힘이 빠진 상태이다. 서유럽 국가들은 EU라는 연합체를 결성했지만 서로 간에 격차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여 일관된 정치 세력이 되지 못하며 일을 추진할 동력을 갖고 있지 않다. 저자는 현재의 서유럽을 도전에 대응하고 변화를 주도할 역동성이 결핍된 맥빠진 존재로 인식하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편 세계는 20세기 후반에 들어 세계화와 통신기술 미디어의 발달로 물자와 정보와 사람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상태로 발전하였다. 과거와 달리 고립된 국가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일이나 상황은 세계의 다른 나라에 영향을 끼친다. 그 결과 세계 각국의 국민들은 정치적 의식이 높아지며, 자국 정치의 모순에 반발하는 빈도가 커졌다. 제삼세계에서 교육받은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이들 나라의 권위적인 정치체제는 지속적으로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국은 이상주의와 물질적 풍요가 절묘하게 결합하며 크게 성공하였다. 미국은 20세기 중반 이래 유럽을 포함해 세계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부강한 국가로 부상했다. 이차대전 이래 유럽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국제 질서를 관리하는 세계의 경찰로 군림했으며, 1991년 공산주의 소련이 붕괴하면서 냉전의 승리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 미국은 내적인 문제와 외적인 도전 속에서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였다. 내적인 문제를 잘 해결하고, 외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에 적절히 대응한다면 미국의 지도적 위치, 미국의 매력은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미국의 내적인 문제로는 국가 채무의 증가, 소득 불평등의 확대, 물질주의와 소비지상주의, 탐욕적인 투기에 매몰된 금융시스템,  정치의 극한대립을 든다. 외적인 변화로는 중국과 아시아의 부상, 러시아의 사회적 퇴행과 군사외교적 공격성을 든다. 저자는 미국의 미래에 대해 희망섞인 발언을 하지만, 본인도 미국이 그리 잘 대응할 것이라고 자신하는 것 같지 않다.

미국이 내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자신의 국제적 지위 하락에 대해 반발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부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국제무대에서 중국은 미국과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하는 환경에 잘 대응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조정해 가야 한다. 미국이 세계 질서를 관리하는 역할을 계속 맡는 것이 미국이나 중국 모두에게 득이 된다. 부상하는 중국을 적으로 인식한다면 세계 질서는 약화될 것이며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인도는 인구는 많지만 사회경제적으로 중국보다 훨씬 낙후되어 있으므로, 당분간 세계 질서의 주도자가 되기는 어렵다. 러시아는 내적으로 사회경제적 문제가 큰 것을 외부로 투사하면서, 세계 특히 서유럽에 큰 위협이다.

미국이 세계 질서를 관리하는 역할을 방기한다면 이후 전개될 상황은 무정부 상태, 혼돈 상황이 올 것이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각 지역의 맹주가 이웃나라를 호령하고 굴복시키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아시아 권에서는 중국과 인도가 그러한 맹주가 될 것이며,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호시탐탐 동유럽과 중앙아시아를 위협하며 복속시키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서유럽은 자신의 안위만을 챙기며 몇개의 강국이 서로 분열된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미국이 주변 나라를 호령하고, 남미에서는 브라질이 부분적으로 맹주가 될 것이다. 그러한 세계 질서는 결코 평화롭지 않으며, 보호무역주의가 지배하면서 세계 경제도 퇴행하는 상태를 맞을 것이다.

아시아는 문화와 민족이 서로 크게 다르기 때문에 유럽과 같은 경제나 안보 단일체가 되기 어렵다. 아시아의 위상이 커지면서 구성원 간 갈등의 소지도 커진다. 중국과 인도, 중국과 일본, 중국과 타이완, 남한과 북한,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갈등이 악화될 위험성이 크다. 미국은 아시아권 내의 갈등에 편을 들어서는 안된다. 중도적 위치에서 갈등이 악화되지 않도록 조정하고, 중국의 전횡을 견제하는 균형자로 처신해야 한다. 근래에 미국이 인도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책이 나온지 십년도 안됬지만 미국의 정세는 그가 부정적으로 예측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도날드 트럼프와 미국 인들은 그가 그래서는 안된다고 경고한 바로 그런 것을 하고 있다. 내부의 문제는 계속 악화되며, 미국이 중국을 노골적으로 적대시하는 태도는 악화일로를 걷는다. 그의 예측에 따르면 이러한 미래는 불안정하고 경제적으로 후퇴하는 세계가 될 것이다. 다분히 미국 중심의 세계관을 반영한 시각이다. 중국의 시각에서는 세계의 변화를 다르게 볼 것이다. 미국의 독자를 염두에 두고 미국의 힘이 약화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미국의 의식있는 지식인의 시각에서 쓴 글이기 때문에, 세계의 변화를 해석하고 예측하는 데에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책의 초반부에서 보이는 그의 역사를 읽는 지혜를 감안한다면, 그의 예측에서 살만한 부분도 있다.

'과일나무 > 사과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본주의의 미래  (0) 2019.12.17
우주의 기원  (0) 2019.12.14
빈곤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  (0) 2019.12.04
사람은 왜 아플까?  (0) 2019.11.30
경제는 감정적 요인에 따라 움직인다.  (0) 2019.11.24
2019. 9. 13. 10:50

Wilber Zelinsky. 2001. The Enigma of Ethnicity: Another American Dilemma. University of Iowa Press.

문화지리학자인 저자가 미국의 인종민족의 다양성에 관한 문제를 분석한 학술서이다. ethnicity 는 우리말로는 번역이 안되는는데, 특징이 구별되는 집단을 ethnic group 민족 집단이라 하고, 그렇게 스스로 구별하고 주변 타자들이 구별을 짓는 특성을 ethnicity라 한다. ethnicity 는 주류 집단이 타자를 구분짓는 방식이다. 미국에서 주류 집단인 영국계는 유럽의 다른 지역으로부터 온 이민자들을 민족 집단으로 구별짓고 편견과 차별을 가하였다. 독일계, 북유럽계, 아일랜드계, 이탈리아계, 폴랜드계, 유대인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영국계 자신에 대해서는 이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 즉 ethnicity는 집단간에 권력의 차이, 위계적인 질서를 반영한다. 유럽의 영국이외 지역 출신의 이민자 후손은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에스닉 집단이라는 오명이 붙었으나 20세기 후반 들어 백인 미국인이라는 개념으로 통합되어 가고 있다. 즉 ethnicity 가 탈색되고 주류 집단으로 편입되고 있다.

그렇다면 1970년대 이래 ethnicity에 관심이 높아지고 유럽의 다양한 민족 출신, 특히 이탈리아계나 아일랜드계 후손들이 자신의 민족성에 다시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는 symbolic ethnicity 상징적 민족성일 뿐이다. 이는 삶의 조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문화적 취향을 취사선택하는 것, 즉 개인의 편의에 따라 선택적으로 입었다 벗었다 하는 옷에 불과하다. ethnicity 와 함께 따라다니던 열등함이 사라졌기 때문에 마음편히 택할 수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것의 구속력은 미약하다.

중남미계, 아시아계, 특히 흑인들의 경우 ethnicity 의 구속은 가까운 시일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설사 사회경제적으로 백인 주류에 동화한다고 하여도, 외모로 구별되는 인종적 특성 때문에 '우리와는 다르다'는 명찰이 쉽게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백인 주류사회는 인종주의를 쉽게 버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인종주의는 백인에게 권력관계에서 우위를 부여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백인이기 때문에 여러 상황에서 우위를 점하고 이익을 취하는 것이 가까운 시일내에 바뀌지 않을 것이다.

1980년대 이래 소수자의 권리를 짓밟아서는 안되며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분위기가 퍼지면서 민족 문화의 다양성을 긍정적으로 여기는 풍조가 자리잡았다. 그러나 저자는 다양한 문화를 진정 존중하고 동등하게 대하는 다문화주의 multiculturalism 가 정착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특정 집단의 문화는 그 집단의 권력관계에서의 위치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에나 권력을 주도하는 집단과 이에 대응하는 하급의 집단이 존재하며 이는 문화적 다양성에도 투영된다. 어느 사회에서나 주류와는 다른 소수자의 문화가 특이하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은 그것이 주류가 아니고 열등한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1980년대 이래 특정 지역과 연관되지 않고 여러 문화가 혼합된 형태로 존재하는 새로운 다문화 개체가 출현했다고 주장한다. 이민족, 이인종간에 결혼이 증가하고, 이민자들이 본국과 미국의 양쪽에 발을 디디고, 이민초기부터 지위가 높은 직업에 종사하고, 이민자 밀집 거주지를 형성하지 않고 흩어져 살면서, 서로간에 사회문화적 교류를 하는 집단은 미국의 백인주류와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과거에 소수자 민족집단의 전형에도 맞지 않는다.이들은 분명 주류와는 다른 ethnic group이지만 그렇다고 열등한 성격의 ethnicity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미국은 앞으로도 다양한 민족들이 이민을 오고 서로 섞이면서도 변형되고 약화된 형태로 자신들의 다양성을 지속해 가는 다양성이 풍부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왜냐하면 미국은 특정 주류 집단과 피로 연결된 이념적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다. 영어라는 구심점은 계속 유지될 것이지만 관습, 가치관, 음식문화 등은 다양한 민족 문화가 섞이면서 변형을 지속할 것이다. 그것이 미국의 강점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물론 유색인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미국 문화의 구성은 달라질 것이고, 이러한 변화를 두려워하고 반발하는 백인들의 움직임 역시 강해해지고 있지만, 이들이 미국 문화의 변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는 낙관주의자이면서 미국을 사랑하는 감정이 연구에 녹아있다. 이 책은 학술적 분석서이기는 하지만, 미국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저자의 풍부한 학식이 녹아 있다. 저자는 정말 많은 사례를 구구절절 나열하면서 문화적 다양성의 미학을 표현한다. 물론 그의 낙관적인 예상이 단기적으로는 맞지 않을 수있다. 도날드 트럼프의 예에서 보듯이. 장기적으로도 미국이 다양성이 주는 체제의 강점을 계속 살려나갈까? 저자는 다양성을 긍정적으로보지만, 유색인의 입장에서 볼 때 그리 달가운 명찰이 아니다. 백인의 반발이 큰 폭력 없이 다양성의 확대라는 흐름으로 흡수될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해 회의적이다. 근래에 미국과 중국의 패권 싸움에서 보듯이, 권력 다툼의 장에서는 평화적 타협과 조화라는 결과는 역사상 예가 없다.  미국의 백인이 ethnic group의 일원으로 바뀌는 것은 평화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과일나무 > 사과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정무역 운동은 세상을 얼마나 바꾸었는가?  (0) 2019.09.24
인류의 미래  (0) 2019.09.16
인과관계  (0) 2019.09.01
무엇을 먹을 것인가  (0) 2019.08.06
예측의 기술  (0) 2019.07.22
2019. 6. 26. 11:36

Keith Payne. 2017. The Broken Ladder: How inequality affects the way we think, live and die. Penguin Books. 219 pages.

사람들은 불평등을 각자 어떻게 체험할까. 이러한 개인적 체험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저자는 자신이 어릴 때 마음 속에 각인된 불평등에 대한 체험을 토대로 심리학 연구 결과를 엮으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불평등에 대한 기존 논의가 대부분 객관적인 불평등 수준에 집중해 있음에 반해, 이 책은 불평등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감정, 행동, 사고에 촛점을 맞추어 심리학적으로 접근한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성질을 타고난다. 극단적 결핍 수준을 넘어서면, 사람들은 항시 자신과 남을 비교하여 자신의 상대 가치를 평가한다. 이러한 비교는 의식의 수준에서는 물론 무의식 수준에서 항시 작동되는 심리적 기제이다.  사람들은 남과 비교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데, 광고는 이러한 사람들의 성질을 교묘히 이용한다. 자신의 비교 대상은 지리적으로 및 지위 면에서 자신과 근접한 사람들이다. 이들과 자신 간에 격차가 클 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더 많은 위험을 무릅쓰는 행위를 주저하지 않는다. 

동물의 세계에서 삶의 상황이 열악할 때  위험을 무릅쓰는 행위를 감행하면서 진하게 살다가 일찍 죽는데, 이는 진화의 과정에서 종을 유지하기에 유리한 생존 전략이다. 반면 삶의 상황이 양호할 때에는 가급적 위험을 회피하며 긴 안목에서 계획을 세워 일을 추진하며 오래사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 같은 맥락에서 인간 또한 불평등이 높은 사회일수록 최상위를 제외한 모두가 상대적으로 상황이 열악한 상황에서 삶을 영위해야 함으로 위험을 회피하지 않고 미래를 고려하기 보다는 현재의 만족을 우선시하는 충동적인 삶을 선택하게 된다.  

미국 내에서 지역간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비교하던 혹은 미국과 북유럽 사회를 비교하건 유사한 결과를 얻는다. 불평등이 높은 지역이나 나라일수록 삶이 긴장되고, 사람들은 위험을 회피하지 않으며, 단기적 시간 계획으로 살아간다. 그 결과는 미국이 다른 선진국보다 폭력적이며, 범죄율이 높으며, 건강 수준과 평균 수명이 낮으며, 갈등이 심하다. 또한 불평등이 클수록 사람들은 종교에 몰입하며, 음모론과 같은 비합리적인 주장에 동조한다. 반면, 불평등이 낮을수록 사람들은 합리적이고 세속적이며 정치적으로 중도적인 성향이 강하다. 불평등한 보상은 사람들로 하여금 열심히 일하게 하는 자극제가 되지만, 현재의 불평등 수준은 이러한 긍정적인 수준을 훨씬 넘어서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불평등한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를 제시한다. 남과 비교하려 하기 보다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훈련을 하면, 상대적 비교가 낳는 비참한 느낌을 완화할 수있다고 조언한다. 이 책은 어떻게 불평등을 줄일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불평등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 건조한 반면,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함께 심리학 실험과 연구 결과를 동원하여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흥미롭다. 

2012. 8. 18. 21:38

  운을 타고난 사람은 어떻게 해도 잘 된다고 했던가? 근래에 미국이 바로 그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새로운 종류의 천연가스가 엄청나게 많이 매장된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쉐일 가스”(shale gas)라고 부르는 것으로 지하 수 킬로미터의 암반 사이에 고여 있는 천연 가스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매장량을 추정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이를 지상으로 끌어내는 기술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수년전에 ‘프래킹’(Fracking)이라는 새로운 채굴 기술이 미국에서 개발되면서 새로운 자원의 보고가 열리게 되었다. 프래킹이란 지하 수 킬로 미터를 수직으로 파이프를 박은 다시 수평으로 구멍을 뚫고 들어가 물의 압력을 이용해서 쉐일 가스를 품고 있는 바위를 부순뒤 가스를 뽑아내는 기술이다.


Economist_NaturalGas.hwp





현재 세계의 주에너지원은 화석 연료이다. 석탄과 석유가 주를 차지하며 핵 에너지가 다음을 차지한다. 천연 가스는 매장량이 많지 않고 취급하기 어렵기에 제한적으로만 사용된다. 쉐일 가스의 발견으로 천연 가스가 주요 에너지원으로 새로이 등장 할 수도 있다. 현재 사용되는 매장량이 많지 않고 호주, 인도네시아, 중동, 시베리아 혹은 북해 바다 밑 등에서 주로 생산되어 에너지를 소비하는 곳과 멀리 떨어져 있다. 채굴 비용에 비하여 운송에 들어가는 비용이 훨씬 높으며 폭발의 위험도 높다. 새로운 종류의 천연가스인 쉐일 가스는 현재 알려진 매장량만 기존의 천연가스의 수십배에 달하며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에 많이 매장되어 있다. 미국과 중국에 특히 많이 매장되어 있는데 이 나라는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이다.

석유에 주로 의존하는 미국은 이러한 새로운 에너지원의 발견으로 흥분에 들떠있다. 현재 쉐일 가스를 채굴하고 있는 몬태나의 작은 마을에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임시 숙소가 사방에 들어서며 생필품의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마치 과거에 금광붐이 불었을 때처럼 말이다. 미국에서도 아직은 쉐일 가스를 채굴하는 초기단계이지만, 조만간 이 가스가 많이 매장된 중서부나 서남부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가스를 채굴하면 주변 산업단지에서 이 가스를 많이 소비할 것이다.

가스는 석유와는 달리 운송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 그러나 쉐일 가스를 액체 상태로 하여 파이프를 통해 육상 운송할 경우 비용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수년내 쉐일 가스의 채굴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 미국의 에너지 비용이 현재의 절반 이하로 낮아질 수 있다. 값싼 에너지를 이용하며 미국의 제조업이 다시 부흥할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일본 중국 다음으로 천연가스를 많이 수입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쉐일 가스가 매장되어 있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미국이 강대국이 된 것이 풍요로운 자연 조건 때문만은 아니다. 그러나 천연자원이 풍부히 매장되어 있고 온화한 기후에 경작 가능한 토지가 매우 넓고 인구 밀도가 낮은 것이 미국인이 잘 살게 된 주원인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재화가 토지임을 생각한다면 미국의 강점은 명확하다. 그래서 한국인은 다른 어느 곳보다 미국이나 캐나다나 호주로 이민을 가고 싶어 하며, 몽골의 끝없는 평원을 보고 흥분한다. 유럽계 이민자들은 북미 대륙에 건너와 원주민을 몰살하고 그곳을 하느님이 자신들에게 축복을 내린 땅이고 자신을 하느님의 선택받은 자라고 굳게 믿었다. 아직까지는 그들의 믿음이 계속 실현되고 있는 듯하다. 미국인이 유럽인보다 특별히 신앙심이 강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역사는 정의의 편이라는 말은 부정의한 세계에 대해 사람들이 자신을 위안하기 위해 지어낸 말이란 생각도 든다. 

미국을 관찰하다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하면서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만 먹고 살 수 있는 헐벗은 나라임을 새삼 깨닫는다. 미국과 같이 끝 모르게 풍부한 자원을 캐내면서 흥청망청 살아가도록 하느님이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과연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인적 자원'을 잘 개발하고 활용하고 있는가?  저출산 타령만 하면서 여성들을 하릴 없이 집에 묵히고, 사람들을 젊은 나이에 은퇴하도록 하고, 경쟁에서 탈락하면 매몰차게 저버리는 우리 사회는 아직 갈길이 멀다.   

 

2012. 3. 30. 13:28

 요즈음 미국에서는 조셉 코니라는 사람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사람은 우간다의 군벌 두목으로 어린 아이들을 유괴해서 총을 쥐어준 뒤 이들을 조정해서 무차별적으로 만행을 저지르는 나쁜 인간이다. 아프리카에는 이런 사람이 한둘이 아닐 텐데 이 사람이 새삼 유명해진 이유는 일군의 미국 젊은이들이 이 사람을 제거하여 아이들을 고통에서 해방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비디오를 만든 것이 엄청난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만든 29분짜리 비디오가 유튜브에 지난 3월 5일에 올라온 이후 오늘까지 8천 6백만명이 시청을 하였다. 이 비디오에서 그들은 미국에서 행복하게 자라는 아이와 우간다에서 고통 받는 아이들을 대비하면서 미국의 힘으로 코니를 잡아 정의를 바로세우자고 호소한다.


Atlantic_AmericanNationalism.hwp



  이 비디오를 만든 젊은이들은 우연히 우간다를 여행하다가 코니의 만행을 접하고 8년전에 “보이지 않는 어린이”(Invisible Children inc.)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그동안 주로 참상을 고발하는 영상물을 만들어 퍼뜨리면서 모금활동을 하고 미국 정부에 동참을 호소하였으나 미국 정부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만든 영상물이 인터넷을 통해 크게 호응을 얻고 주요 언론에서 이 비디오의 경이로운 성과를 보도하게 되었다. 그들은 마침내 정치인을 움직여 중앙아프리카에 100명의 군사고문단을 파견하게 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코니의 만행을 중단시키도록 미국 정부가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었다. 이번 비디오에서는 다가오는 4월 20일을 D-day로 잡고 미국 젊은이들이 궐기하여 세상을 바꾸자고 호소한다.

  대단하지 않은가? 인터넷의 위력을 새삼 실감한다. 한 달도 못되는 사이에 8천만 명이 그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마침내 정치인조차 이들의 움직임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이 젊은이들의 활동에 대해 식자층의 의견은 찬반으로 나뉜다. 소위 힙스터라 지칭되는 미국 중상류층 젊은이들의 치기어린 활동이 아프리카의 어린이에게 얼마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회의를 표하는 사람이 많다. 반면 자신의 일상사와 관련이 없는 세계 반대쪽에 사는 사람의 고통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미국의 숭고한 이념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나는 양쪽의 주장 모두에 공감한다. 코니가 어린 아이를 유괴해서 총질하게 만드는 것의 원인은 빈곤과 교육 부족에 있다. 이러한 문제를 제거하지 못한다면 코니를 잡는다고 해도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나 어린아이를 착취해서 나쁜 일을 할 것이다. 교육 받지 못하고 먹을 것이 없고 질병의 위협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총을 쥐어주고 먹을 것을 주면서 사람을 죽이라고 하는 것은 특별히 나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들 모두에게는 죽음이 바로 곁에 있기에 남을 착취하고 사람을 죽이라고 명령하는 사람이나 남을 죽이는 사람이나 큰 일이 아니다. 기아와 질병이 가져오는 죽음의 위협에서 해방시키고, 그들을 제대로 교육받도록 하고, 그들에게 일자리를 준다면 그들도 앞날을 개척할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 것이며 남의 생명을 존중할 것이다. 요컨대 서구인이 누리는 문명의 혜택을 함께 나누는 것이 아프리카인이 비참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는 지름길이지, 군벌 한명을 추적하여 사살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미국 정부가 젊은이들의 일시적인 관심에 눌려서 아프리카 한가운데 100명의 군사고문단을 파견했지만 그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 듯하다. 아프리카 중앙지대는 미국의 이해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 중동이나 아시아와는 달리 매스컴에서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미국인은 아프리카 대륙 한가운데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며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프리카에 대한 미국 젊은이들의 관심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자신의 이해와 무관한 대의를 위해 오래 일하기는 힘들다. 이 단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들이 지금까지 모금된 돈의 대부분을 비디오를 제작하는 데 썼을 뿐 실제 아프리카의 고통 받는 어린이의 복리를 향상시키는 데 쓴 돈은 쥐꼬리 만큼이라고 비판한다. 이 젊은이들이 비디오를 통해 유명해지고 모금으로 거둔 돈을 자신들의 활동비로 쓰면서 끝날 가능성은 다분히 크다. 아프리카인의 비참을 이용하여 자신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고 자신의 명성을 추구하는 얄팍한 사람들이라고 매도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노력을 가상하게 여기는 이유는, 잘 먹고 편히 사는 미국의 젊은이들이 이웃의 고통에 눈을 돌리는 것은 어찌되었건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들의 활동에 그리 호감이 가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사실 미국의 중상류층 백인 젊은이들은 아프리카도 좋지만 자신의 나라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수많은 흑인에게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거리 하나만 건너면 비참한 지경에서 살아가는 흑인이 얼마나 많은가? 미국 흑인 남성 셋 중 하나는 감옥에 가는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이웃의 병원비를 내 돈으로 내서는 절대 안된다고 외치면서 전국민의료보험을 반대하는 것이 미국인이 아닌가? 미국에서 정의가 바로 선다면 많은 나라들이 미국을 뒤따라서 좋게 바꾸지 않을까? 나는 우리 사회의 나쁜 면이 부분적으로 미국의 나쁜 측면만을 본받아서 그리되지 않았나 의심을 할 때도 있다. 미국은 이러저러하다고 아는체 하는  식자층에게 미국에서 비참한 사람들의 삶을 당신이 아느냐고 묻고 싶다.   

2012. 3. 17. 21:52

  미국의 중류층을 떠받치던 중간 기술의 일자리가 해외로 이전하면서 미국에는 고급기술의 고임금 일자리와 저임금의 단순 노동만 남게 될 것이라는 예상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중류층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질문은 두 가지 방향에서 제기된다. 첫째는 현재 중간 기술의 일에 종사하던 사람이 그들의 일자리가 해외로 이전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현재 지향형의 질문이다. 둘째는 앞으로 중간 기술의 일이 점차 줄어들면 미국의 젊은이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 하는 미래 지향형의 질문이다.


  현재 지향형의 질문, 즉 이미 실업에 처했거나 혹은 조만간 실업에 처할 중간 기술의 근로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자못 심각하다. 일자리의 구조가 고급 기술과 단순 노동으로 양극화 된다면 이들이 갈 길은 분명하다. 기존에 이들이 하던 것보다 상위의 고급 기술을 요하는 일로 이동하거나 혹은 하위의 단순 노동직으로 이동하는 것, 둘 중의 하나이다. 새로이 고급 기술을 익히도록 훈련하여 이들에게 과거보다 더 좋은 일자리로 이동하게 하는 것이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새로운 기술을 익히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늙은 개에게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기는 어렵다는 속담이 있다. 이미 직장에 다닌 사람을 재교육 시키는 직업훈련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이 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새로운 도전과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어렵다. 예컨대 컴퓨터를 젊은 시절부터 익숙하게 쓰지 않던 사람이라면 나이가 들어 컴퓨터를 익숙하게 다루면서 일을 처리하도록 만들기는 매우 힘들다.

  결국 기술이 앞서 가고 일의 방식이 바뀌면서 과거의 관습에 익숙한 사람 중 대부분은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 설사 새로운 기술을 습득한다고 하여도 떠오르는 젊은 세대에 비하여 생산성이 높지 않다. 왜냐하면 과거의 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려는 하는데, 이는 새로운 방식이 정착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들에게 새로운 방식을 배우게 하여 구조조정의 와중에서 불완전하나마 적응하여 노동가능 연령 동안 버티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구조조정은 이들에게는 쓰라린 시련이지만 크게 보면 생산 방식의 변화와 함께 치러야 할 대가이다. 낡고 비효율적인 방식이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그것을 담당하는 주역들이 대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완전하게나마래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다수는 나이가 들면서 결국 단순 노동직으로 하강할 수밖에 없다. 서비스 일자리는 앞으로도 풍부할 것이므로 이들이 갈 곳은 그곳밖에는 없다. 이는 서비스 일자리의 특성인 불완전한 고용상태와 낮은 소득을 받아들이면서 노동 가능 연령이 끝날 때까지 힘겹게 지내야 함을 의미한다. 사실 어느 쪽이건 이들에게 힘든 선택이기는 매한가지이다. 변화에 적응하기도 힘들며 변화에 도태되면 더 힘든 앞날이 기다리고 있다.

  미래 지향형의 질문, 즉 지금 성장하는 새세대에게 양극화되는 일자리 구조에서 어떻게 살아남도록 할 것인가 하는 문제 역시 대응하기 어렵다. 일자리 구조가 양극화된다면 이들 역시 둘 중에 하나로 진출해야 할 것이다. 상위의 고급기술 직종은 고등 교육을 받고 높은 기술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돌아갈 것이므로 다수는 중간 기술의 일자리를 맛 본적도 없이 취업의 첫걸음부터 단순 기술직으로 진입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대학만 졸업해도 중간기술의 괜찮은 일자리가 기다리고 있었으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고급 기술 직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대학 졸업장만으로는 안된다. 더 고급 기술을 익히기 위해 대학원과 직업 현장에서 더 교육을 받아야 한다. 실리콘 밸리의 프로그래머나 월가의 첨단 금융기법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대학교만 졸업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선은 보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높은 기술을 교육시켜서 상위 일자리에 더 많이 포진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실직에 처한 사람이건 미래의 직업을 준비하는 젊은이이건 중간 기술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변화에 대해 가장 좋은 대비책은 교육과 훈련을 강화하여 기술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기술 수준이 높고 컴퓨터가 대치할 수없는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일에 진출시키는 것이 변화되는 노동시장에서 승자가 되는 길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중간층이 감소하는 문제에 관해 언급하는 사람은 한결 같이 교육의 질과 기술 수준을 높이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재정 지원과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함을 역설한다.

  문제는 교육의 질과 기술 수준이 높아지는 것이 일자리와 소득 구조의 양극화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겠는가 하는 점이다. 왜냐하면 상위의 고급 기술을 요하는 일자리는 소수이며 대부분의 일자리는 하위의 단순 기술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미국의 산업구조가 고도화된다고 해도 고급 기술의 일자리는 노동 생산성이 높으므로 많은 고용을 수반하지 않는다. 예컨대 애플의 아이폰 생산이 백만 개에서 천만 개로 확대된다고 해도 이를 위해 필요한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마케팅, 금융, 기타 관리직의 소요인원은 열배로 증가하지는 않는다. 반면 생산과 중간관리를 담당하는 중간 기술의 일자리는 해외의 생산기지로 이전할 것이므로 다수는 미국에 남겨진 열악한 서비스 일자리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 생산기지가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따라서 해외로 가는 것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는 미국만큼의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자리가 없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많은 미국인들이 낮은 임금이라도 감수하면서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여하간 미국 중류층의 임금 수준이 다른 나라보다 월등하게 높은 한 중간 기술의 일자리가 계속 외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멈출 수는 없다.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만은 결국 비경제학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즉 잘나가는 상위의 사람들이 힘들게 일하면서 사는 다수의 사람과 혜택을 나누어 갖는 방향의 정치적인 해결책이 해답이라고 지적한다. 정보화와 세계화는 고급 기술을 가진 소수의 생산성을 크게 높이고 그로 인한 소득을 엄청나게 안겨다 준다. 예컨대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게이츠나 페이스북의 주커버그와 같은 사람은 시장이 전세계적 규모로 확대되었기에 그들의 발명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었다. 잘나가는 소수의 미국인들이 세계 시장에서 거두는 높은 수익이 서비스직에서 단순 노동을 하면서 저임금을 받는 다수의 미국인들에게 베풀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단순 노동을 하는 미국인은 유사한 일을 하는 개발도상국 사람과 비교해 볼 때 자신의 생산성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뉴욕의 거리를 청소하는 사람은 방글라데시의 거리를 청소하는 사람보다 몇 배나 많은 임금을 받는다. 그러나 그들이 담당하는 일은 외국으로 이전할 수 없는 것이므로 생산성에 따른 보수의 비교는 무의미하다.

  경쟁력이 높은 고소득 직종의 사람이 저임금에 종사하는 단순 노동자를 도와주는 길은 다양하다.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이들을 도와주는 방법과 간접적으로 이들의 힘을 높여서 더 높은 소득을 얻도록 하는 방법 모두를 구사할 수 있다.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길은 세금을 통해 소득을 재분배하는 것, 법으로 규정하는 최저임금을 높이는 것, 법으로 노동조건을 제한하는 것, 등이다. 한편, 노동자들이 조직화하여 협상력을 높이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 못지않게 효과가 큰 방법이다. 노조가 조직된 사업장의 임금과 노동조건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월등히 높으며, 개별 사업장에서는 물론 산업 전반과 경제 전체로 노동자의 조직력이 세질 때 소득 분배가 더 평준화된다는 것은 북구의 경험에서 확인되었다.

  제조업과 같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수 있는 분야에서 노동자의 힘은 절대적으로 약하다. 그들의 임금 대비 노동생산성이 같은 일을 하는 개발도상국의 근로자보다 훨씬 낮을 경우 공장의 해외이전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경제적 효율성이 최고의 기준이므로 효율성이 낮은 선택을 하라고 기업에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면 서비스 산업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일의 특성상 해외로 사업장을 이전하기 어려움으로 같은 성격의 일을 외국에서 더 낮은 비용으로 한다는 이유로 근로자에게 낮은 임금을 강요할 수는 없다. 서비스 근로자의 협상력이 높아진다면 이들은 상당한 수준의 임금을 받아낼 수 있다. 예컨대 쓰레기 수거가 몇일만 중단된다면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방법이 없다. 문제는 서비스 산업의 속성상 전통적인 노동조합의 방식으로는 이들을 조직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노동자의 협상력을 키워 임금을 높이는 방법은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정치권이 부유한 층에 의해 장악되어 있으므로 힘들게 사는 사람의 목소리는 정치에 반영되지 못한다. 가난한 나라에서 새로운 이민자를 계속 받아들임으로서 서비스 일자리가 저임금으로 계속 유지되도록 만들고 있다. 새로운 이민자는 자신의 출신국에서보다 미국에서 더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 일하기 때문에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행동해야 할 필요를 덜 느낀다. 이들은 언어 장벽과 사회문화적 격차 때문에 미국 출생자와 동류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이들을 미국의 저임금 노동자와 연대시키는 것은 힘들다.

  앞으로 기술이 계속 발달하면서 지금까지는 복잡한 것으로 여겨졌던 일이 컴퓨터의 도움으로 단순화하게 되고, 해외로 이전될 일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중간 기술의 일자리는 점점 더 많이 미국을 떠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물론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금까지 고급 기술로 여겨진 일은 중간 기술의 일로 바뀌고, 또 새로운 발명품이 등장하면서 이를 생산하기 위한 중간 기술의 일자리들이 새로이 출현하기도 할 것이다. 예컨대 아이폰이 도입되면서 그전에는 없던 중간 기술의 새로운 일자리들이 다수 출현했듯이 말이다. 새로운 혁신이 가져올 일자리의 변화는 예측을 어렵게 한다. 그러나 기술 변화의 사이클이 빨라지면서 미국에서 중간 기술의 일자리는 급속히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노동자들이 혁신의 이익을 누리는 기간이 점차 더 짧아진다. 미국이 혁신을 계속 주도한다면 모르지만 만일 혁신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면 분명 미국의 노동자들은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한편 미국의 중류층 일자리가 계속 감소한다면 정치적인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날 수도 있다. 중류층 감소 현상은 자본주의 경제가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에서 나타나는 자연적인 현상이므로 경제적인 원칙을 적용하여 해결하기는 어렵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강조하는 미국이 봉착하는 문제는 결국 시장외적인 방식 즉 정치적인 방식으로만 해결이 가능한 것이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그냥 놔두면 어떻게 될까? 부자와 빈자간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사회갈등이 제도권 정치를 마비시키고 결국 폭동이나 범죄 등으로 불거지면서 살벌한 사회가 될 것이다. 아마도 그 와중에 없는 사람의 정치적 목소리는 커질 것이고 소득 재분배의 요구는 어떤 방식으로건 정치적으로 처리될 것이다. 민주주의 정치 과정이 제대로 돌아간다면 말이다. 

2012. 3. 17. 12:30

   미국에서 중류층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들고 있다. 전통적으로 노조가 조직된 제조 산업에서 일하며 중류층 생활을 하던 생산직 근로자들은 외국으로 공장이 이전하면서 일자리를 잃어버렸다. 제조업의 메카였던 중서부 지역은 대량 실업과 인구 감소로 고통을 겪고 있다. 사무직이라고 사정이 그리 좋지는 않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과거에 열 명이 하던 일을 이제 한명이 처리할 수 있고 단순 사무 업무는 외국으로 급속히 빠져나가고 있다. 컴퓨터로 하는 일은 국내에서 하던 혹은 멀리 인도에서 하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싼 임금을 찾아서 외국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콜센타나 자료 입력 등의 단순한 업무만 이전했다면, 근래에는 프로그래밍, 회계, 재고 관리, 인사, 고객 관리, 법률 서비스, 등 거의 모든 사무직 업무들이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일자리가 해외로 이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개발도상국 대졸자의 임금은 미국인의 임금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미국 대졸자의 생산성이 개발도상국 사람들보다 크게 높지 않으므로 기업의 입장에서는 해외로 이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영어에 문제만 없다면 개발도상국의 대졸자가 미국의 대졸자보다 생산성이 높은 경우도 많다. 미국의 자본주의에서 기업의 목적은 국내에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므로 해외로 일자리를 이전하는 행위를 탓할 수 없다. 세계 전역에서 생산과 소비를 하는 다국적기업의 경우 비경제적인 이유로 어느 특정국에 일자리를 몰아주는 것은 기업의 고객이나 주주의 기대에 어긋나는 비윤리적 행위이다.

  어찌보면 미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나라 사람보다 생산성이 낮은데 훨씬 더 많은 보수를 받아온 것이 문제이다. 과거에는 일자리의 이전이 불가능했으므로 두 나라 근로자들 사이에 보수의 비교가 어려웠지만 이제 일자리를 옮기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생산성과 보수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각자 실력과 노력에 맞게 유사한 수준의 보수를 받게 되는 것은 더 공평한 세계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에 문제이지만. 

  결국 미국에 남는 일자리는 두 종류밖에 없다. 하나는 컴퓨터가 담당하기 힘든 창의적인 업무이며, 외국에서 대체할 수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다른 하나이다. 사무직이건 생산직이건 단순 반복적인 일자리는 싼 임금을 찾아서 조만간 대부분이 외국으로 이전할 것이 분명하다. 새로운 혁신과 높은 수준의 두뇌 활동을 요하는 연구와 개발, 디자인과 마케팅, 고급 기술과 기획 등의 일만이 해외 이전의 위험에서 자유롭다. 이것과 정반대의 성격의 일, 즉 점포에서 손님을 응대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공사장에서 일하거나 애를 보는 일은 결코 해외로 이전할 수 없다. 이러한 일을 해외로 이전할 수는 없지만 대신 해외로부터 싼 임금도 마다 않는 사람을 국내로 들여와서 맡게 한다. 결국 중류층의 일자리는 사라지는 것이다.

  미국의 중류층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은 미국인에게는 슬픈 일이지만 개발도상국 사람들에게는 좋은 일이다. 선진국으로부터 이전하는 일자리는 기존의 것보다 상대적으로 보수가 좋으므로 이 나라의 중류층을 늘이는데 일조한다. 인도와 중국의 중류층이 근래에 급속히 성장한 것은 미국 산업의 구조조정의 결과이다. 즉 미국만 보면 소득 분배가 양극화된 것이지만, 미국과 인도와 중국을 함께 연결해서 보면 과거보다 소득 분배가 더 평준화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여하간 미국으로 볼 때 소득구조가 양극화되는 것은 크게 우려되는 현상이다. 빈부의 격차가 벌어지고 중류층이 줄어들면 부자 혹은 빈자에게 호소하는 극단적인 주장이 호응을 얻는 반면 온건한 주장은 지지기반을 잃으므로 정치적으로 불안정해진다. 빈부격차가 뚜렷해지면 사회적인 결속력이 줄어들고 범죄와 여러 사회문제들이 증대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세계화에 따라 구조적인 이유로 벌어지므로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 어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기업들이 해외로 생산기반을 이전하여 경쟁력을 높이는 데 특정 업체만 국내에서 버티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자본주의와 자유를 최고의 원리로 하는 미국으로서도 정부가 나서서 기업의 활동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 해결책은 없을까? 다음 글에서 해결책을 논의하겠다. 

2010. 8. 15. 22:26
   일전에 미대사관으로부터 현재 주한 대사인 스티븐스의 사진집을 받고 간담이 서늘해진 일이 있다. 그 사진집에는 그녀가 1970년대 중반 순수한 처녀시절에 한국에 평화봉사단으로 와서 예산의 한 시골 학교에서 머물면서 자신이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그녀는 그당시 가난하나 소박하게 살아가던 우리나라 농촌의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한국과 그 사람들을 느꼈다고 한다.  그때 한국의 농촌 마을을 돌아다니던 그녀가 3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을 대표하는 대사로 우리나라에 온 것이다. 그 사진을 보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마치 그녀가 나의 과거를 꿰뚤어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근래에 미국 대학생들 중에 재학 중 일이년을 해외에 나가 공부하면서 현지인의 생각과 관습을 체험하고 익히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그곳의 대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현지인의 입장에서 중동 문제와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익히는 미국 학생이 늘고 있다. 이들은 미국 내에서 계속 있었더라면 도저히 얻을 수없는 통찰력을 얻으며 깊이 있는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에 돌아가면 중동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문제해결을 위하여 다른 방식의 접근을 할 수있으리라는 섣부른 자신감도 내비친다.

  일전에 미국에서 한달간 방을 임대해서 머물렀던 적이 있다. 집주인이 인도계 캐나다인으로 수년전에 미국으로 이민와서 은행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친척은 인도, 캐나다, 미국에 흩어져 살고 있다고 하는데, 전화할 때 보면 대화 상대에 따라 인도말을 쓰기도 하고, 영어를 쓰기도 하고, 때때로 스페인어를 쓰기도 한다. 그의 고객 중 중남미계 이민자가 많아서 스페인어를 배웠으며 직장에서는 종종 스페인어를 쓴다고 한다.

   미국에는 그야말로 세계 구석구석에서 온 사람들로 넘쳐난다. 미국에 가기 전에는 들은 적도 없는 동남아시아의 소수민족이나 중앙아시아 사람을 여럿 만났다. 이들은 미국인이 되고자 열심이다. 다양성이 극에 달하면 문제도 많겠지만, 다양성은 미국을 활력있는 나라로 만든다. 세계화 시대에 자신의 국민 중에 세계 곳곳에 연결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힘이다. 한국과 거래하는 데 한국을 잘 아는 한국계 미국인을 활용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물론 현지인의 생각을 잘 이해한다는 것이 세계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보수적인 미국인도 많다. 미개한 현지인의 말과 생각은 그저 무시하고 눌러버리면 그만일 뿐, 군사적인 힘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소위 미국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미국이 생각하는 대로 따라오면 우방이고 아니면 적이라고 생각하니 더 무슨 말을 하랴. 중동 사람의 입장을 이해한다면 그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관철하는 데 불편하기만 할 뿐이라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상대를 잘 아는 사람이 이기게 되어 있다.
미국은 세계 각양 각색의 사람들을 자신의 국민의 일부로 흡수하며, 미국 사람 중에는 세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현지인의 생각과 사정을 속속들이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힘은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2010. 8. 15. 15:34
    요즈음 미국은 9.11 테러가 났던 곳 근처에 이슬람 문화센터를 짓는 것을 허용할지 하는 문제로 연일 시끄럽다. 엇그제 오바마 대통령이 이슬람교의 라마단 축제를 맞아 미국내 이슬람 지도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 발언이 구설수에 올랐다.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해 미국인이 희생된 자리에 이슬람 사원을 짓는 것을 지지하는 듯한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이슬람 사원을 짓는 것을 지지하는 취지로 말한 것이 아니라, 미국은 여러 인종과 민족이 모인 다문화 사회이며 종교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된 나라이므로 개인 소유지에 이슬람 문화센터를 짓는 것은 미국의 국시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의미였을 뿐,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해명했다.

   두가지 측면에서 오바마 발언에 대한 미국인들의 비판을 생각해 볼 수있다. 하나는 미국이 다인종 다문화 국가로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미국인이 제법 많다는 사실이다. 많은 보수주의 백인들은 미국이 유럽을 뿌리로 하는 기독교 백인의 국가이어야 하며, 다른 피나 문화가 섞여이는 것은 미국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명한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톤도 이런 사람 중 하나이다.

  두번째는 오바마는 흑인이라는 사실이다. 그의 이름 속에 후세인이 있는 것을 두고
선거때 많은 미국 사람들은 오바마가 이슬람교도라고 생각했었다. 그가 기독교도라는 증거가 엄청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믿을 수없다고 말했다. 사실 그들에게 오바마가 기독교도인지 여부가 마음에 걸린 것이 아니라, 그가 흑인이면서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없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이 누리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성향은 정말 끈질기며 음험하기까지 하다. 정의, 형평, 사랑, 인권, 등 어떤 가치를 앞세워도 사람들은 자신의 기득권에 위협이 되는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말로는 다른 구실을 내세우면서 반대하지만 마음의 밑바닥에는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고집이 자리잡고 있다.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되었지만 그를 아무래도 자신의 지도자로 인정하는 것을 내켜하지 않는 사람이 미국 백인중에는 참 많다. 형편없는 흑인들이 주위에 득실 거리고 이들을 내려다보고 살면서 자존심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똑 같은 피부색의 흑인을 존경할 수있겠는가?  경제위기 때문에 마지못해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용인하기는 했지만, 그가 크게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실패한 별볼일이 없는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하는 백인들이 많을 것이다. 그들이 오바마를 바라보는 마음속은 착잡하며 이율배반적이다. 그가 대통령으로 정치를 잘하고 경제를 일으켜 세운다면 자신도 좀더 잘 살게 될 것이나, 그의 성공은 흑인이 백인보다 더 잘 할 수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므로 그다지 기쁘지 않다. 

   이슬람 교도를 자신과 같은 미국인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도 같은 심리이다. 이들은 이슬람교도를 이등 시민으로 간주하며, 자유 평등이라는 미국의 국시가 그들에게는 적용될 수없다고 생각한다. 마치 과거 흑인 노예나 인디안에게는 미국의 헌법을 적용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은 자유 평등을 실현한 나라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처럼 말이다.

   그런데 역사는 순환하는 것이라서, 이들 보수주의 백인들도 결국 소수자가 되는 날이 올 것이다. 백인들은 애를 많이 낳지 않으므로 아무리 이민을 막는다고 해도 유색인의 비율이 증가하는 것이며, 유색인이면서 성공한 사람이 늘면서 인종주의적 생각을 포기하는 백인들이 늘 것이기 때문이다. 백인이 아니고 기독교도가 아닌  사람이 동등한 미국인으로 대접받는 날은 빠른 시일내에 오지는 않겠지만, 미국에서 보수주의 백인의 위세가 갈수록 약해질 것은 분명하다.


 
2010. 8. 14. 21:33
    대학은 산업인가 아닌가? 여기에 소개하는 기사에 따르면 영국에서 대학은 분명히 하나의 산업이며, 그것도 많은 이익을 내는 매우 큰 산업이다. 영국 대학들은 국내 학생에게는 소요 비용보다 낮은 등록금을 받는 대신 외국의 유학생에게 비싸게 거두어  재정의 균형을 맞춘다. 등록금 이외에도 외국 유학생이 먹고자는 데 쓰는 비용은 지역 경제에 중요한 수입원이다. 이것이 산업이라면 상품구성과 품질 관리는 어떻게 할지, 어떻게 마켓팅을 할지, 가격 정책은 어떻게 할지, 어떻게 비용 대비 이익을 극대화할지 , 등을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영국의 대학교는 바로 이러한 시각에서 학교의 경영을 바라보며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데 열성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이 영국의 대학교를 먹여 살리고 있기때문이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는 영어권 국가로서 수십만명의 외국 유학생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 시장에서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영국 대학도 만만치 않은 수의 외국인을 받아들인다. 이들 나라에 학생을 보내는 송출 국가로는 중국과 인도가 다수를 점유하며 아시아와 중동 등 제 삼세계의 나라도 많은 유학생을 보낸다. 영국 대학의 걱정 중 하나는 과거에 자신의 교육을 소비하였던 나라들 가까이에서 지역의 유학생 수요를 흡수하는 경쟁자가 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지아, 등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국제적인 수준의 대학교에 유학하는 이 지역의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조만간 중국은 유학을 꿈꾸는 우수한 학생들을 자국의 대학에서 흡수할 수있는 실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어떻게 하면 자국에 더 많은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할 수있을까? 조셉 나이 교수는 미국의 힘을 소프트 파워에서 찾는 데, 과학 기술과 문화에서의 매력과 우위가 군사적인 우위보다 더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미국의 가장 큰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과학과 기술에 있다. 인터넷, 컴퓨터, 자동차,휴대전화, 전기, 등 우리가 이용하는 거의 모든 문명의 이기들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발명되었거나 혹은 실용화되어 세계로 퍼져나갔다. 미국의 문제점을 흔히 지적하기는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실용화시키는 능력에서 아직 미국을  따라갈 나라는 없다. 이러한 새로운 아이디어 생산의 중심에는 미국의 대학이 있는 것이다. 미국 대학의 연구소는 불이 꺼지지 않으며 계속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내고 산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근래에 새로운 발견 발명은 대부분 미국 대학교의 연구소에서 시작된다. 미국 문화의 흡인력은 또 어떻고 말이다. 세계의 영화관이 미국 헐리우드 영화로 도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국이 아마도 유일한 예외일 것이다.

    사실 이들 나라에게 외국인 유학생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이들이 공부하는 동안 돈을 뿌려주는 것은 물론, 이들이 매우 열심히 공부하기때문에 자국 학생에게도 자극이 되어 대학의 수준을 우수하게 유지하는 데 촉매제가 된다. 마라톤에서 페이스메이커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다양한 문화와 국적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캠퍼스에서 돌아다니면 대학교의 국제적인 분위기는 저절로 조성된다. 세계화와 함께 선진국 기업들은  국제적인 사업과 국제적인 경쟁에 많이 참여하게 되고 이 나라 학생들은 교육 과정 속에서 이러한 국제적인 소양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외국인 유학생은 바로 이러한 교육 목적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자국에 돌아가면 자국에서 지도적인 자리를  차지하면서 미국 혹은 영국에 우호적인 의견과 생각을 전파하게 된다. 이들에게 익숙한 외국의 문물은 자신이 유학했던 나라일 것이므로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이 나라의 사례를 많이 언급하면서 사람들에게 이 나라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미국이 풀브라이트 프로그램 등으로 제삼세계의 똑똑한 학생이나 언론인, 공무원, 정치가 등을 자국에서 공부하도록 지원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한국의 지도급 인사 중에 미국 정부의 돈으로 미국에서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아마 소수일 것이다. 자비를 들여서 공부한 사람까지 포함한다면 한국의 지도층 인사들은 거의 전부가 미국을 자신의 사고의 축으로 삼고 있다. 결과 한국에서 외국의 사례라고 하면 모두 미국을 인용한다. 어디 프랑스나 러시아의 사례를 언급하는 사람을 보았는가? 이들이 영화를 보고 외식을 한다면 어떤 영화를 좋아하고 어떤 음식을 선호하겠는가? 프랑스 음식점이나 러시아 식당이 주위에 드문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미국은 우리나라 지도자를 자국에서 공부시키는 데 엄청나게 많은 돈을 썼지만 그 몇배로 수익을 보장받는 투자를 한 것이다.

    미국과 영국의 대학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계속 산출되는 한, 세계의 젊은이들은 이들 나라에 가서 공부하고 싶어할 것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자국민보다 외국인 유학생이 더 똑똑하고 더 열심히 공부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데 더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 약간 께름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똑똑한 외국 학생들에게 시민권을 주고 이들 나라에 남아서 계속 아이디어를 생산하도록 한다면 이들 나라의 대학과 산업은 계속 우위를 유지할 것이니, 사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외국학생이 본국 학생보다 더 잘하는 것이 위협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나라 사람 중 다수가 똑똑한 외국인이 들어와 좋은 직장을 선점하고 자신들은 밀려나서 싸구려 일자리에서 해메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영국이나 외국 유학생은 받아들이고 싶어하지만 이들이 자국에 남아서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려고 안달한다. 과거에는 박사를 따면 시민권을 쉽게 얻고 직장도 쉽게 구할 수있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사실은 이들 덕분에 선진국 국민이랍시고 그나마 잘 살고 있는 것인데도 말이다. 똑똑한 외국인 유학생이 없었다면 실리콘 밸리는 생겨날 수없었으며, 근래에 눈만 뜨면 새로 들려오는 인터넷 세계의 새로운 아이디어들도 미국의 몫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할만큼 소프트 파워가 있는가? 우리나라의 대학은 똑똑한 학생들을 자국의 대학에 유치할만큼 실력을 쌓아가고 있는가? 혹시 조만간 싱가포르나, 홍콩이나, 중국으로 유학가는 학생들이 줄을 서서 공항을 빠져나가지는 않겠는가?
 


'세계의 창'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자 사는 것의 재발견  (1) 2012.02.28
전자책에 과연 잘 적응할 수있을까?  (0) 2010.08.15
행복해지려면?  (1) 2010.08.11
이탈리아식 장인 생산의 미래는?  (0) 2010.08.03
아이디어가 핵심이다 -일본  (0) 2010.07.30
prev"" #1 #2 #3 next